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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런거보고싶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ㅂ(180.66) 2019.07.15 02:19:27
조회 1044 추천 35 댓글 5
														
시끄러운 술자리. 동아리 개강 총회 겸 뒷풀이 자리니 만큼 거의 모든 동아리 원이 있는 자리이다. 물 컵을 입에 댄 채로 도민은 힐끗 대각선 자리를 쳐다본다. 고개를 거의 반대편으로 돌린 채 채연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고 있다.

도민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늦게 참석한다고 했던 동아리 원들이 슬슬 도착한다. 윽, 저 인간은 왜 또 왔어. 도민은 입구를 들어서는 한 인영에 미간을 찌뿌린다. 하도 부담스럽게 해서 싫어하는 한학번 윗 선배이다. 상준은 들어오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채연에게 인사를 한다.


“아, 상준오빠 안녕하세요. 어디보자... 빈자리가. 여기 도민이 옆자리 앉으세요.”


채연은 아무렇지 않게 상준을 도민의 옆자리로 안내했다. 도민은 미간을 구기며 채연을 노려봤다. 저, 저 기지배, 내가 이새끼 싫어하는거 뻔히 알면서...!

상준은 괜히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도민의 옆자리에 앉았다. 도민은 반대쪽으로 엉덩이를 조금 떼며 채연을 노려본다. 복잡한 술집 상황에 도민의 시선을 느낀 채연이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혀를 쏙 내밀었다.


‘아, 저 미친년이.’


도민은 냅킨을 사정 없이 구기며 화를 억눌렀다. 저 년은 단 둘이있을 땐 그렇게 여우같이 굴면서 다 같이 있을 때는 이렇게 꼭 싸가지가 없다니까.. 그렇지만 도민도 당하고만 있을 성격은 못 되었다.


“도민아 이거 먹어봐. 맛있다.”
“고마워요 상준선배.”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왜 자꾸 선배라고 해~“


그것은 댁이 짜증나기 때문이죠. 도민은 억지로 입꼬리에 호선을 그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만들어냈다. 성격 상 이런 건 잘 못하는지라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경련이 날 듯 입매가 뻐근해 왔다. 참자, 참아 한도민.


“근데 도민아 너는 어떤 사람을 좋아해?”


상준의 말을 계속 한 귀로 듣고 흘리는데, 이번 질문에 도민의 눈이 반짝였다. 생각보다 타이밍은 빠르게 찾아왔다. 채연에게 엿먹일 수 있는 기회다.


“좋아하는건 모르겠고..... 저는 자기주장 세고 고집 센 사람은 싫어해요.”


도민은 최대한 눈꼬리를 예쁘게 접으며 말했다. 그 순간 채연의 고개가 휙, 도민 쪽으로 꺾인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널 노리고 한 말인건, 잘 알고있나 보지? 도민은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고집세다는 말은 채연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다.

채연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눈길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쿡, 남 엿 먹이는건 좋고 먹는건 싫은가. 고소하다. 상준 선배가 어그로를 끄는 틈을 타 도민은 채연쪽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인다. 씨익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채연은 쿵, 포크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가, 갑자기 왜 그래 채연아.”
“아.... 언니 미안해요. 저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손 마디마디가 하얘지도록 포크를 그러쥐던 채연이 미간을 문지르며 일어섰다. 승리다. 채연은 열을 식힐때면 진정하려고 손을 씻는 습관이 있다. 그 것을 알고 있는 도민이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니까 누가 시비 걸랬나?


“나도 담배 한대만.”


담배는 끊은지 좀 됐지만. 도민은 속으로 말을 삼키며 적당한 핑계를 둘러댔다. 열이 받아서 불그스름한 얼굴로 씩씩대고 있을 얼굴을 상상하며, 도민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달칵, 하고 무거운 철 문이 열리자 바로 보이는 세면대에서 아니나 다를까 채연의 뒷 모습이 보였다. 그 잘 빠진 뒷태를 감상하며 도민은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섰다. 인기척에 채연이 뒤를 돌아보다가 인상을 쓴다.


“워후, 표정봐라. 살벌하네.”
“한도민.”
“왜 그래? 시작한건 너였잖아. 넌 여자친구 옆에 껄떡대는 남자를 앉히고 싶냐?”


아직 여유가 있는것은 도민이기에 최대한 얄미운 표정으로 깐죽댄다. 물론 도발에 당하는 게 지는 거라는걸 알지만 채연은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고집세다’는 말은 채연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였으므로.


“그럼 넌 여친한테 고집센게 뭐냐?”
“아~내가 언제 너한테 그랬어. 사실대로 말한건데. 왜? 찔려?”


도민이 일부러 손을 입가로 가져간다. 풋, 하는 소리에 채연은 무시무시한 표정이 된다. 손을 치마에 대충 비벼 닦은 채연이 도민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도민은 움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선다. 자존심 상하지만, 저번에도 깝치다가 한번 얻어맞은 전적이 있는지라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 것이다.

채연이 도민의 멱살을 그러쥐었다. 그 기세를 몰아 채연은 도민을 질질 끌어다 화장실 칸막이 안 쪽에 밀어 붙였다. 여전히 살벌한 표정인 관계로 도민은 눈을 질끈 감는다. 워후, 진짜 한 대 맞겠는걸.


“야 말로하자, 말로.....읏.”


채연이 도민을 한 층 더 벽으로 세게 밀어붙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칸막이가 흔들렸다. 도민은 채연을 막고 있는 손을 내려 허리를 문질렀다. 아, 되게아프네.


“말로? 그럼 그만 깐족 거렸어야지.”
“ 아니, 시작은 니가했.....”


채연이 순식간에 지척에 다가와 도민의 귓가에 속삭인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아찔하게 풍기는 체향이 퍽 유혹적이다 생각이 들었다. 이거 봐. 둘이있을 때 마다 여우가 된다니까.

낮게 깔린 속눈썹을 바라보며 변명하려는데 채연은 그 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말을 하려 움직이는 도민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인 채연은 한 손으로 칸막이를 닫아 잠구며 반대 손으로는 더욱 강하게 도민을 짓누른다.


“읏....”


숨을 쉬기가 힘들 만큼 강한 키스가 이어졌다. 맞물린 입술 사이로 더이상의 틈은 없다. 채연은 도민의 혀를 강하게 빨아올리고, 입안을 구석구석 헤집었다. 도민은 숨을 쉬기조차 힘들어 채연을 밀어내려 했지만 채연이 더 힘이 센 탓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두어 번 채연을 밀어내다가, 결국 도민은 채연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크게 상처가 나진 않은 것인지 희석된 피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미친년이 깨물어....!”


채연이 떨어진 틈을 타 도민은 재 빠르게 역으로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좁은 틈 사이라 위치를 바꾸며 몸이 부딪히는 바람에 그것도 자극이 되었지만 신경쓸것은 못 되었다. 도민은 채연을 팔 과 벽 사이에 가두고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짓눌렀다. 버티던 채연은 결국 불리한 자세덕에 변기에 앉혀지고 말았다.


“내가 또 지고는 못살거든.”


도민이 살짝 웃었다. 피가 살짝 배어나와 뻘건 입술로 아래서 올려다 보는 채연의 눈빛이 퍽 요망스럽다. 분한지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는것도 꽤 야하다. 도민은 잠깐 생각했다. 주도권을 잡은 지금, 채연을 어떻게 괴롭히는 것이 가장 즐거울까.

즐거운 상상을 계속하는데 채연이 뭐라고 쌍욕을 짓껄인다. 그와동시에 철컥, 하고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것을 먼저 알아챈 도민이 욕을 퍼부으려하는 채연의 입을 틀어막았다. 미끈한 타액과 피가 섞여 끈적거렸다.



“아 그니까. 도민 선배랑 채연 선배 엄청 사이 안좋은 것 같지 않냐?”


칸막이 너머로 동아리 후배 두명이 들어와 무어라고 떠든다. 그게 제 이야기기에 도민과 채연은 귀를 쫑긋 세웠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기에 웃으려는데, 채연이 미쳤냐는 표정으로 도민의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


“아까 도민선배 표정 봤어? 채연 선배가 상준 선배한테 옆자리에 앉으라고 하자마자......”

“채연선배도 표정 쩔던데. 지금 둘이서 어디서 맞짱뜨고있는거 아님?”



두 후배들이 쿡쿡대며 떠드는 소리에 도민은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댔다. 거 봐 이 미친년아. 내가 그 선배 싫어하는거 그 선배 빼고 다 안다고.

칸막이 너머로 변기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세면대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얘들아 대체 너희 언제 나가니. 도민은 어정쩡하게 굽혀 저린 다리를 매만졌다. 아 씨 다리저려... 그 때를 놓치지 않은 채연이 도민의 저린 왼쪽 다리를 세게 꼬집는다.


‘악!’


새 된 비명이 나올 뻔 한 도민의 입을 채연의 손이 턱 하고 막는다.  다행히도 소리는 묻혀 꿀꺽 삼켜졌다. 들키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진짜, 끝까지 이게......! 상황이고 뭐고 채연을 뒤로 눌러 눕히려다가, 도민은 두 후배의 말 소리에 멈칫한다.


“어쩌다가 그렇게 사이 안 좋으신 분들이 나란히 회장 부회장을 맡으셔가지곤......”


얕게 들리는 한숨소리와, 금세 주제가 바뀌는 대화소리, 철문을 미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온다. 드디어 나가는건가.. 도민은 안도의 숨을 삼키며 채연을 결박하고 있던 손을 풀었다. 끈적한 타액이 늘어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채연도 손을 뗐다. 숨이 자유로와진 도민이 푸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거봐. 작작 하랬잖아 이년아.”
“참나. 누가 할 소릴.”
“악!”


두 후배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깔렸던 에로틱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드렁한 얼굴이 된 채연에게 괜히 도민은 핀잔했다. 채연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도민의 저린 허벅지를 발로 사정없이 깠다. 도민은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화장실 잠금쇠를 유유히 푼 채연은 여유로운 모양새로 칸막이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화장실 철문 손잡이를 잡고 뒤돌아섰다. 아직도 저릿한 다리에 여전히 도민이 주저앉아있다.

채연은 예쁘게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폈다.


“지고는 못 살긴 무슨.”


철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채연의 모습이 사라졌다. 화장실에는 으아아악! 하는 누군가의 비명과 쾅쾅 칸막이를 내리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ㅡㅡ
맨날 싸우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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