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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13.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05 00: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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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 편 들 모 음. 


 13. 마음 매달리기. 



 하네오카와 하나사키가와는 서로 사이가 좋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학생들도 사이가 좋고, 선생들도 사이가 좋고, 학교장들의 사이도 좋다. 게다가 동네가 같은 만큼 각 학교 학생들 모두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인식도 강해서,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하네오카 학생들과 하나사키가와 학생들도 저마다 잘 어울리고 다녔다. 


 그만큼 하나사키가와와 하네오카는 사이가 좋다. 그래도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은 곳에서, 저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있으면 눈에 띄기 마련이다. 게다가 토모에는 키도 제법 장신이어서, 하나사키가와 여고 입구를 나선 이들의 눈을 제법 끌었다. 그러고 보면 모카와 히마리도 그랬었다. 토모에와 란은 ‘살아있는 표지판’같다고 했던가. 


 “토모에 쨩~!”


 토모에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저에게 점프해, 목을 확 껴안았다. 갑작스런 무게감에 살짝 휘청거렸지만, 워낙 체력이 좋은 토모에여서 간신히 버텼다.   


 “야, 카스미! 그렇게 달라붙으면 우다가와 씨가 힘들잖아!”


 “괜찮아, 괜찮아.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했어.”


 목에 카스미를 건 토모에가 표정을 한껏 찌푸린 아리사를 향해 말했다. 아리사의 뒤에서도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했다. 일전에도 라이브를 몇 번 같이 한, 밴드 포핀 파티의 멤버들이었다. 


 “아프다고 들었는데, 그럭저럭 다 나은 모양이네. 몸은 좀 어때?”


 그럭저럭 면식이 있는 사아야가 먼저 토모에를 향해 물어보았다. 그 튼튼한 토모에가 감기라니, 별 일도 다 있네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아코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하자와 카페의 츠구미에게 물어봤더니, 감기로 아프다는 말이 돌아왔었다. 


 “지금은 다 나았어. 완전 말짱해.”


 등에 있던 카스미가 주르륵 흘러내리려고 해서, 토모에는 몸을 움직여 자세를 고쳤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카스미가 토모에의 등에 착 달라붙었다.


 “다행이네. 환절기니까 요즘 같은 때에 특히 몸 관리를 잘해둬야 돼. 더군다나 애프터글로우는 문화제 라이브도 있잖아.”


 “어떻게 알았어?”


 사아야의 말에 토모에의 목소리에도 의문감이 새어 나왔다. 어느덧 문화제도 얼마 남지 않아, 라이브의 홍보를 하고 있긴 했지만... 그게 벌써 다른 학교까지 퍼져 나간 건가? 


 “포핀 파티가 오프닝으로 나가게 됐어. 하네오카 측에서 먼저 게스트 밴드를 부탁해서.”


 토모에의 질문에는 타에가 먼저 제 할 말을 했다. 학교까지 기타를 챙겨 갔는지, 제 머리 위로 톡 튀어나온 기타 케이스가 인상적이다.  


 “이봐, 오타에...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그래도, 그래도 우다가와 씨 질문에 대답이 되지 않았을까?”


 아리사와 리미가 타에의 말에 저각각의 의견을 내보였다. 사아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고, 대충 타에의 뜻을 눈치 챈 토모에도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성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영향일까, 포핀 파티는 아직도 여전하구나. 


 “아, 셋리스트도 정했으니까. 애프터 글로우 애들한테 갈 거면 받아둘래?”


 사아야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쓱쓱, 볼펜을 움직였다. 이윽고 조심스레 찢어낸 셋리스트를 토모에도 받아들었다.


 “신곡?”


 사아야가 건네준 셋리스트는 세 곡이었다. 오프닝 곡으론 포핀파티가 평소 라이브에서도 자주 불렀던 Happy Happy Party 그리고 엔딩 곡으론 꿈꾸는 Sunflower. 그리고 두 번째 곡에 아직 가제조차 정해지지 않은, 딱 두 글자 ‘신곡.’ 


 “헤헤, 그건 내 생각이지롱.” 


 여전히 토모에의 등에 매달려 있던 카스미가 토모에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일단 셋리스트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게... 카스미가 꼭 신곡을 하고 싶다 고집을 부려서. 초대 받은 라이브라 더욱 각을 주고 싶었나봐. 곡 컨셉트는 대충 정해졌는데, 아직 완전히 완성시키진 못했어. 평소보다 가사가 잘 안 쓰여서.” 


 사아야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입가에 새겨진 웃음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


 “토모에 쨩, 토모에 쨩! 우리 하네오카 연극 엄청 기대하고 있으니까!”


 “리허설 때문에 중반부까지밖에 못 볼 테지만.”


 하나사키가와까지 소문이 흘러 들어간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번에도 학생회의 회의에서 듣게 된 걸까. 어느 쪽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에 토모에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연극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보다 묻는 게 조금 늦었네. 하나사키가와에는 어쩐 일이야?”


 “조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혹시 2학년은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


 토모에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2학년이었다. 저보다는 1년 선배. 학교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요즘 부쩍 친해진 사람. 파장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아서, 그만큼 배신감도 컸다. 


 “2학년도 조금만 있으면 끝날 시간인데.”


 “사아야, 슬슬 연습.”


 사아야를 지나가면서, 타에는 등에 멘 기타 케이스로 장난스럽게 한번 쳤다. 어미 토끼를 따라가듯, 리미도 타에의 뒤를 따라갔다. 총총 걸어가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야, 카스미! 얼른 가야지!”


 아리사의 외침에 목에서 느껴지던 무게감도 사라졌다. 토모에가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카스미는 몇 걸음이나 앞서있던 아리사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여름은 분명 끝났는데, 매미는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아~리~사~! 아까부터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응~?” 


 “몰라! 다, 달라붙지 마!”


 두 사람의 목소리가 거리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런데도 하교하던 하나사키가와 학생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만큼 아리사와 카스미의 모습이 눈에 익은 것 같았다. 


 우리도 하네오카에서는, 저랬을까. 


 “가볼게.”


 “응.”


 그 말을 남긴 사아야는 포핀 파티를 뒤따라가려했다. 그러나 뭔가 깜빡했다는 듯, 뒤를 돌아 토모에와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와서는 이내 두 마디를 남겼다.  


 “얼굴 좀 피고. 아파서 그런지, 반쪽이가 됐네.”


 마치 엄마가 하는 말 같아서, 토모에는 저도 모르게 깍지를 머리 위로 넘긴 채 슬며시 웃어보였다. 사아야는 그렇게 떠나갔다. 얼마나 참한지, 역시 상점가 선정 1등 신붓감답다. 


 토모에는 하나사키가와 입구에 기대 몇 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조금만 있으면 끝날 시간이라더니, 쉬이 끝나지도 않는구나. 기껏 찾아왔건만 깡통만 차게 생겼다. 


 달빛아래 줄리엣을 기다리던 로미오도 이렇게 초조했을까, 난 파리스 백작이지만 그 감정이 조금은 이해된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하나사키가와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몇 몇씩 더 빠져나왔다. 그리고 토모에는 마침내 그 속에서 아는 얼굴을 찾아냈다. 


 “저랑 얘기 좀 해요.”


 행여나 놓칠세라, 저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노을빛과 맞붙은 금빛색이 출렁였다. 생각보다 차가운 눈빛에 흠칫 몸을 떨었지만, 이내 토모에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할 말 없어.”


 “저는 할 말 많거든요?”


 치사토의 말에 토모에도 지지 않겠다는 듯 쏘아붙였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치사토는 밑에서, 토모에는 위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후에에, 치, 치사토쨩?!”


 치사토의 동급생인 ‘마츠바라 카논’만 그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카논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면이 많아서, 이러한 분위기에 언제나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모에는 지금 카논을 배려할 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쏘아붙이고 싶은 건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가자, 카논.”


 치사토는 토모에를 한번 흘겨보더니, 그대로 카논의 손목을 잡고 토모에를 비켜나갔다. 그 뒤를 토모에가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할 말을 막 내뱉기 시작했다.  


 “왜 멋대로, 배역 넘겼어요. 내가 한다고 말했잖아요?”


 병문안을 와준 건 고맙다. 솔직히 전혀 예상치 못해서, 조금 감동까지 먹었다. 라는, 그런 말을 일단 먼저 하고 싶었다. 근데 막상 차가운 얼굴을 보니까, 그 얼굴이 보기 싫어 입에서는 또 자꾸 미운 말만 새어 나오려고 했다. 


 서운함과 허망감이 서로 섞여서, 지리멸렬한 말만 되풀이하게 만들었다.   


 “그거 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됐는지, 선배는 아세요?”


 열이 좀 내려간 뒤 목소리는 제대로 안 나왔지만, 그래도 연습에는 참여하고 싶어 체육관으로 내려갔었다. 그런데 하네오카 연극부에선 즉석에서 대타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치사토에게 얘기는 들었다는 세타 선배의 웃음과 함께, 토모에는 형용할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다. 하필이면 그 선언을, 카오루에게 들은 것이 그녀의 자존심을 세차게 긁어버렸다.


 “연락은 왜 또 씹어요. 요즘 초딩도 읽씹 비매너인 건 안다구요. 그거 진짜 사람 돌아버리게 한다니까.”


 치사토에게 손목을 뺏긴 카논은 자신의 친구와 뒤 따라오는 토모에를 번갈아보았다. 토모에는 뭔가 할 말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치사토는 처음에 했던 것처럼 할 말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저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라, 카논은 친구에게 크나큰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파리스 백작 역을 먼저 권한 것도 선배였잖아요.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왜 또 하지 말래요. 그냥 뺏는 것보다, 줬다 뺏는 게 더 나쁜 거, 사람이라면 다 알잖아요.”


 “치, 치사토 쨩 저렇게 말까지 하는데, 무슨 말이라도...”


 “저 말은 안 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머리끝까지 열 받았거든요. 버릇없다고 하셔도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무시 좀 하지 마세요.” 


 “후, 후에에...”


 친구의 만류에도, 후배의 말에도 치사토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빨리나가는 것 같아서, 토모에도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끓어올랐다. 차마 억누를 수 없었던 감정들이 계속해서 터지려했다. 그걸 조금이라도 더욱 억누르고 싶었는데. 


 이젠 진짜 안 되겠다. 


 “아, 진짜.”


 잔걸음으로 저를 뿌리치려 하는 치사토. 토모에는 그보다 조금 더 큰 보폭으로 걸어가, 치사토의 팔을 확 낚아채버렸다. 그리고는 제 얼굴을 보도록 힘을 주어 저에게로 확 끌었다. 이전과는 다른, 감정의 빛이 섞여 들어왔다. 이내 수그러들긴 했지만.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꺄악, 하고 외친 카논의 비명과 토모에의 성난 고함이 그대로 겹쳤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토모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다만, 치사토의 표정은 그러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던 무표정에서, 선명히 다른 감정을 띠고 있었다.   


 “드디어 이쪽을 보시네요, 치사토 선배.”


 그 말을 끝마치고는, 토모에는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저를 바라본 치사토의 얼굴이 악귀나찰과 비교해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분노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그럼에도 토모에는 손을 놓지 않았다.  


 “토모에.”


 누가 봐도 화가 났다는 얼굴로 치사토는 토모에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 또한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치사토는 가방을 뒤져, 플라스틱 재질로 보이는 이상한 단추 같은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노기가 뚝뚝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더 따라오면, 이거 누를 거야.”


 “그게 뭔데요.”


 “치한 방범 부저.”


 ‘왜요?’보다 ‘미쳤냐?’는 말이 먼저 나올 뻔 했다. 그걸 간신히 삼킨 채, 토모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치사토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치사토의 팔은 얌전히 놓아주었다. 눈썹이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것은 덤이었다. 


 “...아니, 그런 걸 왜 들고 다녀요?”


 “원래 연예인은 이런 거 다 하나씩 들고 다녀.” 


 “나, 나도 들고 다녀! 치, 치사토쨩!”


 카논의 어설픈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향했다. 본인 나름대로는 굳은 분위기를 풀어보려 한 말이었지만, 지금 두 사람의 분위기는 그리 쉽게 풀어질 분위기가 아니었다. 카논을 바라보던 치사토는 다시 카논의 손목을 붙잡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카논의 손목에겐 재앙의 날인 듯하다. 물론 카논의 얼굴에게도 재앙인 날이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했다. 


 다시 따라가려다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토모에는 그대로 발을 멈췄다. 대신 손이 따라가려다가, 그것 또한 닿지 않아 허공만 짚은 채 그대로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뚝 떨어졌다. 다리도, 손도 시라사기 치사토의 걸음을 막을 순 없었다. 


 그게 안타까워서, 아직 가을인데도 마음이 계속 아려오고 그래서.


 “진짜 이렇게 끝낼 거예요?!”


 토모에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늘 하던 대로 힘껏 소리 쳤다. 그러자 치사토의 발걸음도 잠시 멈췄다. 그녀의 걸음을 따라가던 카논의 표정도 한껏 밝아졌다. 치사토는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렸다.  


 “너한텐 미안하게 됐어.”


 그리고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치사토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오늘 아침은 토스트야.” 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정말 말짱한 표정으로. 하나도 미안해마지 않는 표정으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그 말을, 그리 쉽게 말할 수 있지. 


 미동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그 사실이, 토모에의 속을 더욱 뒤집어 놓았다. 분명 저는 할 말을 다 했는데,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풀리고, 모두 제각기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토모에를, 카논만이 불안한 표정으로 뒤돌아볼 뿐이었다.  


 “와, 저 저 저.... 싸가지 봐.”


 치사토와 카논이 코너를 넘어 사라지자, 토모에는 너무 화가 나 씩씩거리면서 발을 몇 번씩이나 굴렀다. 토모에로서는, 정말 뚜껑이 열리기 직전에나 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러기도 몇 분. 토모에의 입가에서도 투정 섞인 말이 새어 나왔다. 만약 치사토가 들었다면, 귀엽다고 한 마디를 할 그러한 내용이었다.  


 “왜 지가 화를 내냐고, 화를 낼 사람은 난데....”


 섭섭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로.  


 - 


 내가 야구를 못 끊으면 사람이 아니라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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