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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 x 사요 #5

암낫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7.27 19:48:28
조회 865 추천 2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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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선도부실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이런 구석진 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진짜 여기에 오느니 차라리 교실에서 숙제나 하고 말지. 


나는 열심히 먼 곳을 향해 발걸음을 놀린 주제에, 몇 분째 '선도부실' 이라고 적힌 나무 명패가 있는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나는 지금 괴물의 입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심정이다. 히카와 선배의 무서운 눈매와 양심의 가책에 못이겨 알겠다고 하긴 했지만, 나는 너무도 선배가 어색하다. 


밴드와 같은 학교라는 교집합덕분에 우리 둘은 몇 번의 만남을 가졌기에 '히카와 사요' 라는 사람이 막 낯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색했다.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과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히카와 선배는 원칙주의자이며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이 있다. 화가 많을 것 같지만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그때 그 패스트푸드점에서 얼핏 들은 히나씨 말로는 상냥하다고 한다. 근데 나는 히카와 선배가 무섭다는 인상이 있고 진짜 무서웠다. 사람은 나쁘지 않겠지만, 대하기가 껄그럽다. 


때문에 엮이면 굉장히 골치아파질 것 같아서 나는 히카와 선배를 피해다녔고,, 피하지 못한 내가 선배와 엮이기가 무섭게 정말로 골치가 아파졌다. 어째서 나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걸까.


"안들어오고 여기서 뭐해요?"


생각을 너무 깊이 한 모양이다. 히카와 선배가 문을 열고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방금 들어가려고 했어요…."


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심하게 대답하며, 선배가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갔다. 선도부실 안의 풍경은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았다. 보통 부실처럼 창문 근처에 4인용 책상이 있고 책들을 꽂아놓을 수 있는 책장이 벽에 붙어있었다. 그런데 부실 중앙에 선생님들 휴게실에나 있을 법한 테이블과 쇼파가 놓여져있었다.


"아, 저 쇼파는요…."


히카와 선배는 그런 내 시선을 읽기라도 한 듯 설명을 한다. 선대 선도부장이, 돈을 갖고 튀는 도둑을 붙잡았는데 도둑이 갖고 튄 돈이 중요한 거래에 쓰일 목돈이었다고 한다. 보답으로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말에 선도부장은 선도부실에 쇼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며칠후 진짜로 부실에 쇼파가 들어섰다고 한다.


"보통이라면, 개인적인 물품을 원할텐데 말이에요. 선배님이 좀 특이하신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표창장 실물도 부실에 놔두고 갔어요. 인터넷 검색하면 기사도 나온다네요."


선배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정말 상장이 보였다. 나는 시선을 다시 돌렸다. 선배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마 지금 직속선배가 의로운 일을 한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히카와 사요라니. 왠지 귀엽다.


선배라면 자랑스러움보다는 이 정도는 별거 아니에요. 이것도 못하나요?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능한 일 이에요. 라고 무표정하게 사람에게 무안을 주는 게 좀 더 어울리는데. 아, 내 마음 속 히카와 선배는 완전 악당이군.  나는 선배에게 들리지 않게 사과한다.


선배 이건 풍문으로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 때문이에요. 퉁퉁거리고 인상을 쓰는 히카와 사요에게 당한 사람들이 신이나서 떠든 듣고 싶지 않아도 귀에 박히는 이야기. 근데 그들은 왠지 사요에게 쓴 소리를 먹은 것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이게 그 사디스트인가 뭔가 하는건가.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웃어요?"

"네?"


내가 웃었나. 나는 손을 들어 입가를 매만진다. 아마 웃었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웃음이 아니라 바람빠진 듯 허탈한 웃음에 가까웠을것이다. 내 마음 속 선배가 너무 못된 사람 같아서 어쩌다 이렇게 됐나 생각하다가 웃음이 새어나간 것이니 말이다.


"별 생각 아니었어요."

"그래요."


선배는 더 이상 내게 캐묻지 않았다. 대신 언제 준비한 것인지 홍차와 초코칩이 박힌 쿠키를 내게 내밀었다. 


"복숭아 홍차랑, 초코칩 쿠키에요. 더 있으니까. 더 드시고 싶으면 말씀해주세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아무래도 남의 부실 음식을 막 먹기에는 좀…."

"홍차는 제가 산거고, 쿠키는 제가 만든거에요."

"네?"


선배가 베이킹을 한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지만, 그 말을 들으니 선배에게 얻어먹는 것 같아서 더 거북해지는데요. 나는 배를 부여잡는다. 내 감상을 기대하는 눈치인 선배와 준비해준 정성 때문에 안 먹기도 뭐해서 손을 뻗어 쿠키 한 개를 집어들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입에 딱 맞는 단맛과 부드러운 쿠키와 초코칩의 질감의 대비. 솔직히 말하자면, 선배가 만든 쿠키는 맛있었다.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혹시나 맛이 별로면 어쩌나 고민했거든요."


선배의 표정이 풀렸다. 나는 쿠키를 하나 더 집어먹는다. 그리고 하나 더. 선배는 쿠키를 계속 집어먹는 나를 확인하고 가방에서 쿠키를 더 꺼내 놓는다.  


베이킹이 쉬워보여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모든 요리가 그렇듯 온도와 재료조절을 못하면 괴작이 나오기 쉽상이다. 근데 선배는 뭐든 잘할테니까 딱히 걱정같은거 안해도 될텐데. 


#


"…."


선도부실 안에는 바삭, 쿠키를 먹는 소리와 호로록 홍차를 마시는 소리만 가득하다. 또로록. 눈알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우리 둘은 처음 몇 마디 나눈 이후로 '더 드릴까요?' 라는 이야기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딱히 선배에게 할 말이 없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거고 학교생활이 힘들면 힘든거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화 의지가 없다.


나는 쇼파에 몸을 기대었다. 푹신푹신한게 몸이 편안해진다. 점심도 먹고 쿠키도 먹어 배도 가득찼겠다. 금방 잠에 들 것 같다. 학교에 이렇게 선배를 빼면 안락한 공간이 있다니. 


눈이 감길락 말랑, 퓨즈가 나갈랑 말랑한 한 그 시점에는 온갖 기억들이 떠오른다. 주인이 잠에 들면 뇌가 여지껏 소중히 모은 기억들을 분류하려는 것 처럼 말이다. 


'미사키, 혹시 히나랑 친해?'

'친하지만 친하다고 말할 정도로 친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왜요?'

'아하하, 그런 느낌 알지. 보통 사요가 딴 곳에 시선을 많이 돌리거나 안절부절하면 히나랑 문제가 생긴거거든. 나는 히나랑도 같은반 친구고 사요랑도 친구인데다가 사요는 솔직하지 못하니까 은근슬쩍 사요를 떠볼때가 많은데, 아. 사요에겐 비밀이야. 아닌가? 사요도 알고 있을수도? 여하튼, 또 사요가 안절부절하길래 당연히 히나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나는 졸린 눈을 간신히 치켜뜨고 히카와 선배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쳤다. 선배도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복수를 핑계로 히카와 선배를 피해다녔을 때, 리사씨가 나를 찾아왔다. 


리사씨는 내게 대뜸 히나와 친하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리사씨는 그런 내게 찾아온 경위를 가감없이 말해주었고, 나는 많이 빼고 선배에게 테니스를 져서 복수를 하기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고 그 과정에서 선배를 좀 많이 피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리사씨는 갸우뚱했지만, 테니스의 상대가 필요하면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는 말과 함께 히카와 선배와 잘 풀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배와의 경기에서 졌다.


선배의 눈빛이 형광등 불빛처럼 조금 강렬하다. 나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린다. 선배의 붉은 입술이 달짝거린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싶다. 곧 선배의 입술이 움직였다. 


"로젤리아는 항상 쉬는 시간에 쿠키를 먹어요. 쿠키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단 걸 먹으며 기분 전환을 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죠. 무엇보다 쿠키를 만들어 오는 사람이 이마이씨거든요. 그 사람은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요. 저도 로젤리아에서 그렇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베이킹을 배웠어요."


선배가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홍차는 단 맛인데 선배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억지를 부린건 미안해요. 근데 말이에요. 저는요, 오쿠사와씨가 저를 편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선도부실을 개인적 용도로 쓰는게 별로지만, 어차피 저 외엔 아무도 안오거든요. 그러니까 쿠키와 차를 마시면서 일상을 나누거나, 아니면 각자 할일을 하며 같이만이라도 있으면서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때쯤엔, 베이킹을 배운게 더 뿌듯해질 것 같네요."


뭐야, 히카와 사요는, 조금, …….


#


후후후...후시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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