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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코코로에게는 브레이크가 없다.txt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01 00:00:04
조회 1069 추천 36 댓글 8
														

누구나가 무서워하는 것이 하나 쯤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 높은 곳을 싫어할 수도 있고, 단순하게는 또 공포영화나 귀신을 무서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어쩌면 화나긴 했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화난건지 모르는 애인이 제일 무서울 수도 있겠지.


물론 나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예시같은 단순한 수준의 무서움이 아니었다. 남들이 들으면 무슨 그런 부러운 고민을 하냐고 비춰질 수 있는 수준의, 그렇지만 내 기준에서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서운 것이었다...


"저기, 미사키!"


공상에 잠겨있는 날 불러일으키기라도 하듯 옆에서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웃으면서 그녀를 내 품쪽으로 조금 강하게 끌어당기자 그 사소한 행동으로도 상당히 기뻤는지, 말랑말랑하면서도 새하얀 뺨이 새빨갛게 물든 그녀가 내 품에 얼굴을 파묻고는 그대로 비비적거렸다.


"으응~역시 미사키의 냄새는 좋아! 절로 웃음이 나오는걸?"


"아하하, 나도 그래...그런데 코코로, 왜?"


"맞다! 저기, 미사키!"


웃으면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그냥 말하기는 조금 그런듯 내 귀를 살짝 깨물고, 볼에 입을 맞추고, 목덜미에 키스마크를 남긴 다음에야 만족한듯 갸르릉거리는 비슷한 소리를 낸 코코로가 내 목에 팔을 두르며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그러더니 자그만한 숨결을 내쉬며


"내일은 미사키의 생일이잖니? 그래서 그런데 미사키, 뭐가 가지고 싶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말을 속삭였다.


*


뭐가 가지고 싶어?


그것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말 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도대체 그게 무슨 행복한 고민이냐, 커플끼리 사이 좋은걸 자랑하려는거냐, 연인이 선물을 사준다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냐...그런 식으로 말하겠지.


그렇지만 사실이었다. 이런 고민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행복한 고민일지는 몰라도 내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코코로한테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사귀기 전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상식적인 선은 지켜서 선물을 사주었었다...고 말하기에는 하구미가 생일 선물로 같은 수준의 선물을 해야한다고, 비싼건 안된다고 하니까 소프트 볼 전용 배팅 센터를 통째로 지어준 적이 있었으니까 꼭 그런것만은 아닌가...?


어쨋든 간간히 그런 큰 걸 터트리는걸 제외하면 상식적인 수준의 선물을 해주었지만, 나랑 사귀고 나자 그것이 180도 뒤바뀌었다. 


상식적인 선을 넘어서서 내가 원하는걸 어떤 방향으로든 스케일 크게 들어주려고 하는게 아닌가!


나중에 살짝 엿듣기로는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아낌없이 써야한다...고 그녀의 아버님이 코코로한테 몇 번이나 당부했던 모양이었다. 아마 그래서일까, 내 생일이나 기념일마다 그녀가 보여주는 파티와 선물들은 언제나 내 상식을 넘어선 수준을 자랑하고는 했다.


이렇게 말해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여자친구가 내가 원하는걸 최고의 스케일로 맞춰서 선물을 해주는데 그게 도대체 뭐가 무섭냐...그것도 어느정도였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그녀가 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가 가지고 싶냐고 물었다. 그 때는 사귀고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두 사람의 생일도 지나있었고 해서 사귀고 나서는 처음 맞는 기념일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코코로의 브레이크를 모르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글쎄, 코코로랑 단 둘이 여행이라도 가서 맛있는거라도 먹을까?"


정말로,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꺼낸 한 마디였다.


크리스마스하면 맛있는 음식과 파티, 그리고 연인과 단 둘이 보내는 시간...그런 달콤한 것을 상정하고 꺼낸 제안에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근사한 제안이라고, 역시 미사키는 미소가 지어지는 제안을 한다면서 내일 일정은 전부 비워놓겠다고 이야기해줬다. 


코코로랑 단 둘이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파티라,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에 그 날은 제대로 잠을 설치지 못했었다. 연인과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인 만큼 기쁨에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간신히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다음 날 아침 간신히 내가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을때에는 낯선 천장과 함께 코코로가 서있었다. 그녀가 내가 일어난걸 눈치챈건지 활짝 웃으면서 잘잤냐고 내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저기, 코코로. 여긴...?"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생각하면서 내가 코코로한테 여기가 어디냐고,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고 물어보자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여기? 미국!"


"미국?"


화들짝 놀라서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자는 사이에 다 갈아입힌건지 이미 깔끔한 복장으로 갈아입혀져 있는것에 놀라면서 내가 침대에서 그대로 내려왔다. 어딘가의 고급진 호텔인듯 내부 장식이 상당히 호화로웠다.


"어머, 그렇지만 미사키가 그랬잖니?"


놀란 나를 보면서 이게 대체 왜 놀랄 일이냐는 표정으로 너무나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이 그녀가 말했다.


"어제 그랬잖니! 단 둘이 같이 여행을 와서, 맛있는걸 먹자고! 그래서 미사키가 자는 사이에 미국으로 데리고 왔어!"


*


아마 그 때가 처음으로 그녀의 행동을 눈치챈 시점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또 코코로가 엉뚱한 짓을 하는구나 정도의 감정이었다. 그녀가 그런 짓을 했던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고, 이제 슬슬 내가 익숙해져야지 하면서 넘겼었던 것 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코코로의 선물 공세는 계속되었다.


설날에 둘이서 해돋이를 보고싶다고 하니까 지구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장소라면서 새벽에 제트기를 타고 데려가지를 않나, 발렌타인데이 때는 코코로의 수제 초콜릿을 기대한다고 하니까 초콜릿으로 내 동상을 만들어서 주고...


비단 기념일 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다가 배가고파져서 빵이 먹고싶다고 하니까 내 명의로 된 빵집을 아예 만들어주는 수준이었다.


명백히 상식적인 선을 넘어서 있었다.


그래서 코코로가 무엇이 가지고 싶냐고 하면 최대한 둘러대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던가, 스케일을 크게 할래야 할 수 없는 것-예를들어서 입맞춤이나 스킨 십 같은걸 요구하고는 했다. 그것만으로도 코코로는 상당히 만족해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흠칫흠칫 놀라는건 어쩔 수 없었다. 간간히 그냥 기념일도 이런데 생일은 도대체 어떨 것 인가? 하는 생각에 잠을 몇 번 설치기도 했다...


그리고 내일은 내 생일이었다.


웃으면서 뭐가 가지고 싶냐고 물어보는 코코로의 발언은 호러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를 생각해봤을 때 또 터무니없는 물건이 나올게 틀림없겠지. 여기서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싶다고 해야 안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미사키이~"


내 대답을 재촉하기라도 하듯 그녀가 내 귀를 살짝 깨물었다. 히익, 비명을 지르면서 살짝 몸을 떨자 그 반응이 귀엽다는 듯 그녀가 몇 번이고 내 귓볼을 문 채 우물거렸다. 빨리 말하지 않으면 더 괴롭히겠다는 것 같았다. 알겠어, 알겠으니까...내가 그만하라면서 한가득 미소를 띈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문득 떠오른게 있어서 곧장 입 바깥으로 내뱉었다.


"코코로."


"응?"


"나, 이번 생일에는 코코로를 독점하고 싶어...단 둘이서 아침부터 밤 까지."


"어머!"


코코로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가 새하얘졌다가를 반복했다 상당히 좋은듯 입이 귀에 걸린 채로 내 품에 얼굴을 박고는 계속 뺨을 비비적거렸다. 할 말을 고르기라도 하듯 몇 번이고 내 품에 얼굴을 박은 채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그녀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응! 알겠어!!"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기분좋은듯 돌아가는 내내 내 손을 붙잡은 채 콧노래만 불렀다.


잠깐만, 이거 신곡에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녹음기, 녹음기가 어딨더라...


*


내 예상은 멋들어지게 빗나갔다.


다음날 내가 일어났을 때 본 것은 낯선 천장, 그렇지만 자세히 보니 상견례때 찾아와서 하루 묶은 적 있던 코코로네 집 안쪽에 있는 내 전용 방이었다. 자는 사이에 옮겨진걸까? 내가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다고 해서 일단 집으로 옮긴걸까?


일단 사태파악을 하기 위해서는 코코로랑 만나는게 최우선이었기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순간에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어선순간 본 것은 혼인신고서였다. 그것도 나와 코코로의 이름이 적혀있는, 동사무소에 제출하기만 해도 바로 법적효력을 발휘할만한 그런 혼인신고서.


이게 대체 왜 여기에? 당황하면서 그것을 들어올리자 혼인신고서 밑에는 자그만한 쪽지가 붙어있었다. 코코로의 글씨체였기에 그것을 떼어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생일축하해 미사키! 


미사키가 어제 생일선물로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했잖니!


그래서 생각했어! 미사키랑 결혼하면 나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혼인 신고서를 준비했단다! 이게 내 생일선물이야]


즉, 내가 코코로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다고 하니까 결혼하면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날 자기네 집으로 데려와, 혼인신고서까지 작성시킨 것 같았다.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바라보다가도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받은 선물중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코코로가 보고싶어서 혼인신고서에 곧장 사인을 한 뒤 방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코코로의 방 위치는 알고있었기에 망설임없이 그녀의 방 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이윽고 코코로의 방이 보여서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듯 침대에서 발을 구르고 있던 그녀가 날 보며 활짝 웃었다.


"어머 미사키! 좋은 아침! 생일축하해!"


그런 코코로의 말을 뒤로한 채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꼭 껴안아주었다.


선물 고마워, 귓가에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그녀가 활짝 웃어주었다.


*


미사키 생일기념 정줄놓고 짤막하게 한 편


그냥 코코로가 사귀고나면 미사키한테 대책없이 이것저것 선물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굴려본 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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