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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사는 오늘따라 양아치 같네 ㅡ 4모바일에서 작성

무뢰배빌런(117.111) 2019.07.13 14:44:26
조회 1389 추천 48 댓글 10
														

그 아이의 이름은 모카라고 했다. 모카는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는 내게 말했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도, 의외로 화해하는 방법은 하나더라구요."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다듬어야 했다. 집에 도착하여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하며 자리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뒤척였다. 그 여자애가 한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정말 그런 이유였을까? 유키나는 정말 그런 이유 때문에 내게 심한 말을 한걸까? 그 난리를 피우고 다시 라이브 하우스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밤잠을 설칫듯 말듯하며 새벽이 되니 졸음이 몰려왔다. 내일 생각하자, 모든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스마트 폰은 다시 내 원래 기종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귀신 같은 조화라도 부린 양, 창고에 쳐박아뒀던 베이스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눈 앞에 놓여 있었다. 마치 내게 이야기해보라는 듯이, 유키나와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란 듯이 그렇게 놓여 있었다.

휴대폰에는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유키나의 문자였다.

ㅡ 어제 이야기로 할 말이 있어. 오늘은 제대로 말할테니까 꼭 라이브 하우스에 와줬으면 해.

이게 대체 무슨 마법일까. 이상했던 어제만큼 생경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쩌면 이상했던 그 하루는 멀어진 유키나와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라는 하늘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라이브 하우스에 가보자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해도 유키나의 베이시스트는 나 뿐이니까. 유키나는 내가 없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역시 유키나 없는 생활은 좀 심심했으니까.



정말 양아치 취급을 지독하게도 받아온 하루가 끝났다. 정말로 끝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핸드폰도 내 핸드폰 그대로고, 방도 내 방 그대로였다. 책상 앞에 잘 다듬어서 놔뒀던 베이스가 사라져서 또 철렁했지만, 전화해 보니 라이브 하우스에 잘 있다고 했다.

혹시나 싶어 문 밖을 내다봤는 데 그 무서운 애들이 온 기색은 없었다. 겨우 안심하고 학교에 등교했다. 그런데 애들이 날 보는 시선이 이상했다. 옆자리 애한테 인사했더니, 어제까지 잘 받아주던 애가 슬금슬금 날 피하고, 카오루는 대뜸 내게

"괜찮아?"

라고 물어보기 까지 했다. 뭐가 괜찮다는 거지? 일단 고개는 끄덕이긴 했는 데, 어제 카오루 얘는 나한테 아예 말도 안걸었었다. 뭘까. 몰카에 대한 죄책감일까. 히나는 여전히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트에 뭔가 적고 있었다. 목을 보니 누가 손톱으로 긁은 것마냥 살짝 상처가 나있었다.

"히나? 상처는 괜찮아?"

내가 히나에게 다가가자 애들이 슬쩍 물러서며 수군거렸다. 대체 뭘까. 이 상황. 어제랑 다른 게 없는 듯 있는 듯 잘 모르겠는 데. 히나는 날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리사찌는 어때? 안다쳤어?"

"응? 뭐, 나야 멀쩡하지?"

애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게 무지 신경쓰였다. 괴짜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카오루는 그래도 화해해서 다행이라는 둥 오늘도 이해못할 소리를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옆자리 애가 갑자기 킁킁 거리며 내 냄새를 맡았다.

"오늘은.. 안나네?"

"응? 뭐가?"

"이제, 그런 짓 하면 안돼? 다들 리사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화장실 갔다온 것만으로 걱정한다니 뭘 걱정한다는 걸까. 거기다 냄새는 왜 맡는거지? 나 화장실 갔다오면 냄새가 배는 타입인가? 여러모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어제는 다들 날 무서워하더니 오늘은 다들 날 무슨 유리병 쳐다보듯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뭘까. 도대체 뭘까.

무지 신경쓰였지만 일단 수업도 끝났으니 바로 연습하러 가기로 했다. 가방 챙기던 차에 히나가 갑자기 날 불렀다.

"리사찌!"

"왜그래?"

"오늘 연습은 쉴거고 이따가 단합회 한다고 여기로 오래. 나한테 그렇게 전해달랬어."

히나 손에 구글 뷰 지도가 보였다. 어딘가 조니 내가 아는 공원이었다. 그나저나 시간이 밤중인데 여기서 바베큐 파티라도 하려나. 결국 애들 몇명 불러서 밤까지 공원 근처 카페에가서 노닥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약속 시간이 다되어가서 얼핏 공원을 보니 공원 가로등이 완정히 꺼져버린 곳이 있었다. 약속 장소였다.

아직 조금 애매하게 남은 시간이었지만 무서워서 안에는.못들어가고, 입구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참이었다. 누군가 아마이 씨다! 라고 외치는 게 들렸다. 어째서인지 주변 가로등이 전부 꺼져 있어서 이 주변만 보이는 게 없었다.
안 쪽에서 무언가 웅성대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귀신인가 싶어 슬슬 물러나려는 참에 번쩍, 하고 스포트라이트가 솟아올랐다. 유키나가 형형색색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고하게 마이크를 들고 서있었다.

"엉?"

바보같은 소리가 절로나왔다. 순차적으로 또다른 불빛이 켜졌다. 아코가 괴상한 포즈를 취하며 드럼에 기댄 채 조명을 한 껏 받고 있었다.

"뭐야? 대체 뭐야?"

린코가 부끄러운 기색을 잔뜩 띠며 조명 아래에 나타났다.

"뭔데? 뭐냐니까?"

마지막으로 사요가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 나타났다. 유키나가 천천히 눈을 뜨고 날 바라봤다.

"유키나?"

"리사."

유키나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른 로젤리아 멤버들이 일제히 연주 준비를 한 채 숨을 죽였다.

"내 노래를 들어!"

빠아바아밤! 하는 웅장한 일렉비트를 시작으로 유키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진짜 잘부른단 생각에 일단 즐기기로 마음먹은 나였지만, 이윽고 터지는 폭죽과 하늘로 치솟아오른 현수막

-돌아와줘 리사!

를 보고나니 즐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뭐야? 이게 대체 뭐냐구!!"

내 절규는 무시한 채 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진지하게 노래부르는 로젤리아는 뭐랄까. 나름 멋있었다.



.
.
.

그렇게 로젤리아 역사에 남을 스케일의 공연이 끝나고, 나는 돌아와줘서 다행이에요 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치는 사요와. 엉엉우는 린코, 그리고 날 껴안은 채 미안해. 라고 속삭이는 유키나 사이에서 멍하니 있다가 그냥 고민하는.걸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렴 어떤가. 날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고 좋은 일이다. 어쩌면 어제의 이상한 하루는 내가 그걸 잊지말고 항상 고마워하길 바라는 하늘의 장난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늘에서 별똥별이 궤적을 그리며 떨어졌다. 난 그 속에서 로젤리아와 함께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끝났습니다. 양아치 세계간 리사는 쓸까 말까 고민했는 데  [양아치가 된 리사]가 그 내용이니 안쓰기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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