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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23.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2 21:25:32
조회 358 추천 28 댓글 5
														

 이 전 편 들 모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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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울어진 조명 빛은 다시 한 번 토모에를 감쌌다. 체육관 불을 끈 채 리허설도 해보고, 무대에 처음으로 나선 것도 아닌데 이러한 감각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묵직한 부담감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설렘 같은 것이 차올랐다. 


 쉽게 말하자면 기분 좋은 떨림? 굳이 비교하자면, 애프터 글로우 공연을 할 때와 가장 비슷한... 


 탁상에 앉아 토모에는 이런 저런 서류들을 살펴보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본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탁상에 올라갈 서류들을 토모에를 위해 대본으로 바꿔두었다. 작은 틈이나마 대사를 확인하라는 연극부의 배려였다. 그 덕에 토모에는 탁상에 앉아 대본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나랏일을 맡은 귀족의 모습이건만, 속으론 대사 하나 틀릴까 덜덜 떠는 초심자였다. 파리스 백작에 어울리는 마스크와 캐릭터 해석으로 일궈낸 잠재력은 분명한 무기였지만, 그래도 토모에는 초심자였다. 아직 무대에 서는 게 어색하기만 한, 그러한 초심자. 


 스피커에선 노크 음이 들려왔다. 대부분의 효과음을 스피커로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시오.”


 토모에는 무대 저 편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림자 하나가 손을 싹싹 비비며 무대 위에 올라섰다. 


 “당신은...”


 토모에는 짐짓 모른 척을 하며, 대사를 이어나갔다.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은 탁자 위에 잘 올려두었다. 


 “소인은 캐퓰렛 부인의 조카, 티볼트라고 합니다. 나으리.” 


 “캐퓰렛 부인의?”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것과는 다르게, 눈빛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3학년 선배여서 그런지, 몸짓 하나 하나에 여유로움이 넘쳤다. 그 마음가짐을 본받고 싶어 파리스는 괜히 헛기침을 한 번했다. 


 “캐퓰렛 부인의 조카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죠.”


 그렇게 말하며 티볼트는 자연스레 탁자의 한 구석을 차지했다.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혹시 무도회서 아가씨를 보셨습니까?”


 “잠깐 만났소. 그래서 캐퓰렛 어르신에겐 혼사 얘기는 없던 걸로 하기로 했네만.” 


 “그 날 어디서 보셨습니까?” 


 “당연히 회장으로 쓰였던 캐퓰렛 가문의 저택에서 보았지, 근데 그걸 왜 캐물어보는 거요.”


 파리스의 목소리는 조금 더 언짢아졌다. 캐퓰렛의 힘이 세다 한들, 저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심문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혹시라도 혼사 얘기라면, 영애를 위해서라도 이만 비워줬으면 좋겠군.”


 “아닙니다! 다만 저는 줄리엣의 안위가 걱정되어 나으리를 찾아온 겁니다!”


 파리스의 축객령에 티볼트는 필사적으로 손사래를 저었다. 기분 나쁜 듯, 파리스의 눈썹이 잠시 올라갔다. 


 “영애께 무슨 일이 있소?”


 파리스는 그 날, 그 밤 이후 단 하루도 줄리엣 캐퓰렛의 목소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저를 사랑하냐고 묻는 그녀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파리스를 괴롭혔다. 사랑하냐고 물어도,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사랑한다 말할 수 없었다. 질척한 만남은 딱 질색이다. 


 “무슨 일이 있다, 마다요! 전부 그 가증스러운 몬터규 놈들 때문입죠!”


 티볼트는 그보다 더욱 괘씸하고, 얄미운 목소리로 파리스 백작을 살살 구슬린다. 가장무도회서 몬터규의 자식을 보았던 일과, 자랑스러운 캐퓰렛의 영애가 로미오와 함께 즐거운 밀회를 가진 그날의 일을,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두 사람이 서약을 나누기로 한 것도 빠짐없이 백작에게 알려주었다.  


 “캐퓰렛 어르신께선 이 일을 알고 계시오?”


 “아직은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내가 먼저 알 이유는 없지 않소?”


 파리스 백작은 착잡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저가 사랑보다는 야망을 중히 여기는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사실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저의 선언을 들은 날에 다른 남자와 그랬다는 것은, 솔직히 꽤나 충격이었다.


 “그러나 숙부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상심이 크실까요? 그래서 저도 웬만하면 제 손으로 끝내고 싶은 터라... 이렇게 나으리를 찾아왔습니다.”


 “제 손으로 끝낸다더니, 내 손까지 더럽히려 하는구려.”


 파리스의 말에 이번엔 티볼트가 헛기침을 했다. 이번 한방엔 털난 양심이라도 제법 찔린 모양이다. 


 “나으리가 몬터규 놈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저에게 알려주신다면, 사례는 캐퓰렛 가문의 이름을 빌어 부족하지 않게...”


 티볼트의 말에 파리스는 좀처럼 답을 주지 않았다. 그것에 애달파 티볼트가 무언가 더 얘기를 하려던 찰나였다. 


 “일단 내가 영애와 얘기를 먼저 해보겠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파리스 백작은, 제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저를 수렁으로 빠트릴 대답이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


 


 “사람이 왔구나.”


 발코니의 창문을 때리는 작은 돌 소리를 듣고, 줄리엣은 저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렸다. 오늘의 달도 어제와 같았다. 정인의 얼굴과 같은 밝은 달. 찾아온 사람은 분명 그 달을 만나기 위한 서신을 저에게 가져다줄테지.


 필요 이상으로 조신하게, 여인은 창문을 연다. 끼익, 하고 불협화음이 났지만, 그게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기분이 좀 나빠졌다. 줄리엣은 그의 이름이 아닌, 그의 직위를 입에 담았다. 


 “백작님.”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파리스 백작이 로미오 몬터규의 연락을 가져올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늦은 밤에 미안하오.”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줄리엣이 고개를 홱, 홱 저었다. 


 “아니에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작님이라면... 분명 앞이 아니라 뒤를 이용하는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나를 너무 믿는 것 아니요? 본인은 그렇게 마음이 넓은 사람은 못 되오.”


 “농담도 할 줄 아시는 분이었군요.”


 격의 없는 줄리엣의 말에 파리스 백작도 조용히 웃어보였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아까운 여인이다. 부디 별 일 없이 끝까지 행복하게 지내면 좋으련만. 그러나 그대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난 결국 악역을 자처할 수밖에 없겠구나.


 “그대의 가족으로부터, 서약을 나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파리스 백작이 저보다 높은 곳에 있는 줄리엣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의 광경과는 많이 다르다. 로미오는 사다리를 타고 그녀와 눈높이를 마주 보았지만, 파리스는 그저 그녀를 우러러만 본다. 그 사실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상대 또한 이미 알고 있지만...”


 파리스의 연이은 말에, 줄리엣의 표정이 굳었다. 가족들 중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더군다나 상대까지 알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캐퓰렛 어르신에게 말할 생각도 없소.”


 그나마 파리스 백작의 뜻 모를 말이, 줄리엣에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저에게 이러한 호의를 보내는 이유는 어렴풋이 짐작이 갔지만, 그 이유에 대해 답을 줄 수가 없어 줄리엣은 살짝 마음이 쓰라렸다. 


 “고마워요, 백작님.”


 그러한 감정이 기만이란 걸 알면서도, 그녀는 그랬다.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그러한 마음의 넘침을 참지 못하고, 그녀는 그 질문을 입에 담았다. 잠시간의 정적이 그들 곁을 쓰다듬다가, 다시 사라졌다. 먼저 깬 사람은 파리스였다. 


 “나는 그대를 어리다고 생각했소.”


 파리스 백작은 생각하고 있던 답을 읊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통틀어 답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대는 어리지도 않고, 미숙하지도 않았소.”


 몇 번의 대화만으로도 그는 알 수 있었다. 줄리엣은 심지가 매우 곧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그녀를 받지 못할 사람이란 것을. 


 “두 번의 계절이 아니라, 두 시간 뒤 만남으로 그대는 나를 변하게 했소. 그러니 이건 그대에 대한 경의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소.” 


 굳이 따지자면 그래도 좋아했던 사람에게, ‘좋은 사람’정도로는 기억되고 싶었다. 그 정도는 신께서도 허락해주지 않을까.


 “백작님의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하기를...”


 줄리엣이 고개를 깊이 숙여보였다. 그 어떤 말도 그에게는 짐이 될 것 같아서,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고맙소.”


 줄리엣의 말을 들은 파리스의 입가에도, 나쁘지 않은 미소가 걸렸다.


 “줄리엣.”


 캐퓰렛 저택의 발코니를 떠나기 전, 파리스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며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다시 제 집으로 들어가려 했던 줄리엣도 파리스를 바라보았다. 


 “네.”


 그러자 다시 제 집으로 들어가려 했던 줄리엣도 파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를 사랑하오?”


 그리고 그의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버렸다. 저를 사랑하냐며 물었던 저의 질문과는 좀 다른, 그를 사랑하나며 묻는 백작의 질문. 물어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그때 나를 사랑하냐고 묻는 영애의 질문은 굉장히 직언이었구나. 


 “네.”


 줄리엣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엇갈려도, 너무나도 엇갈려버리고 말았다.


 “로미오를 조심하시오, 그는 낮과 밤이 다른 자이니.”


 분명 알고 있는 것은 있었지만, 좋게 끝날 것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작은 간단히 로미오에 대한 충고만 해주었다. 줄리엣은 알지 못하는, 그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말이다. 줄리엣이 곁에 있다면, 로미오 또한 밤놀이는 더 이상 하지 않겠지.  


 그래도 그게 졸렬해 보인다면, 그냥 홀로 남은 자의 질투라고 생각해주기를.


 “그대가 나를 위해 빌어주었듯, 그대의 앞날에도 축복만이 가득하길! 나 또한 우리 아버지께 간곡히 빌겠소이다.”


 그렇게 말하고, 파리스는 캐퓰렛 저택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의 그림자만이 무대 위에 남았다가, 이내 어둠속으로 먹혀 들어갔다.  


 “에로스 신도 참 잔인하구려. 나에겐 이런 이름을 주었으면서, 정작 헬레네는 내 품에 안겨주지도 않는구나!” 


 조명은 서서히 암전되었고, 파리스의 목소리만이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남았다. 조금 더 우울한 음율이 무대 위를 타고 객석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늘은 미소를 짓고, 슬픔은 나중에 내리는 좋은 날씨구나.”


 로렌스 신부의 배역을 맡은 1학년 연극부원은 조심스레 대사를 읊었다. 첫 연극이기도 하지만 조연 배역 중에서도 비중이 있는 배역이라, 소녀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어딘가 조금 불안했다.


 “아멘, 아멘! 하지만 어떤 슬픔이 오더라도 그녀와 함께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걸까요?” 


 카오루는 두 손을 과장스럽게 올리며 로렌스 신부와 합을 맞췄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까지 저의 몸짓이 보이도록, 나쁘게 말하면 과잉된 연기를 그녀는 고수하곤 했다.  


 “올 사람이라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기일수록 상대방이 맞추는 것은 더욱 쉽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더욱 강하게 남겨주기 때문이다. 


 “올 사람이라면? 와요, 당연히 올 겁니다. 전날 밤 그녀가 제게 준 약속은 세상 어떤 것보다 고귀했으니까요.”


 다소 과장된 로미오와 필요 이상으로 절제된 로렌스 신부.


 “그렇게 믿는데 뭘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냐?”


 “신부님은 사랑을 모르잖아요.”


 그들의 대사가 축구의 패스처럼 계속 연이어졌다. 치사토는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며 카오루와 로렌스 신부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세타 카오루의 연기력은 또래 내에서도 독보적이라, 자칫하면 금세 독무대로 변할 위험이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 저를 조금씩 깎아내어 상대방을 받쳐주는 것.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건 안다, 로미오. 명망 높은 가문의 몬터규란 작자가, 저의 아내가 되는 사람에게 큰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세타 카오루가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러한 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이 빛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빛나게 할 수 있는 너의 그 모습이. 


 “그래서 밤놀이는 이제 그만 둔 거니? 로미오.”


 “몇 번을 얘기하는 거지만, 단순한 놀이가 아니에요. 저희로서는 그게 최선이었...”


 카오루의 대사가 끝나기 전, 타이밍 좋게 발소리가 조용히 무대 위를 울렸다. 마치 계산한 것처럼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줄리엣이구나!”


 카오루의 목소리가 치사토를 반겼다. 세타 카오루가 타고난 감각으로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시라사기 치사토는 공부를 하고, 자신이 느낀 점을 철저히 해석하며 연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저와는 스타일이 꽤 많이 달랐지만, 그러한 점이 카오루는 오히려 더욱 마음에 다가왔다. 자신과 같은 느낌보다는, 서로 상극인 스타일이 연기에 더욱 자극적이다. 


 “두 사람 모두 가벼운 발걸음이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오는 저 발걸음을 누가 막을 수 있으랴, 하지만 덧없어라. 세상의 모든 기쁨도 모두 한 순간일진대....” 


 로렌스 신부는 조심스레 대사를 읊었다. 워낙 돌발 상황이 많은 이번 연극이라, 눈치를 잘 보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줄리엣 역을 맡은 시라사기 치사토의 눈치를 잘 봐야했다. 정작 치사토는 지금의 극에 대해 별 관심 없어보였지만 말이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신부가 하는 생각도 모른 채, 치사토는 줄리엣으로 변해 반가이 인사했다. 


 “로미오가 저의 인사도 대신 할 겁니다.”


 “그럼 로미오 님도 안녕하세요? 아, 너무나도 황송한 사람! 저는 이제 캐퓰렛이 아닌 그대의 사람이 되는 거겠죠?”


 치사토의 목소리엔 기쁨이 역력하다. 로렌스 신부는 그녀의 감정 선을 좀처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녀가 이 연극에 무슨 생각으로 임하는지도, 이젠 잘 모를 지경이다. 


 “오, 줄리엣 당신과 내 기쁨의 양이 같더라도, 그 표현에 있어서는 당신이 위인 것 같소. 그러니 이젠 당신의 입술로 이 근처 공기를 모두 오뉴월의 공기로 만들어주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만나 서로 맛보는 꿈과 같은 기쁨을 바람의 선율과 같이 풍요롭게 말해주오.”


 무대 위의 폭군이 되어버린 그녀. 그런 치사토를 제어하고 있는 사람은 이제 오직 카오루 선배밖에 없었고, 로렌스 신부를 비롯한 모두가 카오루 선배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사랑은 말보다 내용이 더 충실하니, 이는 겉치레보다 실속을 자랑스럽게 함이지요. 가난한 사람만이 가진 돈을 모두 헤아릴 수 있듯, 저의 감정은 너무나 커서 그 절반도 헤아릴 수 없답니다.”


 다행이도 줄리엣은 이 장면에서만큼은, 깽판을 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게 내심 다행이라고 느끼는 로렌스 신부였다. 적어도 저가 있는 장면에서는, 그러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큼큼... 자, 두 사람 모두 나와 함께 가서 이 일을 마칩시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기 전까지는, 두 사람만 이곳에 둘 수는 없으니...”


 신부는 두 사람을 스테인드글라스 밑으로 이끈다. 이번 연극의 소품으로 만든 것이지만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로렌스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저의 앞에 서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저보다 키가 훨씬 크지만, 다른 한 명은 저랑 키가 비슷한 게 영 언밸런스하다. 


 그래도 그런 언밸런스함이 때로는 균형이 맞춰진 것보다 매력적이게 보일 때도 있는 법이다.


 “오, 하느님. 지금부터 거행될 이 거룩한 식을 축복하시옵소서, 이 만남으로 인해 훗날 우리를 슬프게 책망하지 마옵소서.”


 부디 이 연극이 별 일 없이 축복 속에 끝나길, 로렌스 신부는 그렇게 간절히 빌었다. 

 


 -


 컴퓨터를 고쳤습니다.


 8월 내로 30편 안팎으로 완결내겠습니다. 연극 편은 아마 3편 정도 더 쓰면 마무리가 될 것 같네요.


 엔딩은 이미 정해놨으니, 엔딩까진 어떻게든 써보고 싶네여. 저도 욕심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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