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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If, '너를 바꿀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면앱에서 작성

무명(nona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0 22:07:38
조회 566 추천 17 댓글 4
														

"아리사~ 일어나봐! 점심시간이라구~?"


내 목소리에 자고 있던 아리사는 조금씩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바라보다가 확- 하고 아리사를 껴안아봤다.


"아리사아~ 자는 것도 좋지만, 점심 먹으러 가자! 애들이 기다릴 거야~"

"에...?"


정신이 들은 듯한 목소리에 조금 떨어져 얼굴을 마주했다. 분명 떨어지라고 소리쳤을 타이밍의 직전에 맞췄기에 소리를 지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리사는 뭔가 달랐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흔들리는 입꼬리와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 그리고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헤매는 눈동자가, 지금의 아리사는 뭔가 다름을 어필하는 것만 같았다.


"아... 아아......"


곱게 모인 아리사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그 이상으로 떨리던 목소리와 눈빛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아리...사...?"

"흑..."


에에에!!??? 아리사!? 지지지금 우는 거야!?


"오랜만이야...... 야마짱..."

"에!?"


야, 야마짱!? 아리사가 나를 그렇게 부른 적이 있었나!?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는데... 처음 야마짱을 보자마자 바로 말을 걸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말을 걸지 못했어... 흑... 야마짱, 나 있잖아, 다시 친구가 되고 싶어......"


말의 내용과 아리사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껴안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그 충격에 이성이 360도, 아니, 720도 돌아 제자리에 안착한 건지 조금 침착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아리사의 말투나 나를 부르는 호칭도 그렇지만, 목소리가 조금 달랐다.


"어어......"


어떻게 해야 하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어... 나는 뭘 어떻게......


"카스미, 아리사, 점심 먹으러..."


사-야! 나이스 타이밍! 나 좀 도와줘!


그런 눈빛을 필사적으로 보냈지만, 전해지지 않은 건지 오해가 있던 건지, 사-야는 조용히 이쪽을 보기 시작했다.


"카스미짱, 아리사ㅉ... 흐읍!?"


다음으로 찾아온 리미링의 입을 막은 사-야는 뭔가를 속닥였고, 리미링도 같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나 좀 도와달라구!!


그런 절박한 와중에도, 품속의 아리사는 계속 울고 있었다.


"어라, 아리사?"


이 목소리는!


오타에!!


사-야가 제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오타에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줄지도 몰라!


그런 기대를 품고 오타에를 바라보니, 오타에는 사-야한테 물었다.


"아리사가 울고 있는 걸 보니까, 카스미가 뭔가 눈치없이 사고를 친 거야?"


"그런 거 아냐!!"


아, 소리쳐버렸다.


"에... 야마짱...? 친구, 되어줄 수 없는 거야...?"

"앗! 아니야! 아리사한테 한 말이 아니었어! 저기! 저기 오타에한테 한 말이야!"

"오...타에? 혹시 하나조노 타에 씨?"


에?


"얘, 얘들아! 와봐!"


내 말에 사-야와 리미링, 오타에도 바로 교실로 들어와 자리로 다가왔다. 그러자 아리사는 당황한듯 살짝 뒤로 물러났다.


"에에...!?"

"아리사, 혹시 여기 세 사람 몰라!?"


아리사는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일단 저쪽이 그, 하나조노 타에 씨. 그리고, 이쪽은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야마부키 사아야 씨. 그리고... 아, 이 분은 그, 그래! 우시고메 리미 씨! 맞나...?"

"...충격적인데."

"그러게, 이 아리사, 뭔가 달라. 많이."

"아리사짱... 무슨 일 있던 거야?"


세 사람의 반응에도, 아리사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네? 그게 무슨..."

"아리사, 야마짱이라는 건, 카스미를 말하는 거지?"

"네? 아, 네... 그런데, 혹시 세 분은 야마짱의 친구이신가요?"

"아리사, 혹시 잠깐 네 소개를 해줄래?"

"에? 야마짱?"

"부탁할게, 아리사."


내 말에, 아리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도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1학년 B반의 이치가야 아리사에요. 그리고,"

"잠깐, 지금 1학년 B반이라고!?"

"응? 응... 어? 잠깐만, 나 우리 반에서 자고 있었으니까 알고 있을... 어어?"


아리사는 당황한 목소리로, 여긴 내 자리가 아닌데...?라고 중얼거렸다.


"아리사, 진정하고 들어봐. 우리가 아는 아리사는, 2학년 A반이야."

"에? 내가 2학년!?"

"...아리사, 혹시 어렸을 때 카스미를 본 적 있어?"

"네...? 아, 네... 어렸을 때는... 조금 떨어진 공원에서 야마짱이나 키타짱과 같이 놀곤 했는데...요..."

"나는... 어렸을 때 하구와 놀기는 했지만, 아리사가 공원으로 나온 걸 본 적은 없었어..."


내 말에 아리사는 뭔가 맞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민했다.


"그럼 대체..."

"혹시, 다른 세상에서 오기라도 한 거야?"

"오타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맞는 거 같아요. 일단 제 시간대가 다르기도 하고, 과거도... 서로 안 맞는다는 건, 어쩌면 제가 다른 평행세계에서 온 걸지도 몰라요."


평행...세계?


"그럼, 아리사는 우리가 아는 아리사가 아니라는 거고, 우리는 아리사가 아는 우리가 아니라는 거야!?"


아리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우리 넷을 스윽 보며 말했다.


"야마짱이 이해한 것 같으니, 제 얘기의 뜻 자체는 다들 이해하셨을 것 같네요."

"너무해!"


내 말에 아랑곳않고 아리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쪽의 저는 2학년이라지만, 지금 여기 있는 저는 1학년이니까 편하게 대하셔도 괜찮아요. 그냥 이쪽의 저를 대하듯이 익숙하신 대로 하셔도 상관없어요. 하나조노 씨, 우시고메 씨, 야마부키 씨, 그리고 야마ㅉ... 토, 토야마 씨."

"아리사, 편하게 불러도 괜찮다구? 우리도 아리사를 편하게 부르고 있으니까."

"그, 그래도... 학년 차이도 생겼고..."

"우리가 아는 아리사는 우리처럼 2학년이고, 아리사가 아는 우리는 아리사처럼 1학년이니까 괜히 신경쓰면 더 어색해지니까~ 응? 그러니까 편하게 말해줘~"

"으... 그, 그래도......"

"자, 자, 카스미, 아리사가 불편해하잖아? 이제 그만해."


사-야가 나를 말렸고, 리미링과 오타에도 사-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야마짱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던가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여린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이쪽의 아리사는... 어쩐지 색다른 느낌의 귀여움이 있어서 이쪽대로 좋았는데.


"아! 그리고보니 아리사는 그쪽의 나를 야마짱이라고 부르는 거지? 혹시 그렇게 부르게 된 계기라도 있어?"

"그게... 토'야마' 카스미니까... 이름으로 부르기도 부끄럽고 해서 그랬던 건데... 혹시 마음에 안 드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야마짱도 분명 싫어했을 것 같은데..."


또 우울한 분위기로 가라앉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앗! 그, 그렇지 않아! 아리사가 정해준 호칭인걸! 어떻게 부르는 지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것보다 아리사가 불러준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야마짱도, 그렇게 생각해줄까요...?"

"야마짱은 그쪽의 나잖아? 성격이 다르지 않다면 분명히 좋아할 거야! 분명 아리사를 진~짜 좋아할 거라구!"


내 말에 마음이 놓인 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도 아리사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저, 지금 야마짱이 보고 싶어요... 한참동안 얘기도 못해봐서... 그래서..."


이쪽의 아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아주고 싶었기에 꼬옥 안아주고 말했다.


"그럼, 아리사의 세계로 돌아가면 반드시 말을 걸어줘. 그쪽의 내가 나와 비슷하다면, 분명 아리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친구였던 것도, 벌써 오래 전인데 괜찮을까요...?"

"으음... 어렸을 때 사진 있어?"

"네? 아, 네..."


내 품에서 나온 아리사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몇 번인가 화면을 터치했다. 그리고 내게 보여준 건,


해맑게 웃는 어린 시절의 아리사.


"꺄악!! 귀여워!!!"


진짜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요정같아!


아니, 이 정도면 요정도 아니야!


완전 천사, 아니, 여신이라구!


이런 아리사를 못 봤다니, 인생 절반 손해봤어!!


"아리사, 나 이 사진 보내주라! 응? 다른 사람 안 보여줄게, 응? 응~? 부탁이야!"

"ㄴ, 네... 그, 보내드릴 테니까 조금..."


아, 진정하자! 진정해야지! 이래서는 친구 사귀기 선배(?)로서의 신뢰성이구 뭐구 다 없어져버려!


"으, 으흠! 그, 그게, 그러니까... 지금도 엄청 귀엽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랑 고등학생인 지금이라면 처음 봤을 때는 못 알아볼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름을 먼저 말해줘! 그렇게 하면,"

"야마짱은... 친구를 잊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괜찮겠죠?"

"응! 그거야!"


내 체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억해줘! 그쪽의 나!


"돌아갈 때까지는, 내가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부족하게나마 야마짱을 대신해주고 싶어! 내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토야마 씨, 아니... 야마짱은... 그냥 야마짱 마음대로 행동해주면 돼. 야마짱은, 우리 야마짱이랑 엄청 똑같으니까..."

"아리사..."


이제 반말로 해주는 거야?


"정말 좋아해!"

"우와!? 야, 야마짱!?"


화들짝 놀라기는 했지만, 아리사도 좋은 건지 내게 양팔을 둘러줬다.


"나도, 나도 엄청 좋아해! 야마짱!"

"엣!?"


자, 잠깐만! 그렇게 훅 들어와버리면...!


급히 아리사를 밀어냈다. 그리고 급하게 손을 올려 뜨거워진 얼굴을 식혔다.


...솔직히 식혔다기보다는 가렸다는 쪽이 맞겠지만.


"야, 야마짱... 괜찮아?"

"으, 으응! 무, 물론 괜찮..."


손을 조금 치우니, 다시 아리사의 얼굴이 보인다.


펑.


머릿속이 다시 터지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으윽! 역시 무리야! 이렇게나 솔직하게 말해주는 아리사라니! 나한테는 아직 무리라구!"


평소에 봐온 모습 때문인지, 아리사가 이렇게 솔직하게 달려드는 것에 아예 내성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분명 내가 아는 아리사와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런 아리사도 너무 좋아서, 어떻게 대해주는 게 맞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카스미, 아리사 두고 아리사랑 바람핀다."

"아하하, 그러게, 이건 바람인데? 평행세계의 아리사랑."

"흐에? 이쪽도 일단 아리사짱인데도 바람을 핀 게 되는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구! 난 일편단심 아리사... 아, 어? 어어!?"


여기 있는 아리사도 아리사인데? 어? 어라!?


우와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야! 엄청 어지러워...!!


"흐아아아......"


안 그래도 뜨거워졌던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건지, 그대로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들어? 야마짱?"

"응? 으응..."


여기는... 보건실...?


"선생님은 지금 식사시간이셔서 안 계신데... 그래도 좀 누워서 쉬게 해주려고 들어왔어."

"아, 고마워. 아리사."

"저기, 야마짱."

"응?"

"나, 이쪽의 야마짱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이쪽의 야마짱은 어땠는지 알려주지 않을래?"


나도... 그쪽의 아리사를 알고 싶었는데.


"그럼, 우리 서로의 얘기를 해주자!! 나도 아리사가 궁금했거든!"

"응, 좋아!"


나는 먼저, 이쪽에서 내가 아리사를 만난 얘기를 해주었다. 처음에는 별을 쫓다가, 우연히 아리사를 만나 계속 반짝거림과 두근거림을 찾는 마음에 이끌려서 달리며, 리미링도, 오타에도, 사-야도, 함께 포피파가 된 이야기를.


"포피...파...?"

"아, poppin'party라는 밴드를 하고 있거든! 여기, 사진 있어!"


내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자, 아리사는 눈을 빛내며 바라봤다.


"야마짱, 기타 치는 거야!? 멋져! 정말 대단해! 노래도 하는 거지? 듣고 싶어!"

"여기서 불러줄 수는 없고... MP3 파일이라도 보내줄까?"

"응? 그럴 수 있어!? 정말 고마워!!"

"그럼 나는 내 사진이랑 노래 보내줄 테니까, 아리사는 어렸을 때 사진들 보내주라! 어렸을 때 아리사 사진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에... 그, 그건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와 이쪽의 내가 돌아간다면 그 부끄러움은 이쪽의 내 몫이니까 괜찮겠지...?"

"응! 괜찮아! 비밀로 할게!"

"그럼, 보낼게...?"

"응! 나도!"


서로 파일을 보낸 뒤, 아리사가 말했다.


"야마짱의 라이브, 보고 싶다."

"그럼 애들한테 얘기해볼게! 아리사를 위한 특별 라이브! 아리사가 연주하지 않더라도 관람할 수 있도록 아리사의 연주 파일을 찾아볼 테니까, 조금 기다려주면 할 수 있을 거야!"

"진짜? 진짜 그럴 수 있어?"

"물론이지! 아리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구!"


내 말에 아리사는 기뻐하는 표정으로 안겨들었다.


"야마짱, 진짜 좋아해!"


으아악! 아리사와는 너무 다르지만 그런데도 아리사라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이 정도면 두근두근이 아니라 콰광콰광이라구!!


"아, 아ㄹ, 아리, 아리사아아......"

"앗, 야, 야마짱!?"


아리사는 급히 떨어졌지만, 이미 나는 정신을 반쯤 잃은 상태였다.


"흐와아아아아......"


반쯤 남은 정신도, '나, 이렇게나 솔직한 아리사한테 약했나?'라거나 '내가 달려들면 아리사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으으, 앞으로는 아리사한테 달려들었다가 내가 먼저 기절해버릴 것 같아...' 등등 아리사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야마짱... 괜찮아...?"

"괜찬흐아아아아으으...... 안 괜챠나아아......"


역시 아직 무리야! 한 번에 허들이 너무 높아졌다구!!


"으으... 미안... 그래도 이렇게 적극적인 아리사는 처음이라서......"

"앗, 그런가? 그리고보니 이쪽의 나는 어렸을 때 야마짱이랑 못 만나기도 했고, 그럼 성격도 꽤 다르겠지...?"

"보여주는 모습은 꽤 달라! 츤데레라고 하면 알지?"

"에... 츤데레인가...?"

"아직 솔직하지 못하고 부끄럼도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짜, 진~짜 귀엽다구~?"

"여기 야마짱은 그런 나를 더 좋아하는구나..."

"으, 응...?"


조금 가리앉은 목소리에 내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아리사는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그, 그래두 우리쪽 야마짱은 ㄴ, 나를 더 좋아할 거라구!"


귀여워. 물론 아리사도 귀엽지만, 조금 달라. 나이가 어려서인지 성격 차이 때문인지 여동생같아. 아, 물론 아짱이랑은 좀 다르지만.


"에헤헤... 그렇겠지? 아! 그리고보니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난 건지 듣고 싶어!"

"흥! 안 해줄 거야!"

"해주라~ 응? 아리사아~"

"으으... 아, 알았어, 얘기해줄게."

"야호!"


아리사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12년 전이었어.


내가 야마짱을 만난 날은, 웬일로 내가 유성당에서 놀이터까지 나온 날이었지.


'안녕!'


조용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야마짱은 다가와서 나한테 말을 걸어줬어.


'으, 으응, 아, 안녕......'

'넌 이름이 뭐야? 난 토야마 카스미라고 해!'

'이, 이치가야... 아리사.'

'헤에~ 이치가야, 아리사... 아짱이라고 하면 아짱이랑 겹쳐버리고... 그래, 아리짱으로 하자! 아리짱! 우리 같이 놀지 않을래?'

'에... 그, 그래도 돼...?'

'물론이지! 나도 하짱도 새 친구가 늘어나면 좋으니까! 그러니까 아리짱도 좋아해주면 좋겠어!'

'나... 나도... 좋아...'


그렇게 얘기를 하고는 야마짱을 따라가보니, 당시로선 이름을 알 수 없는 주황색 머리카락의 여자아이가 있었지.


'카스미짱, 그 애를 데리고 온 거야?'

'응! 아리짱이야! 하짱도 자기소개!'

'하구미는 키타자와 하구미야!'

'이, 이치가야... 아리사라고 해... 어... 어떻게 불러야 할까...?'

'으음~ 글쎄? 부르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구미도 카스미짱도 그러고 있으니까, 아리사짱도 그러면 될 것 같아!'

'아리짱~ 편하게 불러주면 돼!'


그 말에 그때의 나는 한참 고민했어. 이름으로 부르기는 아직 거리감도 있던 때에 너무 부끄럽기까지 했고, 그냥 성씨로 부르기에는 친구같지 않은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야마짱의 방식을 조금 빌려서, 토야마에서 야마를 떼서 야마짱, 키타자와에서 키타를 떼서 키타짱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아리짱은 나를 야마짱이라고 부르는 거지? 좋아! 기억해둘 거야!'

'하구미도 기억할 거야! 아리사짱도 우리가 어떻게 부르는지 기억해줄 거지?'

'으, 응!'


그리고 그때부터, 둘은 여전히 친구로서 같이 놀았고, 나도 나갈 수 있을 때면 나가서 놀곤 했어.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처음 갔을 때는 야마짱과 같은 반이라는 게 너무 기뻐서 소리까지 지르기도 했지.


그랬던 얘기도... 이젠 그리운 추억이네..."


자신의 얘기를 마친 아리사는 추억을 돌아보는듯 생각에 잠기더니, 조금씩 그 표정이 울상으로 바뀌었다.


"그 추억은... 결국 끊겨버렸어...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가면서 이 동네를 떠나서... 그래서 그때부터는... 얘기해보지도 못했어... 고등학교 때 이 동네로 돌아오게 돼서 정말 기뻤는데... 그래도 왠지 다시 다가가기에는 야마짱의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내 자리가 없을 것만 같아서, 다가갈 자신도 사라져서, 그래서 나는......"

"아리사, 아니, 아리짱."


이렇게 불러주면 내 말을 좀 더 믿어줄까, 나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해줄까, 내 말을 '그 야마짱'의 말처럼 받아들여줄까,라는 생각에, 나는 아리사를 아리짱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리짱, 내 주변은 넓어. 엄청. 그러니까 아리짱의 자리도 분명히 있어. 그것도 무척 넓고 나랑 가까운 자리로. 알았지? 그러니까 돌아가게 된다면 어서 진심을 말해줘. 아리짱은, 반드시 할 수 있으니까."

"야마짱... 흐으... 역시 사랑해!!"

"흐아아으으으......"


정신이 한순간 날아갈 뻔했다.


역시 츤데레 아리사에 익숙해진 나한테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리사는 너무 대미지가 크다구!!


"아, 아리짜아아앙..."


겨, 겨우 이성을 붙잡고 아리사를 불렀다. 아리사는 새빨개진 내 얼굴을 보더니, 당황하며 물러났다.


"응? 아! 미, 미안해, 야마짱!!"


큰일이야. 그쪽의 나, 힘내. 그쪽 아리사는 되게 솔직하고 적극적이니까.


"으으... 역시 조금 충격이... 으으..."


심장이 쿵쿵 뛰어대서, 고동소리가 귀에도 들려오는 것만 같아... 으으, 앞으로는 아리사가 솔직하게 달려들어온다면 내가 못 이길 것 같아...


"나쪽의 야마짱도... 내가 이러면 엄청 당황할까...?"

"글쎄... 나, 나만큼은 아니라도 꽤 당황하기는 할 것 같은데에......"

"으음... 그렇구나..."

"그, 그래도 분명 기뻐할 거야! 아리짱을 분명 보고 싶어할 테니까!"

"...그럴까."

"응!"


나는 힘차게 대답해줬지만, 아리사는 여전히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말이야, 아리사를 엄청 좋아해."

"그렇구나..."

"아리사도, 솔직하게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은 나 엄청 좋아한다?"


...이 부분은 내 착각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도 야마짱을 엄청 좋아한다구!!"

"맞아. 분명, 아리짱과 야마짱도, 분명 서로를 엄청 좋아하게 될 거야. 둘은 친구였던 적이 있으니까, 우리보다 훨씬 빠를지도 모르지."

"그럴...까...?"

"있지, 아리짱. 우리 내기할래?"

"내기?"


꺄! 고개 갸웃하는 아리짱 귀여워! 아리사가 하는 걸 보는 느낌이야!


앗, 이게 아니지!


"그, 그러니까, 나는 아리사가 돌아오면 좋아한다고 최대한 밀어붙일 거야. 그리고 아리짱은 돌아가면 야마짱이랑 관계를 다시 쌓는 거지. 그렇게 해서 누가 더 빨리 깊은 관계가 되는지 내기하는 거야!"


저쪽은 이 내기를 우리보다 1년 더 일찍 시작하니까 이길 자신은 없지만 꼭 이기기 위한 내기도 아니니까, 아리짱이 진심을 부딪혀볼 계기를 얻어준다면 그걸로 좋겠지.


"...응, 좋아!"


그 때, 종소리가 들렸다.


"아, 지금 몇 시지?"

"응? 아, 6교시 시작..."

"으아아! 늦었다!! 뛰자!"

"자, 잠깐만... 야마짜..."


내가 손을 붙잡자, 아리짱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내 손을 꼬옥 잡아버려서 오히려 내가 당황해버릴 정도였다.


야마짱, 걱정되면서도... 조금 부럽네.


물론 나는 우리 아리사가 최고지만! 그래도 우리 아리사를 못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분명 반했겠지.


지금까지의 아리짱에 대한 호감이 아리사에 대한 마음 덕분이었다는 걸 생각해내니, 아리사가 보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 생각을 하기에는 아리짱한테 미안해져서, 조금 미루기로 했다.


슬픈 생각은, 혼자 있을 때 하면 충분하니까.




교실에 도착해서는 늦었다고 혼나버렸다...


그래도 미사키짱이 아까 내가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를 해줘서 어찌어찌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혼나버렸어어... 우우...


아리짱은 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 졸리다며 잠들었다. 그쪽에서는 익숙한 일인 걸까.


어쩌면 포피파를 만나기 전의 아리사도 그랬을까...?


아리사도 비슷했을 것 같으면서도, 수업은 왠지 착실히 들었을 것같기도 하고...


아리사는 어쩐지 학교 자체를 안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도 들고,


아리사는...


아리사... 보고 싶어.


아리사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져버렸다.


울면 안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차오르는 눈물을 다시 꾹꾹 눌러담았다.


하지만 아리사가 보고 싶다는 마음은... 도저히 누를 수 없는걸...


아리짱은 분명 아리사와 똑같이 생겼지만, 다른 세계의 아리사였지만, 그래도 분명 아리사와는 달라서, 그래서 나는... 나는...


아리사가 너무... 보고 싶어...


만약 아리사를 바꿀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면, 내가 아는, 보고 싶어하는 지금의 아리사는 지금과 달랐을까?


하지만 그런 일이 없어서, 지금의 아리사와 나로 있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운명인 건 아닐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무수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그 모든 생각은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했다.


아리사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넘치는 감정은, 눈물만큼도 억누를 수가 없어서, '그래도 금방 만날 수 있겠지'같은 작은 위로로 아주 조금 진정시키는 데에만 모든 수업 시간이 지나버렸다.


"으음..."


수업 시간이 끝나고, 일어나려는 듯한 목소리에 얼른 웃는 얼굴을 지어내, 말했다.


"아리짱, 잘 잤어?"

"어어......"


왠지 아까까지 들었던 목소리와 비교하면 조금 툴툴거리는 듯한, 조금 과장해서 뭔가 세상 만사에 불평이 있기라도 한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어라...? 혹시...


"나 왔다, 카스미."


나를 부르는 호칭에, 확신을 얻었다.


내 앞의 아리사는, 아리사라고.


"아리사아..."


'보고 싶었어'라는 말보다도, 몸이 먼저 아리사에게 달려들었다.


"카, 카스미... 떨어지라고..."


이 반응이 그리웠어... 부끄러운 듯 떨어지라는 목소리도, 조금 빨개진 얼굴도, 전부, 전부 그리웠어...


"보고 싶었어... 아리사."










- BanG! Parallel, Prolog(2). If, '너를 바꿀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면














평행도리 프롤로그 2탄!

점점 프롤로그 소재를 다 쓰니 이젠 더 소재를 짜야한다는 압박이... 으으...


오늘도 나는 글을 잘 못 쓰지. 그건 언제나 미안하게 생각 중이지만 말로 하기 힘들어. 미안.


[홍보]토야마 카스미 갤러리에서 카스미 대회가 진행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다른 분께서 여신 대회고, 다른 분들께서 참가하실 대회고, 다른 분들께서 수상하실 대회지만, 백갤의 금손분들이 그 중 한 분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기보다는 더 많은 창작을 쪄주시)면 좋겠어요!


저 괄호 사이가 내 진심이지만 괄호를 싫어하시면 저 괄호 속은 읽지 말아줘!

여기 타 갤러리 대회 홍보하면 짤리냥...? 혹시 짤린다면 알려줘... 홍보없이 올릴게...

'꿈꾸자, 우리가 바라던 것들을'로 끝나는 글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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