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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널 위해서라며 하지 못했던 (미완)앱에서 작성

무명(nona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4 00:08:48
조회 590 추천 14 댓글 13
														





"아야짱."


마음을 가라앉혀서, 최대한 침착하게 꺼낸 말에 아야짱의 눈빛이 흔들렸다.


"으, 응...?"

"미안하지만, 아야짱의 고백은 받기 힘들 것 같아."

"......그, 그래! 맞아! 치사토짱은 엄청 예쁘고, 부지런하고, 어른스럽고... 그러니까...... 분명 더 좋은 사람이랑..."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외치려던 마음을 억누르고, 이제는 지긋지긋한... 아니, 그 지긋지긋했던 오래된 가면보다는 비교적 덜 낡은 가면으로 진심을 가린다.


오래된 가면보다는 조금 덜 가려지지만 그만큼 상대방에게는 투명하다고 믿겨지는 가면 속에 숨어, '배우이자 아이돌 시라사기 치사토'는 대사를 읽었다.


"동성 결혼은... 세계적으로 합법화되고 있어. 동성애에 대해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운동이나 선전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지."

"......"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귄다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파스파레의 보컬 마루야마 아야와 아역 출신 배우 겸 파스파레의 베이스 시라사기 치사토의 연애. 어디서 누가 물어뜯으려고 할 지 몰라."

"들키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

"아야짱, 우린 아이돌이야. 그리고 아야짱은... 앞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원하는 방향이든 아니든, 지금보다 더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내가...?"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에 조금, 가면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가면 속에 숨어 모진 말만 해주려다보니, 아야짱의 마음에 새겨질 상처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아야짱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서 했던 날카로운 말들이 오히려 그녀 스스로 그녀의 가능성을 단정짓게 만들어버리게 한 건 아닐까 스스로 책망하다가도 지금 해줄 말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의 이브짱과 카오루를 비롯한 수많은 원석들을 봐온 나는 알 수 있어. 아야짱은 처음 만난 순간에 비하면 분명히 훌륭하게 가공된 보석이지만, 전체적인 잠재성에 비하면 아직도 아야짱은 원석이야. 앞으로 더, 더 많이 빛날 거야. 이것만큼은 시라사기 치사토의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어."

"치사토짱......"


감동의 눈물을 흘리려던 그녀에게, 잔인하게도 듣기 싫을 말을 가차없이 꽂아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불특정 다수가 더욱 큰 무언가를 꽂아버릴 테니까.


"그래서 나는 아야짱과 사귈 수 없어. 공개 연애도, 비밀 연애도 무리일 테니까."

"......"

"아야짱이 꿈꾸는 아이돌은, 모두에게 꿈을 주는 아이돌이었지...?"

"응..."

"그렇지만 나와 사귀어서는 아야짱은 내게만 희망을 주게 되어버릴 거야. 착하고 성실한 아야짱이라면 애인한테 잘 대해주려고 할 테니까, 아야짱의 시간을 내가 빼앗는 꼴이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난 아야짱에게 장애물이 될지도 몰라.


"미안하지만, 난 그런 건 싫어. 내가 아야짱의 꿈을 망쳐버릴 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는 아야짱의 말에 대답할 수 없을 거야."

"그렇지만, 치사토짱! 나는"


아야짱의 말을 들었다가는 더 흔들려버릴 것 같아서, 빠르게 말을 잘라버렸다.


"미안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면 적당히 충고하는 선에서 그치겠지만, 나라면... 아야짱과 연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해야겠어."


연애를 숨기기 힘들다는 점도, 파스파레의 보컬로서의 노력마저 연인을 위한 일로 몰아가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점도, 그리고 그녀의 시간을 내가 빼앗게 될 거라는 점도, 내가 그녀의 고백에 대답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아야짱을, 검게 물들여버릴지도 모른다.


어린 나이부터 배우로 살아온 만큼, 내겐 꽤 다양한 경험이 있다.


화려한 색으로 반짝이는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기에, 내가 보아온 현실은 흑백에 가까웠기에, 흑백의 경험들이 그 속에서 나는 흑색, 그것도 탁한 흑색으로 물들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안된다.


아야짱은 순수하니까. 핑크색이 잘 어울리지만, 그에 못지 않게 흰색, 혹은 무색도 어울릴 정도로 맑고 순수한 사람이니까.


"내가 아야짱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극히 현실적인 조언밖에 없어. 내게 있는 건... 아야짱의 순수한 꿈과는 반대되는, 그리 순수하고 깨끗하지 못한 현실뿐이니까."


아야짱이 맑고 깨끗한 흰색이라면, 지금의 나는 탁하고 더러운 검은색.


그래,


맑은 검은색도 아니고, 탁하고 더럽기까지 한... 그런 검은색.


"그래서 나는... 아야짱의 꿈을 돕지 못할 거야. 아니, 오히려 현실을 들이밀며 아야짱의 발목을 잡을 뿐이겠지. 그렇지 않고 적절히 조언해주기 위해서는 '소중한 멤버' 정도의 관계가..."


가면이 흔들린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과 함께, 얇아진 가면이 조금씩...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흔들린다.


최대한 아야짱을 위한다는 마음을 전하며 거절하고자 가면을 얇게 했던 게 실수였던 걸까.


어쩔 수 없이 다시 옛날과도 같은, '배우이자 사회인 시라사기 치사토'로서의 가면을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정도의 관계여야 해. 그러니까 나는 아야짱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어."

"치, 치사토짱... 지금 목소리가 달라졌..."

"아야짱. 지금까지 아야짱이 연습생으로 노력해온 시간들이, 그리고 파스파레에서 노력해온 시간들이, 나와 함께라면 부서져버릴 거야. 네가 해온 노력이, 그렇게 헛된 일이 되어버린다면 버틸 수 있겠어?"


아야짱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그 이상으로 흔들렸기에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진심을 말해버릴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고 차가운 말을 내질렀다.


"아야짱, 아야짱의 꿈이... 그리고 노력해온 시간이 소중하잖아? 그거, 전부 부서져도 괜찮다는 걸까? 아야짱에게, 그것들은... 그 정도 무게라는 걸까?"


이제 내게 그 핑크빛의 말을 하는 건 제발 그만둬주길 바래. 그렇지 않는다면 난 더 심한 말을 해야 할 테니까.


"그건..."

"아야짱도, 나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 아야짱의 꿈은, 지금 한 순간의 감정으로 버릴 만큼 가벼웠어?"

"그렇지 않은데...!"

"실망이야, 아야짱."


힘겹게 쥐어짜낸 차가운 말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건지 아야짱이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분홍빛 눈동자에 걸려있던 그녀의 심성처럼 맑고 투명한 눈물을 애써 외면하며, 내 행동은 그녀를... 그녀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소파에 앉았다.


한 사람만이 앉기에는 큰 크기였기에 당연하다는 것처럼 남아있는 옆의 빈 자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고 허무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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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3 남고생쟝이야.

이제 오늘부터 수능까지 딱 1달 남았으니, 백갤을 잠시 오지 않을 생각이야!

내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해봐야지!

이번 글은 이 글 이후로 올라온 글들을 읽으려는, 그러니까 와드 하나 심어놓는 정도로 생각해줘.

사실 뒷 내용 궁금하다면 수능 끝나고 내가 뒷 부분 쪄올 때까지 나와 함께 고통받으라는 의미도 있음ㅎ

아, 수능 끝나고는 가능성도 없는 논술 준비만 해야 되니까 더 늦어질 수 있음!

내가 없는 동안 카스아리 타에사야 유리리미 많이많이 써줘!





...아니다, 괜히 사고나 안 좋은 일 터지지 말고 그냥 조용조용해도 평화로운 백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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