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치사토 선배, 저 임신광선을 쏠 수 있게 됐어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4.52) 2019.08.22 22:59:28
조회 1482 추천 54 댓글 13
														

내가 잘못 들은걸까. 눈앞의 검은머리 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나도 괴이해서 나는 잠시동안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타에는 학생때부터 엉뚱한 소리를 자주 하는 후배이긴 했다. 설마하니 성인이 되어 나름 인지도 있는 뮤지션이 되고도  이런 말을 던질 줄은 그땐 몰랐지만.

머리를 깨울겸 테이블에 놓여있던 하자와 까페의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익숙한 향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카페인이 뇌에 시동을 거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치사토. 너는 할 수 있어. 각오를 다진 나는 다시 대화의 링에 올라섰다.

“...타에 짱, 방금 뭐라고 말했지?”

“임신광선이요. 삐융하고 쏘면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아이를 임신시킬수 있어요.”

“그 임신광선을 타에 짱이 쏠 수 있게 됐다고?”

“네. 오늘은 이해가 빠르시네요!”

미안. 사실은 하나도 이해 못하고 있어. 예전에 코미디 영화에서 비슷한 개념을 본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볼 때마다 부러운 매끄러운 머리결의 소유자는 지금 영화 얘기를 하고있는 것은 아닌듯했다.

내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던걸까. 타에는 직접 보여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까페의 다른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커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느다란 손가락의 끝은 얼굴이 익숙한 금발의 대부호와 그녀의 여자친구를 향하고 있었다.

“사람을 향해 삿대질하면 안되잖...”

미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코코로가 배를 부여잡는 것이 보였다. 나는 놀라고, 코코로 앞에 있던 미사키도 안색이 새파래지고,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와 몰려드는 검은 정장의 사람들에 까페 주인인 츠구미도 당황하였다. 그 혼란함 속에서 타에는 싱글거리며 말했다.

“임신 2개월이에요.”

이런 행동은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들고다니던 대본을 둘둘 말은 뒤에 그걸로 타에의 등짝을 후려쳤다.

——————————————————

코코로는 정말로 임신 2개월이었다. 검은 정장의 사람들이 비상용 기구들을 이용해서 확인한 결과였다. 어쩐지 내 책임도 있는것 같아서 나는 타에를 데리고 가 같이 사과했지만, 코코로는 언제나처럼 웃어넘겼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미사키의 아이를 갖게 해줘서 고마운걸!”

역시 츠루마키 가문의 후계자. 대범하기 짝이 없다. 나는 안심하면서도 해야할 일을 잊지 않았다. 아직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지 어리벙벙하는 미사키에게 다가간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정신차려. 이제 한 아이의 부모가 되는거잖아?”

“치사토 씨...”

어색한 웃음을 짓던 미사키의 표정은 내가 손에 힘을 주자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으악! 치사토 씨, 손! 손!”

“그러니 이제 카논 주변에 얼쩡대지 말아야지? 딸린  애도 있는 몸이잖니.”

“알겠으니까 그만 좀 놔주세요!”

이쯤하면 됐으려나. 나는 한층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는 먼저 돌아온 타에가 앉아있었다.

“제 말이 맞죠?”

“응, 그러네. 믿기 힘들지만 믿을수밖에 없겠어.”

세상에는 아직 놀랄 일이 많은가 보다. 다음번엔 진짜 지저인을 만날지도.

“하지만 타에 짱, 어째서 나한테 이런 중대한 일을 얘기해주는거니?”

“처음으로 이 능력을 얻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치사토 선배가 가장 먼저 떠올랐거든요.”

아. 두근거리려는 심장을 간신히 붙잡았다. 잘 생각해. 상대는 타에야. 조금 더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

“타에 짱, 그 말은...”

“치사토 선배는 여자 관계가 문란하니까, 역시 이 능력이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역시나. 마음 속에서 세우고 있던 기대의 탑이 바벨탑처럼 무너져내렸다. 거봐. 내가 뭐랬어.

“...문란이란 표현은 좀 어폐가 있지만, 말하고 싶은 바는 알겠어.”

“그래서 말인데요, 일단 이 능력이 언제 다시 없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지금 가장 좋아하는 여자 한 분을 부르시면 제가 그 분에게 치사토 선배의 아이를 임신시켜 드릴게요.”

갑자기 일생일대의 난제가 주어졌다. 타에의 말을 들은 순간, 친하게 지내던 여자들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카오루는 가족들도 서로 친하니 편하겠지만 상대가 카오루인게 걸려. 그 키랑 외모가 아깝긴 하지만 그건 타에도 괜찮잖아. 파스파레 멤버들은 연예계 활동에 지장이 될테니 안돼. 그래도 타에는 아이돌 계가 아니라 상관없지 않을까? 카논은 임신으로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하지만 몸이 튼튼한 타에라면...

아무래도 미쳤나 봐.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손을 뻗어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타에의 손을 잡았다.

“치사토 선배?”

“너야.”

내 목소리가 작았는지 타에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듯했다.

“네?”

“내가 고른 사람은 너라고! 내 아이를 가져준다면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부끄러운 말을 입에 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백을 들은 타에의 표정은 예스, 노를 떠나 조금 이상했다. 내가 그 표정에 대해 채 물으려난 찰나, 갑자기 까페의 조명이 다 꺼졌다.

잠시 후, 다시 불이 켜졌을 때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은 검은 정장의 사람들이 들고있는 ‘몰래 카메라’라고 적힌 판넬이었다. 내내 대기하고 있었는지 그 옆에는 파스파레 멤버들과 카오루, 카논도 있었다.

잠깐. 뭐야 이거. 설마.

“지금까지 시라사기 치사토의 몰래 카메라였습니다!”

어딘가에 숨겨져있을 카메라를 향해 아야가 인사했다. 그제서야 모든게 이해가 됐다.

“모두들 짠거니? 까페나 코코로 쪽 사람들도 같이?”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치사토 씨가 속지 않을것 같았거든요.”

미사키가 어깨를 주무르면서 대답했다. 아까의 그 표정은 자신의 아이가 갑자기 생겨서 긴장한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연기한 거였겠지.

부끄러웠다. 진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방송에 나갈 때는 내 바보같은 행동들을 자막으로 하나씩 콕콕 찝어가며 비웃겠지. ‘이 상황에서도 견제하는 치사토’같은 식으로.

하지만 그것보다도 기껏 용기내서 한 고백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그것이 나를 가장 속상하게 했다. 엉뚱한 기회 속에서 자각한 감정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없는 일 취급되는 것이 너무 분했다. 서늘한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에 겹쳐오기 전까지는.

“치사토 선배.”

타에는 내 두손을 깍지껴서 천천히 얼굴에서 떼어냈다. 어둠을 헤치고 나타난 빛과도 같은 타에의 얼굴에서는 비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전 그 고백이 기뻤어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타에의 미소를 보자 기분탓인지 눈이 뜨거워지는것 같았다. 아니, 정말로 뜨겁다.

삐융.

고전 SF영화에나 어울릴 것 같은 효과음과 함께 내 눈에서 나간 무언가가 타에에게 명중했다. 타에는 잠시 멍해 있더니 자기 배에 손을 갖다 대었다.

“타에 짱?”

잠시 그대로 자기 배에 손을 대고 있던 타에는 이윽고 폭탄발언을 하였다.

“치사토 선배, 저 선배의 애를 임신한 것 같아요!”

엑.

검은 정장의 사람들이 와서 도구로 진찰을 하고는 확인해 주었다.


“임신 2개월입니다.”

엑.

타에는 나를 돌아보고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물었다.


“치사토 선배. 아까의 고백, 아직 유효한 거죠?”

이렇게 나는 임신광선을 쏘는 초능력과 사랑스러운 연인, 그리고 아이를 하루 만에 모두 손에 넣었다.

이후 여러 나라들의 동성결혼 법제화에 도움을 주고 많은 동성커플에게 아이를 안겨준 공로로 히어로 ‘더 세인트’ 시라사기 치사토가 되지만, 그 얘기는 다음 번에.

////////////////////////////////////////////////////////////

분명 머리속에서 돌릴 때는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였는데, 쓰다보니 이게 아닌데 싶어 급종결.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54

고정닉 24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08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18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3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89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47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27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80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2 27
1463869 일반 백붕아 이거 안읽어봤으면 꼭 읽어보거라.. 그렌라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4 0 0
1463868 일반 왤케 덥니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4 0 0
1463867 일반 걸밴크 재탕하는데 모모카 정실은 빼박 ㅇㅇ(121.172) 18:52 12 0
1463866 일반 "동거"라는 단어가 너무 야해 [1]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2 22 0
1463865 일반 북치빻치북치빻치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1 12 0
1463864 일반 니황 최애음식 규동 먹어봤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9 30 0
1463863 일반 오늘만 쓸게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8 95 11
1463862 일반 빻치더락 저거 점플에서도 잘 나가긴 하는데 [10] 씨사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7 71 0
1463861 일반 뭐야 중계 다시 보는데 왜 밤해파리콘이 있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6 37 0
1463860 일반 ㄱㅇㅂ?) 역시 이작가님 그림 좋단 말이지 [4] 온두루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0 107 0
1463859 일반 붕스) 스타레일에서 떠오르는 커플 [1] 에아렌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9 56 5
1463858 일반 바이럴함 [4] ㅇㅇ(49.170) 18:39 76 1
1463857 일반 수마 미오리네 약혼녀 소설?어케됐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9 30 0
1463855 일반 의외로 레즈비언 손동작인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7 104 0
1463854 일반 백붕이들은 프리큐어 마법봉 왜 사는 거야? [4]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6 72 0
1463853 일반 메이저 장르를 빠는 건 좋은 일이구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5 93 2
1463852 일반 그게 무슨소리니 니나니나야 [1] Ruh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4 50 0
1463851 일반 토모리 나랑 하룻밤만 자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2 34 2
1463850 일반 백봉이들 드디어 프리큐어 마법봉까지 사는거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1 41 0
1463849 일반 백붕이 오늘밤 드디어 해파리 본다 [2]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54 0
1463848 일반 ㄱㅇㅂ) 나 커피 중독 심한가 봐… [11]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95 0
1463847 일반 사실 제대로 된 피규어가 있기는 해 [1]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6 70 0
1463846 일반 떡밥 따라갈려고 애니보는 [4] ㅇㅇ(211.206) 18:26 68 0
1463845 일반 처음부터 해파리에 커플 따윈 없었던것이 아닐까 [20]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129 0
1463844 일반 프리큐어 피규어...? [3]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81 0
1463843 일반 이거 마이고멤버 손이라 생각하면 너무 야해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89 0
1463842 일반 오늘은 종트하는날 [8]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68 0
1463841 일반 원더프리 19화는 진짜 전설이다... [4] 걍하는지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108 8
1463840 일반 우마무스메 미라단츠 너무 좋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30 0
1463839 일반 수마는 보빔 최대 아웃풋 달성했잖아 [4] 분탕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174 2
1463838 일반 시카노코 따운 최애의아이 따운 [1] ㅇㅇ(61.77) 18:09 129 0
1463837 일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 [12]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 159 8
1463836 일반 흑백vs흑금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6 57 0
1463835 일반 너넨 걸밴크 몇화부터봄?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149 0
1463834 일반 걸밴크 11화 완결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 76 0
1463833 일반 봇치더락이나 요루쿠라 같은 4인조 볼때마다 [2] ㅇㅇ(122.44) 18:01 83 0
1463832 일반 카노가 염색을 두 번 했었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74 0
1463830 일반 어쩐지 X 트렌드에 슬레미오가 있더라니 쿠지 신상 때문이었구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104 0
1463829 일반 키위 버튜버 판때기 무쌩기지 않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113 0
1463828 일반 으헤 엠병~ [3] 봇지다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74 0
1463827 일반 마유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3 57 0
1463826 일반 오라 달콤한 우미타키여 [2]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7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