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마음씨 착한 나무꾼 카논이 살았답니다. 그 날도 평소처럼 산에 올라가 귀여운 외모만 봐서는 상상하기 힘든 파워넘치는 도끼질을 하던 카논은 누군가에게 다급하게 쫓기는 사슴 카오루를 발견했어요.

“거기 귀여운 아기 고양이, 혹시 지친 내 몸을 잠시 숨길만한 장소를 알고있니?”

카논은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 카오루를 도우지 말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천성이 착했는지라 풀 숲에 카오루를 숨겨주었어요. 얼마 안있어서 팬클럽이라는 이름의 스토커들이 찾아와 카오루를 봤는지 물어보았지만, 카논은 엉뚱한 장소를 알려주어 그들을 멋지게 따돌렸답니다.

카오루는 도와줘서 고맙다며 보상으로 카논에게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려주었는데, 선녀들이 목욕하는 사이 날개옷을 훔치면 그들 중 한 명과 결혼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덤으로 애가 둘이 생길 때까진 절대로 날개옷을 돌려주면 안된다는 주의사항까지도요.

그런걸 알려주다니 이 사슴 실은 변태인가 싶은 카논이었지만, 그런 그녀 역시 성욕에 충실할 나이. 카오루가 알려준 장소로 가서 핑크색의 거대한 날개옷을 훔쳐 숨겼습니다.

평소에 착하게 살아서 하늘이 도와준 것일까요? 여러 선녀들 중 카논이 훔친 날개옷의 주인은 잘생긴 데다가 목소리도 끝내주게 좋은 미사키라는 선녀였어요. 처음에는 목욕하는 사이 날개옷이 없어져 당황한 미사키였지만,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카논의 외모가 너무 취향이라 순순히 따라가 아내가 되어줬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카논과 미사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냈고, 어느새 둘 사이에서 하구미라는 귀여운 아이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쯤해서 카논은 걱정이 생겼는데, 미사키가 자꾸 천계가 생각난다며 날개옷을 입고싶어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카오루가 애가 둘이 생길 때까지는 날개옷을 돌려주면 안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약한 카논은 결국 숨겨두었던 날개옷을 꺼내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노래에도 나오듯이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카논이 건넨 날개옷을 뒤집어 쓴 미사키는 천계의 테크놀로지가 집약된 파워드 슈트 미사키가 되어서 양 팔로 하구미를 꼭 안은채 다리의 부스터를 작동시켜 천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카논은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너무 늦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한순간에 모두 잃고 상심한 카논이 보기 안쓰러웠던 걸까요. 미사키가 하구미를 데리고 천계로 돌아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지난번의 변태 사슴 카오루가 카논을 찾아와서는 도와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숨기랴. 사실 나는 그냥 사슴이 아니라 흰꼬리사슴족 순록속의 순록이라 하늘을 날 수 있단다!”

어째 위키를 통째로 외어 온듯한 모양이라 영 신뢰가 되지는 않았지만, 카논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카오루의 도움을 받아 천계로 향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오랜 비행 후에 마침내 천계에 도달한 카논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찾아 사방을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그녀가 발견한 것은 금발의 미소녀와 함께 하하호호 웃고 있는 미사키였네요.

“...미사키 짱?”

“켁, 카논 씨! 오, 오해에요! 전 카논 씨랑 만나기 전부터 이쪽 옥황상제 코코로와 사귀고 있었...자, 잠깐! 그 도끼 내려놓고 얘기하죠!”

그 때 바람둥이 미사키를 단죄하기 위한 카논의 도끼질이 얼마나 패기 넘쳤는지, 그 광경을 보던 옥황상제 코코로가 카논을 바로 스카우트 해서 훗날 천계의 전설로 남은 특수부대 하로하피의 한 축을 담당하게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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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올라오는 전래동화 버전들을 보고 삘은 받았는데, 막상 직접 써보니까 재미가 없어서 빠른 손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