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야마짱'...?"
"......"
야마짱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금방 웃기 시작했다.
"돌아온 거구나! 아리짱!"
"...어."
아까는 야마짱이 막 안겨오고, 나도 가까이서는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그래서 어느샌가 울어버렸다.
하지만 조금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그래서는 내가 야마짱한테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관계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조금씩 거리를 유지하면서라도 신중하게 관계를 쌓아가고 싶어.
"오랜만이야, 야마짱."
그러니까... 조금 차분히, 천천히 다시 견고하게 쌓아가자.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게.
"아리짱~ 뭔가 차분한 말투네! 뭔가 어른같아!"
그렇게 말하며 안겨드는 야마짱을 보니, 너무 좋아서 천천히고 뭐고 그냥 나도 같이 껴안고 싶었다.
야마짱 너무 좋아!! 이렇게나 매력적인 건 반칙이라구!! 당장 안아버리자!!
그렇게 외치는 감정과 침착하게 있다가 더 오면 그때 확 그냥 덮쳐버리자는 이성의 줄다리기 속에서,
어라? 이성이 감정보다 더 막나가는데!?
"......!?"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 생각해보면, 물론 그렇게나 야마짱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더 중증이었나보다.
그게 좀 당황스러워서 말없이 있으니, 야마짱이 조금 부끄러운 듯 말을 걸었다.
"저기~ 계속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내가 부끄러워지는데..."
마치 체리처럼 빨개진 얼굴이 귀여워서, 여태까지 했던 생각이 전부 지워져버린 채 야마짱을 마주 안아버렸다.
"아, 아리짱!?"
당황하는 야마짱을 보니 여태까지 담고 있던 마음이, 참고 있던 마음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야마짱은 어땠어?"
"응? 어, 어, 어땠냐니?"
"우리, 초등학교 때까지는 엄청 친했잖아."
"으, 으응..."
다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게 겁이 나서 물어봤다.
"우리... 지금도 친구야...?"
혹시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올까 겁이 나서,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이 걱정돼서, 그런 내 마음이 야마짱을 믿지 못하는 것만 같아 한심하게 느껴져서, 내 목소리는 조금씩 힘을 잃었다.
"...아리짱은, 나 좋아해?"
갑작스러운 야마짱의 질문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괜히 잔머리 굴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응, 엄청..."
"아리짱은, 나와 친구인 게 좋아?"
"응..."
"나도, 아리짱과 친구인 게 좋아."
야마짱은 내 팔에서 슬쩍 빠져나와 양팔을 펼치며 활짝 웃었다.
"그럼 우린 당연히 친구야! 서로 좋아하잖아? 아니라고 하면 다시 친구가 되면 되는 거야!"
그런 걸까... 그렇게 간단한 걸까...
그렇지... 야마짱은,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아주니까... 오지 않아도 먼저 다가가니까...
"그렇네... 내가 바보였어..."
괜히 혼자서만 겁내고, 그러느라 다가가지도 못하고... 야마짱은... 다가만 가도 받아들여줬을 텐데...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는데...
"울지 말아줘, 아리짱. 나, 오랜만에 웃는 아리짱이 보고 싶어."
"...응!"
역시 야마짱과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게 돼.
"야마짱, 정말 좋아해!"
"으, 응! 나도 아리짱 엄청 좋아해!"
야마짱은 엄청 좋아한다는 말로 부드럽게 다시 넘겨줬지만, 그리 부드럽지만은 않았는지 얼굴이 다시 빨개져있었다.
"아하하, 야마짱 얼굴 엄~청 빨개!"
"으으... 아리짜~앙!"
부끄럽다는 듯 소리치는 야마짱도 귀여워!
"야마짱, 집에 갈 때 같이 가지 않을래?"
"...응?"
"아니... 그, 길이 겹치는 곳까지만이라도 같이 가고 싶어서......"
"응! 그러자! 나 아리짱네 집에 가봐도 돼?"
"응!? 으, 응..."
어쩌다보니 그냥 수락해버렸다.
그치만 웃는 야마짱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취소할 수가 없어서, 결국 우리 집에 같이 가기로 했다.
"그, 우리 집... 방을 제대로 정리 안 해놨는데... 괜찮을까...?"
물론... 그, 정리를 안 해놨다는 게 어지럽혀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호, 혹시 옛날 사진같은 부끄러운 게 있을지도 모르고..."
부끄럽거나 창피해질 모든 것들을 다 정리한 다음에야 같이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으으... 혹시 나도 모르던 이상한 거라도 하나 나오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래도 야마짱이랑 집에 같이 가고는 싶고...
"그럼 다음에 갈게! 그래도 괜찮지?"
"아, 아냐! 지금 가자!"
"괜찮겠어?"
"응... 어차피 정리해도 뭐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그리고..."
그게...... 그러니까...
"야마짱이랑...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으니까."
"엣...!?"
펑,하고 야마짱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풉, 뭔가 만화 캐릭터같아. 엄청 귀여워!
"그, 그러면... 그게에... 아하하... 아! 그, 그리고보니 같이 상점가에 가지 않을래? 집에 가기는 부끄럽다고 했었지? 마침 사~야네 빵집에 신제품도 나왔다니까 같이 가자!"
"그래? 그럼 그쪽으로 가볼까?"
"응! 그러자!"
"상점가 데이트 같은 거지?"
"엇... 데, 데이트!?"
이런 농담에도 반응해주네. 역시 귀여워!!
"농담이야, 친구끼리 같이 놀러가는 건데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건 없잖아~"
언젠가... 그 말이 거창한 표현이 아니게 되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것보다 야마짱과 함께 있는 지금이 중요한걸.
"얼른 가자, 야마짱!"
"응, 아리짱!"
야마짱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야마짱도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아... 야마짜아앙... 완전 한계야아... 힘들어어..."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지 체력이 더 떨어진 느낌이 든다. 그런 주제에 야마짱과 함께라고 신나서 뛰었더니 숨이 차서 기절할 것 같다.
"아리짱~ 앞으론 무리하면 안 돼!"
"우으... 으응..."
체력이 너무 약한 것 같아... 아무래도 조금은 체력을 기르지 않으면 야마짱과 같이 다니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 느낌까지 들어...
"하아...... 역시... 그렇게나 뛰는 게... 하아... 아니었어어..."
"아리짱! 앞으로는 같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체력도 좀 기르고, 많이많이 같이 다니자!"
...좋아. 그러고 싶어.
"응..."
"그건 그렇고, 아리짱 얼굴 빨개졌다~ 그렇게나 열심히 뛴 거야~?"
"글쎄...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야마짱이 해준 말이 기뻐서... 그런 게 아닐까?"
우으... 말하고 나니까 엄청 부끄러워! 난 왜 이런 부끄러운 말밖에 못하는 거지... 분명 책같은 건 많이 읽었는데, 그게 어휘력이 되지는 않는 걸까...
"...아리짱, 엄청 귀여워."
"야마짱도... 얼굴 빨개졌으면서."
"엣...!? 나 얼굴 빨개!?"
내 말에 야마짱은 화들짝 놀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들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홍조가 귀여웠다.
"아, 야마부키 베이커리..."
함께 웃고, 뛰고,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도착해있었다.
"사~야~ 나 왔어~!"
"야, 야마짱!? 아무리 친해도..."
이렇게 가게에 들어오면서까지 그래도 되는 거야!?
"아, 카스미, 아리사, 왔어?"
"아, 안녕하세요, 야마부키 씨..."
......어라?
"방금 야마부키 씨, 저를 이름으로..."
"응? 야마부키 씨라니? 아, 혹시 이쪽의 아리사가 돌아온 거야?"
"응! 소개할게! 어렸을 때 같이 놀았던 아리짱이야!"
"자,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좀 안으로 들어갈래?"
갑자기 조금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에 당황했지만, 일단은 야마부키 씨를 따라 들어가기로 했다.
"엄마, 저 친구들 와서 잠깐 방에서 얘기 좀 할게요."
"응, 마음껏 얘기하고 오렴."
야마부키 씨는 어머니께 방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하고는 나와 야마짱을 방으로 안내해줬다.
"저기... 야마부키 씨...?"
방에 도착하고 나서, 야마부키 씨를 불러봤더니 야마부키 씨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리사는, 내가 아는 아리사가 아니네."
어? 그게 무슨...
"그 때의 아리짱은 다른 세계의 아리짱이었으니까~ 그치, 아리짱?"
"으, 으응......"
"그런 건가... 하아...... 그런 거지..."
야마부키 씨는 한숨을 쉬며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다른 쪽의 나와 어느새 친해지기라도 했던 걸까...
"저기... 그게......"
어떻게 말을 걸면 좋을지 모르겠어!! 으으...... 그쪽의 나, 츤데레라며! 근데 어떻게 금방 친해진 거야!!
이마를 짚은 오른손에 대부분이 가려지기는 했지만, 도저히 야마부키 씨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던 내 머리를, 붙잡아서 들어올리고 야마부키 씨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쪽 아리사랑 친해지면 되겠네? 그치? 잘 부탁해, 아리사?"
씨익- 웃고있는 표정이, 마치 장난꾸러기 소악마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쪽의 야마부키 씨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답했다.
"ㄴ, 네! 자, 잘 부탁...드려요..."
"와아, 성격 엄청 달라. 다른 아리사였다면 진작에 얼굴 빨개져서는 소리쳤을 텐데. 그치?"
"그렇네! 그치만 이런 아리짱, 엄청 귀엽지 않아?"
"귀... 귀엽다니......"
으으... 부끄러워......
그리고, 야마짱은... 자기가 더 귀여우면서...
"아하하, 그러게. 이 아리사도 엄청 귀엽네."
"그, 그렇게 얘기하셔도..."
"아리사~ 반말 안 쓸 거야? 안 쓰면 내가 좀 섭섭할 것 같은데~?"
"아, 그, 그게......"
"뭐, 불편하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냥 편한대로 해줘. 아, 그럼 나도 존댓말로 할까?"
"아니야...! 조, 존댓말은 싫어!"
나는... 나는......
"친구, 되고 싶어... 그러니까, 반말로 해줘... ㅅ, 사, 사아...야."
"...용기를 내줘서 고마워, 아리사."
야마부키 씨... 사아야는 기특하다는듯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조금 장난스러운 언니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앗! 사~야! 치사해! 아리짱의 머리는 내 거라구!"
"카스미,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머리가 네 거라고 하면 공포영화가 된다구?"
"에? 왜...... 아아!!"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은 카스미는 주저앉아버렸다.
"머리가... 머리가 데굴데굴... 머리만 데굴데구울......"
"...카스미, 이런 거에 약했구나."
"저, 저기, 야마짱..."
아직도 덜덜 떨고있는 야마짱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가볍게 안아주고 말했다.
"머리만 야마짱 거인 게 아니야. 나는 전부 야마짱 거라구?"
"어어...!?"
"......아리사, 그거 고백 멘트지?"
응?
아.
"우와앗!? 그, 그, 그런 게......"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렇지만......
팔을 붕붕 저으며 말했다.
"아직 너무 이르다구! 벌써 고백은,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
아직 친구로서의 추억도 더 쌓고 싶고, 고백은 좀 더 깊은 사이가 되고나서 하고 싶으니까......
"그 말은, 나중에라면 카스미한테 고백할 의향이 있다는 거네?"
"우앗!? 그, 그게...!!"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는지, 사아야는 키득키득 웃더니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뒷 부분은 다음 시간에 계속, 그렇게 해둘까?"
"사, 사~야~!!"
야마짱이 새빨개진 얼굴로 사아야를 불렀다.
"왜 그렇게 불러? 혹시 나 좋아하니? 후후후."
"부우... 계속 그렇게 장난치고 그러면... 오타에가 안 좋아할지도 모른다구?"
볼을 부풀린 야마짱의 말에, 여유롭던 사아야의 표정이 바뀌었다.
"앗... 여, 여기서 오타에가 왜 나와?"
"왜냐니, 그야 사-야가 오타에를..."
혹시 좋아하는 거야!?
"아하하! 카, 카스미? 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치? 아리, 아리사?"
"아아, 아리짱!? 아리짱이 있다는 걸 무심코 신경쓰지 못하고 말해버렸다..."
신경쓰지 못했다니, 야마짱한테 나는 공기 취급인 걸까...
그건 그렇고, 사아야는 급히 말을 돌리려다가 말이 목에 걸렸나보다. 내 이름을 부르다가 잠시 멈춘 게 신경쓰여서 가방에서 물을 꺼내서 마시라고 건내줬다.
"후아아... 물 고마워. 마침 목이 타는 것 같았거든."
"아, 아냐... 그, 별 거 아니야."
그렇게 대단한 걸 해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생각난 일을 해준 것뿐이니까...
"그리고보니 사아야, 하나조노 씨를 좋아하는... 거였구나."
"...잊어줘."
"응?"
잊어달라고?
"아니, 잊지는 못해도 비밀로 해줘... 그거, 오타에한테 들키면... 계속 친구 사이로 지내진 못할 거니까... 그러니까..."
새빨개진 얼굴로 조금이라도 건드렸다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사아야를 보니, 나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사아야의 마음과 그 대상인 하나조노 씨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조노 씨는, 그, 토끼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는 사람... 내가 아는 하나조노 타에 씨가 맞지?"
유성당쪽으로도 몇 번인가 와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언제 한 번은 더워서 기운이 빠진 토끼를 걱정하던 하나조노 씨를 집에서 쉬게 해준 적도 있었지.
"응, 좀 엉뚱한 면이 있는데 착하고 재미있는 애야."
"오타에는 대단해! 토끼를 한두 마리 키우는 것도 아니고 스무 마리 넘게 키워!"
그건... 확실히 스무 마리나 키운다면 대단하네. 아니, 잠깐... 스무 마리 넘어!? 진짜 대단하네...
"그런데, 야마짱... 그, 우리 여기 뭐하러 온 거였지...?"
뭔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잊어버렸다. 여기 왜 왔던 거였지?
"어? 으음... 그게... 아리짱이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고 해서...였나?"
"앗! 야, 야마짱!"
"아하~ 그런 거였구나? 엄청 적극적이네, 아리사. 그쪽 아리사와는 영 딴판인걸?"
"놀리지 말아줘!"
사아야는 내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아니야, 아니야, 귀여워서 그러는 거라구~ 신제품 빵도 좀 줄 테니까 봐줘~ 응?"
그렇게 말하지만... 귀엽다고만 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흥, 나보다는 야마짱한테 줘. 나보다는 야마짱이 좋아할걸."
삐졌네.
내가 봐도 이건 삐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표정과 목소리였다. 진짜 애 같다고 해도 반박할 수 없을 반응이었다.
눈을 굴리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야마짱이 입을 열었다.
"아, 그래! 사~야네 신제품을 사러왔던 거야! 그치? 아리짱?"
"...응."
"그, 그럼 사~야, 포장해주라! 아리짱 집에 가서 같이 먹게!"
야마짱의 말에 사아야는 봉투를 챙겨 빵을 담으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같이 가도 돼?"
"안 돼! 누구 때문에 아리짱이 이렇게 삐졌... 아! 그, 아리짱! 삐, 삐졌다는 게 아니라, 그... 그게..."
"풉."
"아리...짱?"
"삐진 거 맞잖아. 그치? 사아야가 놀리는 목소리로 말해놓고는 귀여워, 귀여워,하면서 넘기려고 하니까 삐진 거잖아."
당황한듯 어쩔 줄 몰라하는 야마짱을 보며, 다시 귀엽다고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삐진 게 맞으니까, 삐졌냐고 솔직하게 말해줘. 삐졌다고 놀려도 괜찮으니까. 야마짱은 남 눈치 같은 거 안 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게 제일 어울려."
물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남에 대한 배려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은 남들 감정보다 자기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그쪽에서는, 나 때문에 억지로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는 걸 봐버렸으니까... 손을 잡고 교실로 뛰어갈 때, 한 순간이나마 야마짱의 표정에서 깊은 그리움을 엿볼 수 있었으니까.
"엥~!? 제멋대로가 어울려? 나 말썽꾸러기야!?"
"아, 그게... 어울린다는 말보다는...... 귀엽다...는 말이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러지 않아도 귀엽기는 한데...... 으으......"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귀엽다고 그러네, 카스미."
"으, 으응......"
"카스미는 귀엽지."
"얼굴 빨개진 야마짱, 아무리 봐도 진짜 귀여워..."
"흐으아아아... 사-야, 아리짱, 그마안... 제발 그만...... 더 이상은 정신이 못 버틴다구우......"
말 그대로 부끄러워서 정신을 잃으려고 하는 야마짱을 보고는 사아야와 함께 키득키득 웃었다.
"아, 그리고보니 아리사는 카스미를 야마짱이라고 부르잖아?"
"응... 그런데 왜?"
"나는 그냥 '사아야'야?"
"응...?"
호, 혹시 마음에 안 드나...?
"아니, 뭐... 카스미만 특별취급이라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보니 아리짱, 초등학교에서도 나나 하구하고만 놀았지."
"그, 그치만... 야마짱이랑 키타짱 말고는 아는 사람도 없었는걸..."
"키타짱? 아아, 하구미? 그리고보니 하구미도 어렸을 때 친구니까... 어렸을 때에 별명을 붙이던 방식으로 부르는 거구나?"
"으응..."
"그거, 성에서 떼서 붙이는 거지? 토'야마' 카스미는 야마짱, '키타'자와 하구미는 키타짱, 그럼 나는 야마부키 사아야니까... 그 방식으로 부르면 야마짱이나 부키짱인가?"
아마도 그렇게 되려나...?
"아! 그럼 조금 줄여서 부-짱 같은 건 어때?"
"응?"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나와 사아야의 반응에 야마짱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사~야는 가끔 나나 아리짱을 '부우~'하게 만들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부-짱이야!?
그것보다도 '부우~'라며 볼을 부풀린 야마짱 너무 귀여워!!
"아리사, 눈 엄청 반짝거린다~?"
"아, 그, 그게...!"
"카스미가 귀엽다고 생각하던 거지? 당황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나도 아리사도 서로 좋아하는 사람 다 알잖아? 장난으로 톡톡 찌를 때마다 그렇게 콕콕 반응하면 금방 들켜서 온 동네에 소문난다?"
"사아야 대단하네..."
난 좋아한다는 감정이 순식간에 넘쳐서 바로바로 드러나버리는데, 사아야는 이런 부분까지 다 생각하는구나...
"다른 중학교를 다녔던 아리사는 모르겠지만, 이쪽은 그때부터 친하던 애들끼리 연락망이 다 이어져있어서 전교생에 한두 학년 위의 졸업생들도 전부 알기까지 5분이면 충분해."
"진짜!?"
"뻥이야."
"응...?"
뭐?
"사아야!!"
"아하하, 미안, 미아~안! 당황하는 아리사가 너무 귀여워서 또 보고 싶었지 뭐야. 카스미도 귀엽지만, 아리사도 엄청 귀엽네. 역시 유유상종이라는 건 이런 건가?"
"그거,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좀 부정적인 느낌으로 쓰이는 말 아니냐구...
"뭐, 끼리끼리 사귄다는 거니까 비슷한 거 아닐까?"
"아! 그러면 리미링은 초콜릿을 엄청 좋아하고, 사~야도 오타에를 엄청 좋아하니까 그것도 비슷한 걸까?"
"카, 카스미!"
"그렇네... 뭔가를 엄청 좋아한다는 점은, 야마짱도 친구들을 엄청 좋아하니까 비슷하고."
그리고보니 하나조노 씨도 토끼를 엄청 좋아했지. 그쪽에서 포피파로 이어진 건... 그저 우연이 아니라 이런 공통점들이 깊은 인연으로 이어진 덕분이었을지도 몰라.
"아리사는 자기만 쏙 빼놓네? 아리사도 카스미를 엄청 좋아하면서."
"그, 그건!!"
"또 얼굴 빨개졌다."
"사~야!"
야마짱이 소리쳤지만, 사아야는 후후,하고 웃을 뿐이었다.
"후후, 아리사는 진짜 귀엽네. 빨리 리미링한테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야."
"그건 그래! 리미링도 어서 아리짱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아! 내일 점심 같이 먹자!"
"으, 응......"
리미링이라면... 우시고메 리미 씨였지? 우시고메 씨는 가끔 복도에서 보면 얌전하고 조금 소심한 성격이었던 거 같은데... 갑자기 내가 끼어들어도 괜찮을까...? 친해지고 싶기는 하지만...
"아, 그리고보니 점심 때는 누구누구 같이 먹어?"
"일단 나랑 리미링이 고정 멤버! 그리고 사~야는 평소에는 우리랑 같이 먹는데, 가끔씩 나츠랑 둘이서 먹거나 우리쪽으로 데려오기도 해!"
"나츠?"
"우미노 나츠키, 나랑 같이 CHiSPA라는 밴드를 하는데, 거기서 보컬과 기타를 맡은 아이야."
사아야가 다른 밴드를 하고있다면...... 그럼 여기는 포피파가 없는 건가...?
"저기, 아리사?"
"으, 응!?"
"아아, 그게, 좀 멍해진 것 같아서."
"별 거... 아냐."
예상은 하고 있었지... 그쪽의 포피파는... 그쪽의 야마짱이 말한대로라면 그쪽의 나와 별의 고동이라는 걸 쫓던 야마짱이 만나서, 야마짱이 랜덤스타라는 기타를 보고 시작된 것 같으니까.
그래, 이쪽에는 이쪽의 미래가 있고, 이쪽의 방향이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쪽의 사람들과 이쪽의 인연을 이어나가면 되는 거야.
"아, 그리고보니 하나조노 씨는? 하나조노 씨도 가끔 야마짱과 같이 나가는 걸 본 것 같은데..."
"오타에도 같이 먹어! 그치만 가끔씩 생각할 게 있다면서 혼자서 먹으러 가기도 해!"
"오타에는... 요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아."
...그쪽의 하나조노 씨는 기타를 진지하게 하고있다고 그랬는데, 이쪽의 하나조노 씨는 기타를 못 만났던 걸까?
"하나조노 씨는... 혹시 사아야네 라이브를 본 적 있어?"
"응? 아니... 아마 없을걸...?"
"그럼... 보여주는 거 어때? 사아야네, CHiSPA의 라이브."
"어!?"
물론 이쪽의 하나조노 씨는 음악과 안 맞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런 게 아니라도, 진로에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라이브를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좋은 추억도 될 것 같아. 그리고 하나조노 씨가 사아야를 좀 더 알게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좋은 생각이야, 아리짱! 라이브를 본다면 고민을 좀 덜 수 있을지도 모르고, 거기서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어때, 사~야?"
야마짱의 말에 사아야는 말을 꺼냈다.
"그렇게 말해도..."
"혹시 어려울까? 나츠랑 다른 애들한테 부탁해볼게! 응? 안 돼?"
"아니, 그게, 어차피 CHiSPA는 문화제 때 라이브를 할 예정이라서 아리사가 그 얘기 안 했어도 그냥 구경하러 오라고 부를 생각이었는데."
어? 그런 거였어?
"그럼 나, 괜한 얘기를 꺼낸 건가...?"
"그렇지 않아, 아리사. 이리저리 생각해준 거잖아? 기특해."
"앗! 사~야! 또 머리 쓰다듬고 있잖아~! 치사해! 아리짱 머리는 내 거라구우!"
마치 지지 않겠다는 것처럼 같이 머리를 쓰다듬는 야마짱을 보고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역시 야마짱이 귀여워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머리만이... 아니라니까...? 후후..."
정말 좋아해, 야마짱.
한동안 사이좋게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야 둘 다 새빨개진 내 얼굴을 보고는 그만뒀다.
쓰다듬어주는 거... 기분좋기는 하지만 역시 부끄러워...
사아야는 그런 나를 두고 귀엽다고 하고는 내려가서 빵을 준비해줬다. 아까는 신제품을 주겠다고 그랬지만, 이런저런 빵을 다양하게 담아준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사~야한테 빵을 너무 많이 받아버렸네..."
"그렇네... 우리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아보여. 둘이 먹고서, 할머니께도 좀 드린 다음에 야마짱네 가져가서 야마짱네 가족 분들께도 드리자."
"그럴까? 사~야도 가족들과 나눠먹으라는 의미로 많이 챙겨준 것 같고!"
"그러자."
야마짱과 나란히 걸어가며 그런 얘기를 나누니, 왠지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 그립다. 어렸을 때는 이런 시간이 평범한 줄 알았는데... 이런 게 평범한 건 줄 알고 신기해하면서도 이런 시간이 특별한 줄도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넘겨버린 시간이 너무 아쉬워."
"그래도... 그 덕분에 지금 이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우리가 어느 정도 못 만났으니까 다시 만났을 때 그렇게나 기뻤던 거라고 생각해!"
...그러게. 야마짱과 계속 같이 있었다면, 야마짱을 이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는 거겠지?
"역시 그렇겠지?"
"응!"
어렸을 때처럼, 서로 손을 잡고 조금 천천히... 그때의 보폭과 걸음 속도로 걸었다. 조금 변한 듯하면서도 아직 변하지 않은 몇몇 풍경들에, 그런 추억들에 감싸여서.
집에 와서 같이 빵을 먹고, 어렸을 때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버렸다.
하고 싶은 얘기는 너무 많았지만 태양은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없다는 듯 일찍 가라앉았고, 어느샌가 달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됐어...!? 야, 야마짱, 이젠 집으로 가봐...!"
"아! 벌써 밤이야!? 우우... 아리짱이랑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런 야마짱에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난 시간 많아. 다음에 또 와서 같이 얘기하자, 야마짱."
"응! 꼭... 꼭 다시 같이 얘기하자!"
야마짱은 가방을 매고 내게 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마음같아서는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야마짱은 괜찮다며 거절해서, 어쩌다보니 문 앞까지 따라나갔다.
으으... 야마짱은 너무 귀여워서 이런 시간에 함부로 돌아다니면 위험할 것 같은데...
"야마짱, 조심해서 돌아가야해...?"
"응! 내일 봐, 아리짱!"
"혹시 모르는 사람이 사탕같은 거 줘도 따라가면 안 돼...?"
"아리짱... 나 그래도 일단은 고등학생인데..."
"...약속해줘."
"우우... 나 초등학생 취급받는 거야?"
야마짱한테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보내주려고 할 때,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 카스미와 아리사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하나조노 씨. 오늘도 토끼를 데리고 산책 중인 것 같았다.
"와! 오타에~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
"나도, 내일 보자고 했는데 오늘 또 봤네."
자연스레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야마짱을 보니 말도 제대로 못 꺼내고 우물쭈물하는 나와는 달리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사, 여기 옷짱."
"네...?"
"아까 점심시간에 옷짱 얘기하지 않았어?"
"그, 그게..."
어찌어찌 야마짱의 도움을 받아 평행세계에 관한 얘기를 했더니, 하나조노 씨가 말했다.
"그리고보니 점심시간의 아리사, 어쩐지 다른 사람 같기는 했어."
"응! 그게 어찌보면 다른 사람이었던 게 맞아!"
"그 때의 아리사는 반말을 써서,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나하는 생각에 기뻤어."
"그, 그건... 그게..."
"물론 아리사가 억지로 반말을 할 필요는 없어. 친구가 아니라면 꼭 반말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라고 꼭 반말을 쓰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구나. 그럼 반말을 쓰는 다른 쪽의 내가... 기뻤구나...
"저는..."
나도... 나도, 그렇게 친해지고 싶어.
"저는... 하나조노 씨와... 친구, 되고 싶어요..."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
하나조노 씨는 여러모로 엉뚱한 면이 있지만, 그런 부분은 단점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남들과는 다른 매력이라서 친구가 된다면 학교생활이 조금 즐거워지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몇 번 있을 정도였다.
"오타에, 혹시 아리짱이랑 친구하고 싶지 않아?"
"나도 아리사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나조노 씨의 대답에, 야마짱은 바로 말했다.
"둘 다 그러면 이제부터 친구하자! 아! 오타에,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 리미링한테도 우리 아리짱을 소개시켜줄 생각이거든! 어때?"
"좋네, 같이 먹자. 괜찮지? 아리사."
"네... 아니, 응... 그러자, 타에."
반말을 쓰는 게 친구 같아서 기뻤다는 얘기가 어쩐지 예전의 나와 겹쳐보여서, 조금 용기를 내서 이름을 불렀다. 야마짱과 사아야는 오타에라고 부르지만... 일단 난 서로 이름으로 부르며 얘기하는 거에 익숙해지고 싶어서 이름으로 불렀다.
"아...! 응, 아리사. 그럼 내일 점심시간에 봐."
잠깐 놀라다가도 기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떠난 타에의 뒷모습에,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 조금 겹쳐보이는 것만 같았다.
타에도, 지금의 나나 어렸을 때의 나처럼 친구를 사귀는 게 정말 기뻤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야마짱한테 정말 고마워져서 마음속으로나마 꾸벅 고개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야마짱, 정말 고마워."
"으, 응!?"
"야마짱 덕분에 어렸을 때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혼자가 아닌 데다가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있으니까... 그게 전부 고마워."
"그렇게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 뿐인걸!"
그 마음이 고마운 거야...
"정말 고마워, 야마짱."
야마짱이 돌아가고, 혼자 방으로 돌아왔다.
"여태까지 혼자였는데, 혼자라는 게 이제서야 느껴지네..."
아까까지 야마짱과 있었으니까 그게 더 느껴지는 걸까...
"야마짱이 벌써 보고 싶네."
뭔가 신기해...
야마짱과 다시 만나 친구가 되니까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즐거워.
그리고 야마짱을 만날 내일이 더 기대가 돼...
"내일, 점심도 같이 먹기로 했지..."
그리고보니 내일 점심에 만날 우시고메 씨는... 꽤 소심해보였는데, 그런데도 용기를 낼 때는 용기를 낸다고 그랬지...
"나도, 같이 용기를 낸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리미. 리미, 리미. 리미. 리미링...
마음 속으로 이름을 부르는 연습을 해봤다. 그렇지만 왠지 리미링이라는 호칭이 왠지 둥글둥글하고 귀여워보이는 우시고메 씨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후후, 기다려주세요, 우시고메 씨. 내일, 친구가 되러 갈 거니까요."
새롭게 쌓였고, 쌓으려는 인연이...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 같아서, 창밖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쪽의 야마짱도 그렇지만, 야마짱은 어쩐지 별 같아."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어쩐지 빛나서, 주변을 밝게 해주는 점... 그런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
그럼... 내일 보자, 야마짱.
- BanG! Parallel, Prolog(3). 재회, 그리고 새롭게 쌓여가는 인연
끝.
저번에 썼던 If 둘에서 이어지는 평행세계 이야기! 카스미가 좋아죽는 아리사를 쓰고 싶었는데 잘 못한 거 같아서 아쉬워...
무작정 쓰다보니 분량이 13,000자 넘더라구... 기록 갱신이얌!
졸리댜... 자러 가야지... 8시까지 학교가서 수업 들어야 되는데... 헤헤...
비판과 오류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야... 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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