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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거짓말의 뒤편에는 진실이 있다. 2

NopiGo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28 23:16:23
조회 414 추천 11 댓글 4
														

예전에 썼던 거 리메이크하는 거라 분량을 어케 신경 써야 할지를 모르겠다.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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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일지 1 : 첫 번째 사건>

 

 

 

 사건이 일어난 당일은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피어난 꽃을 시샘한 차가운 바람만 아니라면 정말로 더없이 완벽한 날이었다.

 

“오늘 날씨 정말 좋네.”

 

“응, 조금 춥기는 하지만.”

 

 미리는 나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했는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파르르 몸을 떨었다.

 

“오늘은 맑아서 다행이네. 옆 반은 어제 체육 시간인데도 비가 와서 반 안에서 이론 수업 들었잖아.”

 

“뭐, 말이 이론 수업이지 거의 자유 시간이었겠지만.”

 

“하기야 그렇긴 하겠지.”

 

 미리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리는 아마도 맑은 날의 체육 시간보다 봄비가 내리는 날의 자유 시간을 더 좋아하는 눈치인 것 같았다.

 

 날도 춥기도 하고, 나가기 싫은 마음도 대충은 이해하지만 나는 어느 쪽이냐고 말한다면 이런 맑은 날의 체육에 마음이 두근거리는 쪽이었다.

 

 운동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애들하고 같이 운동하는 건 즐거우니까.

 

“오늘은 자유 체육 주시겠지?”

 

“아마 그러지 않을까.”

 

“같이 피구 할래?”

 

“음... 봐서.”

 

미리는 말끝을 미묘하게 흐리며 말했다.

 

“정말... 그냥 같이 하겠다고 해주지......”

 

 운동이라는 말만 들으면 손사래를 치며 몸을 길게 뒤로 빼는 미리지만, 미리는 사실 운동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 반에서 달리기 기록을 잰다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정도니까.

 

 하지만 언제나 체육 시간이 되면 힘들다니 귀찮다니 핑계를 대면서 항상 구석에서 책을 읽는다.

 

 만약 내가 운동을 미리만큼 잘 했다면 매일 같이 뛰어다녔을 텐데.......

 

“하아,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은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귀찮아하는 거 아니야?”

 

“귀찮은 건 귀찮은 거야.......”

 

 미리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앞쪽으로 풀썩 몸을 숙였다.

 

“아얏!”

 

“어... 어라?”

 

갑작스러운 여학생의 비명소리에 미리가 황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미안 부딪혀버렸네.”

 

“아... 아니야.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고. 내가 조심했어야 했는데 미안.”

 

 미리와 몸을 부딪친 여학생은 오히려 미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자리를 옮겼다.

 

“굉장히 착한 아이네.”

 

“그러게. 괜히 엄청 미안해지네.”

 

 미리는 멋쩍은지 볼을 살며시 붉혔다.

 

 나는 다시금 미리와 몸을 부딪친 여학생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검은색이라기보다는 약간 갈색 빛이 진하게 도는 긴 생머리, 그리고 회색빛의 교복 카디건이 잘 어울리는 예쁜 아이였다.

 

 착한데다가 예쁘기까지 한 건 반칙 아니야?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였지. 새 학기 자기소개 시간에 분명 들었긴 들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나의 눈에 어떤 분홍색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거 지갑 아니야?”

 

“지갑? 웬 지갑?”

 

“안을 열어보기 조금 미안한데......”

 

“그럼 내가 열어보지 뭐.”

 

“야! 자... 잠깐!”

 

 미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에서 지갑을 채간 후 딸깍 소리를 내며 지갑을 열었다.

 

“2만원이나 들어있네. 중학생이 2만원이나 학교에 돈을 들고 다니다니. 꽤나 배짱이 크군.”

 

“조금은 미안한 감정을 느끼라고! 그야 주인을 찾아주려면 안을 열어보기는 해야겠지만.......”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미리는 정말로 사양할 줄 모른다니까. 행동력이 있는 건 좋지만 가끔 이 행동력이 너무 과도한 건 아닐까 생각될 때가 참 많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그래서? 주인을 알아볼만한 징표 같은 건 있어?”

 

“응, 사진이 들어있네. 가족사진. 아마도 현지랑 아까 부딪치면서 떨어뜨렸나보네.

 

“현지.....?”

 

“아, 반응을 보니까 이름 까먹었지.”

 

“아... 아니! 알고 있었어!”

 

“후후 아름아 너에게는 말 안 했지만 사실 나도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미리는 장난스럽게 여우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짓말이잖아!”

 

“하하, 들켰네.”

 

 미리는 깔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아름이는 거짓말을 해도 눈에 보이니까 딱히 그런 거 없어도 다 알아챌 걸?”

 

“우우... 그런가......”

 

“한 현지. 아까 나랑 부딪친 애 이름이야. 매사에 모범적이고 사교적이라 반장 선거에서 낙선된 적이 거의 없다고 불리는 전설의 아이.......”

 

“응? 정말이야?”

 

“같다는 게 내 첫인상이야.”

 

“제대로 이야기 해달라고! 거짓말 반응이 없어서 진짜인 줄 알았잖아!”

 

“그러니까 끝까지 들었어야지.”

 

미리는 한동안 지갑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갖다 주고 올게.”

 

“응? 으응.......”

 

 미리는 귀찮다는 기색도 없이 분홍색 지갑을 탁 닫고서는 현지라는 애에게로 향했다.

 

 조금 전에는 만사가 귀찮다며 책상과 혼연일체가 되었었는데 역시 조금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던 걸까.

 

 미리는 현지라는 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하고선 지갑을 돌려주고선 책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현지 지갑이었나 봐. 찾아줘서 고맙다네.”

 

“다행이네. 본주인 찾아줘서.”

 

“그러게.”

 

 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리 : “아아~ 우리 미아 탐정단에 새로운 의뢰 같은 거 안 들어오려나.”

 

아름 : “.......”

 

 지갑에 대한 반응을 조금 더 들려줄 줄 알았는데.


 미리는 그런 내 마음도 몰라준 채로 미동도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조금 지나 체육 시간 직전의 쉬는 시간.

 

 많은 아이들이 옷을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분주하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지만.

 

“지금 안 갈아입으면 늦는다?”

 

“괜찮아. 1분이면 갈아입으니까.”

 

“정말이지... 늦어도 나는 모른다?”

 

나는 미리를 홀로 내버려둔 채로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교실 밖으로 향했다.

 

 

 

 

 

 

 교실을 벗어나 신발을 갈아 신으며 탁 트인 운동장을 바라본다.

 

 길게 펼쳐진 모래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조금 춥기는 하지만.......”

 

 이렇게 강렬하게 햇볕이 내려 쬐는데도 몸은 태양열보다도 강한 차가운 바람에 영향을 받아 파르르 떨린다.

 

 바람이 태양과 대결을 하는 동화에서 종목만 제대로 골랐다면 바람이 분명 쉽게 이겼을 텐데,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대로 발을 내딛었다.

 

“정말로 같이 피구 안 할 거야?”

 

 한 손에 책을 든 채로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 미리에게 물었다.

 

“봐서 시간 나면 같이 한다니까.”

 

 미리는 살래살래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래...”

 

 나는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포기하면 되지 뭐.


 갑자기 하고 싶다고 졸라도 안 시켜줄 거다 뭐.

 

 



 체육 시간은 학기 초라는 이유도 있어서인지 예상대로 자율 체육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해산” 이라는 소리와 함께 갈라져 그룹을 형성한다.

 

 물론 축구나 농구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육 종목은 역시 피구다.

 

 드리블이나 슛 같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던지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운동이라 나 같은 운동치가 하기에도 적합한 운동이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추측이다.

 

 쉬우면서도 운동 경기의 스릴을 쉽게 느낄 수 있으니까.

 

 나는 자진해서 하얀 석회 가루로 운동장에 피구 경기를 위한 선을 그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으로만 미리를 찾았다.

 

 미리는 언뜻 보아도 꽤 높아 보이는 구름사다리 위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결국 같이 피구할 생각은 없나보네.......’

 

 나는 볼을 살짝 부풀리고선 미리를 향해 작게 불평했다.

 

 저런 데에서 책 읽으면 위험한데 말이지....... 괜찮을까?

 

“아름아... 선이 삐뚤빼뚤 한데.......”

 

“으아앗! 미안! 다... 다시 그을게!”

 

 그래, 같이 놀아주지도 않는 미리 녀석은 내버려두고 지금은 피구에 집중하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재빠르게 다시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에잇!”

 

 상대방 팀의 아이에게 세차게 공을 던진다. 볼의 스피드에는 그렇게 자신이 있지는 않지만 던지는 방향을 조절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 상대방이 볼을 쉽게 잡을 수 없는 다리 쪽을 향해 공의 위치를 조절하는 방법은 오랜 시간 피구를 하며 얻은 지식이다.

 

“에잇!”

 

 아쉽게도 상대는 몸을 재빨리 비틀어 공을 간단히 피해낸다.

 

 하지만.......

 

“헤헹, 이건 어떠냐!”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던진 공은 땅에 한 번 맞은 후 튀어 올라 우리 팀의 여자 아이에게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아이는 공을 받는 동작과 공을 던지는 동작을 유려하게 연결해 상대방 팀을 향해 공을 흩뿌리듯 던졌다.

 

 결과는 1명 아웃. 그것도 상대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아이의 아웃.

 

 전세는 우리 팀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었다.

 

“잘했어! 아름아!”

 

“응! 고마워!”

 

 나는 자신 있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자, 이제 남은 인원은 3 : 2, 우리 팀의 인원이 1명 더 많은 상태다.

 

 공격권은 아쉽게도 상대측으로 넘어갔지만, 이번 공격 한 번만 버티면 무난하게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좋아......’

 

 반드시 피하겠어.

 

 나는 의지를 불태우며 상대방의 공에 집중했다.

 

 “받아라!”

 

 상대 팀의 여학생이 있는 힘껏 공을 던진다.

 

 공을 피하기 위해 공과 시선을 맞추려고 했지만 공은 내 쪽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아얏!”

 

 빠르게 날아간 공은 우리 팀의 여학생의 몸을 맞고 높게 튀어 올랐다.

 

 저... 저거라면 잡을 수 있을지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빠르게 공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잡을 수.... 있......”

 

 으앗... 중심이!

 

 아, 나 그러고 보니 그렇게 운동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 


 발을 헛디뎌 이대로 가면 넘어지는 건 확정.

 

 그래도... 그래도.....! 이왕 달렸으니 잡을 거야! 나는 아프게 넘어지지 않도록 몸 쪽으로 팔을 굽히는 대신 오히려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당탕! 흙바닥에 미끄러지는 소리, 몸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섞여 큰 소리가 운동장을 울렸다.

 

“아야야야야야........”

 

 주변으로 흩어지는 흙먼지 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아! 잡았다!”

 

 두 손에는 확실하게 공이 들려 있었다. 두근두근 가슴이 떨렸다.

 

“아... 아름아! 괜찮아?”

 

“응, 괜찮아. 짜잔! 공 잡았어!”

 

 나는 주변 아이들에게 활짝 웃으며 자랑스럽게 잡은 공을 들어 올렸다.

 

 후후, 나도 하면 되는 아이잖아.

 

“허! 아! 름!!!!!”

 

“아! 미리야! 방금 봤어? 나 엄청나게 멋있게 공 잡았다아.....야아야아야!!!!!”

 

“바보야! 지금 공 잡은 게 중요해? 여기 이렇게 큰 상처가 생겼는데?”

 

“아! 아파!! 잠깐! 알았으니까! 그만 만져!”

 

“시끄러워! 흙 털어주는 중이니까 잔말 말고 조용히 있어!”

 

 미리가 툭툭 건드리는 쪽에는 언제 생겼는지 꽤나 큰 상처가 나 있었다.

 

 넘어졌을 당시에는 공을 잡았다는 기쁨이 훨씬 커서 몰랐는데 아무래도 흙바닥에 몸을 날렸던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한 모양이었다.

 

“자, 내 손 잡아. 보건실 가자. 아니면 업힐래?”

 

“아니, 아니. 괜찮아! 걸을 수 있어!”

 

 미리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이래서 너를 혼자 못 둔다니까. 어렸을 적에는 어떤 아저씨한테 납치당할 뻔하지를 않나. 운동 경기만 하면 무리해서 혼자 자빠지지를 않나. 자, 빨리 가자.”


“자... 잠깐! 지금 이거랑 그건 관계 없잖아!”


“그래서, 지금 잘 했다는 거야? 응?”


“아... 아니요. 잘못했습니다.”


 미리를 상대로 내가 말싸움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체념하고 미리의 부축을 받아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아름아, 괜찮아?”

 

“응! 괜찮아. 잠깐 보건실 좀 다녀올게. 꼭 피구 이겨야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선 고개를 들고 미리의 손에 이끌려 걸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반 아이들은 얼떨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전에 책 읽고 있었던 곳 되게 멀지 않았어? 꽤나 빨리 뛰어왔네.”

 

“시끄러워. 너 때문에 완벽한 휴식 계획이 날아갔잖아.”

 

“헤헤헤.”

 

“웃지 마. 하나도 안 재밌어. 정말.......”

 

나는 미리가 나를 걱정해줬다는 사실만으로 기뻐서 걷는 내내 계속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니까 보건실이 어디였지?”

 

“2층 오른쪽 구석이잖아. 그 정도는 이제 외울 때도 되지 않았니.”

 

미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전히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미리를 따라 나는 조용히 보건실을 향해 걸었다.

 


 

 

“다행이네.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라서. 살짝 쓸렸을 뿐이라고 하시고.”

 

“다행?”

 

 미리는 째릿 나를 노려보더니 양손으로 볼을 잡고 쭈욱 늘어뜨렸다.

 

“다행이라니 이게 다행이야? 대체 몇 번이고 이렇게 다치는 거야! 운동선수도 이것보다는 덜 다치겠다!”

 

“아!!! 아하! 아흐하고!!(아파! 아프다고!)

 

“제발 그런 무리 좀 하지 말라고. 운동 잘 하는 편도 아니면서.”

 

“우으... 죄송합니다.”

 

 미리는 한동안 나에게 설교를 늘어놓고서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 옆을 걸었다.

 

“자, 그럼 돌아가자. 애들이 선생님한테 말은 해놨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자리에 없으면 선생님이 걱정하실 테니까.

 

“아, 잠깐 반에 들려도 될까?”

 

“반? 반은 왜?”

 

“보시다시피 옷이 이 모양이라.”

 

 나는 한 손으로 옷을 살짝 잡아당기며 미리에게 말했다.

 

 입고 있던 하얀 체육복은 어느새 흙먼지로 뒤덮여 진한 노랑 빛을 띠고 있었다.

 

“그럼 옷 갈아입고 나와. 내가 선생님한테 먼저 말씀드릴 테니까. 혼자 걸을 수 있어?”

 

“응, 고마워.”

 

 나는 가는 도중 미리와 헤어져 내 반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빨리 갈아입고 가야겠다. 아무래도 애들도 그렇고 다 걱정할 테니까.”

 

 모서리를 돌아 우리 반이 있는 쪽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곳에는 처음 보는 여자 아이가 반 앞을 기웃대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머리를 살짝 묶어 내린 어딘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아이였다.

 

‘지금은 분명 수업시간일 텐데.......’

 

 조금 의문이 들어 내 쪽에서 먼저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우리 반에 뭔가 볼 일 있어?”

 

 흠칫. 그 아이의 몸이 떨렸다.

 

 명백하게 놀라는 눈치였다.

 

“아... 아니.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깐 봤던 거뿐이야.”

 

 그 아이의 곁에 빨간 오라가 펼쳐졌다.

 

 거짓말이었다.

 

“그럼 실례.”

 

 그 아이는 그 말만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 아이를 그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자리를 떠나려는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볼 말을 생각했다.

 

“자... 잠깐!”

 

“응? 왜 그래?”

 

“혹시, 뭘 훔쳐가는 건 아니지?”

 

그 아이는 그런 나의 물음에 발끈하며 나를 째려보았다.


“내가 그런 걸 할 사람으로 보여? 난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어.”


 거짓말 센서 반응 없음.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렇지? 이상한 거 물어봐서 미안.”

 

“아니야, 나야말로 좀 수상해보이게 행동했네. 그럼 이만.”

 

나는 그 아이에게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 아이는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난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으니까.”


슬퍼 보이는 표정.......


나는 그 아이가 자신의 반으로 돌아갈 때까지 멍하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왜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거지?’


나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잠시 생각을 접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빨리 옷 갈아입고 안 나가면 애들이 걱정하겠지.”

 

그리고선 우리 반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 우리 반 비밀번호 모르잖아.”

 

아.......?

 

 

 

 

 

“너 바보지. 바보 맞지.”

 

“까먹을 수도 있지!”

 

 미리가 한심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후에 미리가 다시 반의 비밀번호를 알려줘서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은 후, 나는 가만히 책을 읽는 미리 곁에 앉아 반 아이들의 체육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보건실 위치도 몰라, 반 비밀번호도 몰라. 넌 아는 게 뭐냐?”

 

“우으.......”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넌 나 없으면 어떻게 할 뻔 했냐.”

 

“헤헤, 항상 고마워.”

 

“흥... 돼... 됐네요.”

 

 미리는 부끄러운 듯 휙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까 있었던 일인데. 우리 반에 누가 들어왔었어.”

 

“어? 아는 아이였어?”

 

“아니 전혀 처음 보는 아이. 확실한 건 우리 반 아이는 아니었어.”

 

“우리 반에 있던 걸 본 거야?”

 

 “우리 반에서 뭘 하던 건 본 건 아니었는데. 거짓말을 했어. ‘난 너희 반에 들어가지 않았다.’ 라고.”

 

 미리라면 이게 뭘 의미하는 지는 쉽게 이해할 것이다.

 

 그 아이는 우리 반에 들어갔었다는 의미가 된다.

 

“도둑.......?”

 

“아니, 그게 좀 이상하단 말이지. 뭐 훔친 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또 거짓말이 아니었어.”

 

“흠... 도둑은 아니었다는 건가?”

 

“그래서 계속 마음에 걸려. 도둑질하러 온 것도 아니면 대체 뭘 하러 우리 반에 들어갔다 온 걸까?”

 

“아무 것도 훔쳐가지 않은 도둑이란 뜻인가.”

 

“아무 것도 훔쳐가지 않았는데 도둑인 거야?”

 

“범행 실패 일 수도 있고.”

 

 범행 실패라기에는....... 그 아이는 이미 범행 후 우리 반의 자물쇠를 닫고 가만히 지켜볼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나는 미리의 말에 반박을 하려다가 ‘에이, 뭐 별 일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잡다한 생각을 접어버리고 아이들의 피구 경기를 구경했다.

 

결과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우리 팀이 3 대 2로 승리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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