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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란한테 화내고 일탈하는 모카쟝

날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8 15:18:19
조회 1526 추천 2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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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공기가 눈 앞을 가린다. 벌써 이런 날씨가 되었다. 교복만 입고 밖을 나오기에는 무리인가. 모카는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친구에게 겉옷을 내어주고 온 것을 조금 후회했다. 후회. 이 말을 그녀에게 전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 것인가, 모카는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 그 행동들을, 너는 어떻게 그리도 당연스레 받아들이는지. 모카는 여러 군데를 보지 않았다. 그건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그래 왔다. 그녀를 만나기 전이 있었던가. 그때는 누구에게 이 흘러넘치는 검은 즙을 쏟으며 연명했을까. 그녀는 자신의 몸에는 구멍이 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쯤 미타케 란은 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타인 모카를 빼고? 응. 기타인 나를 빼고. 모카는 갑작스레 손에 쥐어진 혼자만의 시간이 낯설었다.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서툴렀다. 그래서, 지금도 남의 시간을 끌어다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방법은 배우지도 않았으니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모카는 생각했다. 그녀는 슬퍼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그녀 자신이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는데 미타케 란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울고 있었다. 오늘 모카는 처음으로 미타케 란에게 화를 냈다.


 ‘너는 수많은 죄를 저질렀다.

 내 죄는 딱 하나

 그런 너를 아꼈던 것뿐이었다.’


 모카는 불쾌해졌다. 네가 뭘 알아,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 으레 하는 생각이라고. 모카는 떳떳하지 못했다. 알고 있어서 더 울고 싶었던 것이다. 모카는 여러 군데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미타케 란은 더욱 그랬다. 자신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일 것인가. 그렇다면 괴로울 것이다.

그녀에 대한 애정만큼 증오도 차곡히 쌓여있었다. 구멍으로 애정만을 걸러 내보내는 건 십 년 넘게 해왔던 일이다. 그러나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밑바닥에 깔린 증오가 일렁이듯 파도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버티는 모카는 항상 지독한 열에 시달렸다.

 가끔 눈시울이 붉어질 때면, 한 학년 위의 그녀가 떠올랐다. 이마이 리사. 모카가 리사를 안쓰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리사만 알고 있었다. 그녀도 모카를 안쓰러워했으니까. 모카도 모르는 사실을, 리사는 알고 있었다. 리사는 모카가 끊임없이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중간하게 숨을 쉬고 있는 그녀를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모카는 몰랐다. 그래서 모카는 그냥 힘들어했다. 힘든 이유도 모르고.


 ‘너를 상처 입힌 남을 용서하지 못했고

 나를 상처 입힌 너를 용서해주었다.’


 너는 이게 내 분노라는 걸 알아차렸을까. 아니, 울분이라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모카의 숨을 더 가쁘게 만들었다. 미타케 란은 그녀의 당연한 사고에 이물질이 끼는 것을 싫어했다. 그리고 모카는, 미타케 란이 손에 쥔 총을 직접 손으로 끌어 자신의 가슴팍에 겨눴다. 어째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모카는 이제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녀 때문에 생긴 상처는 도려내지 않았다. 가지고 있었다. 가지고 가야만 했다.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누구랑? 과거의 자신이랑.

모카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중 죽여야 하는 것은 누구인지 고민했다. 죽어야 하는 건 현재의 나인 게 분명한데. 왜 나는 점점 약해지기만 하는가. 모카는 더없이 분했다. 그럴수록 총구를 잡은 손의 힘이 더 세지는 것이다. 나를, 나를 쏴, 어서.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최후에는 그런 말을 할 생각이었다. 흔한 얘기다. 그 흔한 드라마를 모카는 만들고 싶었다.

보랏빛 조명을 받으며 빛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모르는 게 없는 모카는 금방 알았다.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모카는 여태까지 그런 것만을 깨달으며 살아왔다. 미타케 란 옆에서, 모르는 게 없는 모카는.


 ‘그 죄 하나로 나는 매일을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소멸한 것을 믿는 자신이 있기에 상실된 존재가 살아가고 있다. 바로 지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모카는 멜랑콜리의 끈적한 어감을 좋아했다. 완전히 사라졌다고, 혹은 완전히 살아있다고 믿지 않기에 비로소 살아가는 그것. 모카에게 미타케 란은 그런 존재였다. 자신이 집착한다는 사실만으로 존재하는 그것에 한 번 매달리기 시작하면 숨이 멎을 때까지 끊어내지 못한다. 그렇게라도 모카는 미타케 란에 대한 사랑을 소유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갈 곳을 잃고 헤매다 닳아 없어져버린 자신의 사랑.

 앞으로도 바뀌는 것은 없을 테다. 철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꿉친구들을 보면서 모카는 생각했다. 모카는 자신을 지키고 싶었다. 지키고 싶은 자신은 곧 너라는, 결국 그런 끝이 기다릴 뿐이었다.


 “… 너를 대신하여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기꺼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는 눈물 흘릴 일이 없을 것이다. 모카는 직감했다.


***


너는 수많은 죄를 저질렀다

내 죄는 딱 하나

그런 너를 아꼈던 것뿐이었다


너를 상처입힌 남을

용서하지 못 했고


나를 상처입힌 너를

용서해주었다


그 죄 하나로

나는 매일을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너를 대신하여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기꺼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죄/권나현


***

란이 핵똥차처럼 나왔는데 미타케 란 안싫어함ㅋㅋ일본 여고딩이 한국시 읽었다고 뭐라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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