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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카논- 진심, 장난

Ns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25 19:06:18
조회 1085 추천 2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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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랑 카논이 직장을 다니고, 동거를 하면서 피곤해진 심신을 힐링하는 느낌이 어떤걸까 생각하다가 연성하게 됐어.

귀엽게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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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면 진홍색과 노란색이 섞여서 오렌지 같이 주황색이 도는 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하늘 사이사이를 헤엄치며 다니는 물고기처럼 둥실둥실, 적당히 덩어리진 하얀 구름도 같이.


“..예쁜 하늘이네요.”


그렇죠. 카논 씨? 이어지는 말은 입술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내 입 안에서만 빙빙 돌면서 다시 목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곤히 잠든 카논 씨가 깰까봐 걱정이 들었다. 하늘을 보던 시선을 내 밑으로 돌리면 카논 씨가 보였다.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고 누워 있지만 미동도 없어서 혹시나 잘못 된 것은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잔뜩 들떠있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애써 차분히 바라보니, 색색 거리는 귀엽고 작은 숨소리도, 작게 부풀었다가 다시 가라앉는 가슴팍도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멀쩡하다는 생각을 확신할 수 있던 가장 큰 증거는 내 무릎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였다.


그동안 일이 많은 날들이 화살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밴드 일도 하고, 카논 씨도 카논 씨만의 일이 있고, 나도 나만의 일이 있어서 매일매일을 따로 지내야했다. 정말이지, 전쟁터같은 참혹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난히 길었던 주가 끝나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주말이 찾아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주말이 찾아온 만큼 어떤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기대했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가 많아서.. 그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하루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버렸다.


어제 밤의 나는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힐 여유조차 없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파에 죽은듯이 자빠져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유난히 온 몸이 찌뿌둥해서 크게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려고 했는데, 내 몸 위에 붙어있는 자그마하고,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를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어?”


적당히 무게도 있어서 섣불리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뭐지? 내가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몸이 너무 굳었나?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내 몸 위에 아마도 카논 씨가 덮어주신 이불을 들쳐보니, 흐릿한 눈으로도 보이는 것은, 내 가슴팍 위에 너울거리는 카논 씨의 하늘색의 고운 머리카락 이었다.


순간 너무 피곤해서 헛 것이 보이는게 아닌가 싶어서, 고개를 몇 번이나 좌우로 빙빙 돌리고, 눈을 꿈뻑거렸다. 하지만 몇 번이나 시도해도, 카논 씨가 보여서 강제로 피로한 정신을 깨우고 현실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카논 씨가 깨면 안 돼.”


뭐지? 너무 힘들어서 사실 나는 죽어버렸고 천국으로 간 것인가? 같은 시덥잖은 생각마저 순간순간 머릿속을 휘젓고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카논 씨가 내 몸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고, 덕분에 카논 씨가 깨지 않도록 나도 조심조심 몸을 빼내면서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 이상 지금까지의 상황 정리 끝.


“....”


카논 씨를 깨워야하나, 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생겨났다. 하지만 카논 씨의 고이 잠든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은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사르륵, 녹아 없어졌고, 잠든 카논 씨를 보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이제 슬슬 깨워야겠네.”


이러다가 정말 하루종일을 잠으로 보내겠어. 카논 씨의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이렇게 평온히 잠든 카논 씨를 깨우는 것은 싫지만, 이제 슬슬 카논 씨의 목소리와 미소가 그리워졌다.


“..일어나세요. 잠자는 저의 공주님.”


카논 씨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후에 , 손을 살짝 굽히고 카논 씨의 머리카락 한 줌을 쥐어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카논 씨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콕 찍어누르며 빙글빙글 돌렸다. 카논 씨의 피부는 마치 아기의 피부가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따스해서 기분이 좋아 계속 만지고 싶은 욕망이 빠르게 생겨났다. 한번 욕망이 생기니, 그 욕망이 다른 욕망을 불지피는 연료가 되어 불타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러고보니, 너무 바쁜 나머지 한 주 동안 스킨십을 할 시간은 커녕 서로 얼굴을 보는 시간도 부족했지. 카논 씨의 피부를 한 번 의식한 순간, 다른 부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살짝 벌려진 분홍빛 입술, 오똑한 코, 기다란 속눈썹, 가녀린 목과, 옷 사이로 보이는 쇄골까지. 모든 것이 눈에 너무 자극적으로 비쳐졌다.


“....카, 논 씨. 일어나세요.”


일어나시지 않으시면 장난, 칠 거에요. 내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카논 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카논 씨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카논 씨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 향기 자체는 진하지 않지만 맡고 있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꽃 향기같은 것이 느껴지는 카논 씨의 향기를 맡으니 평소에는 진정되었을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미 빨갛게 변하고 있을테지. 심장 소리도 이제 더 이상 두근, 거리는 소리도 아니었다. 쿵쾅거리며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소리가, 내 귀로 너무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내 몸 안에서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카논 씨의 얼굴이 점점 눈 앞에 다가왔다. 심장이 터질 정도로 크게 뛰고, 얼굴에 불이 나는 것처럼 열이 느껴졌다. 내 입술이, 카논 씨의 입술 바로 위에 다가가 카논 씨의 숨결이 내 피부에 닿을 거리가 됐다.


“....”


바로 앞인데, 고개를 조금 만 더 아래로 숙이면 금방인데. 하지만 긴장 탓에 딱딱해진 목이 도무지 굽혀지지 않는다.


“윽..”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드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잘하는 짓이다. 미사키. 내 스스로가 이렇게 용기가 없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미사키 짱, 장난.. 안 칠거야?”


고개를 들어올리고, 용기가 없는 내 스스로를 한탄하는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카논 씨의 얼굴을 보면서 내 몸 안에서 가득 피어오른 열기를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카논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논 씨의 목소리를 듣고, 카논 씨가 듣고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당황스러워 할 틈도 없었다. 카논 씨가 번개같이 두 손을 뻗어 내 목을 붙잡더니, 그 상태로 힘을 주어 잡아당겨 내 머리를 내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카논 씨는 상반신을 일으켜 입술을 겹치게 했다.


“읍-?!”


비명을 내지를 시간조차 부족했다. 너무나도 빠르고, 갑작스럽게 당해버렸다. 카논 씨의 입술의 부드러움, 그 온기가 촉감을 마비시키고, 코로 들어오는 카논 씨의 향기가 후각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놀라서 휘둥그래졌을 눈으로 카논 씨의 눈을 바라보니 잠에 취해있어야 할 눈은 어디에도 없고, 눈웃음을 배싯,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카논 씨의 눈이 있을 뿐이었다.


“..푸하.”


짧았지만, 길었다. 분명 실제로 걸린 시간은 몇 초도 아니었겠지만, 내게 느껴진 시간은 수 십 분이었다. 그래서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자 여태 참았던 숨이 한번에 터져나오며 내 사고도, 내 시간도 흘러가기 시작했다.


“카, 카논 씨. 언제, 언제부터..”

“....”


역시 머리를 쓰다듬을 때부터였을까? 아아. 좀 더 살살 했어야했는데. 아니면, 혹시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을때부터? 아윽.. 만족스럽다는 듯이 빙긋이 웃고있는 카논씨를 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섥혀서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어서 애꿎은 머리만 괜히 벅벅 긁으며 시선을 돌렸다.


“..미사키 짱. 내기 하나 하자.”

“네? 가, 갑자기 내기요?”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카논 씨가 웃으면서 말한 그 내기를 덥석 받아들인 것은, 내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버렸다는 이유였겠지.


“응. 내기. 싫으면 안해도 괜찮아.”

“싫지.. 않아요. 해요. 내기.”

“뭘 걸지도 모르는데 받아들이는거야? 미사키 짱.”

“...카논 씨를 믿으니까요.”


어느새 몸을 일으켜, 앉은 상태로 나를 바라보는 카논 씨는 내 대답에 조금 놀란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날 바라보았다. 조금, 서운한데. 내가 카논 씨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무슨 내기인지는 몰라도 조금 , 이기고 싶어졌다.


“조건은 간단해. 서로 질문을 하나씩 하고, 상대방이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게 된다면 질문을 한 사람이 이기는거야. 미사키 짱. 이해했어?”

“..네. 그렇다면 내기는 무엇을 걸고 하는 건가요?”

“..으음, 그러게. 무엇으로 할까..”


생각보다 쉬운 승리조건을 생각한 것은 잠시, 내 질문에,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면서 생각하는 듯한 카논 씨의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생각이 카논 씨로 가득 채워져 버렸다.


“..시간으로 정하자. 미사키 짱. 어때?”

“시간이요? 어떤..?”

“그냥. 서로의 시간을 가지는거야. 이를테면 내가 이기면 미사키 짱의 한 시간을 내게 할애한다! 라던가?”

“..좋아요. 그럼 선공은 누가 할까요?”

“ 미사키 짱은 장난을 치지 못 했으니까 내가 먼저. 후훗.”


아앗. 카논 씨가 조금 전의 상황을 언급하자, 내가 한 말을 다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었을 카논 씨가 상상되어 부끄러움이 다시 치솟아올랐다. 얼굴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져 그나마 차가운 손등으로 서둘러 열을 식히려고 볼에 손등을 비볐다.


“미사키 짱. 내일은 몇 일이야?”


얼굴에 열을 겨우 식히고 들은 첫 질문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그래서 곧바로 입술을 열고 답을 말하려고 했지만, 카논 씨의 손가락이 그것을 막아세웠다. 카논 씨가 검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지긋이 누르는것이, 마치 정답을 말하지 말라고 때를 쓰는 어린 아이가 보채는 것만 같아서, 솔직히 귀여웠다.


“..음, 카논 씨랑 하루종일 같이 있는 날이네요. 날짜로는 26일.”


입꼬리가 멋대로 실룩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그런데 어쩔 수가 없잖아. 저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멀쩡하게 있을 수 있는거야. 자꾸만 미소를 지으려고 하는 입술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하지만 입술을 누르는 카논 씨의 손가락의 부드러운 촉감과 따뜻한 체온이 간지럽게 다가와 부끄럽기도 하고, 대답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나의 모습에 의아한듯 카논 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눈을 바라보는데, 그것도 어쩌면 내가 답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공격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귀여웠다. 겨우겨우 입이 진정된 것 같아서 허리를 뒤로 약간 빼 카논 씨의 손가락에서 벗어나고, 내 희망을 곁들여서 질문에 답을 말했다.


“응. 맞았어. 미사키 짱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는 날이지. 이제 미사키 짱의 차례야.”


혹시 싫어하는 표정이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카논 씨는 언제나 그렇듯이 해맑게 웃어주면서 내 희망을 긍정해주셨다. 아싸. 보이지 않게 주먹을 괜히 쥐며 기뻐할 정도로 행복했다. 그리고 카논 씨에게 할 질문을 잠시 생각해보며 흥분된 심장을 진정시켜보려고 했다.


“.. 음. 그, 저. 카논 씨.”

“응. 미사키 짱.”


질문을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카논 씨가 한 것처럼 사소하게 ‘다음 달은 몇 달인가요?’, ‘내년은 몇 년도인가요?’ 같은 질문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 질문에 답해주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카논 씨에게 듣고 싶은 말이 번개처럼 떠올랐고, 내 입은 그 질문을 곧바로 꺼내놓았다.


“..카논 씨.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에요?”


두근, 두근. 조금전까지만 해도 부끄러움과, 행복함에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박동하던 심장은 이제, 숨막힐 정도의 긴장감에 의해 박동하고 있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카논 씨에게서 다른 사람의 이름이라도 나온다면.. 아. 역시. 너무 이상한 것을 질문하고 말았어.


카논 씨에게서 날 좋아한다는 답을 듣고 싶다는 내 마음과, 아주 작은 가능성으로 나오게 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충돌했다. 가슴이 찌르르, 하고 울리고 심장은 쿵쾅대며 내 귀를 박동소리로 매웠다. 역시 안 될 것같아.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조금 앞서서 손을 움직였다. 카논 씨가 한 것처럼 카논 씨의 입술을 내 오른 검지로 지그시 누르고, 카논 씨의 눈을 바라보며 속으로 카논 씨의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


내 질문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내 행동에 놀란 것일까. 카논 씨의 눈이 커졌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을 파악하는게 무서워 아주 약간,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카논 씨는 손을 움직이고, 내 손목을 잡아서 상냥하게 끌어내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쪽.


카논 씨는 곧이어 그녀의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더니 순식간에 내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내 귓가에 머리를 가까이 하여 작게 속삭였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미사키 입니다.”


꺄르륵, 거리는 듯한 장난스러운 웃음소리와 간질간질, 상냥한 목소릭가 귓가에 곧바로 들이닥치고 , 볼에서 느껴진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멍해진 눈으로 카논 씨를 바라보았다. 카논 씨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의 시야를 가린 앞머리를 손으로 살짝 귀 뒤로 넘기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못 참겠어요. 카논 씨.


내 손이, 몸이, 머리가 멋대로 움직였다. 손이 카논 씨의 여린 어깨를 잡고 그대로 밀어붙여 소파에 눕혀버리고는 내 몸이 멋대로 일어나 그런 카논 씨의 몸 위에 올라타듯이 자리를 잡고, 카논 씨의 머리 옆에 손을 두어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꼴을 취했다.


“..미사키 짱?”


조금 놀란 것일까, 카논 씨는 어느새인가 양 손을 모아 가슴께에 가져와서는 몸을 웅크린 채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두려움에 떠는 토끼같은 카논 씨를 보게되니, 점점 머리에 피가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몸이 뜨거운 욕조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미사키 짱.”


그 상태로 몇 초나 있었을까. 조금 진정이 된듯한 카논 씨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카논 씨의 분홍빛 입술이 벌려지면서 오물오물 말을 할 때마다, 눈꺼풀을 한 번씩 닫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나를 보는 것 마다, 마음 속에서 피어오른 충동의 꽃은 더욱 더 크게, 강렬하게 자라나며 내 본능에게 명령했다. 당장 카논 씨의 입술을 덮치라고.


“..내 차례구나. 미사키 짱. … 앞으로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카논, 씨..”


본능을 이성으로 억누르며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카논 씨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배시시, 웃으면서 내 목에 그녀의 팔을 두르고 내게 물었다. 아. 게임 중이었지. 서로의 시간을 걸고서.


꿀꺽. 어느새인가 입 안에 고인 침을 목으로 삼켰다. 긴장된 목과 입이 바짝바짝 말라가자 혀로 치아 뒷 부분을 가볍게 훑으며 답을 고민하고, 생각하며 입 밖으로 겨우겨우 내뱉었다.


“카논 씨를, 안고싶어요.”

“.. 미사키 짱. 어리광쟁이구나. 후후.”

“그런 뜻이 아닌데.. 너무해요. 카논 씨. 이미 알고 계시면서.”

“..미사키 짱. 미사키 짱의 차례야.”


여유롭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말하는 카논 씨의 모습이 서운했다. 날 이렇게 만든 것은 카논 씨인데. 카논 씨는 정작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 나 혼자만 너무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괜히 서운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퉁명스럽게 말이 나갔다. 시선을 피하며 겨우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10초 안에 답이 나와야 답한 것으로 취급할거에요. ..카논 씨. 제가 이러는 것이 싫어요?”


알고 있다. 비겁한 방법으로 때를 쓰고,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 아이같은 행위라는 것은. 그렇지만 그게 뭐 어때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안고 싶고, 독차지 하고 싶은게 어때서. 가끔은, 진짜 가끔은.. 어리광 부려도 괜찮겠지.


내 스스로의 마음에게 변명하면서, 나는 고개를 내려 카논 씨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어 누르고 내 혀를 그녀의 입 안에 넣었다.


처음에는 카논 씨의 입술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점점 더 안으로 혀를 들이밀어 카논 씨의 잇몸, 더 나아가 치열을 한 번씩 훑으며 혀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갑작스럽게 들어간 내 혀 때문에 놀란 것인지 꽉 닫혀 있는 카논 씨의 치아를 노크 하듯이 두드리고, 살짝 열려진 그 틈을 혀를 억지로 집어넣고 벌렸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따뜻한 공기가 혀에 닿자, 정말로 키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괜스래 내 얼굴이 더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카논 씨의 눈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꾹 감으면서 얼굴을 더 밀착시켰다. 카논 씨의 부드러운 콧잔등과 내 코가 부딪히고, 서로의 모양으로 눌러지고, 밀어지면서 모습이 변화하는 것도 느껴졌다. 동시에 카논 씨의 뜨거운 숨결도.


카논 씨의 거칠어진 숨결과, 뜨거운 체온을 느끼며 혀를 필사적으로 놀렸다. 어디를 어떻게 핥아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점점 머리가 뜨거워지니 생각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서 내가 어디를 핥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대충 아마 카논 씨의 볼 안쪽을 혀 끝으로 쿡쿡 쑤시고, 그녀의 입천장을 내 딴으로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카논 씨의 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미끈거리는 카논 씨의 혀 위를 내 혀로 마찰시키고, 뱀이 먹잇감을 옥죄는 것처럼 애써 혀를 꼬아 카논 씨의 혀를 억누르고 빨아들이기도 하고, 내 숨을 불어넣기도 했다.


10초는 충분히 지났다. 용기를 내서 겨우 눈을 뜨고 카논 씨의 눈을 마주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카논 씨의 모습을 본 순간, 정말로 내 모든 생각은 녹아내렸다. 갑작스럽게 하게 된 키스에 놀란 것인지 눈물이 살짝 그렁그렁 달려있는 눈가와, 붉게 달아오른 볼, 그리고 숨을 원활히 쉬지 못해 거칠어진 호흡에 담겨있는 색기. 그 모든 것을 보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카논 씨의 입에서 혀를 거두며 얼굴을 때어냈다.


“..하아. 하아...미사키 짱..”

“...제가 이겼어요.”


너무, 너무 매혹적이라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선을 애써 돌려 카논 씨의 콧잔등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이겼다고.


“...응. 미사키 짱이 이겼네.’

“...”

“...미사키 짱. 그럼 내 시간을 어떻게 쓸 건지.. 물어봐도 괜찮을까?”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었는데, 카논 씨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내 뺨을 어루만져주며 내 얼굴을 그녀 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마주보게 된 카논 씨의 눈빛은, 여전히 상냥하고, 야릇한 빛이 명멸하는 것 같아서.. 아. 진짜. 너무해요. 이런 눈으로 바라보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이렇게. 소중하게 쓸게요. 그러니 카논 씨도.. 저를, 제 시간을. “


소중하게 써주세요.


끝말을 간신히 입밖으로 중얼거리며 뱉은 후에, 나는 카논 씨의 목덜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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