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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파엠 에델선생 스포주의) 불꽃의 황제, 패왕의 날개-2

패퍄햐(121.169) 2019.08.25 16:37:01
조회 538 추천 30 댓글 8
														






아마 지금 그려도 비슷하겠지, 내게 미술의 재능은 없으니까.’ 에델가르트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사실 이 초상화는 벨레스가 실종되었을 당시 그녀를 찾기 위한 전서에 넣을 그림이었다. 물론, 전서에 넣기도 전에 린하르트가 전혀 닮지 않았다며 퇴짜를 놓은 그림이지만. 에델가르트는 이것을 볼 때면 초상화를 그릴 때의 감정이 사무쳐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아마 눈물 자국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쭈글쭈글한 종이 끄트머리를 에델가르트가 조심스레 문질렀다.



이를 보니 벨레스가 귀환하고, 함께 포드라 대륙을 통일한 뒤에도 자신의 곁에 머물러주는 현재가 꿈과도 같이 느껴졌다. 바라볼 때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이었기에 당시의 에델가르트는 몹시도 초조해했었다.



이렇게 자고 일어난 사이 없어진 당신을 마냥 두는 것도 상상치 못한 일이지.”



에델가르트는 오래된 감상에 스스로 평가를 매기며 초상화를 원래 자리에 돌려두었다. 그리고는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드나 아직 무더운 공기에 책이 상하지 않도록 열어둔 창가로 가 몸을 기대었다. 하늘은 쾌청했고 뭉게구름 몇 개가 늘어지게 부유하고 있었다. 에델가르트는 턱을 괴며 그것을 보다 본궁 정원에 서 있는 벨레스를 발견했다.



꽤 작아 분간하기 어려웠으나 본궁에 거주하는 이 중에서 그녀와 같은 청록색 머리칼을 가진 사람은 벨레스뿐이었다. 그러니 에델가르트는 정원 벤치에 앉아있는 자가 자신의 반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혼자 저기서 무엇을 하나 싶어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벨레스를 향해 다가오는 인물이 한 명 보였다.



페르디난트였다. 청년 시절부터 유지해온 장발을 휘날리며 그는 벨레스에게 큰 동작으로 인사하며 곁에 앉았다. 에델가르트는 눈을 치켜떴다. 전쟁이 끝나고 황제를 인정하여 스스로 충직한 오른팔이 된 그와 에델가르트가 선택한 반려 벨레스 둘의 조합은 이상할 것도 없었다. 에델가르트 또한 둘이 자주 성내에 머물며 국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 보다 허물없는 사이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에델가르트 자신을 버려두고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지나치게 즐거워 보이는 듯한 담소를 나누는 것을 편히 바라봐주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에델가르트는 속에서 울컥, 솟아나는 감정에 바삐 서재를 나섰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몰랐건만 에델가르트는 스스로 보기에도 독점욕과 질투가 많은 편이었다. 다만 포드라 대륙을 통일하고 제국에 안녕을 가져오는 등 숨 가쁜 일생을 달려오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에델가르트는 서서히 국내정세가 안정되고, 벨레스와 정을 나누며 생활하는 삶이 당연시되면서 깨달았다.



벨레스 쪽에서는 사관학교 때부터 은근히 이런 성격임을 짐작했다고 한다만, 에델가르트는 이런 그녀 자신에게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았다. 이전에는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기뻤다. 종종 업무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행복했다. 그러나 감정은 끝이 안 보이는 동굴처럼 깊어져만 가 어떤 날에는 벨레스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을 뿐임에도 한없이 서운해져, 에델가르트는 흡사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빠져 걷다 보니 금세 두 사람이 있는 정원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먼저 에델가르트를 알아본 페르디난트가 손을 흔들었다.



오오, 에델가르트, 마침 잘 왔어. 너는 역시 쿠키 중에 최고는 홍차 쿠키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냉랭한 기분에 젖어있던 에델가르트는 당황스러운 질문에 미간을 찌푸렸다.



페르디난트,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아아, 이번에 사관학교 때부터 갈고닦은 이 제과 실력과 홍차에 대한 넓은 지식으로 에길 영지의 특산물을 하나 개발할까 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지. 선생님은 홍차는 향이 강하니 대중적인 입맛의 쿠키가 낫다고 하시는군.”


홍차 쿠키도 맛있지만, 향이 강하고 씁쓸하니 어린아이들은 싫어할지도 몰라.”



호쾌하게 대답하는 페르디난트 옆에서 벨레스가 검지를 치켜세우며 끼어들었다. 단단한 눈매가 참으로 진지해 에델가르트는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이런 시원찮은 대화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방금까지 질투에 허덕이던 자신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에델가르트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 다 정말 할 일이 없나 보네. 일부러 그 대화를 나누려고 둘이 만난 거야?”


? 그렇지 않아, 마침 지나가던 중에 선생님이 보이길래 와서 물어본 것뿐이지. 그래서 에델가르트 너는 어떤 거 같은가?”



페르디난트는 대답을 종용하듯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에델가르트를 쳐다보았다. 벨레스도 대답이 궁금한지 쭉 에델가르트를 보고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나라면 홍차 쿠키인 건 상관없지만 어떤 질감일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반적인 홍차 쿠키면 특산물 따위는 될 수도 없겠지.”


오오, 과연 그렇겠군! 그 점은 미처 신경쓰지 못했어, 고맙군. 에델가르트.”



페르디난트는 진심으로 무언가를 깨우친 모양인지 두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흠흠,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저 멀리 사라졌다. 아드라스테아 제국의 재상이라고 보기에는 못 미더운 언행이었지만, 어찌 보면 정말로 한결같은 사내라 에델가르트는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에델가르트는 멀찍이 사라진 페르디난트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반려를 내려다보았다. 벨레스는 빈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앉아, .”



에델가르트는 조심스레 벤치에 걸터앉았다. 벨레스가 불러주는 에델가르트 그녀의 애칭은 오늘도 여전히 듣기 좋았다. 그러나 에델가르트는 뒤늦게 올라오는 껄끄러운 기분에 퉁명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자신이 초조해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 안심이 되는 한 편 여전히 아침에 혼자 자신을 두고 간 벨레스에게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없이 사라졌길래 한참 찾아다녔어, 선생님.”


그래? 미안해.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맘껏 푹 잤으면 해서. 요즘 피곤했잖니.”


그건...”



에델가르트는 자신의 두 손을 가슴팍에서 맞잡으며 우물거렸다. 자신을 배려해준 벨레스에게 그래도 악몽을 꿔서 무서웠다, 그러니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바로 옆에서 안아줬으면 했다는 하찮은 투정 따위를 부릴 수는 없었다. 에델가르트가 부끄러움에 서둘러 화제를 돌리려 한 순간, 벨레스가 손을 겹쳐왔다.



벨레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델가르트 곁으로 더 바짝 다가왔다.



악몽이라도 꾼 거니?”



마치, 마음을 읽고 있는 듯. 허를 찌르는 물음에 에델가르트는 어린아이처럼 볼을 붉혔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없이 자상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벨레스와 마주 보았다.



눈을 뜨니까, 당신이 없어서 무섭고 쓸쓸했어.”



벨레스는 귀여운 동물을 보는 듯 입가를 둥글게 말아 올리며 에델가르트를 안아주었다. 에델가르트는 무언가 녹아내리는 느낌에 벨레스를 마주 안아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행복해.” 방금까지 가슴을 채우던 불만과 쑥스러움도 모두 잊고 에델가르트는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귓가를 간질이며 벨레스 또한 노래하듯 읊조렸다.



나도. 항상 곁에 있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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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도 없는데 잘리네 다들 미안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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