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편 들 모 음
까맣게 암전된 무대 위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려온다. 웅성웅성 소리를 내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 사라지고는, 이내 무대 위에는 구두 소리만 남는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를 한 바퀴 쭉 도는 듯, 구두 소리는 끊기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소리를 남기고, 동시에 그것은 극을 시작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 광경을 마야는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새까만 어둠속이라, 눈을 한껏 찌푸려야 옷에 매단 야광장식이 간신히 보일 정도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옷도 제대로 입을 수 있는 것처럼, 극의 물꼬를 트이기 위해서는 시작이 제일 중요하다.
암전된 무대를 걷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부장의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이러한 연출을 만들었다. 본인은 아니라곤 했지만, 이래저래 마지막 연극이라고 힘을 많이 준 듯 했다.
사람들의 소리도 멎어 들어가고, 울리던 구두 소리도 무대 정 가운데에서 뚝 끊겼다. 정적을 느끼고, 침을 한번 삼킨 마야는 조명실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가장 위에 있던 조명만이 탁 켜지더니, 그대로 빛을 내뿜었다.
베로나의 옷을 입은 소녀 한 명이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소녀는 긴장한 듯, 그러나 곧은 눈빛으로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서사 배우로서 나섰으니, 연극부에서도 중대한 책임을 맡은 터였다. 자신의 배역에 자부심을 느끼라고 했었던 마야와 부장. 소녀는 그 사실을 상기하고, 마침내 입을 떼었다.
“다 같이 세도 있는 두 집안이 오랫동안 쌓인 원한에서 또 싸움을 일으키니, 시민의 피가 시민의 손을 더럽힌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고 했던가. 숙명적인 이 두 원수의 집안에서 불운한 한 쌍의 애인이 태어나고, 명망 높은 젊은 사내 또한 꽃의 향기에 이끌리고 말아버린다. 불행하고 불우한 사랑의 파멸은 죽음으로써 베로나의 갈등을 매장한다. 죽음으로 끝을 맺는 세 젊은이의 가련한 사랑 이야기. 이른 꽃들이 꺾이고 나서야 화해가 되는 두 가문의 길고 긴 불화, 이것이 지금부터 두어 시간동안 상연됩니다. 여러분, 참고 들어주시면 부족한 점은 앞으로 노력해서 보충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조명은 다시 한 번 꺼진다. 구두 소리와 숨소리는 서로 섞인 채로 무대 위를 퇴장한다. 이윽고 소녀와 다른 무대 위의 배우들이 서로 스쳐 지나간다. 모든 인원들이 제각기 자신의 위치에 서있는 걸 확인한 마야가 다시 한 번 조명실에 신호를 보냈다.
“여보게, 그레고리. 이젠 정말 더 못 참겠어.”
“아니, 이보게 샘슨. 그러다가 석탄 짐이나 날라먹는 신세가 되면 어쩌려고?”
조명이 켜지자, 배우들은 다시 제각기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작이 제법 좋다.
“아아, 아기 고양이여. 수고했다. 너의 그 늠름한 모습은 아기가 아니라...”
“오오, 완전 잘하셨슴다!”
그냥 두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마야는 카오루의 말을 바로 잘라먹었다. 카오루가 대사를 치던 모습 그대로 석화되어 있었지만, 연극 중인 터라 그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았다. 지금은 각자의 대사를 암기하고, 감정을 잡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자, 카오루 씨는 얼른 준비하시지 말입니다. 출연이 금방입니다.”
그러나 카오루는 감정을 이입하는 데에도, 벗어나는 데에도 능수능란했다. 그래서 무대 뒤서 진행 역을 맡은 마야만 카오루의 케어를 위해 고생 중이었다. 처음으로 맡은 현장 지휘 역이라, 그녀의 안경 속 눈동자는 팽팽 돌아갈 지경이었다.
“제 아무리 마야 짱이라고 해도, 역시 연극과 드럼은 전혀 다른 영역이네.”
“그러게요. 마야 선배는 뭔가 만능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죠. 이런 모습은 좀 신선하게 느껴져요.”
“치사토 씨~ 우다가와 씨~”
살짝 놀리는 듯, 치사토와 토모에의 말을 들은 마야가 우는 소리를 살짝 냈다. 그러나 표정은 은근히 여유로워 보이는 게, 이런 저런 준비는 그래도 철저히 해둔 모양이다. 현장지휘는 처음이니 이전보다 더욱 신경 썼을 수도 있다.
이 연극을, 마야는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어 했으니까.
“그럼 먼저 올라가보겠다.”
세 사람을 바라오던 카오루가 머리를 살짝 넘겨 올리며 말했다. 무대를 바라보니, 어느새 로미오가 등장 할 차례. 주역 배우 세 사람 중엔 카오루가 제일 첫 순서로 무대 위에 들어선다. 카오루는 치사토와 토모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웃음을 어찌 해석해야할까, 단순히 긴장치 말라는 미소로 해석해도 좋은 걸까?
평범히 생각한다면 그렇겠지. 세타 카오루는, 요즘같은 세상에 흔치 않은 좋은 사람이니까.
“아, 마침 로미오가 오는군요.”
먼저 무대에 올라선 배우의 말과 동시에, 관객석에선 비명 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그런 카오루의 뒷모습을 치사토와 토모에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역시 하네오카의 왕자님. 인기 하나는, 정말 끝장나는구나.
“긴장되니?”
무대 저편을 바라보던 치사토의 입가에서 그런 말이 새어 나왔다. ‘긴장’이란 단어는 ‘시라라기 치사토’란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 옆에 있는 ‘우다가와 토모에’와는 제법 잘 어울렸다.
“조금요.”
솔직히 긴장이 전혀 안 된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토모에는 몇 주 전 봤던 오디션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기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 한 구석이 새하얗게 변한다. 제 감정만 앞세웠던 그 날의 일을, 그리고 치사토 선배에게 제 멋대로 폐를 끼친 날들을.
“그래도 해야죠.”
그래서 토모에는 담담하게 말했다. 분명 긴장은 된다. 그러나 잘 할 자신도 분명히 있다. 어느 마음이 더 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마쳐야 한다. 이번 일로 인해, 도움을 받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치사토 선배도 있잖아요?”
제 옆에 있는 선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저를 이끌어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토모에는 활짝 웃어보였다. 시라사기 치사토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밝은 얼굴로 웃어보였다. 그러나 토모에의 말에도, 표정을 쉬이 풀지 않았다. 그게 왠지 마음에 걸려, 토모에가 말을 더 꺼내려던 찰나였다.
“표정 좀 푸세...”
“자, 그럼 잘 있게. 자네가 어떠한 말을 하든, 사랑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이라네.”
토모에의 말과 동시에, 카오루의 대사도 끊어졌다.
1막의 1장이 끝나고, 무대 위의 조명이 다시 꺼졌다. 배우들의 발소리를 지워줄 클래식 음악이 체육관 내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어둠 속에서 조심조심 배우들이 무대 뒤편으로 걸어 내려왔다.
“연기는 괜찮았나, 마야.”
“늘 그렇듯 최고였슴다.”
건네준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 카오루를 보며, 마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조금 새삼스럽지만 세타 카오루는 역시 대단하다. 연기가 무엇인지 알고, 연기를 할 줄 안다. 천재라고 불릴만했고, 그 값까지 톡톡히 치러낸다. 그녀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어린 이 사람을 연극계가 왜 주시하는지 좀 알 것 같았다.
“덧없구나....”
이런 모습들만 제외한다면....
“금방 다시 올라가니까, 카오루 씨는 조금만 더 긴장감을 유지해주세요.”
마야의 말에 카오루는 손만 한번 움직여서 들은 표시를 내비쳤다. 그녀의 여유 있는 미소를 보고, 다음엔 조금은 여유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우다가와 씨.”
“네!”
마야가 부르는 말에, 토모에는 필요 이상으로 크게 대답했다. 역시 긴장한 걸까? 굳진 않았지만, 간신히 띈 표정이 너무나도 어설피 보여 그걸 풀어주고 싶었다.
“그동안 준비한 걸 보여줄 차례임다.”
하지만 무대는 저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마야는 힘내라는 듯 토모에의 등을 몇 번 두드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것만이라도 고마운지, 토모에는 숨을 고르고 시선을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하인 역을 맡은 배우와 캐퓰렛 역을 맡은 배우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발소리를 지워주었던 클래식 음악이 뚝, 끊겼다.
토모에는 잠시간 눈을 한번 감고는 다시 떴다. 그 잠깐 사이가, 잠깐이 아닌 수십 배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살짝 눈이 부신 조명 빛이 토모에의 얼굴을 쓰다듬고 지나갔다.
“사실 몬터규도 나와 같은 벌로 규제를 받았으니,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지.”
저의 앞에 앉아있던 캐퓰렛이 먼저 운을 띄웠다.
토모에의 검지가 계속해서 탁자를 두드렸다. 하얀 장갑에 싸인 그 손가락은 멈출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두 분 다 베로나에서 이름 난 분인데, 이리 반목을 하시다니... 저는 그저 유감입니다.”
토모에가 처음으로 꺼낸 대사였다. 목소리의 톤이나, 연기하는 표정, 그리고 제스처까지 그리 나쁘지 않다. 치사토는 주먹을 불끈 쥔 채, 그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아, 빌어먹을 몬터규! 베로나는 아름다운 도시지만 완벽하진 않아. 바로 그 개자식 몬터규가 있기 때문이야! 몬터규나 나나 이젠 예전처럼 젊지도 않지. 어째서 이리 서로를 미워하게 됐는지, 그 이유는 기억나지도 않아. 그러나 분명한 건 말이야? 그 작자랑 난 여전히 서로의 평화를 기원해줄 생각은 눈에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이야!”
상대역의 대사가 이어지고 있을 때에, 토모에는 호흡을 맞춰주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시선이 힐끔 힐끔 내빈석을 향했다. 아코가 보였고, 그 옆에는 히마리가 보였다. 카논 선배는 벌써 연습에 들어간 듯 했다. 이래서는 기껏 초대해준 의미가 없네.
“내 말, 듣고 있는가?”
“아아, 듣고 있지요. 감히 제가 캐퓰렛 어른의 말을 그냥 넘기겠습니까?”
토모에는 속으로 숨을 집어 삼켰다. 관객석에 한눈이 팔리는 바람에 위험했다..... 지금은 임기응변으로 어떻게 넘겼지만, 앞으로는 계속 집중해야겠어. 치사토 선배한테 혼나겠는데.
“군주는 더 이상의 소란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어. 당분간은 그의 말을 들어야겠지. 그러니 자네가 주겠다고 한 정보, 그 정보가 내게 필요해.”
“정보라곤 했지만, 저도 그리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그저 몬터규 家의 사고뭉치 로미오가 요즘 수상하다는 것과 뒷말이 점점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뿐. 확실치 않은 정보는, 오히려 어른께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한 차례 위험을 넘긴 덕일까, 그 다음의 대사는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쉽게 입에서 튀어 나왔다. 전화위복이라면 전화위복이다.
“쯧쯔, 정보 하나에도 인색하게 구는구려. 마치 그대의 혼담처럼.”
“...그 얘기는 없던 것으로 정하지 않았습니까?”
토모에의 대사에 캐퓰렛은 다시 혀를 끌끌 찼다. 이번 연극에서, 원본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크게 다른 점 중 하나였다. 캐퓰렛이 먼저 줄리엣을 파리스 백작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점. 그리고 파리스 백작은 아직 본 적도 없는 신부를 맞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착안해서, 작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원본의 대사도 한껏 비틀었다.
“캐퓰렛의 영애께선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려 미처 혼기가 차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두 번의 여름은 더 지나야 되지 않겠습니까?”
“자네 말대로 줄리엣은 아직 어리지만, 그보다 어리고 그보다 더 행복한 어머니도 있네.”
“여자이기 이전에 소녀입니다. 행여나 제가 그녀를 망가트리면 어찌하려고 이러십니까?”
“내가 지금껏 보아온 백작은 그럴 사람이 아닐세. 당신 같은 사람 곁에 있어야, 줄리엣도 행복을 알게 될 거야.”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러한 그릇이 될 자격도 못 됩니다.”
파리스 백작은 캐퓰렛을 좀 더 완고히 밀어낸다. 더 이상 재촉했다간 역효과란 것을 깨달은 캐퓰렛도 이번엔 한 수를 접어준다.
“자네는 아직 그 아이를 보지 못했지?”
그러나 밀린다고 마냥 접어주기만 했다면, 그는 이미 몬터규에게 져버리고 말았을 그런 사람이리라. 캐퓰렛은 좀 더 은근한 눈으로 파리스를 바라본다.
“오늘 밤, 내 저택에서 가장무도회가 열릴 걸세. 베로나엔 아름다운 여성이 많아, 그리고 내 딸 줄리엣도 그러한 여성들 중 한 명이지. 그녀들을 보고, 내 딸을 보고, 부디 다시 한 번 이 얘기에 대해 생각해주게나. 그때도 당신이 싫다고 한다면, 그때는 진짜로 나도 이만 포기하겠네. 그러니 성급하게 거절의 뜻을 내비치지 말게나. 그러한 것들은 가장무도회가 끝난 후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무도회엔 참석하겠습니다. 하지만 혼담은 역시 사양하겠습니다.”
캐퓰렛의 말을 듣고 조금 고민하던 파리스. 그러나 이내 캐퓰렛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다. 더 큰 뜻은 거절의 뜻을 여전히 내비치며 말이다.
“지금의 태도를 보면 참석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겠군. 아아, 오늘 밤은 정말 기대가 되네. 아직 어린 딸이지만, 어리지만은 않다는 걸 자네에게 증명하는 날이니까. 자자, 이만 가서 향이라도 좋은 차라도 마시자고. 나는 아직 자네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아. 그게 딸을 보낼 아비의 마음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캐퓰렛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파리스 또한 캐퓰렛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렇지! 잠깐만 기다려보게.”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곁에 있던 하인에게 건네주었다.
“이 명단에 적힌 분들에게 전하거라. 오늘밤 내 집에서 여는 가장 무도회의 귀한 손님으로 참석해 달라고, 정중히. 알겠느냐? 정중히!”
하인에게 종이를 건네준 캐퓰렛이 파리스를 바라보며 살짝 웃는다. 저가 나설 차례가 끝났다는 걸 깨달은 토모에도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토모에는 무대 저 편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던 카오루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또 한 번 미소지어보였지만, 그녀는 그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스리슬쩍 피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엇갈렸다.
“여기 적혀 있는 양반네들을 찾아가라고!”
남아있던 하인만이 그렇게 소리쳤다.
“와, 진짜 큰일 날 뻔 했어. 우다가와 씨 거기서 멍을 때리면 어떡해요.”
캐퓰렛의 역을 맡은 배우가 들어오자마자 불평을 쏟아 내뱉었다. 조금 분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정말 반박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내 잘못이니까.
“죄송합니다. 사람들을 힐끗 보다가, 너무 많아서 넋이 좀 팔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아! 괜찮슴다. 그래도 잘 수습하지 않으셨슴까? 수습하셨으면 그걸로 됐지 말입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모두 극에 더 집중할 때임다.”
고개를 연이어 숙이려는 토모에를 마야가 막았다. 아직 극 초반부인데, 쓸데없는 감정트러블은 사양이었다. 싸울 힘이 있으면 무대 위에서 좀 더 열정적인 면모를 보여주길 바랐다.
“저도 그... 화내려고 한 게 아니라, 아... 아무튼요.”
“연기할 때마다 예민해지는 거, 저도 알고 있슴다. 그러니 우다가와 씨도 조금만 더 집중해주시지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고개는 그만 숙이시고...”
갑자기 벌어진 돌발 상황에 마야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럴 때 선배들은 어떻게 했더라, 하다못해 저 조명실 위에 있는 부장은 어떻게 했을까. 그게 잘 기억나지 않았다.
“토모에, 잠시 여기로 오렴.”
마야가 뭐라 말할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치사토가 한 구석에 기대 토모에의 이름을 불렀다. 비상구 등만 켜있는 터라, 초록색 빛으로 그늘진 치사토의 얼굴이 음산하다.
“네.”
치사토의 독설을 받아낼 생각에, 토모에는 벌써부터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엄청 혼나겠지. 무대 위에서는 절대 멍청이처럼 굴지 말라고 했었는데.
두근두근 뛰는 마음을 안고, 치사토의 앞에 다가갔다. 열중쉬어라도 할까 했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오버인 것 같아서 참았다.
“토모에.”
“네.”
“정신 차리고 해.”
그러나 치사토 선배는 그 말만 남기고, 한숨만 한번 푹 쉴 뿐이다. ‘머리 위에 있는 건 정녕 장식이니?’ 라던가, ‘너의 그 멍청함에 나도 드디어 탄복하고 말았어.’ 라던가.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덜 혼났다.
그게 도리어 이상해서, 토모에는 뒤를 돌아 치사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저와 똑같은 붉은 의상이, 오늘은 위화감만 가득해 어색하게 보인다.
“마야 쨩, 슬슬 올라갈게.”
“아, 넷!”
그런 토모에의 마음은 알지 못하고, 이번엔 치사토가 무대 위로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그녀의 앞에는 캐퓰렛 당주를 제외한 캐퓰렛 家의 주요 인물들이 서 있었다.
로미오의 첫 등장도 파리스 백작의 첫 등장도 끝났으니, 이제는 줄리엣이 무대에 설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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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보거라, 줄리엣. 너는 파리스 백작을 사랑할 수 있겠니?”
그 이후로도 연극은 무난히 진행되었다.
“보고 정분이 난다면 정분이 나도록 잘 보겠어요. 그렇지만 제 눈은 엄마가 승낙하신 곳까지만 보고, 그 이상은 보지 않겠어요.”
카오루는 치사토가 줄리엣을 연기하는 걸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시라라기 치사토란 사람 역시 철저히 실전 체질이라 그런 걸까. 이전과는 다르게 망설임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그때 체육관 뒤편에서 나눈 대화 이후에,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마님, 손님들이 오셨어요. 식탁은 다 준비되고, 서방님께선 마님을 부르시고, 안에선 젊은 아가씨를 찾고, 부엌에선 유모를 욕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입니다. 전 가서 접대를 해야겠습니다. 제발 얼른 가 보십쇼.”
하인이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시늉을 했다. 우스운 톤과 우스운 행동에 객석에서도 조그만 웃음소리들이 튀어 나왔다.
“곧 가마. 그리고 줄리엣, 너는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가렴. 파리스 백작님이 기다리고 계신단다.”
그리고 그 위를 짐짓 무겁게 한 목소리가 내리 찍었다.
“네, 어머니.”
그에 반해 줄리엣은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영 힘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카오루도 토모에도 절로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다. 결단력이 있던 줄리엣과는, 조금 많이 다른 치사토의 줄리엣이었다.
“자, 자. 다음은 드디어 우다가와 씨와 치사토 씨의 첫 대면임다. 이번 시나리오 내에서도 손꼽히게 중요한 장면이니, 부디 잘 표현해주시지 말입니다.”
조심조심 배경을 옮겨도 어쩔 수 없이 나는 소음들이 있었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 소리는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마야의 목소리는 그러한 방해도 받지 않고 토모에에게 팍 꽂혔다.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을 만나고, 캐퓰렛 家의 무도회에서 서로를 떠보는 장면. 이번 장면은 오디션 때 한번 틀렸던 장면이다. 한번이라지만 틀린 건 틀린 거고, 무엇보다 대사를 알았음에도 외지 못했다는 게 중요했다.
“흐, 긴장되네.”
“아직도?”
“아, 깜짝야!”
토모에가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는데, 그 옆으로 치사토가 소리 소문 없이 다가와 있었다. 그 덕에 화들짝 놀란 토모에가 조금 요상한 포즈로 치사토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으면 옆에 있다고 말 좀 해요.”
“내가 왜?”
토모에의 불평에 치사토는 키득키득 웃었다. 간만에 보는 웃는 얼굴에, 토모에도 일부로 치사토에게 더욱 다가갔다.
“잘 안 보이잖아요.”
치사토의 얼굴이, 토모에의 가슴팍에 딱 멎었다. 키 차이가 좀 나는 터라, 토모에는 평소에도 치사토에게 이런 장난을 치곤했다.
“또 까분다, 너.”
“어두워서 그래요, 어두워서.”
막이 잠시 내려간 터라, 주변이 많이 어둡다. 그래서 서로의 표정도 볼 수 없고, 서로의 목소리만이 서로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긴장, 조금 풀렸니?”
“네.”
농담 따먹기를 좀 해서 그런지, 제법 긴장이 풀렸다.
“고마워요.”
“별 말을 다 하네, 토모에도.”
토모에의 솔직한 인사에도 치사토는 필요 이상으로 심드렁하다. 그게 왠지 치사토 선배답다면 치사토 선배다워서, 토모에는 바람 빠진 웃음을 지었다.
“먼저 갈게요.”
자존심 강한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게끔 말이다.
“몬터규 家의 정보를 주러 왔을 뿐인데, 이런 꼴이 되어버렸군.”
토모에는 대사처리에 제법 능숙해졌다.
“모든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고 모든 인간은 그저 배우라지만, 이리 가면을 쓰면 무엇 한단 말인가? 베로나의 여성들은 모두 꽃이라지만, 이다지도 가려버린다면 꽃의 미 또한 죽어버리지 않겠는가?”
초심자의 운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무대에 서보지 얼마 되지 않아 겁이 없다고 해야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뒤에 믿는 빽이 있어 거침없어 그런 것일까? 어쩌면 셋 다 일지도 모른다.
“아아, 에로스 신이 잠시 무도회장을 다녀갔나 보군. 그것도 아니라면, 황금사과의 가액이 나타났을지도 모를 일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토모에의 빽이 무대 저편에서 등장했다. 무도회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치사토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추시겠습니까?”
우다가와 토모에는 시라사기 치사토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나 치사토는 그 손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그대로 거둔다.
“몸을 쓰는 것엔 약한 터라, 춤은 잘 추지 못해요.”
“...결례를 범했군요.”
잠시 정적. 이윽고 흘끔, 흘끔 치사토를 바라보던 토모에가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토모에는 이미 치사토가 캐퓰렛의 영애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캐퓰렛의 당주께서 영애와 나를 하느님의 맹세 앞에 세울 거라 하였소.”
또 다시 정적. 치사토의 서글픈 눈빛이 토모에를 스쳐 지나갔다. 감정이 동하지 않은, 그러나 어딘가 열망이 매인 그러한 눈으로.
“보고 정이 든다면, 그리 하겠다고 아버님께 말했습니다.”
극의 몰입감을 주기 위해 짧은 정적. 은은한 스포트라이트가 치사토에게로 쏟아진다.
“백작님.”
치사토는 토모에의 이름을 붙여 말하지 않았다. 대본대로라면 ‘파리스 백작님’이라고 해야 될 터인데, 조금 달라진 대사 처리에 토모에의 눈이 살짝 변했다.
“저를 사랑하세요?”
치사토가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토모에는 조심히 입을 떼었다.
이 대사였다. 이 대사에서 틀려, 오디션을 제때 끝마치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장면으로 오디션을 봤었지. 다른 누구도 아닌 네 앞에서.
토모에는 조금 더 잘 보이게끔 몸을 살짝 틀었다. 그러자 따사로운 조명빛이 그녀의 얼굴을 살짝 간질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 않고, 조금 더 우수에 찬 눈으로 저 멀리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사랑은 구걸하지 않을 거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별을 향해, 그녀는 선언했다.
“그것이 내가 택한 길이자,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 하나 남은 자존심이오.”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중간의 온도를 띤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러나 어딘가 분명히 감정이 느껴지는, 망가진 목소리로 토모에는 말했다. 체육관 내에 있는 그 누구도 허튼 짓을 하지 않고 그녀의 연기를 바라보기만 했다.
상대 배우였던 치사토 또한 그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토모에의 대사가 끝나고, 약 15초 동안이나 치사토의 입술은 떼어지지 않았다. 조명실에 있던 부장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무대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야의 입술 또한 파르르 떨려왔다.
진지하게 사고인 것 같아 어떡하나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을 때, 치사토의 입술은 다시 언어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백작님은...”
어쩌면 토모에는 제법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사군요.”
사람을 휘어잡는 재능 말이다.
그러나 자고로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을 얻는다고 했었다. 파리스 백작에게는 전혀 동하지 않았던 마음이 로미오에게는 통하고, 아이러니한 감정의 방향은 서로를 옥죄고 만다.
로미오는 무대 위를 걸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게감을 가진 채 관객석까지 울려왔다. 로미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소리를 질렀던 소녀들도, 어느새 한 마음이 되어 숨을 죽였다.
로미오는 살며시 휘장을 걷고, 줄리엣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희고 고운 손을 잡아챘다. 연습때와는 달리, 그녀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천하고 천한 이 손으로 감히 이 거룩한 성소를 더럽혔소. 하지만 마음을 넓게 쓰시어, 얼굴 붉힌 순례자의 고상한 죄로 여겨주시오. 그리고 부디 그 죄의 처벌로 성자께 점잖게 키스하여, 그 추한 흔적을 씻고자 하오.”
로미오는 줄리엣을 향해 은은히 웃어보였다. 그러나 줄리엣은 약간 위화감이 느껴지는, 아니, 위화감과는 조금 다른 미소를 띤 채 로미오를 향해 말해보였다.
“착한 순례자님. 당신의 말은 이처럼 공손한 손에 너무나도 욕이 되어요. 성자상도 순례자가 만져 보는 손이 있고...”
서로의 손이 보라는 것처럼 엮여 들어갔다. 맞닿다 못해, 깍지까지 낀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성자의 손과 순례자의 손을 맞닿는 것 또한 서로의 키스가 되지요.”
“하지만 성자나 순례자도 입술은 있지 않소?”
그러나 로미오는 줄리엣의 입술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미오’다운 그윽한 시선에, 줄리엣의 시선은 다시 한 번 차가워졌다.
“순례자님의 말도 맞지만, 그것은 기도에 써야 하는 입술이지요.”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연습 때와는 다른 기류에 로미오는 순식간에 세타 카오루로 돌아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이자, 가장 로맨틱한 부분 중 한 곳인데 치사토는 이상하리만치 허튼 연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성자님, 그러면 손으로 하는 키스를 부디 입술로 하게 해주오. 입술로 손의 일을 하여, 기도를 허락해주시오. 내가 품은 신앙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게.”
카오루는 대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잡았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아왔다. 치사토가 줄리엣을 잃지 않기 위해, 이 연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그렇게 말해도 성자의 마음은 동하지 않네요.”
대사가 툭, 끊겼다. 이 뒤에는 골려주듯, 로미오를 애태우는 줄리엣의 대사가 들어갔어야 했다. 자신의 마음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저의 입술은 허락한다는 그 발칙함이 이 대사의 생명이거늘, 치사토는 그것을 그대로 툭 끊어버렸다.
“그렇다면 동하지 말고 계시오. 그대는 그저 내 바람만 들어주시오. 당신의 입술로 내 죄를 씻어만 주시오.”
치사토가 감정을 흐트러트리자, 카오루의 목소리 또한 애가 타는 게 아닌, 애원하는 것처럼 바뀌었다. 카오루의 얼굴이 점점 치사토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치사토는 한 번 더 고개를 뒤로 뺐다. 숨기지 못한 불편함이 얼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럼, 제 입술이 순례자님의 죄를 짊어지게 되잖아요.”
치사토의 목소리 또한 유혹하는 것이 아닌, 투정을 부리는 애처럼 바뀌었다.
“내 입술에서 죄를? 아아, 이 얼마나 헛된 꾸짖음인가! 우리 아버지께서 말하길,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였소! 나의 죄를 당신과 나누고, 당신의 죄를 나에게 나눠주시오. 한 사람이 짊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 서로의 죄를 같이 나눕시다.”
계속되는 치사토의 연기에, 이제는 카오루가 뉘앙스에 맞춰 대사까지 바꿔야 하는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다. 치사토의 프로답지 못한 모습에, 카오루는 답지 않게 살짝 열이 올랐다. 하필 오랜 친구의 배신이었던 터라, 그것은 연기하는 목소리에서 드러났다.
“순례자님은 키스에도 이유를 붙이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사토는 한 구석에 빈정 서린 목소리를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어투만으로도 이렇게나 뜻이 바뀌어버리다니, 카오루는 저도 모르게 잡고 있던 치사토의 손을 꽉 잡았다.
달뜬 얼굴들이 아닌, 달아오른 감정을 숨기지 못해 붉어진 얼굴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은은히 퍼지는 기척을 느끼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물론 다른 그녀 또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제각기의 향기가 지척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이 맞닿으려는 찰나.
재빠르게 막이 내려갔다. 관객들 알게 모르게 감정 다툼이 있는 사이, 1막이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클래식 소리와 아쉽다는 듯, 들리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카오루, 이거 놔. 아파.”
치사토의 차가운 말에, 카오루는 저도 모르게 손을 놔주었다. 그리고 손을 놓기가 무섭게, 그녀는 카오루의 곁에서 떨어졌다. 저에게 앞은 허락해주지 않고, 자꾸만 뒷모습만 허락해주는 오랜 친구가 그녀는 미웠다.
“야, 이거... 뭐라고 해야 되는지 저는 모르겠지 말입니다. 그나마 부장 말을 들어서, 키스신 연출을 그렇게 끝내서 다행이라고 해야 되려나...”
“마야 쨩, 화장실 다녀올게.”
멘탈이 터졌는지, 마야는 치사토의 말에 채 답을 주지도 못했다. 고개를 비틀어서,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안경을 계속 손으로 추켜세울 뿐이었다.
“치사토 선...”
“치사토!”
토모에의 안타까운 목소리와 안타깝지만, 어딘가 분노에 찬 카오루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섞여 들어갔다. 치사토는 토모에를 한번 보다가, 이윽고 카오루를 바라보았다. 기가 막힐 정도로, 그녀의 시선에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런 시선에 카오루는 충격을 받아버렸다. 오랜 친구라고 여겼던 시간들이, 그러한 시간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저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 같아, 카오루 또한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집어 삼킨 채, 단순히 한 마디로 상황을 물어보았다.
원망의 말도 분노의 말도 모두 삼켜버린, 단순히 의아함을 담아 “왜?” 라며.
“그냥.”
자수정빛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잠시 생각하던 그녀. 이윽고 그녀는 대답했다.
왜? 라는 한 마디에, 그냥. 이라는 한 마디로. 정말 아무런 감정 없이.
다시 새로운 막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어둠속에서 소녀는 이젠 익숙해진 발걸음으로 여유롭게 제 자리를 찾아간다. 소녀는 마음속으로 할 말을 되뇌어보았다. 완벽하다.
“이제 낡은 감정은 무덤 속으로 사라지고, 새것의 온기가 가득한 애정이 뒤를 이어 움터온다. 죽을 듯 사랑했던 그 미녀도 아름다운 줄리엣에 비교해 보니 미인이 아니다. 이제는 로미오도 그녀와 사랑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의 미모에 매혹 당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파리스 백작은 그러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습을 목격해버리고 만다.”
숨을 한번 골랐다.
“그러나 로미오는 그녀가 캐퓰렛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되고, 줄리엣 또한 그가 몬터규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로미오는 원수의 집 여자에게 마음을 태워야 하고, 줄리엣은 무서운 바늘에서 달콤한 사랑을 찾아 피해야 한다. 파리스 백작은 그런 줄리엣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운명의 세 여신은 그들을 어찌 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꼬아버린 실타래에 푸는 방법은 있을까?”
말을 멈추자, 정적은 다시 한 번 찾아왔다. 그녀는 관객석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하지 말라 하면 더욱 불타는 게 사랑이라. 정열은 힘을, 시간은 기회를 주어 두 사람을 만나게 하고, 지극히 황홀한 사랑은 극도의 난관도 물리친다. 그리고 파리스 백작은 어떠한 결심을 하고야 만다.”
- 이번엔 잘 올라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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