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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왕이 된 투사와 마녀가 된 마술사의 애증관계

늒네그자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11 01:49:28
조회 1231 추천 3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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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고싶다


처음에는 그냥 고대 서고에서 스크롤 한뭉텅이을 찾아와달라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엔 둘이 함께 던전 입구를 지키던 고대 골렘에 맞서면서 전사가 탱킹하는 사이에 마술사가 작동정지 주문을 외워 무력화시키거나 마술사라면 무조건 잡아죽이려 드는 광신도들에게 마술사가 걸려 산채로 화형당하게 되자 저건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며 분개한 전사 덕에 탈출하는 등 점점 인연이 쌓여간거지


온 세상을 방랑하고 다니며 일족의 원수인 마녀를 죽일 힘을 기르던 투사는 자신의 업적과 사가를 기록해주고 글로 쓰인 공용어를 읽어줄 유식한 조력자가 필요했고 점점 마술이 희미해져가는 세상의 마지막 마술사는 형언할 수조차 없는 권능이 담긴 고대 유물을 찾아내서 다시 한번 어두운 밤하늘이 순수한 마술적인 힘의 조류로 빛나게 만들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유용함을 알아보고 어느순간부터 함께 다니기 시작하겠지


얼음 비늘을 두른 거대한 린드웜의 머리통을 마법이 실린 망치가 박살낸 다음에 그놈의 보물창고에서 용사는 전사 부족들을 소집할 권위가 담긴 고대의 깃발을 되찾고 마녀는 아주 특이한 종류의 연금술 소재와 고대 유물의 조각을 챙기는 식으로 둘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고 서로의 등뒤를 맡긴채로 함께 싸우다보니까 나중에는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서 서로 말로는 나약한 동부 책벌레니 미련 곰퉁이같은 하이랜드 야만족년이니 놀리면서도 야영할때 오들오들 떨며 한 침낭 안에서 꼭 껴안은채로 잔다거나 하는거야


어느새 온갖 괴물들과 사악한 마술사들과 전사의 규율을 따르지 않는 야만인들의 머리통으로 피라미드를 쌓을만큼 노련해진 전사는 그동안의 모험 끝에 수많은 보물창고에서 털어온 값비싼 보물들과 명성에 이끌리거나 결투에서 추장을 굴복시키고 복속시킨 엄청난 수의 부하 전사들, 그리고 용과 트롤의 피를 머금고 전설이 된 무구를 걸친 투사왕이 되었고 마술사 또한 손짓 한번만으로 얼음을 불태우고 세상의 끝 너머에서 운석을 불러와 적들의 머리 위에 떨어뜨릴 수 있는, 옛 노래 속의 신들이 지상을 거닐었을 적에나 존재했었던 수준의 거물이 됐겠지


전사가 죽여야 하는 마녀는 신들이 직접 빚어냈다는 고탑 안에 도사리고 있었는데, 마침 마술사가 찾아헤메던 유물장치의 마지막 부분이자 제일 중요한 부품이 탑 그 자체라서 둘은 마지막이자 가장 위험할 전투를 앞두고 서로의 방어구를 점검해주고 무기엔 축복을 걸어주며 마지막까지 함께하자고, 그년을 죽이고 우리가 이긴다면 함께 웃으며 탑을 내려오는거라고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적의 앳된 애송이들처럼 웃다가 레섹도 하고 그러겠지


해가 뜨기 직전의 칠흑같은 새벽에 입구 없는 탑의 벽을 태곳적의 주문으로 가르고 침입한 두 용사가 꼭대기층의 마녀가 날려대는 지글거리는 저주를 퉁겨내고 마녀가 빚어낸 괴물들을 베어가면서 계단을 올라 최후의 결전에 돌입해서 끝내 인간의 탈바구니마저 벗어던진 마녀를 베어넘긴 그 순간 마술사가 사랑하는 연인인 전사에게조차 숨겨왔던 비밀스러운 목적, 마술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모아온 유물들을 조립해 하나의 열쇠로 만드는거야




그런데 한평생동안 미친 마녀의 탑에서 기어나온 추악한 괴물들이 가축을 잡아먹고 혈족을 도륙하는걸 봐왔던, 빌어먹을 용이나 좆같은 트롤 새끼가 아닌 인간의 세상을 원했던 전사가 피투성이가 된 몸을 돌려 마술사에게 망치를 겨누고는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고지 부족들을 요술의 노예로 만들려고 지금까지 싸워왔던 줄 아는 거냐, 이 천 번 벼락맞을 탑은 당장 무너뜨려서 그 부정한 힘을 영원히 흩어버려야 한다고 외치는 거지


얼이 나간 마술사가 너 날 못믿는 거냐, 적절한 통제 하에 놓인 마법의 바람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어주는지 너도 이해하지 않느냐, 내가 설마 방금 뒈진 배불뚝이 마녀년처럼 힘 좀 빨아들였다고 해서 미쳐 날뛸 년으로 보이느냐며 우린 마술 없이는 살수 없다고 설득하는 거지


정작 전사는 저런 사악한 탑의 힘을 마술사가 빨아들였다간 크게 다치거나 변해버릴까봐, 마술사는 이 막대한 힘과 지식을 이용해서 전사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려는 의도인데 끝내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져버려서 둘이 엎치락뒷치락하다 잘못 내지른 전사의 주먹이 탑의 제어반을 박살내버리는거야


마력 그 자체가 파지직대는 스파크를 튀겨대며 아직 살아있던 마녀의 피조물들을 튀겨 죽이고 탑의 벽과 나선형 계단이 흐물흐물해져서 녹아내리려고 들자 전사는 이렇게 된거 이 망할 곳에서 벗어나버리자며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마술사에게 손을 뻗었는데 극도로 분노한 마술사는 그 손을 쳐내고는 네가 망쳐버린 우리 모두의 미래를 되돌려놓으려면 내 모든 신경과 마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꺼질 거면 네년만 꺼지라며 유물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거


그렇게 전사 혼자서 스스로 무너져내리던 탑에서 탈출해 마술사는 저 안에서 마녀년과 싸우다 명예롭게 죽었다고 난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고는 그 잔해를 흙으로 메꿔 고분무덤으로 만들어버리고는 전사민족의 왕이 되어 통치하는거지


황무지를 비옥한 경작지로 만들고 마술의 힘이 더욱 약해지자 세를 잃은 괴물들을 어둠 속으로 몰아내 사람이 살 마을을 만들면서 왕의 일 때문에 매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전사는 저 흙 속에 탑의 잔해와 함께 묻혀있을 마술사를 그때 조금이라도 더 설득해 봤어야 했나, 아니야 난 옳은 일은 한 거야 이러면서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보겠지




그런데 여왕의 통치가 계속되던 어느 날부터인가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옛 마녀의 탑이 서있었던 고분 근처에서 아주 추악하고 사람에게 적대적인, 그러나 그 낯짝만큼은 이상하게 여왕을 닮은 커다란 괴물들이 돌아다닌다는 거야


보고를 듣자마자 기겁을 한 전사이자 왕은 당장 최정예 기수들과 함께 그 저주받을 땅으로 달려가 온 땅을 샅샅이 뒤져 그 역겨운 괴물들을 박멸하겠지. 괴물들은 분명 강력했지만 용도 망치 한자루만으로 때려잡는 인간흉기인 왕이 상대라 맥을 못추고 전멸당해 그 시체는 불태워졌어


그런데 이상하지. 땅 속에서 굴을 파서 기어나온 괴물들을 죽이고 또 죽일 때마다 다음 놈들은 크기는 점점 더 줄어들지만 더 교활하고 더 날렵하고 더 강력해져서 기어나오는 거야


기껏해봐야 뭉툭한 앞발 끝에서 돋아난 독침이나 해파리같은 촉수나 휘두르며 생각 없이 무조건 돌진하던 놈들이 어느새 나름대로 만들어낸 망치를 휘두르며 제법 전략과 전술을 쓰기 시작하니까 왕이 있는 쪽의 전열은 버텨도 일반 병사들은 맥없이 죽어나가기 일수인 거지


게다가 그 얼굴, 머리통에 들러붙은 그 얼굴이 점점 더 왕의 얼굴을 닮아가고 꾸르륵대는 괴성만 질러대던 입에선 싸움, 밥, 엄마 같은 단편적이지만 사람이 쓰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거야


왕국의 여론이 왕께서 부덕하셔서 이런 변고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 어서 망치를 드시고 저 고분 아래로 내려가 놈들의 지하 왕국을 부숴야 한다고 들끓자 왕도 생각해둔 게 있어서 왕년의 갑주와 손에 익은 망치를 들고 왕국의 군대를 소집해 친구의 무덤으로 향하겠지


들어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파여있는 입구로 전군이 들어갔지만 외형만큼은 거의 왕에 근접할 정도로 완성된 괴물들에게 사망자가 속출하고, 또 진입로가 갈수록 좁아지는 통에 나중엔 정예들만 남기고 일반 병력들은 전부 돌려보냈는데도 뒤집힌 탑의 뒤집힌 입구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단 한 사람이 지나갈수 있을법한 통로, 용의 두개골을 깎아만든 투구와 고대 제국의 갑옷을 입은 전사만을 들여보내기 위해 세심하게 뚫린 입구만 나있는거야


들어올때부터 직감했지만 여기서부터는 이제 외로운 싸움이 될 거라는걸 직감한 전사가 최측근 가신들까지 돌려보내고 뒤집힌 계단에 발을 들여놓자 예상했던 대로 살점으로 이루어진 문이 닫히더니 내부의 조명들이 빛을 발하며 뒤틀린 탑의 내부를 밝혀주는거야


마지막으로 들어왔을때 봤던 돌벽은 이제 살아있는 짐승의 속살처럼 불거져나온 핏줄과 박동에 맞춰 꿈틀대는 살덩이로 바뀌어있고, 끝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깊은 구덩이 벽면에는 농포같은 주머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데 그 안에는 아랫쪽으로 내려갈수록 전사와 더욱 유사하게 생긴 알몸의 괴물들이 깨어날 때만을 기다리며 눈을 감고 있는거야


그때 마술사와 함께 그 벼락맞을 마녀년을 죽였다고 생각했건만 멀쩡하게 살아남은 그 흉물이 감히 날 조롱하려고 내 형상을 본따 이런 괴물들을 빚어냈다고 생각하자 새삼스럽게 분기탱천한 전사는 수백 괴물들의 피를 빨아들였던 망치를 꺼내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겠지. 이렇게 혼자 싸우는게 아니라 예전처럼 마술사와 함께 싸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내심 아쉬워하면서 말이야


자신의 갑옷과 똑같이 생긴 갑각 피부를 걸치고 자신의 망치와 똑같이 생긴 키틴질 모조품 망치를 휘두르며 모두가 같은 목소리로 엄마, 엄마, 엄마 라고 합창하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한 끔찍한 괴물들의 무리를 척척 때려죽여가면서 자신도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결국 뒤집힌 탑의 최하층, 점액과 담즙에 뒤덮힌 지옥같은 곳에 도착한 전사는 차라리 중간쯤에서 놈들의 망치에 맞아죽었으면 싶어질 거야


그 아래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가마솥 속의 뭔가를 휘저어대며 살점을 헤집어대고 있던 건 그간의 세월로부터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은, 오히려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솜털이 보송보송했던 모습의 마술사였거든


다시 무기를 들 힘도 남아있지 않은 전사는 무거운 망치를 떨어뜨리고 계단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텁텁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데 피식 웃은 마술사는 초록색 영양액이 뚝뚝 떨어지는 국자로 전사를 가리키며 넌 내가 바지랑 타바드가 더러워지니까 계단에 앉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는데도 꼭 멀쩡한 의자 냅두고 계단에 앉는다며 놀려먹겠지


대체 왜냐고, 왜 네가 가장 혐오했던 마술에 중독된 쓰레기로 타락해버린 거냐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전사의 입을 검지손가락으로 쉿 틀어막고는 바들바들 떠는 전사를 꼬옥 안아주면서 이 탑이 무너져내리고 네가 날 버리고 간 날부터 내 꿈은 다시는 실현될 수 없게 되어버렸는데도 너와는 함께하고 싶었다고,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만들고 만들고 만들어내도 완벽한 너는 만들어낼 수가 없어서 불완전한 것들은 탑 밖으로 쫒아내버렸는데 그 애들을 쫒아 네가 내게로 찾아온 걸 보면 헛수고는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너무나도 발랄하게 조잘거리는 마술사


그런 마술사가 무릎꿇은 전사를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더니 갸우뚱거리면서 그런데 너는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고, 그때에 비해 못보던 상처도 생겼으니 그건 덮어 버리고, 근육도 조금 불었으니 살짝만 잘라내고, 군살 불어난 건 흡입촉수로 뽑아내면 되고, 아마 머릿속의 지식도 좀 늘어났을 텐데 조금만 빨아들이면 될 테고...라고 견적을 내면서 수술용 촉수들을 꺼내며 저 밖의 멍청이들을 잡아다가 살을 만지작대고 뼈를 재배열하는 기술은 충분히 연습해뒀으니까 조금만 있으면 다시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해주면서 예리한 뼈칼을 꺼내들고는















마녀년이 종알거리던 사이에 몰래 숨을 돌린 전사가 휘두른 망치 풀스윙을 맞고 저만치 날아갈 것이다


가짜 눈물을 슥 닦아낸 전사이자 왕은 역시 이 탑을 무너뜨리기로 했던 결정이 옳았다고, 십수년 동안이나 내가 잘못 판단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고통받았는데 이제야 확신이 든다면서 쐐기를 박아버리는거지


움푹 들어간 머리통에서 순식간에 새살이 돋아난 마녀는 고통도 모르고 깔깔 웃으면서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빈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 역시 너답다고,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면서 자신의 아이들, 전사의 모조품들을 일제히 깨워 엄마 오셨으니 맞이해드리라며 보낼 거야


두려움도 모르고 엄마, 엄마, 엄마 라고 외쳐대면서 달려드는 자기 자신들을 망치로 찍어넘기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괴물을 해치우기 위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지친 전사와 지금 이 순간에 전사와 함께 등을 맞대고 전사의 무기에 축복을 불어넣으면서 함께 괴물들을 해치우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공상에 잠기는 마술사가 보고싶다


누가 이기는게 더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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