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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파엠 스포) 도로레스앱에서 작성

ㅇㅇ(121.141) 2019.09.24 02:14:23
조회 786 추천 2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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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루트 및 스토리, 특정 인물간 지원회화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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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이 시작되고 5년, 전쟁은 많은 것을 바꿨다.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던 도시는 불에 탄 채 아스라이 스러져 재로 변한지 오래였고, 거리에는 수많은 핏자국과 시체들이 널려 얼마 전에 있었던 교전의 참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동료들이 눈앞에서 죽는 것을 목격하고, 아는 얼굴들을 죽여가며 죄책감을 갖던 기억이 무뎌질 만큼 5년은 내게 있어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뺏고, 빼앗겼다.
이 전쟁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기에 앞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걱정하는 게 일상이 된 지도 오래였다.


세이로스교를 타파하고, 1500년이 넘도록 유지되어왔던 귀족제도를 엎겠다는 에델의 터무니없는 이상을 듣고서 홀리듯이 그 뒤를 따라나섰던 그 때.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과연 맞는 것인지는 지금에 와서도 의문이었다.


고개를 젓는다. 의문을 품기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체를 밟고 지나왔다.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가르그마크에서의 옛 동료이자 친구였던 이들의 목숨을 이 손으로 으스러뜨린 것이 대체 몇이란 말인가. 여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나의 죄책감은 기댈 곳을 잃은 채 새삼스럽게도 가슴을 짓눌렀다.


5년 전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돌이켜보면 르미르 사건의 뒷수습을 나가며 목격했던 그 참상으로부터 이 혼돈이 올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그럼 적어도 감당못할 일을 겪을 마음의 준비를 일찍 할 수 있었을텐데.


멀리서 급히 뛰어들어오는 철갑 소리에 직감했다.


결국 동맹군을 제도 앙바르에서 진압하지 못했다는 것을.


착잡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했다. 선생님이 여전히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안도감, 목숨을 건 전투에서 그녀와 필히 마주칠 것이라는 불안감.


이미 각오는 했다. 에델을 따라 세상을 적으로 돌린 순간, 언젠가 반드시 이런 날이 올 거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에델에게 향한다.



"어서 와, 도로테아. 소식은 들었겠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더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정면으로 그들과 부딪쳐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힘들었을 텐데, 잘 싸워줬어. 이게 마지막 싸움이 될 지도 몰라."



승자가 아닌 패자로서 마지막 싸움. 승자가 되어 싸움을 이어갈 것인지, 패자가 되어 끝낼 것인지의 갈림길 위에서 에델의 표정은 결연했다.



"이제와서 묻기엔 늦었지만 후회는 없어?"



선생님이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그녀의 얼굴을 떠올린다. 5년이 지난 지금, 선생님은 어떻게 변했을까.


내가 만약 그녀에게 진심을 조금만 더 내비쳤더라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5년이야. 많은 일이 있었지."



에델의 뒤를 따라 걷는 피의 길은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선택한 것이다. 이제와서 후회를 남겨도 들어줄 이는 없음을 알고있다.


그녀를 향해 웃는다.



"최선을 다해볼게, 에델."



*



제국 병사들과 잠복해 있는 동안, 품에서 빛바랜 머리장식을 꺼내 머리를 묶는다.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었다. 언젠가 선생님이 임무로 마을을 내려갔다오며 샀다던 머리 장식이었다.



'어머, 선생님. 웬 선물이에요?'

'훈련할 때 불편해 보이길래.'

'보, 보고있었어요?'

'우연히.'



항상 누군가와 있던 나를 향한 그녀의 시선이 어떤 의미였든 불편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후로, 선생님의 시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그러듯, 차별없이 대하는 태도는 변함없이 그대로라 오히려 말을 꺼낸 쪽이 무안해질 정도였다.


그녀는 어쩌다 무언가를 건넬 때, 내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나 외에 다른 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다른 점은 없어서 선생님에게 있어 나는 많은 학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백로제, 여신의 탑에서 마주쳤던 그 날.


무심코 본심을 슬쩍 흘리고서도 차마 온전히 털어놓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녀의 실종 이후로, 전하지 못한 진심은 계속 간직해왔던 머리장식에 남아 5년이 지나도록 품었다. 그 결과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것이 될 줄이야.


계단을 올라오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새 나의 앞에 무표정하게 선 인물을 바라봤다. 빛을 등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상황을 마주한 나의 표정을 가감없이 드러내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반가운 얼굴이네요. 느긋하게 대화도 못 나누다니, 아쉬워라."



전쟁터가 아닌, 평화로운 수도원 뒷뜰에서 선생님이 준비한 차를 마시며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더라면.


이미 병사들 사이의 교전은 시작됐고, 우리 역시 상대 진영에서 들이치는 기습에 대응하며 서로의 숨통을 단번에 끊기 위해 말없이 탐색한다.


마침내 모든 공격을 쳐낸 그녀가 순식간에 나에게로 거리를 좁혀왔다.


그녀가 휘두른 검의 궤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마법을 난사하며 재빠르게 다시 거리를 벌린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길이가 늘어난 검날은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천제의 검의 사정거리를 잊고 있었던 나의 계산 착오였다.


천제의 검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다가가 검을 뽑아들어 그녀의 급소를 향해 휘둘렀다.


캉 하고 쇠붙이 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 나온다. 과연, 용병 생활을 하며 쌓아온 선생님의 경험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반응 속도는 경이로웠다.


휘청거리는 자세를 가다듬고, 마력을 모으고 있던 다른 손을 그녀의 옆구리에 내질렀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중심을 잃고 내쳐진 선생님을 향해 트론을 쏜다.



"선생님과 서로 죽여야 하는 게 운명이라면 역시 여신은 제대로 된 게 아니야."



간신히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한 그녀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거리를 좁히며 검격을 날렸으나, 어느새 다가온 동맹군 병사에 의해 방향이 틀어지고 만다.


순식간에 주위에 달라붙은 병사들을 간신히 뿌리치자, 선생님의 검 끝이 나의 목을 향해 날아들어온다.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며 검날이 목을 비껴간다.


검과 검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빠르게 부딪쳤다. 체력이 점점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마법 병과인 내가 체력적으로 그녀와 맞붙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교전에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힘 겨루기를 간신히 버티며 그녀와 눈을 맞춘다.



"만약 당신이 이긴다면... 적어도 괴롭지 않게 죽여줘야 해요, 알았죠?"



있는 힘껏 그녀를 밀쳐, 재빨리 검날에 마법을 덧씌우며 중심을 잃은 그녀의 목을 향해 찔러 넣는다.


하지만 이미 바닥난 체력으로 인해 검은 목을 향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뺨을 스치며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아, 흉 질텐데.


마지막을 앞두고 떠올린 실없는 생각에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검을 떨굼과 동시에 온 신경을 관통할만큼 뜨거운 통증이 복부로부터 느껴졌다.


고통에 오른쪽 무릎이 꺾이며 중심을 잃는다.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인지 인식하기도 전에 머리가 흘러내리며 한쪽 시야를 가렸다.



'정말이지~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무반응일 수 있어요? 사람 피는 흐르고 있는 거 맞아요?'



단둘이 있을 때 그녀의 약점을 알아보려던 언젠가의 일을 떠올렸다. 약점을 잡고 있으면 선생님을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린 억지였다.


그래, 그런 말도 안되는 요구에도 어울려주던 당신이었다.



'사실은 심장도 뛰지 않아.'



내 손을 살며시 잡아 자신의 왼쪽 가슴에 갖다대던 그녀였다. 갑작스런 스킨십에 놀랄 틈도 없이 정말 뛰지 않는 선생님의 심장에 당시엔 꽤나 놀랐더랬다.


하지만 당시엔 분명 무슨 장치를 했을 거라며 웃어 넘겼다.


봐,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저리 괴로운 눈물을 흘릴 수 있겠어.


그녀의 손엔 빛바랜 머리장식이 들려있다.

그제서야 바닥에 떨어졌던 게 머리장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득 가르그마크에 무리해서 입학했던 목적을 기억해냈다.

나를 사랑해주고 기억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선생님이 수도원으로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마주쳤던 그 날.


수도원에서 함께 지내며 그녀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솔직하게 다가갔더라면.


이제와서 하는 후회와 가정은 부질없다.


비록 원하던 형태는 아니지만, 그녀의 사랑을 깨달은 지금 이렇게나마 그녀가 나를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이상은 욕심일 뿐이다.


그녀의 따뜻한 품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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