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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악역영애,와타오시] 열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01 12:56:34
조회 1235 추천 36 댓글 6
														


 "몸상태는 어때요?"

 "…별로 좋다고는 못하겠네요."


 콜록. 침대 위에 누운채 기침을 하는 레이. 평소보다 살짝 가빠진 호흡. 잠옷차림의 레이는 땀으로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평소에 너무 무리하니까 이런 꼴이 되는거에요."


 클레어는 침대 옆에 의자를 두어 앉는다. 가시 돋힌 말이지만 이면의 따뜻함을 느낀 레이는 조그맣게 웃었다. 그런 레이를 못마땅하게 보며 클레어는 철퍽, 레이의 이마 위로 물수건을 얹는다.


 "간호해…주시는 건가요?"

 "네. 안될 거라도 있나요?"

 "……옮으면 안되니까요."


 안옮아요. 단호하게 대답하는 클레어. 무슨 근거로…. 레이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클레어가 한 번 정한건 굽히지 않는다는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조금 덥다고 생각한 레이는 이불을 조금 걷는다. 땀에 젖은 잠옷의 단추는 여러개 풀려있었고, 슬며시 내비치는 가슴에 저절로 눈이 간 클레어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홱, 돌렸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른다. 클레어는 팔짱을 낀채 레이의 용태를 살폈고 레이는 그저 따가운 시선을 피해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곧 삐이이, 하는 소리가 들리자 클레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가 클레어의 뒤를 눈으로 쫓자, 클레어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이내 잠시후 클레어는 죽이 담긴 그릇과 물이 담긴 컵을 쟁반 위에 올린채 돌아왔다. 색을 보니, 쌀로 만든 죽은 아니였다. 이 세계에선 쌀이 귀하기에 오트밀로 만든 죽이 흔했다. 클레어가 가져온 것도 오트밀로 된 죽이였다.


 "…클레어님이 만드신거에요?"

 "네. 달리 누가 있나요?"

 "세상에…."


 레이는 놀란듯이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드디어 클레어님이 요리를…! 선생님은 기뻐요!"

 "죽정도는 저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레이. 클레어는 캬악 소리를 지른다. 사실 자신을 위해 힘써준 클레어의 마음에 기쁜 것이지만, 쑥쓰러워 말하기 힘든 레이 나름의 표현이였다.


 "자, 드세요."


 레이가 몸을 일으키자 무릎 위에 쟁반을 올린다. 스푼을 들어 한 입, 두 입 떠먹는 레이. 허나, 곧 손을 멈추는 레이. 역시 맛이 이상했던걸까, 클레어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죄송해요, 클레어님. 식욕이 없네요."

 "…그래도 전부 먹는 편이 좋아요."

 "그렇지만…아. 클레어님이 먹여주시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뭣, 클레어의 볼이 붉게 물든다. 농담이에요. 레이는 킥킥댄다. 그 모습에 열이 받았는지 스푼을 낚아채듯 빼앗는 클레어. 그리곤 이내 죽을 떠 레이의 앞에 가져간다.


 "자…입, 벌리세요!"


 부들부들 떨리는 손. 눈이 무척 무섭다. 레이는 어쩔수 없이 스푼을 입에문다. 그리곤 아직 삼키지도 않았는데 다음 것이 온다.


 "크, 클레어님. 조금 천천히…."

 "얼른 입 벌려욧!"


 이런걸 원한게 아니였는데. 레이는 쓰게 웃는다. 그래도 서툴게나마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클레어의 노력 덕분에 레이는 그릇을 전부 비울 수 있었다.

 죽을 전부 먹고 물과 함께 약을 먹자, 클레어는 수건과 함께 물이 받아진 대야를 가져왔다.


 "…몸까지 닦아주시려고요?"

 "네. 그 상태론 씻지 못하잖아요."


 괜찮을까. 조금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성의를 무시할 수 없으니. 레이는 잠옷의 단추를 푼다.


 "자, 잠깐…!"


 속옷을 입지 않은 레이의 가슴이 드러나자 클레어가 양손으로 눈을 가리며 홱, 몸을 돌아 등을 보인다.


 "벗으면 벗는다고 얘기를 좀 하라고요!"

 "에…이미 볼장 다 본 사이에 무슨…."

 "됐으니까, 빨리 벗어요!!"


 네네, 레이는 옷을 전부 벗은 후 옆에 가지런히 개어놓는다. 곧 클레어가 다가와 물에 적신 수건으로 레이의 몸을 닦는다. 미지근한 온수의 느낌이 레이에게 기분 좋게 느껴진다. 땀을 많이 흘렸으니 찝찝한게 한 몫했다. 다만….


 "클레어님. 몸을 닦을 땐 똑바로 보고 해야죠."

 "그, 그런 파렴치한 짓을…!"


 아까부터 시선을 이리 저리 피하면서 닦는 클레어에게 조언하는 레이. 클레어는 금새 얼굴이 홍당무가 되버린다.


 "자요, 얼른."


 장난기가 돋은 레이가 팔을 벌리며 몸을 드러낸다. 깜짝 놀란 클레어가 비명을 지르지만 능글맞게 웃는 레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레이, 은근 즐기고 계시네요."

 "그치만 이럴때 아니면 언제 클레어님한테 간호를 받아보겠어요."

 "……바보. 원한다면 언제든지…."


 네? 레이가 되묻자 클레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한숨을 쉰다.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레이때문에 혼자만 의식하는 자신이 바보같다며 클레어는 눈살을 찌푸린다.

 곧 레이의 몸을 닦는 작업을 재개한다. 슥, 슥. 방금 전보단 나아진 손놀림. 레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러고 있으니, 레이의 집에 있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러고보니 그 때는 레이가 클레어의 몸을 닦아주었었다. 지금과는 반대의 역할이란 것을 레이는 떠올린다.


 "그랬었죠. 그립네요."

 "흥. 그 때를 생각해보면 괴씸하기 짝이 없네요."


 레이의 팔을 닦아주는 클레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라, 레이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 때 클레어의 기분을 거슬리게 한 일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짚히는 구석이 없다. 레이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클레어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둘이서 같이 잤다고요!? 거기다 한 침대에서요! 그런데 아무 짓도 안하고 어떻게 잘 수가 있죠!?"

 "엣…뭔가 해주길 원하셨어요?"

 "……이 둔감탱이!"


 씩씩대던 클레어는 헛기침을 하곤 평정심으로 돌아온다. 레이는 어색하게 웃었고 클레어는 입을 다문채 레이의 몸을 닦았다. 곧, 몸을 전부 닦은 레이의 옷을 입히는 걸 도와준 클레어는 수건과 대야를 치운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슬슬 감기약이 듣기 시작한 것인지 레이의 눈꺼풀이 무겁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짚어 쓴 레이에게 클레어는 이마의 물수건을 갈아준다.


 "…이러고 있으니 어릴때가 생각나요."

 "어릴때면 일본…이란 곳에 있을 때인가요?"

 "네. 어릴때도 이렇게 감기에 걸리면 어머니랑 아버지가 간호해주셨거든요."


 그 때가 떠오른 것인지 레이는 쿡쿡 웃는다.


 "두 분다 저를 아껴주시는 분이라, 감기에 걸려 눕기만하면 아버지는 일까지 쉬고 하루종일 제 옆에 있는데다가 어머니는 영양식을 이것저것 가져다주고…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독특하신 분들이네요."

 "그러게요."

 "레이."


 돌연 클레어의 눈빛이 어두워진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곤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아니라면 거짓말이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레이는 클레어를 바라보며 웃는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클레어님은 여기 있는걸요."

 "………."


 레이의 말에 클레어는 고개를 숙인다. 얼굴을 감추고 있지만 작게 올라간 입꼬리를 레이는 놓치지 않았다.


 "클레어님. 손 잡아주실래요?"

 "네."


 레이가 손을 뻗자, 클레어가 그 손을 맞잡는다. 평소보다 조금 온도가 높은 레이의 손. 자신은 이 손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음을 클레어는 뼈져리게 실감한다.


 "제가, 잠들면."


 잠에 젖은 몽롱한 목소리로 레이가 말한다.


 "놓으셔도 돼요."

 "안놓아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클레어의 대답에 조금씩, 레이의 눈꺼풀이 내려간다. 일정한 호흡을 내뱉는 레이는 곧 완전히 눈을 감으며 잠에 빠진다. 그런 레이를 보며 클레어는 작게 중얼거렸다.


 "잘자요. 나의 레이."













 소전 음악회 같다왔더니 몸이 망가진 기념(?)으로 써봄.

 최근 들어 매운맛만 써서 그런가 매운맛은 잘 안써지더라. 그래서 순한맛으로 썼어.

 다들 건강들 조심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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