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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카오치사] 마음 두드리기 24.txt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7 01:09:47
조회 476 추천 27 댓글 8
														

 이 전 편 들 모 음

 

 -


 피터 팬이 떨어진 일이 있었다. 


 그것도 후크 선장과 함께, 째깍거리는 악어의 입 속으로 꿀꺽! 팅커벨이 손을 쓸 새도 없이, 그대로 꿀꺽!


 옛날... 이라고 말하기엔 그렇고, 옛날 옛적에... 라고 말하기엔 더 그런 과거의 일.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도 없고, 나사도 몇 개가 빠져버린 일화. 


 어쨌든 그 일이 있고 난 후 바보와 연기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속담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여기서 바보는 진짜 바보가 아니라, 권력욕이나 헛된 물욕을 가진 사람을 향한 말이라고 한다는데.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 말의 속뜻은 틀렸다. 그 격언은 말 그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바보와 연기는 진짜로 그저 ‘높은 곳’을 좋아할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세타 카오루가 이렇게 높은 곳을 좋아할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카오쨩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최고로 바보니까. 바보란 말도 부족한 바보, 멍청이, 해삼, 똥개, 말미잘이니까. 

 



 “백작님께서 비밀에 부쳐주신 덕에, 서약을 잘 끝마칠 수 있었어요.”


 혼례식이 끝난 다음 날. 줄리엣은 백작의 거처로 찾아와 어제의 일을 보고했다. 겨우 하루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백작을 만나기 위해 대야 하는 캐퓰렛이라는 이름이 줄리엣은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것 참 다행이오. 어쩐지 그대의 얼굴이 매우 밝게 느껴진다 싶었소.”


 토모에는 줄리엣의 가면을 쓴 시라사기 치사토를 바라본다. 평소의 시라사기 치사토란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살가움이다. 물론 치사토 선배가 평소에 부드럽지 않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살가움과는 또 거리가 꽤 있는 사람이라, 줄리엣으로 변한 지금이 토모에는 어색하기만 하다.  


 “소녀를 놀리시는 거예요?”


 가령 지금의 이러한 모습들 말이다. 치사토 선배는 이런 소녀스러운 연기보다, 차라리 로미오 쪽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늙은이의 못된 심술이라 생각하시길!”


 그래도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니, 집중은 나름 잘 되었다. 그러나 평소와의 괴리감도 여전해서, 토모에 본인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연기가 계속 되었다.

 

 “백작님.”


 조용히 웃던 줄리엣은 파리스 백작의 곁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저를 부른 것에 비해, 저를 조금 더 멀리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저, 로미오와 함께 베로나를 떠날 거예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줄리엣은 즐거이 선언했다. 가면을 쓰고 동화된 탓일까, 파리스 백작 안의 사람도 무언가 비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감사인사를 하러 왔는데, 작별인사도 같이 하게 되네요.”


 선명하지만 기분 나쁜 느낌에, 이러한 느낌을 언제 받았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 줄리엣의 대사가 계속 이어졌다. 더 생각하기도 전에 파리스 백작은 줄리엣의 눈을 바라보았다.  


 “사랑을 지닌 여인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보다 더욱 빨리 흐른다고 하더군요.  이런 저런 해석이 있지만, 이 말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오.”


 줄리엣의 눈에 떨림이 없듯, 백작의 눈에도 떨림이 없었을까. 목소리엔 떨림이 없었으니, 눈동자 또한 목소리를 따라가지 않았을까.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끝이 있기 마련이니, 정인과의 시간도 그만큼 짧게 느껴진다고 말이오.”


 토모에는 점잖이 대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치사토가 바라본 토모에의 눈동자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객석에선 잘 보이지 않았던 치사토의 눈빛은, 토모에를 바라보며 조금 더 가늘어졌다. 


 “부디 그대가, 그 짧은 시간을 지혜 넘치게 사용하기를 빌겠소.” 


 그녀가 생각하기에, 역시 토모에는 본인의 연기로 상처입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았다. 


 “격언, 감사합니다.”


 같은 곳에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겹쳤다. 계산된 정적이 무대 위에 짙게 깔렸다. 토모에가 먼저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이자, 치사토도 보일락 말락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때, 몇 번이나 맞춰 본 신호였다. 


 “잠시 걷지 않겠소? 오늘은 바람이 차니, 사내가 여인을 데려다주기 딱 좋은 날씨요.”


 토모에는 그대로 대사를 마무리 했다. 





 “이보게, 머큐쇼. 우리는 그만 돌아가세. 날씨는 차지만 캐퓰렛놈 들개들은 추운지도 모르고 싸돌아다니고 있네. 마주치면 싸움을 피하지 못할걸? 이런 날씨엔 술을 마셔 서로의 피 또한 팔팔 끓고 있을 테니까.”


 “술집에 들어가기 무섭게, 칼을 상 위에 내던지는 이가 있다더니 자네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었구만!”


 몬터규의 조카인 벤볼리오와 로미오의 친구인 머큐쇼가 무대 위에서 흥을 더했다. 손발이 쿵짝, 쿵짝 맞았다. 연기연습을 연거푸 거듭한 게, 제법 도움이 된 모양이다. 카오루는 무대 뒤편 한 구석에 앉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아니라 그 앞에 보이는 토모에와 치사토를 바라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시선은 한 방향이었다. 누구도 쉬이 알 수 없는 그러한 방향. 


 “카오루 씨.”


 카오루는 저의 옆에 다가온 동급생의 기척을 느꼈다. 눈치가 제법 있는 편인 그녀는 이따금씩 귀신같이 옆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극은 어떤가, 마야.”


 “중반 부분을 막 넘었슴다. 치사토 씨의 애드리브를 제외하면, 그렇게 모난 부분도 특별히 없고, 무엇보다 우다가와 씨의 연기가 가면 갈수록 일취월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고무적임다.”


 마야의 목소리가 꽤나 고양되어 있었다.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픽 나가버렸던 멘탈이 많이 복구된 듯 했다. 


 “다행이구나, 이 페이스면 하네오카 10주년 연극도 잘 마무리되겠어.”


 카오루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달지만 짧은 휴식 시간이 벌써 끝이 났다. 그러나 카오루는 오히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대를 떠나 쉬면 쉴수록 극의 긴장감이 저에게서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게,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부 카오루 씨 덕분임다.”


 마야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카오루는 옷깃을 한번 가다듬고 다시 무대로 향했다. 


 “설마 이번 연극에, ‘헬로 해피’의 도움까지 받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지 말입니다.”


 개의치 않았는지, 마야는 카오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끝마쳤다.




 

 “자, 진짜 사고뭉치가 등장했으니, 당신과는 사과해야겠어.”


 캐퓰렛의 조카 티볼트가 로미오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티볼트는 로미오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머큐쇼와 신경전을 벌이던 중이었다.  


 “경을 칠 말을 하는군. 로미오가 어디 캐퓰렛의 종놈 옷이라도 입고 있단 말인가? 이곳은 베로나다. 설령 자네가 캐퓰렛이라고 한들, 어딜 감히 내 앞에서 몬터규의 사람에게 저 녀석이라고 한단 말인가. 자네가 그럴 능력이라도 되는가? 그렇다면 어서 싸움터로 한번 나서보지, 로미오가 그 뒤를 따를 테니!”


 머큐쇼가 티볼트를 노려보며 말했다. 으르렁거리는 어투가 날선 신경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 같았다.


 “이봐, 머큐쇼. 내가 로미오 놈에게 아첨을 한다 해도 이보다 더 좋은 말을 할 수 없다. 이 베로나의 도둑놈아!”


 티볼트가 로미오를 바라보며 일갈했다. 긴박감을 더해주는 배경음악이 객석을 통해, 무대 위로 흘러 넘쳤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여보게 티볼트. 나는 자네를 사랑할 이유가 있어, 자네의 그 무례한 인사도 참고 있네. 싸울 생각도 없어. 그러니 우리 부디 좋게 헤어지세.”


 “네 놈이 일전에 준 모욕이 이런 입에 발린 아첨으로 씻어질 줄 아느냐! 어서 이쪽으로 돌아서서 검이나 들어라!”


 마침내 티볼트는 기어코 검을 먼저 뽑아 들고야 만다. 로미오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내저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자네를 모욕한 일이 없어. 오히려 나는 자네가 상상도 못할 만큼 자네를 사랑하네. 그 까닭은 차차 알게 될 거야. 캐퓰렛... 그 이름도 내 이름만큼이나 중하니, 이만 진정...”


 “아아, 로미오 몬터규가 아니라 로미오 캐퓰렛이라도 될 생각인가? 그대는? 여자를 위해 이름까지 버려가며? 그게 도둑놈의 의리인가?”


 연 이은 공격에 로미오의 동공이 흔들렸다. 반면 티볼트의 얼굴엔 의기가 가득하다. 줄리엣의 일은 이미 아는 것 같다만, 계속 언급하는 도둑이란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설마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 뭘 그토록 비겁하게 쩔쩔매며 빌어? 잔말 말고 칼로 내리치는 일격 하나면 끝인 걸? 야 이 쥐새끼 같은 놈아, 이젠 좀 기어 나와 나를 칼을 한번 맞대어 볼 텐가?”


 답지 않은 로미오의 모습이 머큐쇼는 영 답답했다. 그래서 머큐쇼는 로미오의 앞에 섰다. 한 손엔 하늘을 가를 것처럼 레이피어를 용맹하게 뽑아든 채다. 


 “날 어떡하겠다는 거지?”


 티볼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머큐쇼를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손은 금방이라도 뽑을 것처럼 허리춤에 찬 레이피어로 간 채다.


 “칼자루를 쥐었으면 칼 좀 빼보지 않겠나? 빨리 안 빼면 내 칼이 네 놈 귓방망이로 날아갈 테니.”


 “오호라, 그럼 한번 덤벼보게나. 누구의 칼이 더 빠를지, 오늘 베로나의 태양 앞에서 한번 겨뤄보세.”


 머큐쇼와 티볼트는 서로의 지척을 벌렸다. 칼을 잡은 손이 떨려오는 걸 보니, 두 사람 모두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


 “이보게, 머큐쇼! 칼을 집어넣게!”


 “자, 어디 칼 솜씨 좀 한번 볼까!”


 로미오의 목소리는 티볼트가 달려드는 것을 막지 못했다. 두 사람의 레이피어가 몇 번씩 소리를 내었다. 로미오도 자신의 레이피어를 빼들고 두 사람의 앞을 계속해서 막아섰다.


 “벤볼리오, 칼을 빼서 이 자들의 칼을 쳐서 떨어트리게! 백주대낮에 창피하지도 않은가? 이렇게 난폭한 짓은 하지 말게, 티볼트, 머큐쇼! 베로나의 거리에서 이렇게 싸우지 말라는 영주님의 엄명도 있잖았나! 그만, 그만하게 티볼..!”


 로미오가 티볼트의 이름을 다 담기도 전에, 그의 팔 밑으로 티볼트가 팔을 뻗었다. 살이 뚫리는 소리 같은 것은 전혀 들리지 않았건만, 어째서 뒤에서는 신음 소리가 들려온단 말인가.


 티볼트는 로미오와 머큐쇼를 번갈아보다가, 이내 술집 밖으로 자리를 피했다. 벤볼리오가 그 뒤를 쫓으려다, 이내 머큐쇼를 안은 로미오의 곁에 남았다.


 “킥킥, 찔려버렸구나. 괜한 오지랖만 부리다가 가는군! 에라이, 캐퓰렛이고 몬터규고 두 집 다 망해버려라! 난 이제 가망이 없는데, 그놈은 달아나버렸나? 상처 하나는 입었겠지?”


 “많이 아픈가?! 머큐쇼!”


 쪼그려 앉은 벤볼리오가 머큐쇼를 보며 말했다. 머큐쇼는 기침을 수없이 하고, 턱 줄기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응, 응... 조금 할퀴었네, 할퀴었어. 그래도 심한 상처니, 저 멀리 의사가 와야 될 상처 정도는 되는구려. 야, 임마 하인 새끼야. 어서 나가서 의사 선생을 모셔와!”


 머큐쇼가 저의 시종을 향해 벌컥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목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시종은 헐레벌떡 술집 밖으로 걸어갔다. 


 “머큐쇼, 제발 기운 좀 내게. 상처는 대단치 않아.”


 로미오가 거의 애걸복걸하며 머큐쇼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머큐쇼는 좀 더 냉정히, 좀 더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쿨럭, 아냐. 상처가 샘만큼 안 깊어도, 성당 문만큼 안 넓어도 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세상을 하직할만하네. 내일 나를 한번 찾아보게나, 그럼 내 친히 무덤을 박차고 일어나 그대에게 인사하지. 빌어먹을 캐퓰렛, 몬터규 같으니! 하필 자넨 어쩌자고 그럼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뛰어들었어! 자네 팔 밑으로 검이 다가오는 바람에 다쳤어.”


 막상 죽을 때가 다가오니, 뜨거운 분노보단 차가운 분노가 이성을 잠식한다. 머큐쇼는 그러한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로미오를 노려보았다. 


 “자네 때문이라고.”


 조금 불공평한 분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으나, 그의 상처 입은 논리엔 허점이 없었다. 결투를 시작한 뒤 끼어 들은 것은 로미오였으니까. 


 “좋게, 좋게 하자는 것이 그만...”


 더불어 괜히 저가 얼쩡거리는 바람에, 더 큰 피를 본 것도 맞는 말이니까.


 “이봐, 벤볼리오. 날 어디 근처 집으로 좀 데려다줘. 너무 아파서 기절할 것만 같으이.”


 “알겠네, 그러니 제발 말을 그만 좀 하게. 진짜로 죽어버리면 어쩐단 말인가.”


 벤볼리오가 머큐쇼를 부축해주었다. 그를 부축해준 벤볼리오의 외안경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느릿한 그의 머리는 아직도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 자네는 내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제 나는 살아있는 것보다 죽어있는 것에 더욱 가깝네. 제기랄, 두 년놈들 집안 다 망해버려라! 그놈들이 날 흙 밑 구더기 밥으로 만들어버렸어! 당했다! 당했어! 내가 죽어버린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 탓이야!”


 저주의 말을 한껏 내뿜은 머큐쇼는 그대로 술집 밖으로 자리를 피했다. 무대 위로 홀로 남은 로미오만이 객석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조명은 금방이라도 바스라질것 같은 그녀를 비춰주었다. 


 “영주님의 친척이요, 또한 내 친구인 머큐쇼는 나 때문에 저렇게 치명상을 입었구나! 내 명예도 티볼트의 욕설에 먹칠을 당했고.... 겨우 어제 친척 연분이 맺어진 티볼트인데, 아 사랑이여! 사랑하는 줄리엣이여! 당신의 미모가 날 바보로 만들고, 강철같이 용감한 내 성격도 녹여 놓았구려! 아아, 불같은 사람!”


 표정엔 아픔이, 손짓엔 격렬함이, 눈빛엔 슬픔이 묻어나왔다. 저만을 위한 연기를 하는 카오루는 너무나도 덧없고, 너무나도 아파보여서 사람들은 금세 그의 감정에 공감해버리고 말았다. 비극적인 물레방아에 끼어버린 그의 인생을 사람들은 슬퍼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로미오! 용감한 머큐쇼는 결국 생을 달리했네. 저 늠름한 혼은 너무나 어이없에 이 세상을 마다하고 구름 위로 올라가버렸다네.”


 벤볼리오가 다시 무대 위에 올라섰다. 레이피어를 다시 허리춤에 찬 로미오는 벤볼리오를 향해 대사를 연이어서 읊조렸다. 


 “오늘의 불행은 두고두고 화근이 되겠군. 이것은 재앙의 시작이니 후일 결말은 슬슬 오고야 말겠구나...”


 “그보다 먼저 불같이 화가 난 티볼트가 돌아오는군.”


 티볼트는 제 화를 이기지 못해, 땅에다 발을 구른다. 죄없는 땅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로미오는 뚫린 입이 있고, 해야할 말도 많았다.


 “이놈! 머큐쇼를 죽이고, 어느 하늘 아래라고 넌 살아서 날뛰느냐! 관용이 다 무엇이냐! 그것들 모두 하늘에 내팽개치고, 분노에 모든 것을 맡기자꾸나! 티볼트야, 네가 나를 도둑이라고 불렀으니 이젠 내 칼이 너의 목숨을 뺏어가야 되겠구나! 머큐쇼의 혼이 우리들 머리 위에서 너와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너 아니면 나, 혹은 둘 다 그를 따라가야겠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로미오는 결국 검을 빼어 들었다. 명예가 더럽혀진 이상, 우정이 더럽혀진 이상, 하늘에서 울고 있을 머큐쇼를 위해서라도, 사내의 기개는 분명 끝을 봐야 했다. 


 “망할 자식! 네가 그놈의 짝이겠지! 오호라! 더럽혀진 줄리엣 대신에 내가 너를 저승에 보내주마!”


 하루에 시체를 두 구나 만들려는 모양인지, 티볼트는 다시 한 번 칼을 뽑아 들었다. 


 “그것은 이 칼이 정할 문제다!”


 로미오도 피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그와 칼을 맞댄다. 아직 어린 나이였던 그였기에, 그의 마음은 좀 더 쉬이 불타오르고야 말았다. 그의 불타오르는 마음은 자신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을 불살라버리고 말았다. 변변찮은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티볼트는 그의 검을 맞고 쓰러졌다.


 “로미오, 어서 피하게!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


 저 멀리서 벤볼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시감이 강한 느낌이 머릿속을 기어 들어왔다. 이런 상황을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묘한 기시감.  


 “로미오....? 티볼트....?”


 의아함에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려 로미오의 손에선 힘이 쭉 빠졌다. 쩔그렁 하는 소리가, 땅과 검이 맞닿은 소리가 술집 안을 울렸다. 


 “아, 난 운명에게 희롱당하는 바보로구나!”


 로미오는 술집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릿속을 뒤엎은 위화감과는 다르게, 낯선 천장이다. 로미오의 대사를 끝으로, 막이 다시 한 번 내렸다. 조명도 모두 꺼져 깜깜히 무대 위는 까맣게 암전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까맣게. 


 그러나 이번에는 반복적으로 들려왔던 클래식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로미오! 당신을 구하러 우리가 찾아왔다와!”



 그 대신 무거워진 분위기에 맞지 않은, 조금 낭랑한 목소리가 체육관 안을 울렸다. 



 “지금입니다!”


 라이브 준비를 끝마친 마야가 연극부원을 향해 소리쳤다. 연극부원들과 검은 양복을 입은 몇 명이 막이 내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체육관 안에서도 웅성웅성 거리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그러나 평소 세타 카오루의 꽁무니를 쫄래쫄래 쫓아다녔던 몇 몇 여학생들은, 낭랑한 목소리를 듣고 웅성웅성 거리는 목소리 사이에 자신들의 비명을 섞었다.   


 막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무대 위의 조명은 켜졌다. 그러나 텅 빈 무대 위엔 오직 파리스 백작만이 존재했다. 그 잠깐 동안에 모든 게 사라졌다. 


 “로미오, 어디냐!”


 백작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무대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로미오는 무대를 밟고 있지 않았다.


 “여기다, 파리스!”


 파리스의 시선이 목소리가 향한 곳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의 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동그랗게 변했다. 밤놀이를 즐겨하던 몬터규 家의 말썽쟁이. 그것으로 인해 몇 번씩이나 정보가 저에게 들어왔었지만, 몬터규라는 이름이 너무나 세 그것을 묵인하고 있었다. 그가 도둑질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도, 단 한 번도 체포당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괴도의 이름으로 나라의 복지기관에 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백작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정보는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로미오는 분명 줄리엣을 안아든 채,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제 눈으로 보아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그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잠깐, 잠깐, 아리사아! 카오루 선배랑 꼬꼬롱 굉장해에에에에에에에에! 하늘을 날고 있어어어어어엇!”


 “임마, 카스미! 조용히 해!”


 “아하하, 죄송합니다아~”


 막 빠져나가려던 포핀파티의 목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그들의 뒤를 배웅해주었고, 로미오와 함께 떠다니던 금빛 소녀는 다시 한 번 하늘에서 힘껏 소리를 드높였다. 


 “호화?! 호쾌?! 팬텀 시프!”


 


 츠루마키 코코로의 외침에, 야마토 마야는 조명실에 신호를 보냈다. 미리 녹음해두었던 브라스 소리가 클래식 소리 대신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고, 그에 맞춰 막이 다시 한 번 올라갔다.


 “모두... 오늘 밤, 괴도 헬로 해피의 소리를 마음껏 즐겨줘!”


 드디어 정체를 밝힌 로미오가 객석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객석에서도 열광적인 함성 소리가 그들을 덮쳤다. 카오루만 보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꺼졌나, 땅에서 솟았나, 헬로 해피월드의 베이스, 드럼, DJ가 모두 무대 위에 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엔 헬로 해피 월드가 아닌 사람도 있었다.  


 “모카?”


 그 사람은 기타를 든 사람이었다. 모카는 토모에를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달님을 데리고 투나잇, 드러낸 그 모습~”


 요상한 재회의 기쁨도 잠시, 코코로의 목소리가 시작되어서 토모에는 다시 연기에 집중했다. 그녀의 뒤에서도 연주가 계속 되었다. 코러스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 밤은 파티 타임!”


 코코로의 목소리를 들은 카오루는 하늘 위에서 숨을 골랐다. 기타를 아오바 모카에게 맡긴 것은 잘한 판단인 것 같았다. 제 아무리 카오루라고 하여도 하늘을 날면서 기타를 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연극 중엔 고소 공포증이 덜하지만, 말 그대로 덜한 거라 마음이 갖는 압박감은 여전했다. 저의 착각일게 분명하지만, 째깍, 째깍, 째깍, 하고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치사토는 제 몸에 안전장치를 제대로 걸지 않았다. 그걸 안아서 들어 올릴 때부터 느껴버렸다.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대로 힘이 빠진다면, 그대로 치사토를 놓쳐버린다는 겁이 들었다. 높은 것보다 그게 더 무서웠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 이 퍼포먼스를 계획했을 때, 유일하게 반대한 사람도 치사토였는데, 그거랑 무슨 관계가... 


 “힘들어?”


 치사토는 자신을 안아든 카오루를 향해 물었다. 안아든 채여서, 카오루는 미처 치사토의 표정을 살펴볼 수 없었다. 


 “괜찮다.” 


 그 대신 괜찮다며 간신히 말했다. 솔직히 그렇게 괜찮지는 않았지만.  


 “높은 거, 싫어하잖아.”


 “따,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거짓말.”


 그렇게 서로 말을 조용히 이어갈 때도 코코로의 노랫소리는 계속 되었다. 이제 그녀는 무대 위를 넘어, 객석 위에까지 훨훨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뒤를 카오루와 치사토가 따라갔다. 관객석을 넘나드는 연출은 코코로가 직접 생각한 것이었다. 마야 또한 천장의 구조까지 파악해가며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었다. 돈의 제한이 없어서, 연출에도 제한이 없다며 마야가 참 좋아했었다.


 “조금만 더 내려놨으면 좋겠어.”


 줄리엣이 말했다. 


 “뭘?”


 로미오가 그것에 답하려 했다.


 “카오 쨩이.”


 그러나 줄리엣은, 이번엔 치이 쨩이 되어 카오 쨩의 숨통을 조여 버렸다. 카오 쨩의 낯빛이 급격하게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후크 선장의 걸걸한 목소리와, 악어의 째깍째깍하는 시곗소리, 그리고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던 팅커벨의 목소리도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울려왔다.


 “두비두밥!”


 그러한 카오루의 상념을 코코로가 깨었다. 그녀의 이마에서부터, 볼까지 식은땀 한 줄기가 쓰윽, 하고 흘러 내렸다. 코코로가 웃는 낯으로 카오루를 바라본다. 그러한 신호에 카오루는 다시 한 번 줄리엣을 고쳐 안고, 말을 이어갔다.  


 “그럼 모두에게 소개하도록 하지, 나의 동료! 괴도단, 헬로 해피!”


 카오루의 목소리와 함께, 밑에 있던 관객들은 격하게 소리를 질렀다. 목이라도 쉬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바라본 객석.


 “카오루 선배, 너! 무! 멋! 져! 요!”


 그곳엔 저의 정인인 히마리도 두 손을 높여 저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게 보기 좋아, 카오루는 손 인사를 한번 힘껏 해보였다. 히마리도 그 인사를 보았는지, 눈에 눈물을 잔뜩 머금고 저 멀리서 답 인사를 해주었다. 


 “나와 함께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이쪽은, 하나사키가와의 이공간! 코코로!”


 그것에 힘을 얻어, 카오루의 목소리도 조금 더 커졌다.  


 “코코로야! 오늘은 괴도 씨 헬로 해피의 동료!”


 각자의 마이크를 쥐고 있던 헬로 해피의 목소리도 체육관 내 크게 울렸다.


 “소프트 볼 부의 스마일 캡틴, 베이스! 키타자와 하구미!”


 혼자가 아니다. 


 “친구의 요청을 받고, 하구미 등장이야!”


 그때와는 다르다. 


 “헬로 해피의 DJ를 담당하고 있는 멋쟁이 곰! 미쉘!”


 용기를 나눴던 모두가 있다. 


 “네, 네. 모두가 좋아하는 미쉘입니다아~”


 용기를 주었던 모두가 있다.


 “헬로 해피의 공주님, 드럼을 담당하고 있는 마츠바라 카논!”


 그때처럼, 두렵지 않아. 


 “후에에에에에에엥!”


 인사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말소리가 끝났다. 헬로 해피의 소개는 끝났지만, 아직 소개를 할 사람이 한 명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을 언급하기 전, 카오루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오늘을 위한 특별 게스트!”


 이번 게스트는 저가 요청한 것도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에 앞장 선 게스트이기도 했다. 토모에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며한 연습이지만, 빵을 4만엔 어치나 얻어먹을 거라 겁을 준 그녀였지만, 그래도 카오루는 그녀에게 감사했다.  


 “애프터 글로우의 천재 미소녀 기타리스트! 아오바 모카!”


 애프터 글로우란 밴드 이름을 말할 때, 카오루는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녀는 저가 애프터 글로우란 걸, 항상 강조했으니까.


 “토모 찡을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 대성공~ 이네~”


 함성 소리에 섞인 모카의 목소리가 그대로 토모에에게 흘러 들어갔다. 모카의 시선과 토모에의 시선이 서로의 옷깃을 스쳤다. 모카의 입가엔 답지 않게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게 퍽 귀여워서, 토모에 또한 입가에 미소를 진하게 걸고 다시 무대의 맨 앞으로 향했다. 


 “진짜 깜짝 놀랐다고, 모카.”


 토모에는 모카의 옆에 섰다. 그녀의 이마에도, 다른 그녀의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흘렀다. 그것을 닦아주려다가, 아직 연극 중이라는 생각에 토모에는 간신히 참았다. 그 대신 눈인사만 살짝 했고, 모카도 그것을 받아주었다. 


 지금 입은 라이브 의상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지만, 그래도 넌 역시 평소 입는 후드 쪽이 더 잘 어울린다.


 “소꿉놀이는 거기까지다! 로미오!”


 토모에는 다시 파리스 백작이 되어, 객석을 떠다니는 로미오를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엔 카오루도 흠칫 놀랐다. 마이크를 쓰지도 않았는데, 꽤나 강한 성량이다. 마야도 말했지만, 내년 하네오카 연극도 참여해줬으면 참 좋겠군. 


 “여러분과 밤새 놀고 싶지만, 백작님이 너무 화가 난 탓에 저희는 이만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모두! 부디 마음을 곱게 써주시길!”


 카오루의 말에 아쉬운 듯, 투정부리는 소리가 객석 이곳저곳에서 튀어 나왔다. 어설피 웃던 카오루가, 하늘 위를 훨훨 날아다니던 코코로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 대신이지만...” 


 말을 조련하는 데에는 채찍과 당근이라더니, 관객을 채찍으로 한 번 친 카오루는 이내 품에서 당근을 꺼내 흔들어보였다.


 “이번 연극을 위해 쓴 신곡을, 여기서 특별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근을 보았는지, 혹은 들었는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그들을 흔들었다. 카오루도, 코코로도 서로의 얼굴을 한번 보았다. 코코로는 여전히 여유로운지 방금 전과 같이 활짝 웃고 있었다. 연거푸 헛기침을 한 카오루는, 이내 목을 몇 번 씩이나 가다듬고 노래의 제목을 말했다.


 “들어주시길, [로미오]”


 


 카오루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미쉘의 디제잉 소리가 채웠다. 드럼 소리와 베이스 소리 기타 소리가 어우러져, 미쉘의 소리를 뒤따랐다. 객석에 있던 이들이 하늘에 있던 이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막은 조금씩,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서쪽의 나라에서, 사랑을 위해 당신을 만나러 왔답니다.”


 로미오는 객석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그의 상기된 표정이, 그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저는 여기서 노래하는 것이 즐겁고, 여러분께서 저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한 심정을 말이다. 


 “갑작스런 얘기지만 부디 놀라지 마세요, 저의 공주님이 되어주십시오.”


 줄리엣도 로미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록 가면은 썼지만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을, 줄리엣은 보았다. 가면이 늘러 붙은 게 아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용기를 주기 위해 직접 가면을 쓰고 있다는 진정한 사실을, 그녀는 보았다.  


 “쓸쓸해 보이는 그 빨간 입술에~”


 “부드러운 마법을 걸어줄게~”


 카오루와 코코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치사토가 굳게 믿고 있던 어떤 것도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들의 마법에 걸려버렸다. 


 “눈을 감아 프레젠트~ 하늘에 빛나는 저 별을 두 사람만의 것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치사토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두 사람의 목소리만이, 치사토의 감각을 미친 듯이 뒤흔들었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그제야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세계가 당신을 원하고~”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 했었는데, 단지 보지 못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을 진심으로 만들어~”


 그저 다른 사람을 알고 있었다는, 오만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름하야, 줄리엣!”


 헬로 해피의 신곡도 끝났다. 막 또한 모두 내려간 채였다. 


 객석의 사람들도, 헬로 해피월드도, 마야 쨩도, 카오루도, 그리고 토모에도 저와 카오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사토는 손을 들어, 카오루의 품에 저의 몸을 그대로 내주었다. 갑작스레 의지하는 치사토의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워, 카오루는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다시 그녀를 꽉 고쳐 안았다.


 “오, 로미오! 당신은 하늘을 날 수 있나요?”


 다시 무대 뒤편으로 들어가기 전, 치사토가 먼저 대사를 쳤다. 이 역시 대본에는 없었던 대사였다. 마야의 속은 또 다시 까맣게 타들어만 갔고, 부장은 속을 태우는 대신 까맣게 암전되려 했던 조명의 스포트라이트를 하늘에 있던 그들에게 비췄다. 


 하늘에 떠있던 카오루는 저의 품에 안긴 치사토를 바라보았다. 한결 가벼워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잔뜩 인상을 찌푸린 얼굴보다는, 지금의 얼굴이 더 나은 것 같아 나름의 생각을 더해서 대답해주었다. 


 “조금은?”


 오래 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완전 쬐금은 아니니까. 딱 조금 정도는 날 수 있다며, 카오루는 치사토에게 답을 주었다. 그러자 치사토는 답지 않게 소리 내어 웃었다. 정말, 하하하! 소리가 날 정도로 크게 말이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시라사기 치사토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것에 의아함을 가지고, 카오루도 무언가 더 말을 하려던 찰나.


 “이제 ‘요정’의 힘은, 필요 없겠군요.”


 그녀의 목소리가 그것을 끊었다. 강인한 눈빛으로, 치사토는 카오루를 보았다. 


 “우리 나이에, ‘요정’은 이제 어울리지 않아요.”


 그녀의 말뜻을 눈치 챈 그녀 또한, 조용히 저의 뜻을 읊조렸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카오루도 치사토를 바라보았다.


 “그렇지요.”


 치사토는 그대로 카오루의 품에 안겼다. 아까부터 생각한 거지만, 카오루의 품은 참 따뜻했다. 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부장이 서서히 조명 빛을 어둡게 했다. 두 사람을 비추던 조명 빛이 서서히 꺼졌다. 서로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카오루의 표정도 간만에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이번 장면, 길었지만 꽤나 좋은 호흡이었다.


 “카오루.”


 빛보다 어둠이 더욱 강해지려 할 때, 치사토는 먼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객석에게도 들리지 않게끔, 작게. 더욱 작게. 아무도 들을 수 없게끔, 매우 작은 목소리로. 


 “넌 진짜...”


 넌 바보도 아니고, 멍청이도 아니고, 해삼, 똥개, 말미잘도 아냐. 라는 말이 입속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그것도 충분히 사족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녀는 간신히 참아냈다.


 “미친년이야.”


 그 대신, 시라사기 치사토는 세타 카오루에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 


 이번 편 쓰기 너무 힘들었음.


 키보드는 손에 안 맞아서 병신같고, 날씨는 좆같고, 대사 하나 쓰기도 힘들었는데...


 나온 결과물이 이런.


 모르겠다 히힣ㅎ 오줌발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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