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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트러스 팬픽] <메이의 생일> txt.앱에서 작성

산케한아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20 18:04:16
조회 578 추천 30 댓글 8
														

어떤 갤럼이 시트러스 팬픽 더 올려달라고
몇달전에 말했는데...
그걸 깜빡잊고 내가 디시를 접어부렀네...
혹시 아직 있을까 싶어서 올려봅니다..
이 갤에 올리는 4번째 시트러스 팬픽이에요.
시트러스 싫어하는 분들도 한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직 해가 지지않은 늦여름의 저녁이었다.
평소라면 아무도 없이 조용했을 평일의 오후.
신혼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집안은 분주했다.

유즈가 앞치마를 두른채 부엌과 거실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회사에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반차를 냈다. 보통 중요한 날이 아니었으니까.

"메이가 기뻐해주면 좋을텐데."

직접 만든 케이크를 거실에 차려진 식탁 중앙에 올리며 유즈는 말했다. 둘이서 결혼한 뒤 처음 맞는
메이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준비한 보람이 충분히 느껴지는 식탁이었다. 몇년간의 연습으로 이제는 실패없이 만들수 있게 된 케이크와 회사의 요리동호회에서 배운 바베큐 폭립, 그리고 그 외 평소 유즈가 자신있어 하는 요리들이 한가득 차려진
모습을 보며 유즈는 이마에 송글하게 맺힌 땀을 소매로 훔쳤다.

인테리어도 부족할데 없었다. 연말 행사에서 볼 법한 각양각색의 풍선을 천장에 매달고 벽에는 
'메이, 25번째 생일 축하해.' 라고 써진 수제 포스터를 붙였다.(인쇄하는데 애를 좀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가 좋아하는 곰인형을 의자에 앉혔다. 

유즈 자신이 메이가 좋아할법한 것들을 골라골라 계획한 이벤트였다. 이 집에서 처음 맞는 생일이니까 이 정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성이 차질 않았다.

"후후. 얼마 안 있어 메이가 오겠지?"

벽에 걸린시계를 보니 이제 곧 메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메이에게는 그냥 오늘은 집에 빨리 돌아오라고만 해두었다. 메이 본인도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도 그럴것이 유즈가 일주일전부터 
생일 관련으로 이야기 꽃을 피워댔으니 모를수가 없었으리라.

"이제 내 준비를 해야겠네..킁킁. 일단 샤워부터 할까."

유즈가 자신의 옷냄새를 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

아이하라 메이는 올해 최고로 시끄러운 하루를 보냈다. 소문이 어떻게 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시간표에 맞춰 들어가는 교실마다 학생들이 메이 선생님이 오늘 생일이래!라며 축하니 선물이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대는 탓에 수업시간이 요란했기 때문이다. 

메이는 조잡한 포장이 되어진 초콜렛이나 머리핀, 그리고 소식을 들은 몇몇 동료 교사들이 건네준 만년필과 같은 선물들을 개인 사물함에 몰아넣으며 오늘 쉬지 못한 한숨을 몰아서 내쉬었다.

"나...살아있구나."

이렇게 생일을 축하받은적은 학생회장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때는 기껏해야 등교시간이나 히메코정도에게 시달렸는데.
요즘 아이들은 무섭네. 이런 생각을 흘리며 메이는 교무실의 자기 의자에 털썩 앉았다. 
방과후에도 학생들에게 시간을 끌린 탓에 퇴근하지 않은 선생은 그녀밖에 없었다.

잠깐 머리를 식힐겸 몸을 뒤로 한채 눈을 지그시 감는 메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가 울렸다. 
꺼내서 송신 화면을 보니 어머니였다.

"예. 어머니."


"어머 메이! 지금 바쁘니?"


"아뇨, 바쁘지 않습니다."


"다행이다. 할 얘기가 있었거든."


메이는 자세를 고치며 다시 앉았다.
전화기 너머라도 예의를 신경쓰고 싶었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건너편에서는 용건을
전해왔다.

"아, 생일 축하해. 바로 말했어야 했는데."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주말에 좋은 곳에 가서 식사라도 하자고! 그이랑 유즈도 불러서."

그러고보니 아버지와 며칠전에 나눈 통화에서
요새는 그렇게 바쁘지 않다는 안부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주말에 만나자는 암묵적인 힌트였던 것일까.

"그때 시간 되지?"


"네. 예정은 없습니다."


"그래~ 그럼 유즈에게도 전해줘. 그 아이 지금 전화를 안 받아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주말에 화목하게 식사하는 가족의 장면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메이가 전화를 끊었다.

휴대전화를 책상에 놓으며 그녀는 몰려오는 피로를
느끼며 다시 의자에 몸을 맡겼다.
딱히 몸을 많이 움직인 것도 아닌데 피곤했다.
아마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이 축하를 받은 날들 중
하나일텐데 그렇게 기쁘진 않았다.


'나...좋은 선생은 아니네.'


픽, 옅은 한숨을 뱉으며 메이는 자기가 왜 이렇게 힘이 빠지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에 집에서 나올때 유즈가 키스를 해주지 않았다. 
뭔가 바빠 보여서 그냥 나왔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걸까. 
이렇게 피곤할줄 알았으면 태워달라고 할걸.

몇주전에 호텔에서 서로의 오해를 푼뒤 다음날부터
메이는 전철을 타고 출근했다. 이유는 유즈에게 너무 어리광 부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또 유즈가 배려를 해줄것 같았으니까.

'그런 배려는 필요없는데.'

그렇게 그녀는 눈썹 한쪽을 찡그리며 자신의 피로에 대한 원인을 찾고 있었다. 얼마간을 그러던 중 점심에 유즈에게 온 문자중 오늘 빨리 돌아오라는 문자가 마음에 걸렸다.


"아."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다. 평소 데면데면하던 선생들도 축하를 해주는 마당인데 하물며 유즈는 어떻겠는가. 이런데에 신경쓰지 않는 메이라도 눈치챌수 있었다.


'집으로 가자.'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메이는 짐을 챙겼다.
역시 시달린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는지 금세 그녀의 몸에 생기가 돌아왔다.


///////////^///

유즈는 샤워를 마친 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한손에는 작은 상자를 든채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이걸 어떻게 전해준담."


특별한 생일이었으니까 주는 방식도 특별하게 주고 싶었다. 케이크안에 숨긴뒤 메이가 먹게해서 찾게 만든다... 이 방법은 메이의 이가 걱정이었다.


'20대에 임플란트라니 좀 그렇지?
아악.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고 있을때가 아닌데!'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이제 곧 메이가 올텐데.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전화를 켰다. 6시 20분.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혹시나 메이한테 무슨일이...


"...그럴리는 없지."


엄마였다. 착신음이 3번 울리더니 곧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딸. 사랑이 듬뿍 담긴 이벤트는 잘 되가?"

걸자마자 폭탄발언이 들렸다.
얼굴을 붉히며 유즈가 항의했다.

"...어떻게 아는거야!? 설마..."


"하하. 감이지 감. 메이는 피곤해서 그런 눈치는 못 챈거 같던걸? 보아하니 아직 집에는 안 왔네."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익살스런 웃음을 짓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끊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유즈가 말했다.


"아, 놀라게 하지마...무슨 일이야."


"그건 메이한테 들으렴. 역시 주말에 잡길 잘했네."


"뭐야 싱겁게. 그럼 끊는...아."


조언을 구할 상대가 떡하니 있는데 그대로 보내기는 아까웠다. 
무슨 일이니? 물음표를 띄우는 엄마에게 유즈가 물었다.


"엄마.  생일 선물은 어떻게 전해주는게 좋을까?"


"음...그건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경험을 살려서
도와주고 싶지만 네 성미랑은 안 맞을테니깐.."


"아, 괜찮아. 그냥 물어본거니까."


"힘내렴."

그렇게 말하곤 전화가 끊겼다.
...시간을 투자했지만 얻은 묘책은 없었다.

"으에에...애초에 좋아하는 것도 곰인형 하나밖에 몰랐던 나한테 이런 것까지 생각하라는건..."

옆머리를 쥐어뜯으며 시선을 식탁의 곰인형에게 옮긴 유즈의 말문이 멈췄다.


"...이거다."

귀여움말고도 곰인형에게 장점이 있었다.

/////////~~~/

"다녀왔어....어?"


"메이 왔어? 피곤하지?"


"이건..."


풍성하게 차려진 생일상과 예쁘게 준비된 집안을 번갈아 보던 메이가 유즈에게 안겼다.
최근에 바뀐 유즈의 오렌지색 향수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유즈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메이가 물었다.


"이걸 네가 다 준비한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유즈는 씩 웃었다.
그리곤 별거 아니야. 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하...잠시만."


메이가 두손을 모아 얼굴을 가리더니 이내 손을 뗐다.

"메이, 감동은 나중에 하고 일단 자리에 앉아."


유즈가 의자를 당겨 그녀를 식탁에 앉혔다.
접시와 수저를 챙겨주며 지나가듯이 말했다.


"이곳에서 맞는 첫 생일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잘 먹겠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차린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유즈가 열 보존이 잘되는 접시를 사용했는지 음식은 아직도 따뜻했다. 달콤한 소스와 함께 느껴지는 부드러운 고기가 입 안에서 눈녹듯이 사라졌다. 메이가 평소답지 않게 맛있다를 연발하며 유즈가 준비한 요리들을 먹성좋게 입에 넣고 있었다.

"천천히 먹어. 안 사라진다구."


"..."

끄덕끄덕. 먹은채로 말하는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면 만든 입장에서 너무 기쁜데."

유즈도 근처에 있는 계란찜을 한숟갈 퍼먹으며
메이의 반응을 기뻐했다. 그녀는 오늘 만든 고기감자조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큼직한 살점을 크게 베어물고 있었다. 메이의 눈은 약간 충혈되어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던 것일까.

"근데 유즈. 너 회사는?"


"오늘 반차를 냈지. 그 정도 농땡이는 칠수 있다고?"

메이가 다시 한번 맛있어를 외쳤다.


"하하...다 먹고 얘기하자."


"...그럴게."


칠칠맞은 모습을 자각한 메이가 말을 아끼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


"...맛있었어."


"아하하. 그렇게 먹어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설거지가 필요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메이가 얼굴을 붉혔다. 최근에 메이가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유즈는 기뻤다. 


"메이. 케이크도 먹어야지?"


그렇다. 아직 생일 케이크도 남아있었다.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유즈.

"사랑하는 우리 메이~ 생일 축하 합니다!"

후우. 메이가 작게 분 바람이 7개의 촛불을 모두 꺼트렸다.

"메이. 무슨 소원 빌었어?"


"주변 사람들이 탈 없이 올해를 보내달라고 빌었어.

"신년 바램같은 소원이네. 메이 다워."



"그렇니."

커팅용 나이프로 케이크를 자른 유즈가 블루베리가
큼직하게 박힌 조각을 메이의 그릇에 담아주었다.


"블루베리가 건강에 좋대. 특히 눈에."


유즈 자신은 꼭대기에 올린 치즈조각을 손으로 집어먹으며 그렇게 말했다.
메이는 뭔가 지는 기분이 들어서 한 마디 보탰다.


"그러는 유즈 너도 컴퓨터 많이 보잖아?"


메이가 위에 올려진 블루베리를 유즈에게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자 유즈는 피식 웃고 말았다.


"웃을 만한 짓을 했니?"


"아니...메이 네가 귀여워서 그랬어."


"...팔 아프니까 먹기나 해."



네.네. 유즈가 블루베리를 받아먹었다.
메이는 뿌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포크로 케이크를 잘라 먹었다.
유즈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치즈케이크는 처음 먹여보는 것이었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수작이었다.


"...어때?" 


"새삼 네가 요리를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메이는 유즈가 만들어준 케이크를 전부 다 먹었다. 입에 안 맞을까봐 걱정했던 것은 
역시 기우였다.


//////////~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중간에 그릇을 치운다고 메이가 싱크대에 다녀온것 말고는 둘 다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메이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유즈는 그런 메이가 계속 앉아있어서 계속 같이 앉아있었다. 메이가 계속 시선을 유즈쪽으로 보냈다. 유즈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메이가 눈길을 보낼때마다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렸다.
사실 두 사람 다 하고 있는 생각은 비슷했다.


'...선물...줘야하는데. 언제 주지? 좀 놀래켜주고 싶은데.'


'줄 타이밍인데...달라고 하면 안되겠지?'


둘 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주는 쪽과 받는 쪽.
과연 누가 선을 깨고 물을 것인가.


"하하...역시 아직은 여름인가? 좀 덥네."

유즈가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부채를 부쳤다.
메이도 좀 덥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기대다! 메이 백퍼센트 기대하고 있어!' 


무언가를 바랄때 메이의 표정이 지금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닌척 하지만 사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전해주고 싶지만 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멈출것 같았다.

"아, 나 어제 티비를 보다가 인상 깊은 영화를 봤어!"


"냉정과 열정 사이?"


"어떻게 알았어?"


"녹화하는걸 봤어."


메이가 손가락으로 티비를 가리키며 답했다.


'으윽...이왕이면 메이에게 깜짝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유즈는 이 연애둔탱이가 어떻게 눈치를 챈건지 궁금했다.

메이야말로 유즈가 눈치를 못채는 것이 신기했다.

'유즈...아무리 나라도 이 다음에 뭐가 올지는 안다고.'

메이는 식사를 하면서부터 자신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자신의 반응을 보며 웃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농도가 짙은 웃음이 몇번 보였다.

'보통 유즈는 선 식사 후 선물이었어.'


그러니 이제 선물을 줄 시간이었다.
메이는 몇년동안 유즈가 준 선물을 애지중지 여기고 있었다.
20대의 첫 생일에 준 푸른 빛을 띠는 팔찌.
21살때 학교에서도 착용할수 있는 선물인 머리핀.
그리고 작은 곰 모양의 오르골. 늘 가방 안에 넣고 다녔다. 작년에 준 흑진주 귀걸이. 지금도 귀에 걸고 있었다.
이번에는 뭘까.

"기대를 안할수 없잖니..."

메이가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입밖에 낸 순간
유즈가 고개를 떨궜다.
소리로 내버렸다. 메이가 입을 손으로 막았다.

'이판사판이다.!  그 방법 뿐이야!'


의자에서 일어난 유즈가 메이에게 고개를 숙였다.

"...유즈? 방금 말은..."


"이번 생일은 선물을 준비 못했어. 미안해."



"아..."


"기대했을텐데...미안해."

유즈가 빙글 돌아서 메이옆에 섰다.
메이는 고개를 돌려 유즈를 보았다.
그녀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메이는 자신의 기대로 유즈를 상처입혔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나는 충분히 받았어. 이것도 훌륭한 선물이야."

메이가 유즈의 뺨을 어루만졌다.
형식뿐인 위로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미안해. 뭘 골라야할지 몰라서."


"아냐. 최고로 기쁜 생일이야."

메이가 한손으로 유즈의 목덜미를 받친뒤 자신쪽으로 당겼다. 부드러운 유즈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혀는 섞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따뜻한 곳을 맞댄채로 눈을 뜬채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맑은 눈동자가 상대방을 비추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본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유즈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을뻔 했다.
.
.
.
.
.
.
.

"...진정했니?"


"응."


"그런 슬픈 표정 짓지마."



메이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탓했다. 너무 의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래서야 유즈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 아닌가. 오히려 사과를 해야할 쪽은 자신이었다.

메이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유즈도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메이.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한데."


"??"


유즈가 오른손으로 메이의 눈가를 쓸어내렸다.

"잠깐 눈 좀 감아줘."


"...알았어."


시키는대로 메이는 눈을 감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의자가 끌리는 소리도 들렸다. 

'대신이라니...선물의 대신이라면.'


무언가가 오가는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인기척이 느껴졌다.

.
.
.
.
.
.
.
이제는 눈을 뜨고 싶다고 생각이 들때 쯤에
입술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제 눈 떠도 돼."


천천히 눈을 뜨자 아주 가까이에 큰 곰인형이 있었다. 곰인형의 까만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방금 느꼈던 감촉. 메이는 시선을 내려 곰인형의 목께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감촉의 정체는 목걸이였다. 빛나는 은색을 기조로 한 얇은 
줄이 곰인형의 목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메이의 입에 닿았던 그것. 지중해의 바다처럼 푸른 빛을 발하는 그것. 9월을 상징하는 청의 탄생석.


"사파이어라고 하면 좀 놀라려나. 메이."


"이건..."


"곰인형의 선물!"

머리를 긁적이며 유즈는 메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벙 찐 메이를 뒤로 한채 유즈가 계속 말했다.

"햐...처음에는 연기였는데 메이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진짜로 울뻔 했다고!"

곰인형의 목에서 목걸이를 빼서 메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줄에 걸린 메이의 긴 머리카락을 빼냈다. 윤기있는 머리카락이 줄을 비집으며 흘러내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즈는 준비해온 말을 꺼냈다.


"메이."


"..."


"생일 축하해. 해피 웨딩."



메이의 눈에서 아까 내리지 못한 눈물이 흘렀다. 
소리 없이.


"아, 메이. 이렇게 기쁜 날에 그러지 마~"


유즈가 메이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메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자 유즈가 이제 뚝.하며 달랬다. 훌쩍이는 숨을 죽이며 메이가 말했다.


"기뻐서 우는 거니까 내버려둬..."


"웃어줘. 메이. 너는 웃는 모습이 더 예뻐."


"이런 선물을 준 네가 나쁜거야."


메이가 유즈를 끌어안았다. 강한 힘에 저도 모르게
풀썩 안긴 유즈는 메이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행복해서 그래...나를 이렇게 좋아해줘서
..."


"메이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나, 늘 표현하려고 노력해."


유즈가 메이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나도 알아."


"고마워."


"나야말로."


유즈가 메이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런 그녀의 눈이 더 보석같다고 유즈는 생각했다.


////////////%%%//////


우메는 자신이 일을 마친 뒤에 자주 들르는 바의 카운터 앞자리에 앉아 작은 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보통은 혼자 오는 자리였지만 오늘은 둘이었다. 이국의 햇살에 빠작 탄 까무잡잡한 피부가 특징적인 건장한 남자가 옆에 앉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시면 안될텐데..."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기쁜 날이잖아."

예의 상 들고 있던 잔에 담긴 위스키를 한모금씩 마시던 그 남자는 자신의 딸들을 생각했다.


"둘이서 잘 하고 있으려나..."



우읍.

잔을 억지로 남자의 입에 물린 우메가 깔깔 웃었다.

"정말 당신은~ 자식 걱정도 좋지만 아내 생각부터 하라구요?"


우메는 앞에 앉은 주인장에게 한잔을 더 주문하며 빨개진 얼굴을 한채 남자의 등을 두드렸다. 속으로는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 탓을 하겠는가.


'행복한 하루 보내렴. 둘 다.'

/////////


끝.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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