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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모히마] 우다가와 토모에가 채팅어플 쓰는 글. 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09 00:16:59
조회 688 추천 28 댓글 5
														

 모름지기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형태로든 취미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취미의 종류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감상 같은 영상물 감상도 분명 있을 테고, 게임이나 운동같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도 있을 것이다. 


 가령 우다가와 토모에의 경우엔 상점가의 큰 북을 친다거나, 친구인 우에하라 히마리의 영향을 받아 옷을 보는 일을 취미로 삼았다. 스트레스 해소로 북을 치는 것도, 히마리와 함께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변화했다. PC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취미의 폭은 더욱 넓어졌고, 사람들의 취미는 조금 더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쉬이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취미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취미도 음습하게 생겨버렸다.


 시스템 : ‘마리아’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토모에에게 생긴 요 반 년 간의 취미가 그러했다.


 토모다치 : 안녕하세요.


 마리아 : ㅎㅇㅎㅇ여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토모에의 몸이 그대로 용수철처럼 솟아올랐다. 액정에 뜬 마리아라는 닉네임이 이젠 그녀에게 낯설지 않다. 


 마리아 : 와 토모님 있었네 ㅎㅎ


 토모다치 : 집에 일찍 왔거든요.


 토모에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눈가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살짝 손으로 치우고, 다시 한 번 액정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리아의 채팅이 연이어 올라왔다. 


 마리아 : 오래 


 마리아 : 기다렸어요


 액정 너머의 질문에 토모에는 익숙하게 답문을 쳤다. 


 토모다치 : 별로요?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어서.


 마리아 : 대학생 부럽다아 ㅠㅠ


 대학생이라는 채팅에 토모에의 양심이 쿡, 찔렸다. 아직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도 못한, 속된 말로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건만 토모에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속이게 되었지만, 딱히 마리아를 속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채팅 어플 프로필에 20대, 대학생이라고 대충 적어둔 게 화근이었다. 이런 어플에 반드시 꼬이는 질 나쁜 사람들을 토모에는 피하고 싶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설정해두었다. 


 정작 그녀의 프로필이, 질 나쁜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사실을 토모에는 꿈에서도 알지 못했다.


 토모다치 : 학교생활은 어때요?


 마리아 : 별로 재미없어요


 토모다치 : 얼마 전엔 즐겁다고 했으면서. 


 마리아 :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 


 마리아 : 마리아 님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답니다 ㅎ..


 토모다치 : ㅋㅋ....


 마리아 : 와 토모 님 비웃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아 : 지금은 진짜 변태 같아서 완전 ㄹㅇ 소름 돋았음요 ㅋㅋㅋㅋㅋㅋㅋ


 토모다치 : ...말넘심... 


 마리아 : 와 그건또 어디서 


 마리아 : 배워오신거에요


 마리아 : 토모 님 늙어서 그런 거 못 배우는 줄 아랏는데;; 


 토모다치 : 저도 할 때는 하는 사람이라구요. 


 마리아 씨는 타자가 꽤 빠르다. 이 어플에서 처음 봤을 때도 제 할 말을 자기 혼자 따박따박 보내는 바람에, 그 페이스에 맞추느라 고생을 좀 한 터였다.  


 토모다치 : 학교가 즐겁지 않은 이유라도 있어요?


 마리아 : 뭐 이것저것 ㅠ


 토모다치 : 마리아 님이니까, 성적 문제는 아닐 테고.


 마리아 : 다당연하죠ㅋㅋ 


 토모다치 : 또 친구 분 얘기?


 마리아 : ㅎㅎ...


 마리아의 채팅이 갑자기 뚝 끊겼다. 평소에는 이것저것 궁금하지도 않은 말들을 잘도 하더니 이렇게 핵심을 찌르면 고슴도치처럼 다가오지 말라며 가시를 세운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우면서도, 토모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어딘가 동질감을 느꼈다.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고 보면 마리아라는 닉네임과 어울리지 않게,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런데 이걸 만남이라고 표현해야 될까. 뭐 이러한 형태의 교류도 만남이라면 만남이겠지. 얼리어답터 시대이지 않은가?) 제법 와일드했다. 


 시스템 : ‘마리아’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토모다치 : 안녕하세요.


 마리아 : 안녕 못해요. ㅋㅋ 


 토모다치 : ? 무슨 일 있으세요?


 마리아 : 아뇨 그냥 뭐 짜증나서 ㅎ


 토모다치 : 무슨 일 있으셨구나.


 마리아 : 그냥이라니까 


 토모다치 : 있었네요.


 마리아 : 아짜증나게진짜 ㅡㅡ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는데, 자기는 무슨 일이 없고 오직 ‘그냥’이란 말로 퉁을 쳤다. 말하지 못할 억울한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싶은 찰나, 그녀의 채팅이 이어졌다. 


 마리아 : 그냥 이거나 봐요


 그러면서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쉬이 표현 못할, 굉장히 자극적인 사진이었다. 속된 말로 ‘몸샷’이라고 불리는 사진이었는데, 성모의 이름을 빗대신 분답게 가슴이 꽤나 풍만했다. 브래지어 끈에서 이어지는 외설적인 라인은, 사람을 흥분케 하는 마력이 있었다. 화룡점정이라고, 도용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브래지어 위 검은 매직으로 ‘마리아’ 라고 쓴 게 되려 토모에의 마음을 검게 부채질했다.


 마리아 : 답이 없으시네 ㅋㅋㅋ 


 마리아 : 혹시 흥분했어요?


 마리아 : 아 그쪽사진은 안줘도되니까요


 토모다치 :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래도 토모에는 흑심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간신히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아주 힘들게. 


 마리아 : 왜요 


 마리아 : 더 드려요? 허벅지 사진도 있는데


 토모에의 성난 채팅에도 마리아는 한번 튕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더욱 도발적인 채팅을 했다. 채팅의 문제점이 이거다. 의도가 채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토모다치 : 이러면 제가 진짜 님이에요? 하고 좋아할 줄 알았죠? 


 토모다치 : 닉네임 보니까 교회나 성당 다니시는분 같은데


 토모다치 : 몸 그렇게 막 굴리시면 안 돼요. 


 채팅이 뚝, 끊겼다. 


 몇 분에 걸쳐, 작대기가 깜빡깜빡 거리는 걸 토모에는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마리아가 좀 걱정되긴 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는 사람이고. 더 있기도 조금 그래서, 그냥 나갈까 싶었는데.


 마리아 : 니가 뭔데 ㅋㅋ


 다시 채팅이 이어졌다. 게다가 이번에는, 반말이었다.


 마리아 : 그딴닉쓰니까 


 마리아 : 내가 진짜 님 친구로 보이나 존나 어이없네ㅋㅋㅋㅋㅋ


 마리아 : 그렇게 깨끗하신 분이 이 어플은 왜 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아 : 당신도 똑같으면서 깨끗한척하지마 ㅋㅋㅋ기분더러우니까


 마리아의 채팅이, 토모에의 가슴에 비수로 날아와 꽂혔다. 이번에도 작대기가 깜빡깜빡 거리는 걸 그냥 바라보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보고 있는 마음이 달랐다. 말을 기다리는 것과, 할 말을 하는 것만큼 차이가 크다. 


 마리아의 말은 틀린 게 없다. 똑같다. 어차피 이 어플 쓰는 사람 마인드가 다 그렇다. 따먹고 싶거나, 따먹히고 싶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식의 청백리 짓이 통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저질스런, 빈말로도 좋게 말할 수 없는 채팅 어플을 쓰는 이유가 있었다. 


 토모다치 : 그냥... 


 토모다치 :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요.  


 토모다치 : 그래서 쓰고 있어요, 채팅어플은.


 이곳에선 또 다른 내가 되는 기분이 좋았다. 눈먼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우다가와 토모에가 아니라, 그냥 평범히 살아가는 ‘토모다치’가 될 수 있으니까. 현실에 눈을 돌리기는 괴로우니 이런 어플을 쓰는 건데, 이렇게 정곡을 찔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리아 : 그쪽이야말로 뭔일있었으면서


 마리아 : 오지랖은


 토모다치 : ㅋㅋ 그러게요... 


 토모다치 : 내 코가 석자인데.. 


 어느새 채팅은 서로의 한탄조로 변했다. 모습을 직접 마주했다면, 아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지 않았을까. 


 마리아 : 뭔일인데요


 아무튼 마리아님과는, 서로 그렇게 친해졌다.





 와일드함을 넘어서, 폭력적이라고 말해야할 첫 만남을 토모에는 떠올렸다. 그때가 벌써 반년전이니, 예전과 비교하면 마리아님과도 엄청 친해졌다. 솔직히 채팅 어플에서 만난 사람과 이렇게 친해질 줄은 몰랐다. 토모에의 입장에선 단지 그냥 스트레스 풀이라, 직관적인 대화만 나눠 인터넷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는데 정말 얼떨결에 만들어진 친구였다.


 정작 한번도 만나지 못한 게, 유머였지만 말이다.

  


 마리아 : 아진짜 토모님이랑 대화하는건 왤케편한지 모르겟숴요


 토모다치 : 닉네임 덕이죠.


 마리아 : ㅋㅋㅋㅋㅋㅋ밍나노토모다찌ㅋㅋㅋㅋㅋ


 토모다치 : ㅋㅋㅋㅋㅋ아좀 놀리지 좀 마요ㅋㅋㅋㅋ닉변해버린다?ㅋㅋㅋㅋ


 마리아 : 아알았어욬ㅋㅋㅋㅋ안놀릴테니까 닉변은하지마요 ㅋㅋㅋㅋㅋㅋ


 마리아 : 토모님은토모님이 어울려ㅎㅎㅋㅋㅋㅋㅋㅋㅋ


 토모다치 : ㅋㅋㅋ


 “언니, 나 왔어.”


 토모다치 : 슬슬 가봐야겠네요.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어느덧 아코가 집으로 돌아왔다. 채팅에 정신이 팔려, 저녁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코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 저녁은 라면으로 때우는 게 좋으려나? 


 거실로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채팅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채팅은 한 개 이상 와있었다. 과연 샤이닝 핑거, 마리아 님...


 마리아 : 에에에 벌써요 


 마리아 : 토모 님


 아쉽다는 듯, 말을 늘인 채팅 뒤에 저를 부르는 채팅이 있었다. 


 토모다치 : 네.


 그래서 토모에도 빠르게 답을 주었다. 채팅창을 계속 보고 있었는지, 또 다시 빠르게 답 채팅이 왔다. 아니, 답 채팅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한 채팅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기에, 그러했다.


 마리아 : 저희 한번... 


 마리아 : 만날래요?


 그녀답지 않게 문장부호를 제대로 쓴 채팅. 바가 몇 번이나 깜빡이는 걸 바라보며, 토모에도 조심스럽게 답을 주었다. 한번 만나자는 그 말에 좀 더 기다려야 했을까, 무슨 말을 더 해야 했을까. 


 토모다치 : 그럴까요.


 알고 보면 은근히 맹탕인 그녀여서,


 마리아 : 네!


 마리아 : 그러죠! 


 확답을 준 사람은 결국 질문을 꺼낸 그녀였다. 그 채팅을 보고, 미처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토모에는 ‘채팅 나가기’를 꾹 눌렀다. 요상한 알림 음과 함께 어플이 종료되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가에도 한숨이 튀어 나왔다. 어찌 어찌 넘겼지만, 이렇게 쉬이 그런 얘기가 오고 갈 줄이야.

 

 “아코, 왔어?”


 진짜 첫 만남이, 아무래도 성사된 듯하다.


 - 


 매너리즘이 온 것 같아서, 조금 더 실험적인 글을 써보고 싶어 쓰는 단편.


 묘사 없이 채팅으로만 쓰니까 2시간만에 5천자 조짐 개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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