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곧장 하자와 카페로 집합하라는 문자를 모두에게 돌렸습니다.

왜 모이라고 하는건지는 구태여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모카 짱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라는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있었거든요.

어렸을 적 부터 소꿉친구인 저희 다섯 사람 사이에는 깜짝파티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 어린 시절에는 깜짝 놀래켜주고 싶은 마음에 몇 번인가 당사자 몰래 깜짝 파티를 하고는 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이제는 생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저희 카페에 모여서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은 뒤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

소중한 친구들의 생일인데 그래도 조금 놀래켜주는 맛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토모에의 제안도 몇 번이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들 익숙해졌는지 생일만 되면 학교에서 한 번 씩 축하해주고 저희 카페로 모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익숙해진다는건 가끔 무서울때가 있네요.

가방을 챙기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파티 준비는 아침에 전부 끝내놓고 왔습니다. 저만 조금 더 일찍 가서 상만 차리면 끝나는 일이었기에 가방을 매고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소리를 내며 집으로 들어간 다음 곧장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야마부키 베이커리에서 공수해온, 모카가 사랑해마지않는 빵을 베이스로 파티 음식을 장식하고 마지막으로 커다란 케이크를 중앙에 놓는것으로 셋팅을 끝내놓았습니다.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고 친구들이 들어왔습니다. 토모에 짱에 히마리 짱...생일의 주역인 모카 짱에 이르러서는 커다란 꼬깔모자를 쓴 채였습니다.

"오오~모카 짱을 위해 이런 파티를 준비해주다니~이 모카 짱, 감격. 또 감격~"

매년 하던 것 처럼 그녀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면서 박수를 두어번 쳤습니다. 아하하, 모카 짱도 참, 반응이 너무 과하다니까요! 그렇지만 순수하게 기뻐해주는 모습을 뭐라고 할 순 없었기에 빙그레 웃으면서 세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어라? 세 사람이요?

잠깐 어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토모에 짱, 히마리 짱, 그리고 생일의 주인공인 모카 짱...

한 사람이 분명히 부족했습니다. 손가락을 꼽으면서 세어본 뒤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란 짱은 어디간거야?"

"츠구미, 우리는 어쩌면 너무 오래동안 깜짝 파티를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제 말에 토모에가 근엄한 표정으로 제 쪽을 쳐다보지 않은 채 중얼거렸습니다. 란 짱이 어디있냐고 물어봤는데 무슨 딴 소리일까요.

"아, 응...그렇긴 하지?"

한 편으로는 그녀의 말이 맞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생일임에도 축하해주는 것 말고는 딱히 서프라이즈 파티도, 놀랄만한 선물교환도 안한지 제법 됬으니까요. 심지어는 전 날에 뭐가 가지고 싶냐고 물어본 다음 선물을 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요.

그렇긴 하다면서 히마리 짱이 추임새를 넣어주자 토모에 짱이 언제나처럼 살짝 불타오르면서 식탁을 세게 한 번 치고 일어났습니다....

그보다 저 식탁 단단한건데 손 괜찮은걸까요? 아무래도 괜찮지 않은 듯 했습니다. 살짝 붉게 물든 손바닥을 매만지면서 한 방울 눈물이 맺힌 그녀가 말했습니다.

"어쨋든! 우리도 슬슬 변화가 필요하다는 소리지. 깜짝 선물이나 깜짝 파티 그런거! 깜짝 파티는 이미 츠구가 다 문자를 돌려서 늦었지만 선물은 아니란 말씀!"

"오오~토모찡 멋져 멋져~"

가만히 있던 모카 짱이 그녀의 일장 연설을 듣자 감격하면서 손뼉을 두번 두드렸습니다. 쑥쓰럽구만! 토모에 짱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뺨을 붉히자니 그 틈을 노려서 모카 짱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토모찡~뭐야? 깜짝 선물이라는게? 기대해봐도 괜찮은거야~?"

"그럼! 히마리랑 둘이서 열심히 생각했는걸! 모카가 빵 다음으로 좋아하는거야!"

"빵 다음으로~? 그런거라면 란밖에 없는데..."

갑작스럽게 모카 짱의 선물로 불이 붙은 것 같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게 있었습니다. 제정신이 돌아온 제가 살짝 숨을 들이키고 조금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란 짱은 어디있는건데?"

제 절규가 카페 안을 가득 채우기도 전에 딸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서오세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서 접대하려다가 이상함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모카 짱의 생일 파티를 위해서 카페를 전세낸 상태, 따라서 입구에는 휴업한다는 팻말을 붙여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태인데 도대체 누가 들어온거지? 해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교복을 입은 채, 붉은 색의 예쁜 리본을 머리에 묶은 란 짱이 리본이랑 같은 색깔의 얼굴을 한 채 서있었습니다.

"...나 여깄어 츠구."

밖에서 들은걸까요, 들어오면서 그 말을 한 그녀가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모카 짱의 앞에 섰습니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모카 짱한테 리본이 묶인 머리를 내밀더니 곧장

"생일축하해 모카, 선물은...그 뭐냐, 어제 토모에한테 설득당해서...부끄럽긴한데....그 뭐냐...그...선물은 나야."

라고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마지막 말은 모기가 기어가듯이 말하는 것 같았지만 전세를 내 조용한 카페였기에 그 목소리는 네 사람한테 똑똑히 들렸습니다.

모카가 감격을 받아서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손을 천천히 떨더니 곧장 붉은 색 리본을 풀었습니다. 살짝 세공을 한걸까, 끄트머리만 잡아당겼음에도 곧장 풀려서 리본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툭, 하고 리본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정신을 차린 모카 짱이 란 짱을 꼭 껴안아주었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은 일이 생각대로 풀렸다는 듯 훈훈한 미소를, 상황을 이해한 저도 웃으면서 두 사람을 훈훈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있었는데...

"꺅?!"

갑작스럽게 란의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세 사람이 놀라서 일어나려는데 자세히 보니까 란의 목자국에 선명한 잇자국이 있는게 아니겠어요?

"란은 오늘 하루는 내꺼니까~내 마음대로 먹어도 괜찮은거지이~?"

"...모카는 바보, 난 이제 계속 모카건데..."

그런 대화를 나누더니 모카가 곧장 란의 목을 조금 더 쌔게 깨물었습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지금 뭘 하는걸까요, 얼굴이 붉어져서 뭔가 말하려는 저를 두 사람이 양 손으로 제 눈을 가리더니 곧장 카페 밖으로 끌고나갔습니다. 토모에 짱이 끝나면 불러달라고 말한걸 언뜻 들은 것 같았습니다.

"조금 이따가 들어가주자."

토모에 짱이 눈을 찡긋거리며 카페 바깥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두 사람이 뭘 할지는 대충 짐작이 갔습니다. 토모에 짱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 뒤, 펜을 들어올려서 입구에 적혀있는 임시휴업 종이의 [임시] 쪽에 X표시를 쳐주었습니다.

*

장르의 다양성을 위해 잠깐 모카란 한 편

+ 모카 생일이라 쓴 짧은 단편

빨리 공식에서도 미타케 모카나 아오바 란 소식좀 들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