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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 와타오시] 미아 - 2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26 16:50:04
조회 601 추천 20 댓글 5
														

전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22698




3


“레이, 설명해주세요.”

교내의 도서실 안. 클레어는 진지한 얼굴로 레이를 바라보았다.

"설명해달라니…설마 제가 가장 느끼는 부분을요…? 클레어님, 엉큼하셔라…."
"이상한 소리 마세욧!!"

금세 빨개진 얼굴로 소리치는 클레어. 도서실의 모든 학생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클레어는 금세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아무일 없었던 듯이 도서실은 고요해진다.

"레이…!!"

원망섞인 눈으로 노려보는 클레어. 레이는 간만의 짜릿함에 헤롱거리면서도 펼친 책을 살펴봤다.

“죄송해요, 클레어님. 지금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저도 꽤 혼란스러워서…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고요.”

머릿속의 퍼즐조각이 부족하다. 레이의 머릿속은 이미 어느 정도의 추론이 되어 있었으나, 확답을 내기에는 아직이다. 괜히 클레어에게 혼란을 주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밀을 부치기로한다. 클레어는 조금 불만인 듯한 얼굴이였지만 잠자코 레이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클레어님. 여기, 정령의 미아에 관한게 적혀있어요.”

레이의 부름에 클레어가 몸을 바짝 붙인다. 레이의 심장이 크게 뛰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책으로 고개를 돌린다.
정령의 미아라는 전승에 대한 설명은 「Revolution」 에서도 짤막하게 나오는 설명이다.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그저 주인공이 규격 외의 힘을 가졌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레이에게도 정보는 없었다. 로드의 말대로 직접 조사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정령의 미아…. 이 세계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아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강한 힘을 가졌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등의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공간, 시간까지 그들의 편이 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다면, 이룰때까지 정령의 수호는 계속된다…….”
“……무슨 뜻일까요?”


글쎄요, 레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단서가 없어도 너무 없다.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을 뒤져보아도 실마리라곤 보이지 않는다. 고작해야 가끔씩 나오는 소설같은 문구정도.

“로드 님은 정령의 미아에 대해 찾아보라고 하셨지만…이래선 조사에 진척이 없네요. 도플갱어쪽도 찾아보는게 좋으려나….”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도플갱어란건 뭐죠?”
“같은 모습의 상대를 만나면 죽는다는 괴담이에요.”
“레이, 죽는건가요!?”
“괴담! 괴담일 뿐이에요!”


놀라는 클레어를 만류한다. 진척이 없는 조사에 둘은 잠시동안 서로 어깨를 늘어뜨렸다.

“돌아가죠. 오늘은 늦었어요.”
“네. 그럴까요.”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원래자리에 꽃아놓는다. 그리곤 도서관에서 나와 학교의 입구로 나온다.


“그러고보니 마나리아 언니가 어제, 왕궁을 방문하셨다고 하세요.”
“정말요? 이상하네요. 늘 오실때마다 짐을 한보따리 가지고 저희 집에 오시는 분이 이번엔 왜 안오실까요?”
“분명 왕가의 일로 바쁘시겠죠. 무역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도 하셨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두 사람. 곧, 두 사람을 찾는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클레어님!!”

문득 익숙한 목소리에 둘은 놀라 옆을 본다. 테이라가 팔을 붕붕 흔들며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테이라…죠?"
“……그러네요.”


조금 언짢은 듯, 레이는 대답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테이라는 힘껏 클레어의 품 안으로 뛰어든다.


“보, 보고 싶었어요….”
“테이라. 그렇게 뛰면 위험하잖아요.”


클레어가 미소지으며 테이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레이의 가슴 안쪽에서 질투라는 감정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테이라. 클레어님이 곤란해 하시니까 그만….”
“클레어님, 좋아해요….”


빠직. 자신의 면전에서 클레어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다니. 레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클레어는 자신만의 클레어다 라고 소유권을 주장하려 할 때.


“후후. 네, 저도 좋아한답니다, 테이라.”


털썩. 클레어의 말에 레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으흑…으흐흑…전 이제 끝났어요.”
“…보기 흉하니까 어서 일어나요.”


테이라가 클레어에게서 떨어진다. 클레어는 손을 내밀었고 레이는 행복감에 겨워 그 손을 붙잡으며 뺨에 비빈다.

“클레어님~~. 이거 조교하시는 건가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주면서 저를 입맛대로 개조하시려는 속셈이신가요??”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얼른 일어나요! 칠칠치 못하게!!”


클레어의 다그침에 레이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와중에도 테일라는 레이의 다른 한 팔에 팔짱을 낀채 어깨에 얼굴을 부비고 있다. 질투심이 난 레이가 똑같은 행동을 하자 캬악ㅡ, 클레어가 소리친다. 양손의 꽃인데, 뭐가 불만이실까. 레이는 투덜거린다.

“쌀쌀하셔…. 그런 모습도 사랑합니다!!”
“네네, 알았으니까 저녁 찬거리나 사서 돌아가죠.”


그럼에도 클레어는 레이의 손을 맞잡아준다. 그 상냥함에 히히, 레이는 작게 웃었다.


“레이, 저녁은 뭐가 좋을까요?”

“음…어제 남은 재료를 생각한다면….”
“클레어님, 저는 고기!”
“그럴까요, 테이라?”

이렇게 얘기하면서 걸으니 마치 딸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클레어. 몸집은 셋 전부 비슷했지만 테이라의 행동이나 말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럼 오늘은 제가 오랜만에 솜씨를…."
““저희가 할게요.””
“둘 다 조금은 사람의 호의를 받아들을 줄 아시라구요!?”

레이와 테이라는 시선을 피한채 장난스럽게 웃는다. 레이는 테이라의 말과 자신의 말이 일치한 것을 떠올리곤, 역시 그쪽도 이쪽 못지 않게 요리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큰일인걸. …가설이 점점 맞아떨어져가.’

웃음의 뒷면에 레이의 사고는 계속해서 회전해나간다. 클레어의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안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과 고민들이 섞여 노이즈를 이룬다.


“…레이?”
“네?”


클레어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레이는 능청스럽게 되묻는다. 빤히 레이를 바라보던 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에~. 신경쓰이게.”

“잠, 걷기 힘드니까 들러붙지 말아주세요.”

“싫어요~.”


하여간…. 클레어는 작게 웃는다. 레이는 내심 진땀을 흘렸다.

‘클레어님, 언제부턴가 날 꿰뚫어 보신다니까.’


그 사실이 고맙고 기쁘긴 하지만 지금은 조금 곤란했다. 레이는 곁눈질로 테이라를 바라본다. 테이라는 그저 클레어의 팔에 얼굴을 비비며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질투가 났으나, 그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동정심과 애잔함 또한 레이의 마음속에서 생겨난다.

이곳의 레이 테이라의 마음은 조금 복잡하다.



“잠들었네요.”
“그러게요.”

클레어의 손을 잡은채 무릎 위에 잠든 테이라를 보며 클레어는 작게 미소짓는다. 수고하셨어요, 레이가 커피를 든 컵을 건네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받아든다. 옆에 앉은 레이는 테이라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클레어의 눈빛을 읽었다. 다시금 마음이 소란스러워진다.
클레어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테이라의 볼을 쓰다듬는다. 이렇게 세 명이서 사는 삶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에 무심코 입 밖으로 이런 말이 나오고 만다.


“레이. 아이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클레어의 말에 레이는 당황한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건 분명히, 도르와 자신이 클레어의 안위를 위한 행동이란 것을 전달 했을때였다.

「당신은 분명, 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거군요.」


하지만 그 때, 그 상황의, 클레어의 말은 레이에게 트라우마로 남겨져 있었다.

“……네. 그렇겠죠. 틀림없이 그럴거에요.”
“…죄송해요.”

레이의 쥐어짜낸 목소리에 클레어는 놀라 사과한다. 옛날 일을 떠올린 건지 레이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클레어는 말없이 레이의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울지 말아요. 전 언제나 당신 곁에 있으니까.
“네…알아요. 클레어님. 여자끼리는 아이를 못만들어요.”
"네. 알아요. 그래서 입양 얘기도 했었죠.”
“저와 맺어지신걸 후회하시나요?”
“천만에요.”


클레어의 대답에 레이는 작게 웃었다.

“클레어.”


레이는 클레어에게 입을 맞춘다. 방금전 마신 커피의 향기가 레이의 코 끝을 간질인다. 클레어는 아무말 없이 키스를 받아들였다.
키스가 끝나자 상기된 얼굴로 클레어가 고개를 돌린다. 레이 또한 괜시리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렸다.


“레이. 테이라의 목 뒤, 보셨나요?”
“……클레어님도 보셨군요.”
“네. 테이라의 머리를 씼겨줄 때, 봤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대체 뭘까요?”
“…글쎄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감이 안잡혀요. 4라니….”
“지금, 뭐라구요?”


레이의 말에 클레어가 되묻는다. 레이는 눈을 끔벅이며 대답한다.


“감이 안잡힌다고 했는데요?”
“아뇨, 그것 말고요. 그 후에.”
“그 후…? 4?”
“……4라고요? 제가 본 숫자는 3이였어요.”


레이와 클레어는 잠시동안 할 말을 잃은 채 서로를 본다. 레이가 황급히 테이라의 목 뒤를 확인하자, 그 곳엔 붉게 물든 3이 새겨져 있었다.


‘숫자가…줄었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카운트인가. 레이는 싫은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 이전과 같다. 클레어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파멸의 길을 선택했을 때와 같은.
등줄기가 얼어붙는 서늘한 느낌이다.


“클레어님. 먼저 주무시고 계세요. 저, 당장 나가봐야 겠어요.”
“레이? 무슨 소리를…이 늦은 밤에 어딜 가신다는 거에요?”
“죄송해요. 금방 다녀올테니까요.”


레이는 웃옷을 걸친채 나갈 채비를 갖췄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기 전, 레이는 클레어를 돌아본다. 클레어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레이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님. 만약에…다시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는…….”

그렇게 말하는 레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클레어는 당황스런 상태에서도 레이의 말을 끝까지 기다린다.


“그 때는 절 선택해주실 수 있나요?”

간절한 레이의 물음. 클레어의 가슴이 바늘을 찌른 것처럼 아파왔다.

“네…물론이죠. 나의 레이.”

클레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레이는 그제서야 작게 웃으며 다가와 클레어의 입에 다시 입을 맞춘다.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레이.”


레이는 클레어의 마중을 받으며 밖을 달려갔다. 어두운 밤의 거리는 인적이 줄어들어있었다. 무언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것을 알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레이의 발걸음은 왕궁을 향하고 있었다.








정령의 미아란 설정이 본작에서 세세하게 안적혀 있어서 나름 추가하고 있긴한데 은근 머리깨지네.

5편안에는 끝낼 생각이야. 분량조절 못해도 6편정도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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