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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 와타오시] 밀실

mihc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3 17:22:05
조회 906 추천 31 댓글 3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다른 누군가와 단절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다.
사랑을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모두 사회적인 행동이라 볼 수 있다.
그것이 단 한순간에 단절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눈을 뜬 이 곳은 새하얀 공간이였다.
무서울 정도로 순백의, 마치 큐브 안에 있는 듯한 공간이였다.
새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의 내부는 문이나 창문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나 클레어 프랑소와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갇혀 있었다.
방구석에 앉아 세 시간 전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
소리를 지르거나 마법을 써서 벽을 부수려하거나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거나.
차라리 누군가가 납치를 해서 자신의 목적을 말한다면 이보다 더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저히, 아무것도 없는 이 새하얀 공간에서 내가 한 행위는 모두 부질없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고, 벽은 부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울고나서 진정이 된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
레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쯤이면 내가 없어진 것을 눈치챘겠지. 메이도, 아레아도 걱정하려나.
가족들을 생각하니 다시 울컥하고 눈물이 새어나온다.
돌아가고 싶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그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을때.
사락.
종이를 넘길때 나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틀림없다. 잘못듣지 않았다. 분명히 들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방의 한 구석에 방금까지 없던 책상과 노트가 존재했다. 노트 옆에는 누군가가 사용한 것 처럼 보이는 잉크펜이 놓여 있다.
조심스레 노트를 든다. 노트는 평범한 A4용지 크기를 꿰어논 노트였다.
노트를 펼치자 익숙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1일
여긴 어딜까. 누군가에게 이끌려 온것도, 납치된 기억도 없다.
시간도 날짜도 알 수 없으니 우선 하루가 지난 기점으로 생각됬을 때 적기로한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어떻게 되버릴 것 같다.
2일
내가 글을 남긴다면 누군가가 이 글을 읽을까?
만일 그렇다면 읽는건 클레어님이기를.
3일
일기에서라도 솔직해지자면.
조금 무섭다.
클레어님과 메이, 아레아가 보고싶다.
4일
난 왜 이런곳에 있고 누가 데리고 온 것일까?
알 수 없다. 어쩌면 목적이란 것 자체가 없을지도.
'레이…!!'
난 놀라며 노트를 강하게 쥐었다.
틀림없다. 이 내용, 글씨체. 레이가 틀림없다.
설마, 레이도 이런 곳에 있다니. 내 마음속에 절망감이 들어찬다.
허나 동시에 레이의 글을 보았단 일이 너무나 기뻤다.
뚝. 뚝. 눈물이 흘러 노트에 얼룩을 새기고 만다.
보고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레이를 보고 싶다.
"저…여기있어요…."
클레어는 눈물을 흘리며 펜을 쥔다.
그리고 레이의 글 바로 밑에 이렇게 적었다.
저, 여기 있어요.
레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여전히 새하얀 벽이 보였다.
벽에 기댄채 잠에 든 것일까. 느낌상 3~4시간정도 지난 것 같았다.
몸을 일으켜 다시 주위를 살폈다. 다른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심심할 정도로 어떠한 것도 존재하질 않는다.
사락.
다시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난 달려가 노트를 낚아채듯 집어, 펼쳤다.
5일
클레어님이에요?
어떻게 대체….
저에요 레이. 클레어님은 어디에 있어요?
어떻게 제 방에 있는 노트에 글을 쓴거에요?
제가 있던 곳에 오셨던건가요?
아니, 제가 쓴 글이 보이시는거죠?
제발 제게 다시 한 번 와주세요.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다시 한 번 이 노트에 적어주세요.
적잖게 놀란 난 펜을 쥔 손이 떨렸다.
그리고 제발 이 글이 다시 레이에게 전해지도록 빌며 글을 써내려갔다.
저도 지금 레이와 같은 처지입니다.
레이의 방에 간 적은 없어요.
레이. 저도 레이가 보고 싶어요.
이 노트가 저희의 유일한 연락 수단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계속해서 이곳에 써주세요.
부탁이니까 절 혼자 두지 말아주세요.
뚝. 뚝.
처음과 같이 눈물이 노트에 떨어져 얼룩을 만들었다.
부디. 부디 전해지도록 빌고 또 빌며 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눈을 감았다.

6일
전 여기 있어요.
언제나 여기 있어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그 날부터 나와 레이는 이 노트를 통해 필담을 주고받았다.
서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안정이 된 것 같았고 레이쪽에서 가끔씩 농담을 적기도 했다.
10일
클레어님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서 노트에 그려봤어요.
뭔가요 이 웃긴 얼굴은. 가소롭군요 레이. 제 걸 보시죠.
11일
클레어님도 만만치 않은걸요.
알지도 못하는 곳에 갇혀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레이와 글을 주고받음으로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먼저 이 노트가 갱신되는 건 내가 잠들었을 때다.
거의 매번이라고 좋을정도로 눈을 뜨고 노트를 펼쳐보면 레이의 글들이 새로 적혀있다.
마지막으로 노트는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았다.
새 노트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이전 페이지를 펼쳐보면 글 들은 전부 적혀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20일
저희가 사라진 걸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챘을까요?
그렇겠죠. 메이와 아레아가 걱정이네요.
21일
어서 나가야할텐데. 첫날엔 얼음 마법을 난사하다가 주변이 너무 추워져서 고생좀 했거든요.
바보인가요? 출력 조절정도는 기본일텐데.
몸은 괜찮아요?
22일
클레어님을 어떻게든 보고싶단 열정이 얼음을 전부 녹였어요.
가끔씩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가 쌓이면 구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잠에 든다.
그 때마다 꿈을 꾼다. 행복했던 그 날들. 늘 당연하게 보낸 일상들.
레이와 메이, 아레아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사랑받는다.
꿈은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허나, 눈을 뜨면 그 모든 것은 사라져있다.
그때마다 난 마음속에서 삐걱거리는 것을 느꼈다.​
30일
오늘 레이와 아레아의 꿈을 꿨어요.
저희가 없어도 제대로 지내고 있을까요? 걱정이에요.
저희 말고도 아버님이나 다른 분들이 있으니까 괜찮을거에요.
일자를 세는 횟수가 꽤나 단축되고 있다.
글을 쓰고 잠시 눈을 붙이고 글을 확인하는 것 의외에는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으니까.
빠른 경우에는 10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확인한 적도 있을 정도다.
물론 그 때도 어김없이 노트는 갱신되어 있다.
글 위에 써지는 일자는 이제 의미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희망은 조금씩 마모되어 간다.​
꿈은 점점 더 달콤했다.
45일
출구를 계속해서 찾아보고 있어요.
시간 날때마다 벽 한곳만 공격해보고 있긴 한데 별 효능은 없네요.
진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
진전. 진전이라.
난 벽을 향해 손을 펼쳤다.
"매직 레이."
빛의 섬광이 벽을 때린다. 허나, 그을음 하나 없는 벽.
다시 한 번 매직 레이를 발사한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마법이였다.
허나, 벽은 여전히 그을음 하나 생기지 않았다.
대체…무슨 재질로 만든 벽이면 흠집하나 생기지 않는 걸까.
마음속에 숨어있던 절망이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온다.
난 일기로 다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래에 글을 적었다.
정말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세요?
몇 일이나 지났을까.
난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일기는 확인하지 않았다. 저런 제멋대로인 글을 써놓았으면서 무슨 낯으로 본단 말인가.
신기하게도 잠은 언제나 몇시간이고 잘 수 있었다.
이 지옥같은 곳에서 구원 받는 일은 꿈 뿐이다.
절망적인 현실따위 아무래도 좋다.
내가 일기를 적지 않는다면 필시 레이도 쓰는 것을 그만두겠지.
꿈 속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꿈을 꾼다.
계속해서 영원히.
클레어님.
꿈속에선 당신이 날 부른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내 손을 잡고 어디든지 이끈다.
절망만이 있던 미래를 당신은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들었어.
그러니, 꿈속에서도 날 행복하게 해줘.
항상 내 옆에서. 있어줘.
그렇게 된다면.
난 영원히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씩 몸의 감각이 무뎌진다.
눈을 감은채 꿈을 꾸기만하는 이 몸은 마치 점점 투명해져 사라져가는 것만 같았다.
꿈 속에서 당신이 손을 내민다.
응…곧 갈게요.
사락.
그 소리에 눈을 뜬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지만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각 사각.
그럼에도 그 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어디지? 어디야?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한다.
내 발은 곧 멈췄다.
사각. 사각.
보일리 없었던 당신의 뒷 모습.
레이의 흐릿한 그림자가 노트 앞에 선채 일기를 적고 있었다.
"……."
단순히 눈의 착각이였을까.
눈을 깜박이자, 레이의 모습은 사라져있었다.
난 책상으로 다가가 노트를 펼쳤다.
50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나갈 수 있을 거에요.
64일
오늘도 여전히 성과가 없네요.
걱정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72일
클레어님. 나가면 가장 먼저 드시고 싶은게 있나요?
저번에 맛있게 드신 스콘이라도 해드릴게요.
83일
클레어님. 전 포기하지 않아요.
기다려주세요.
일기는 빽빽히.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보는 와중에도 일기의 다음장은 계속해서 적어지고 있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어째서. 왜 지금까지…."
절대, 혼자두지 않을게요.

내 말에 대답하듯 그렇게 써져있는 글자.
"레이…."​

클레어님.

"…레이?"

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외쳤다.

"레이!"

클레어님!

들렸다. 확실히.
조그맣지만 메아리처럼 작게 울리는 목소리.

"레이…!!"

클레어님!!
레이와 내 목소리가 겹친다.
조금씩, 조금씩 벽이 허물어진다.
난 온 힘을 다해 외친다.

"레이!!!!!!"

귓전을 때리는 부숴지는 소리. 시야는 온통 새하얗다.
난 눈부신 빛을 향해 손을 뻗는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난 의식을 잃었다.






"……마. 클레어 엄마!"

얼굴을 누르는 작은 손바닥.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에서 그리운 얼굴들이 보인다.

"메이…?아레아…?"
"클레어 엄마 일어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클레어 엄마."

아.
아아.
난 둘을 품에 안았다.
그리운 냄새. 사랑스러운 온도.
다시는 놓지 않고 싶다. 둘을 있는 힘껏 안았다.

"메이, 메이 숨막혀!!"
"클레어 엄마…? 우는 거에요?"
"메이…아레아…보고 싶었어요."

내 울음소리에 둘은 조용히 내 등을 두드린다.
날 위로해주는 걸까. 아아…너무나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

"셋이 아침부터 사이가 좋네요."

또 하나.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앞치마를 두른 레이의 모습이 있었다.
작게 미소짓는 그녀.
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레이에게 달려가 있는 힘껏 안겼다.

"우왓."

뒷걸음질 치며 날 받는 레이.
난 레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꿈이 아니다.
레이다. 내 레이가 여기에 있다.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요 레이…."
"……."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오는 눈물. 레이가 작게 웃는게 귓가에 들렸다.

"네, 저도요."

그것은 단순히 꿈이였을까.
그렇지 않으면 현실이였을까.
어느쪽이라도 상관없다.
날 안아주는 두 손과, 우리의 주위에서 재잘 거리는 목소리들.
이들만 있다면 난 어디라도 견딜 수 있다.
언제나. 줄곧, 나의 가족들과 함께 한다면 그 어느것도 무섭지 않다.







영화 큐브 yes or no 를 봤던게 생각나서 간략하게 적어봤어.
진짜 오랜만에 글 쓴거 올리네... 8월은 일이 많아서 아마 9월이나 되야 다시 올릴지도...
간간히 완성하면 올릴게 다들 주말 잘보내 백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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