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논이랑 사귀도록 하렴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450893&s_type=search_all&s_keyword=%EC%97%B0%EC%84%B1%ED%95%98%EB%8A%94&page=1

*

한숨을 푹 내쉬었다.

코코로 짱이 한 제안을 받은 뒤 곧장 대답할 수 없었기에 내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그녀가 얼마든지 줄 수 있다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자리에서 일어났따.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치사토!"

그러면서도 싸늘하게 웃으면서 한 마디 덧붙이는것을 잊지 않은 채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않고 나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로 시간만 멍하니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해준 제안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쉽사리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카논의 일이었기에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카논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카논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기에 속으로는 카논과 자신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언젠가 카논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떠나보내주려고 마음먹었었다.

그렇게 마음먹었음에도, 실제로 카논이,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걸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니까 어딘지 모르게 배알이 뒤틀리는 듯 했다. 다른 좋은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미사키 짱이란 말인가...

"치사토 짱?"

"아, 응! 카논!"

눈 앞에서 카논이 부르는 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자 그녀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내 뺨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니까 방금 전 까지 했던 생각이 눈 녹듯이 싹 녹아내려져서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마찬가지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많이 피곤해? 후에엥...역시 스케줄 때문에 지친거야? 내가 괜히 부른걸까?"

"아냐! 전혀 그렇지 않아 카논! 오히려 카논을 봐서 더 힘이 나는걸!"

고개를 저었다. 그래, 복잡한 생각은 잠시 넣어두자. 오늘은 간만에 두 사람의 시간이 비어서 같이 보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한시라도 허투로 할 수 없었다.

생각이야 뭐 나중에 하면 되는거고 일단은 지금 이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에 차를 한모금 마시자 그런 날 보며 카논이 살짝 미소지었다.

"어때? 맛있어?"

"응, 카논이 추천해준 찻집, 굉장히 맛있는걸."

살짝 웃으면서 나도 미소로 화답해준 다음 차를 한모금 더 마셨다. 깔끔하면서도 뒷맛이 여운이 남는게, 카논이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카논이랑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보면 카논이랑 만나서 차를 마시는 것 뿐인데도 방금 전 까지의 복잡한 생각이 전부 날라가지 않았는가!

그래, 오늘 하루정도는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고 카논이랑 즐겁게 보내자, 그런 생각으로 차를 들어올린 그 순간이었다.

"에헤헤, 마음에 들어해줘서 다행이다...사실 이 찻집, 지난 주말에 치사토 짱이 힘들다고 하니까 미사키 짱이 추천해준거라...꺅, 치사토 짱?"

툭, 소리를 내며 내 손에서 컵이 떨어졌다. 다행히도 바닥에 깔린 카펫은 푹신했기에 컵이 깨지는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용물은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바닥에 쏟아져 카페트를 천천히 갈색으로 물들였다.

지금 누구한테 추천받았다고? 미사키 짱?

아니 추천은 받을 수 있었다. 그야 문자나 전화같은걸로 대화는 나눌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뭐라고 했지? 지난 주말?

카논이 급하게 손수건을 꺼내서 카페트를 닦으려고 고개를 숙일때쯤이 되서야 간신히 제정신이 돌아와서 내가 치운다고 말하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그대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몇 분 정도 아무말없이 카페트를 닦고있자니 어느정도 깔끔하게 정리된 듯 했다. 점원이 와서 나머지는 자기들이 할테니까 신경쓰지 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컵만 주워서 책상 위에 다시 돌려놓았다.

"깜짝 놀랐다..."

"그러게. 미안 카논, 아무래도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카논, 방금 그 말은..."

"응? 응, 주말에 미사키 짱이랑 어디를 좀 갔다왔거든...그러다가 치사토 짱의 말이 나와서..."

입은 웃고있었지만 마음은 방금 전 자신의 행동에 깜짝 놀라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은 카논이 누구랑 사귀든 행복을 빌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었다. 상대가 미사키 짱인게 조금 불만이기는 했지만 그 데이트 사진은 착각일 수도 있다고, 그런 긍정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적어도 방금 전 카논의 입에서 실제로 미사키와 주말에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 까지는.

도대체 왜 그 말로 그렇게 동요한것일까, 어째서? 카논의 행복을 빌어주겠다고 한 자신이 아니었던가?

대답은 간단했다. 실제로 자신은 보기 싫었던 것이었다. 

무엇을?

카논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랑 사귀는 것을, 다른 여자랑 노는 것을.

지금이라면 코코로 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내가 생각이 또다시 잠겨있는걸 눈치챈걸까, 카논이 내 손을 꼭 붙잡아준 뒤 손가락을 상냥하게 매만저주었다.

"피곤하면 먼저 들어가도 괜찮은데..."

"아냐 카논! 난 카논이랑 조금 더 같이있고 싶은걸!"

"그...그래? 에헤헤, 다행이다...후에엥, 미안 치사토 짱. 나 잠깐..."

고개를 저으면서 격렬하게 부정하자 카논이 안심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디론가로 향했다. 아마 화장실에 가는거겠지.

다녀오렴, 손을 흔들어주면서 화장실에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가 휴대폰을 꺼내들어서 곧장 코코로 짱한테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 이 상황도 모두 전화로 보고있던걸까, 그녀가 망설임없이 전화를 받았다.

"야호! 치사토! 어때? 대답은 정했니?"

"할게."

코코로 짱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자르며 내가 입을 열었다.

뺏기고 싶지 않으니까,. 카논을 누구한테 뺏기고 싶지 않으니까.

"그 제안, 받아들일게. 코코로 짱."

그럴줄 알았다는듯, 저 너머에서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제가 뭘쓴거죠.

이걸 왜 뒷편을 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