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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후 1시의 그녀

고엽식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05 07:59:35
조회 1440 추천 27 댓글 10
														

도시는 복잡하다. 언제나 시끄럽고 요란하며, 매케한 연기 내음이 코를 막고 어디론가 급히 발을 옮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차가운 철근 콘크리트는 사람들의 조급한 발걸음을 더욱더 재촉하는 듯 하다.
그런 도시 속에서 카페라는 공간은 각별하다. 바깥보다는 훨씬 조용하며 커피와 차의 향으로 가득한 공간이고 느긋하고 여유로이 시간을 낭비하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그 모든 분위기가 따뜻한 목재 인테리어에 감싸여 느긋하게 맴돈다.
그런 각별한 오아시스. 카페란 그런 공간이지만, 보통 같으면 하루 중에서도 그런 편안함이 가장 부풀어오르는 공간이 될 시간에, 그 시간이 다가오는 이 카페는 부분에서 살짝 다르다.
도쿄 도심의 어느 한 카페. 고가선(高架線) 아래의 공간에 1층짜리 건물로 너르게 지어진, 유명 카페 체인의 지점.
점심 시간이 살짝 지나고, 오후 1시가 가까워질 무렵이면 맞은 편 여대나 병원에서 잠깐의 휴식을 찾아 온 학생과 직원이 거의 다 이 곳을 떠나 조용해진다. 사뿐사뿐 찾아오는 그 조용함을 신호 삼아 카페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아주 옅게 덮인다. 이 시간에 이 카페에 있어본 사람들만 아는, 이 미묘한 긴장감.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기다리느라 안절부절하는 듯한 긴장감...
오후 1시를 가리키는 누군가의 핸드폰 알림음이 카페에 울려퍼지자, 그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카페에 앉아있는 모두가, 각자의 일과 대화에 열중하는 척 하면서도, 아무도 거기에 집중하지 않는 듯한 어색한 소음.
오늘은 오후 1시 3분에, 모두의 신경이 몰린 카페 문을 열고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카페에 들어서는 것을 모두가 남몰래 고대하고 주목하던 그 여자는, 갈색의 긴 머리가 찰랑거리면서도 한 쪽에는 벼머리를 땋아 올려 포인트를 준 것이 인상적이다. 반짝이는 자안은 활발함과 조신함을 동시에 품은 듯 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있게 나아가는 손발은 그녀의 본래 성격이 전자에 가깝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오늘은 주황색 시폰 롱 스커트와 감색의 반팔 타이트 셔츠를 입고 온 그녀는, 한 쪽 어깨에는 언제나 애용하는 에코백을 매고 있었다. 아마 그 안에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익숙한 은색 태블릿 컴퓨터가 들어 있으리라.
언제나 그랬듯이 카운터로 향해 메이플 라떼를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그녀는, 간단히 말해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오후 1시마다 이 카페에 모이는 이유였다. 주 3회, 오후 1시를 넘으면 이 카페에 나타나는 여자. 단 한 번이라도 그녀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매료될 수밖에 없는 여자.
이 시간, 이 카페에 모이는 모두가 동경하는 '오후 1시의 그녀'였다.

커피를 받아든 그녀는 창가에 마련된 1인석에 앉았다. 이 카페의 창가 자리는 입구와 가까운 반 정도가 2인석, 건물 벽 쪽에 가까운 나머지 반은 밖을 향한 1인석으로 마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른쪽 끝에서 세 번째 자리가 아마 그녀도 의식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언제나 그녀가 앉는 자리다. 좋은 자리인 건 사실이다. 바로 아래에 콘센트가 있으니 그녀가 꺼내는 태블릿 컴퓨터의 충전기를 쓰기도 좋고, 벽면에 너무 붙지 않아서 보통 같으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이 부분은 그녀가 앉았다는 이유 만으로 모두의 이목을 남몰래 모아 버리기에 별 의미가 없지만.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그녀는 에코백에서 스프링 노트와 은색 태블릿 컴퓨터, 그리고 충전기를 꺼냈다. 키보드 커버가 붙어있는 타입의 태블릿 컴퓨터. 충전기를 연결해 무릎치의 콘센트에 꽂는다. 다시 자세를 바로하고 앉은 그녀는 에코백에서 안경집을 꺼냈다. 그 안에 든 건 늘상 쓰는 알이 살짝 작은 무테 안경. 그 안경을 쓰고 스프링 노트를 펼쳐두곤 태블릿을 터치하며 뭔가를 하더니 키보드에 손을 댄다. 달각 달각 달각, 하고 팬터그래프 키보드 특유의 잘그락거리는 작은 소리가 카페에 한참 동안 울린다.

카페에 '오후 1시의 그녀'가 처음 나타난 것은 수 개월 전, 여름 초입이었다. 늦여름 기슭에서 슬슬 가을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의외로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카페의 많은 사람들이 하곤 했지만, 그건 카페에 앉아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것이 이들에게는 빠르게 흘러가기 충분할 만큼 즐거운 일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라,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그녀도 처음부터 그렇게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길을 가다 보면 몇 명 정도는 뒤를 힐끗힐끗 돌아볼 법한 미모였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었다.
카페에 나타난 첫날 오후 1시 7분, 훗날보다 조금 뜸을 들이다 메이플 라떼를 주문한 그녀는 머그컵을 들고 창가의 1인석들을 기웃거리다 오른쪽 끝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라떼를 호록 하고 살짝 마신 그녀는 생각보다 맛있네? 하는 표정으로 머그컵을 들여다보다 에코백에서 예의 노트와 태블릿 컴퓨터를 꺼내들었다.
충전기를 연결하고, 태블릿을 켜고, 안경을 꺼내 쓰고, 화면을 조작하더니, 한참 동안 키보드를 두들긴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 카페에 앉은 누군가는 그녀의 미모가 눈길에 남아 커피를 홀짝이며 곁눈질하기도 하고, 테이블석에 앉아 동석자와의 수다는 뒷전이고 그녀의 옆모습만 응시하다가 일행에게 원성을 사기도 한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화면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뭔가 맘에 안 드는 듯 신음을 내기도 하고, 눈썹 언저리의 근육을 이리저리 흔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입술은 이리 움찔, 저리 움찔거린다. 뭔가 막히는 부분이 있는걸까? 다른 사람들은 그녀 몰래 주위를 기울인다.
머그컵에 담긴 메이플라떼를 홀짝인 그녀는 후우, 하고 한숨을 폭 내쉬더니 안경을 벗고...
안경을 벗고, 오른손으로 턱을 괴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수에 잠긴 그 눈빛은 그녀를 주목하던, 혹은 우연히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만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너무도 깊게 박히기에 충분했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유명한 여고가 있고, 역 바로 앞에는 도내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여대가 있다. 말인즉, 이 카페는 많은 여자들이 자주 지나치고 드나드는 곳인데, 이는 그녀들 사이에서 카페에 나타난 우수에 잠긴 눈빛이 아름다운 여인이란 존재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해서, 그 언니에 대해 알아낸 거 있어?"
"...주문 할 거야, 말 거야? 키쿠이 카스미."
시간이 흘러 흘러 하루 중 여유가 가장 넘치는 오후 4시 30분 정도에, 밤색 머리의 보브컷을 하고 진상짓 비슷한 걸 하고 있는 눈 앞의 친구 때문에 반쯤 감은 눈으로 한심하다는 듯 방금 카스미라 부른 소녀를 바라보는 카페 알바생이 다시 물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이요. 그 언니, 난 제대로 목소리도 못 들었단..."
"네, 에스프레소 한 잔이요.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면서. 테이크아웃 하시나요?"
"알면서."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는 거죠. 305엔입니다."
기껏 스파이로 파견시킨 친구, 아카리의 시원찮은 태도에 카스미는 맘에 안 든다는 듯 입술로 팔(八) 자를 그렸다.
"일하는 중이라고. 좀 있으면 휴식 시간이니까, 그 때 놀아줄게."
"놀아준다니, 이 숭고한 임무를 두고 지금!"
"그리고 후쿠로였지? 카스미가 성화 대서 온 거야? 미안한걸. 주문 뭘로 할래?"
반쯤 헛소리에 가깝다며 카스미의 성냄을 흘려들으며 아카리는 카스미가 데려온 그녀의 친구, 후쿠로에게는 나긋나긋한 어투로 말을 걸었다.
"아, 와카마츠 씨... 였지? 고마워... 에, 음... 모처럼 온 거니까 한정 메뉴 같은 거 먹어보고 싶은데, 아, 그치만 커피는 좀..."
"커피가 안 맞다면 밀크티는 어때? 가을이기도 하고, 밤이 들어간 마론 넛티 밀크티가 있는데."
"그럼 그걸로... 아, 저기, 작은 걸로, 따뜻한 걸로... 마시고 갈게."
"네, 489엔입니다. 포인트 카드 가지고 계신가요?"
"그게, 난 없는데..."
"아, 타카네, 카드 없으면 내 걸로 해도 돼?"
"너 그러니까 진짜 아줌마 같거든."
그 한 마디에 세상이 뒤집어진 듯 경악하는 카스미에게서 아카리가 카드를 다시 한 번 받아들었다. 곧 에스프레소와 마론 넛티 밀크티가 나오자, 두 사람은 잔을 받아들고 테이블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1인석 바로 맞은편, 하지만 1인석에 앉은 사람의 뒤를 바라보는 형태가 되어서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어도 들키지 않는 위치이다.
오늘도 그 1인석, 오른쪽 끝 벽면에서 세 번째 자리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진도가 막히지는 않는 듯, 조금 느리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저 쪽에 저 언니 보이지?"
"으, 응... 저 사람이 카스미가 계속 이야기한 그 사람이구나."
"음, 오늘도 아름다워요..."
카스미가 태블릿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는 그녀를 살짝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후쿠로 타카네는 눈치 빠르게도 어떤 사실을 눈치챘다.
"뭐 알아낸 거 있어?"
그러는 사이, 휴식시간을 맞은 아카리가 연어와 크림치즈를 끼운 파니니를 들고 테이블에 나타났다.
"오호, 아카리 군. 드디어 그대의 본분에 관심을 가지려나? 참으로 오래 걸렸구만!"
"본분이고 뭐고, 여기서 내 본분은 일하는 거야. 니가 저 손님이랑 결착을 짓지 않으면 계속 진상짓을 할 거 같으니까."
"너무하네. 저 언니 목소리에 대해 증언해 달라고 해도 안 들어주면서."
"저 손님은 나 없는 시간에 와서 주문한다고. 오후 1시에 우리가 학교에 앉아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거 알잖아?"
"그렇지. 그거다. 다음에는 학교 빼먹고 출근해!"
"다음부터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카리가 그러고 헛소리를 흘려들으며 파니니를 한 입 물자, 1인석 쪽을 바라보던 카스미가 작은 경탄을 흘렸다. 그 소리에 아카리와 타카네도 1인석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안경을 천천히 한 손으로 벗고 있었다. 그러고서 늘 그랬듯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하늘을 처다보는 모습에, 아카리는 물론 타카네도 과연, 반할 만 하구나, 반해버릴 거 같네, 하는 생각을 하고 말 정도였으니.

잠깐 그러고 있던 그녀가 뭔가 떠오른 듯 턱 괸 것을 풀고 키보드를 다시, 이번엔 천천히 두들기기 시작하자, 한 순간 적막에 싸여있던 카페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카스미와 아카리, 그리고 타카네도 그제야 마법이 풀린 것처럼 의식이 들었다. 아카리가 멋쩍은 듯 감상을 말했다.
"...예쁘다. 꼭 홀린 거 같아."
"그치?"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았는데..."
타카네가 의외의 말을 입에 담자 카스미는 물론 아카리까지 눈이 동그래져서 고개를 돌렸다.
"진짜?! 어디서 봤는데?"
"아, 그게... 저..."
카스미가 살짝 흥분한 듯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자 타카네는 살짝 패닉에 빠진 듯 눈이 빙빙 돌았다. 아카리가 "그만 둬, 후쿠로가 무서워 하잖아." 하면서 뒷통수를 잡아 끌어당기고 나서야 카스미가 진정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타카네는 마론 넛티 밀크티를 한모금 마시며 기억을 더듬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몇 주 됐는데. 그... 신주쿠에 있는 서점에 갔었거든."
"신주쿠에 있는 서점이면, 북 퍼스트? 아니면 키노쿠니야?"
"키노쿠니야였어. 신주쿠산초메 역 쪽에."
"본점이구나. 키노쿠니야라... 거기서 책을 보고 있었던거야?"
아카리가 그렇게 묻자, 타카네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서점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니... 아마 거기서 사인회를 한 거 같아. 다 끝나고 정리하는 걸 본 거라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소설가 선생님이라고 한 거 같았어."
"정말이야!?"
카스미가 또다시 흥분하고, 아카리가 다시 카스미의 뒷통수를 잡아 끌어당겼다.
"혹시 이름 알아!? 이름이 아니라, 그, 필명이라도!"
"글쎄... 그 때는 얼핏 지나가는 정도였으니까. 작가명은 잘 몰랐어."
"그렇구나... 아, 맞아! 서점에 가서 물어볼까? 키노쿠니야랬지?"
"무리일걸."
아카리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인 카스미를 말리듯 만지작거리던 핸드폰 화면을 들어 보였다. 키노쿠니야 본점의 홈페이지가 나와 있는데, 최신 뉴스 란에 국내외 온갖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 일정이 그득했다. 일주일만에 스무 명은 다녀가는 모양이었다.
"몇 주 전이면 정확한 날짜를 알지 않는 이상 이 작가들의 바다 속에서 딱 한 명을 집어내 찾아내기는 어렵지. 후쿠로, 날짜 기억 나?"
아카리의 물음에 타카네는 고개를 저었다. 카스미는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내 기운이 난 듯 다시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멋지잖아? 작가 선생님이래! 진짜 매력 덩어리라고, 우리 언니!"
"누가 니 언니냐."
그러면서 티격태격대는 사이에 그녀는 어느샌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어느샌가 카페 안에 주홍빛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5시를 바라보기 시작한 카페는 어느샌가 교대 시간을 맞이한 듯 병원 직원들이 드나들며 술렁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네?
아카리가 의아해하는 카스미에게 핀잔을 줬다.
"네가 너무 시끄럽게 군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진짜! 아, 몰라!"
투덜거리면서 카스미가 일어섰다. 타카네가 카스미를 무슨 일이냐는 듯 올려다보고, 아카리가 물었다.
"어디 가려고?"
"저 언니, 내 생각보다 더 멋진 사람 같거든? 너무 멋져서 이대로 감상만 하고 있으면 뺏길 거 같으니까, 잠깐 고백하고 올게! 쇠뿔도 단김에!"
타카네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고, 아카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또, 앞뒤 생각 안 하고 달려드네, 얘."
"일생 일대의 도전이라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라!"
"저, 와카마츠 씨... 괜찮은 거야...?"
곧 짐을 챙기고 자리를 떠나 카페 밖으로 나간 그녀를 쫓아서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쌩하니 달려나간 카스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던 타카네는 아카리에게 물었다. 턱을 괴고 문 밖으로 나간 카스미를 보던 아카리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을 리가 없지."
거의 중얼거리다시피 한 아카리의 말은 타카네의 귀에 붙잡혔고, 타카네는 거기서 어떤 사실을 포착하고서 왜 이렇게 곤란한 일에 잘 엮이는 건지, 자신의 체질을 두고 남몰래 한탄했다.

문 밖으로 나간 카스미는 앞서 걸어나가던 그녀의 뒷모습을 앞에 두고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저, 저기요!"
그녀를 불렀다.
그 목소리를 듣고 앞서 나가던 그녀가 멈칫 하더니, 생기있는 자안을 카스미를 향했다. 카스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무슨 일이니?"
마치 방울이 구르는 듯한 목소리. 동경하던 그녀가 자신의 말에 반응하고, 자신을 주목하고, 맑고 고운 목소리를 내어 자신에게 답변을 돌려줬다는 사실에 카스미는 잠시 정신이 나간 듯 했다. 그러나 이내 털어내고,
"저기, 그동안 언니를 쭉 보고 있었어요... 첫 눈에 반했어요!"
길다면 긴 시간, 짧다면 짧은 시간, 그러나 한결같이 동경한,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드디어 이야기했다.
그녀는 살짝 놀란 듯 했다. 하지만 천천히, 눈이 가늘어지면서, 말을 고르는 듯 대답에 뜸을 들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대답하기를...

"애인 있대."
며칠 뒤 카페. 그녀는 오늘도 1인석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카스미는 그녀의 등과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바깥 풍경이 보이는 예의 그 테이블에 턱을 받치고 앉아 고백이 어떻게 되었냐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마론 넛티 밀크티가 맘에 들었다고 한다) 타카네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하긴... 멋진 분이니까. 진작 임자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네."
그 말에 카스미 옆에 앉아서 로스트 치킨과 허니 머스타드가 들어간 파니니를 우물거리던 아카리가 입 안에 든 걸 씹어 넘긴 후에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고백한 사람 많았다던데?"
"엥?"
카스미가 테이블 위에서 머리만 돌렸다. 아카리가 설명했다.
"나중에 더 이른 타임에 일하는 사람에게 들었는데, 저 사람에게 반해서 고백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나봐. 그러고보면 나도 저 언니가 다른 사람이 불러서 이야기하는 거 본 거 같긴 하네. 고백인 줄은 몰랐지만..."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하냐고, 나쁜 자식~!"
"흔들지 마, 앞치마 흐트러진다고. 이거 묶기 힘들어."
카스미가 아카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항의하자 아카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고백한 사람이 있더라."
"으... 뭐야, 내가 가장 늦은거야?"
"기껏해야 서너 번째 정도 되는 모양이니까 걱정 마. 근데 숫자를 놓고 보니 은근히 많네. 그런데도 이 카페에 계속 오다니...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사람이군."
"덕분에 감상이나마 계속 할 수 있잖아. 그래서 더 괴롭네~"
아카리는 한숨을 폭 내쉬면서 파니니를 한 입 물었다. 아카리는 조용히 있다가 테이블에 턱을 받치고 있던 몸을 일으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고 으엑, 하더니 다시 테이블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런 멋진 언니랑 연애하는 상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왠지 연하의 귀여운 남자랑 연애할 거 같지 않아?"
"음~... 여자랑 연애하지 않는다는 말은 안 했으니까 아마 상대도 여자 아닐까?"
"글쎄."
"연하녀가 취향인 거면 혹시 나도 계속 대쉬해 보면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야?!"
"정신 좀 차려라."
"진짜일까..."
카스미의 지나치게 긍정적인 해석과 아카리의 냉혹한 딴죽 사이로 타카네가 중얼거리자 아카리와 카스미의 시선이 몰렸다.
"어? 뭐가, 타카네?"
"아, 저, 그게..."
시선이 몰리자 그녀는 당황했지만, 며칠 사이 두 사람과 어울릴 일이 좀 자주 있었기에 이젠 그래도 좀 익숙해진 덕에, 금새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인데, 혹시 애인이 있는 게 아니라, 연애할 생각이 없어서 애인이 있다며 애둘러 거절하는 건 아닐까... 해서."
"호오."
카스미는 진지하게 그럴 가능성을 생각했고, 아카리는 그런 카스미를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서라."
"뭐?"
"너 또 저 언니에게 돌격할 생각 하고 있지?"
"몇 번 더 얘기해 보면 사실은 애인이 없는데... 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낙관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이젠 저 언니 이름도 알거든? 이번엔 이름 부르면서 다가가 볼 거야!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지난번이랑 정 반대인 소리를 하네. 근데 이름?"
"타카네가 얘기해 줬잖아. 작가인 거 같다고. 그거 이야기하면서 이름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했거든? 타카네 말대로, 작가가 맞대! 책이라도 사 읽으면서 응원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했더니 알려줬어. 후후, 우린 진짜 천생연분인가봐!"
"작가 맞았구나. 이름이 뭐래?"
"그게 말이지..."
"카스미!"
들뜬 카스미와 그녀를 말리던 아카리의 대화 틈새를 비집고 카스미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음?"
"아!"
그 말에 반응한 건 카스미와 아카리 뿐만이 아니었다. 카페 문 쪽에서 다가오는 모르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불려서 어리둥절한 두 사람과 달리, 반가운 목소리를 들은 듯 표정이 확 밝아진, 그녀.
"아리사!"
"여기서 작업하고 있었던 거냐?"
"후후, 여긴 아리사 퇴근길이 보이잖아."
"근데 내가 들어올 때까지 눈치 못 챘잖아."
"글 쓰는데 열중하느라 말이야~. 그리고 여기 캐러멜 라떼 맛있거든."
"그러다 살 찌면 내쫓을 거야."
"못 그러면서?"
카스미라 불린 그녀가 실실 웃으면서 올려다보자 아리사는 입술을 살짝 비틀더니,
"일찍 퇴근하기도 했고, 오늘은 내가 저녁 만들려고 했는데 말아야겠다."
"아, 뭐야! 아리사~"
아리사가 픽 몸을 돌리며 카페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카스미는 얼른 아리사에게 달라붙었다.
"하루 종일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마~... 카페 온 것도 혼자 글 쓰자니 쓸쓸해서 온 거란 말이야."
"...뭐 먹을래?"
"아리사가 만드는 거면 뭐든 좋아!"
"너, 그게 가장 귀찮은 답인 거 알지!?"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두 사람은 짐을 챙기고 카페 문 쪽으로 발을 옮겼다.
"내일은 하루 연차 쓸 거야."
"진짜? 갑자기 왜?"
"그냥, 하루 쉬고 싶어서."
"후후후... 아리사, 너무 좋아!"
"아, 밖에서 달라붙지 마! 걷기 힘들어! ...집에 가서 해."
그러면서 착 달라붙은 두 사람이 카페 밖으로 나가자, 카페 안은 갑자기 탈력한 듯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세 사람도 폭풍처럼 몰아친 커플의 분위기에 잠시 얼떨떨한 듯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턱, 하고 카스미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아카리의 어깨에 기댔다. 카스미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에, 아카리는 한 손을 카스미의 반대편 어깨에 올려놨다.
타카네는 그런 둘을 보다가 1인석 오른쪽 끝에서 세 번째 자리를 바라봤다. 그 곳은 금새 인파에 휩싸여 특별함을 잃었다. 그 자리를 보면서 타카네는 마론 넛티 밀크티를 입에 댔다. 식은 밀크티가 입술에 희미한 냉기를 전했다.




안녕 여러분, 지옥이 손절한 바로 그 뇌절리스트입니다.

네 카스아리. 간단히 요약할게요. 이 글(젤─다)을 봤어! 맘에 들었어! 써봐야지! 12일이 지났네...

...빠르게 간단하게 쓸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간단하게라는 부분은 퇴고 안 했다는 부분에만 남았습니다. 진짜 안 함. 이러면 안 됨.


원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일부러 뺀 부분이 있습니다. 간단히 코멘트.


0. 본문에서 언급되는 인칭대명사 '그녀'는 전부 토야마 카스미를 가리킵니다. 읽는 데 헷갈리실 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참조하세요.


1. 뭣보다 토야마 카스미라는 걸 가렸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갈색 머리의 그녀'로 언급되는 게, 카스미라는 걸 전혀 모르는 편이 재밌겠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밴드 멤버라는 것도 뺐음. 유명 밴드 멤버면 이름도 금방 드러나는데다 거기에 혹해서 달라붙는 날파리들이 많을 거 아니에요 와꾸만 보고 반해야 한다 와꾸가 근본이다!!!!!! 아, 지금은 소설가 겸 주부입니다.


2. 주 무대가 된 카페는 EXCELSIOR CAFFÉ 센다가야역앞점(エクセルシオールカフェ 千駄ヶ谷駅前店, 東京都渋谷区千駄ケ谷1丁目35−14)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스트리트뷰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납작하고 길쭉한 공간입니다. 어떤 카페로 잡을까... 구상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여기다! 낙점했네요. 센다가야에 실제로 가 본 적은 있습니다만 카페에는 안 들어가봤어요... 그래도 왠지 연상되는 느낌이 있어서. 바로 앞에 병원이 있고, 실제로 여대(츠다주쿠 대학)가 있다는 점도 가산점. 역 앞이라, 카스미가 아리사의 퇴근을 기다리며 이용한다고 해도 말이 되겠죠. 학생 카스미 일행이 다닐법한 고등학교는 여기서 좀 떨어져 있지만요. 참고로 실제 카페에는 창가 1인석이 없습니다. 창가에는 전부 2인석인 모양이에요. 그 대신 테라스가 괜찮다는 듯. 작중에서 나오는 메뉴들도 전부 EXCELSIOR CAFFÉ에서 파는 메뉴입니다. 메이플 라떼, 에스프레소(이거 안 파는 카페 없죠), 마론 넛티 밀크티(계절 한정 메뉴입니다), 두 종류의 파니니 등.


3. 그러고보면 왜 갈색 머리의 그녀 대신 오후 1시의 그녀인가? 간단합니다. 갈색 머리는 너무 흔하고, 점심 먹고 1시쯤 되어 집 근처 카페에 나타난다고 하면 그럭저럭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되며, 무엇보다 앞에 설명 다 핑계고요 사실 제가 원본에서 제시한 갈색 머리의 그녀라는 말 잊어먹어서 그랬음 살려주세요


4. 슬릿 스커트가 좋을까 아닌 쪽이 좋을까 고민했는데 유교빔 쏘고 아닌 쪽으로 정했음. 아 이게 아니라... 제가 패션 쪽은 잘 몰아요 패션 사이트 쪽 참조해서 한 코디거든요 여고생쟝 맨날 교복이랑 체육복만 입고 다녀서 실전패션감각 다 망가짐 살려주세요


5. 태블릿 컴퓨터는 서피스 시리즈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프로 7 나왔죠? 사고 싶다.


6. 테이크아웃은 8%, 먹고 가면 10%. 이건 뭐하는 장난질이야?


7. 키쿠이, 후쿠로, 와카마츠. 포피파의 멤버들은 전부 신주쿠의 지명에서 따 왔잖아요? 얘네도 마찬가지입니다. 키쿠이와 와카마츠는 토야마 바로 옆 동네에요.


8. 기왕 정체를 가렸으니, 동명이인이 나오는 게 재밌겠다는 게 저돌적인 짝사랑 소녀 키쿠이 카스미의 탄생 경위입니다. 대충 써서 행동 원리를 좀 모르겠다 하는 분은, 미안해요.


9. 와카마츠 아카리요? 레즈 맞음.


10. 후쿠로 타카네는 약간 방관자 느낌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어떤 분이 히비유포의 쿠미코는 온갖 군상들이 꼬여들어와서 귀찮은 일에 엮였다가 알아서 해결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알기 싫은 걸 모조리 떠안게 되는 그런 포지션이라고 하신 게 떠올라서 그런 포지션을 채용해 봤습니다.


11. 키노쿠니야는 가 봤는데 북 퍼스트는 안 가 봄. 아, 키노쿠니야는 신주쿠 타카시마야 근처에도 하나 있다고 합니다. 외서 전문 매장인 듯.


12. 생각해보면 이렇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면 백번 천번 찍는다는 이런 군상 남자면 진짜 극혐인데 여캐가 하니까 괜찮네요. 이게 백합의 힘이군요 오늘도 깨닫고 갑니다.........


오전 8시군요. 밤 샜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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