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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유키리사] 夢

여치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18 23:38:38
조회 685 추천 28 댓글 6
														
주의, 사망과 약간의 유혈이 있습니다.






이마이 리사가 죽었다.

교통사고였다, 운전석도, 조수석에도 앉지 않고 뒷자석에 앉았던 그녀는 졸음운전으로 엑셀을 밟고 달려오는 차가 뒤에서 박아, 고통없이 사망했다. 아니, 고통없이 사망했다고 믿고싶은걸까?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되었고, 그녀와 오랜 기간 함께 있었던 미나토 유키나가 상주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학교 친구들, 그리고 예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학교 선생님들까지, 그 사람들을 맨정신으로 받는다는건, 공식적으로 리사의 죽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는것이였다, 아냐. 리사는 어딘가에서 살아있어. 미나토 유키나는 그렇게 망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까마득해지는 의식을 붙잡아가면서 살아갔다.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고 자신도 죽을 수 없었다, 죽지 않은게 아니라, 죽지 못했던것이였다, 장례식장에서 비척거리면서 나가면서 도로에 걸어가는걸 바라보던 히카와 사요가 막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것이고, 유키나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만큼 리사는, 유키나에게 있어서 그렇게나 소중한 존재였던것이였다, 자신을 이루는 절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 리사는, 먼곳으로 여행을 간거야.


자신을 병문안오는 로젤리아의 멤버에게 유키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리사의 죽음을 회피하고 싶었던건 유키나였기에, 하지만 로젤리아에 비어버린 베이스는 그 누구도 채울 수 없었고, 결국 로젤리아는 그렇게 해체되었다. 그만큼 모두에게 리사의 빈자리는 엄청났던것이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지나지 않을듯한 얼음같은 시간은 녹아가듯이 움직였고, 미나토 유키나도 그 톱니바퀴에 뛰어들었다. 어느정도 걸어다닐 수 있고, 사요가 같이 다니기는 했지만 정상적으로 보였다, 단 한가지만을 제외하고.


- 요즘 리사는 연락이 안되네, 어디 로밍이 안되는곳으로 여행을 떠난걸까.


- ..그러게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보답해주는건 사요의 몫이였다. 이따금씩 리사는 찾아와, 자신을 괴롭혔다. 나는 죽었다고, 네 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네게 멀어질때부터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고. 그만큼 사랑했는데. 너는 왜 내게 사랑했다는 말 단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니. 라고 자신을 매도하면서 미소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 괴리감이 있어서, 오히려 자신은 네가 살아있다고 믿었다, 죽은 네가 살아있다고.


믿었다.


순식간에 의식이 잠재워진다. 너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다보면 매일 이랬었다, 실상은 사요가 미친듯이 떠는 유키나에게 허락받은 수면제를 먹이는것이였지만. 요즘따라 이런 일이 잦아진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히카와 사요는 전화기를 들어, 아직도 얼굴을 보고 지내는 우다가와 아코에게 전화했다.


- 우다가와 씨, 네. 그게..


- 응, 응. 아코한테 맡겨줘.




눈을 떴다, 자의가 아니라 울리는 라인 메세지에 의해서였다. 내가 켜놓는 알림은 단 하나, 네게서 오는 라인 메세지였으니까. 이마이 리사, 라고 적혀있는 무미건조한 이름에게서 온 메세지에 의해서 눈을 떴다.


- 유키나, 잘 지내는거지?


- 리사, 어디 연락이라도 안되는 곳으로 간거야?


- 응, 이번엔 조금 먼곳으로 여행을 떠났어.


거봐, 리사는 그저 여행을 떠난거야, 그게 너무나도 즐거워서, 로젤리아도 잊고, 내게 연락할 생각도 잊고, 네가 가지고 있던 토끼인형이 먼지까지 쌓여서 내게 돌아온거였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그녀와 더 이야기 하고 싶었다, 사실은 우다가와 아코가 연기하고 있는, 이마이 리사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통화버튼을 꾹 눌러봤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 미안해, 유키나. 이만 잘 시간이라.


- 리사.


- 넌, 죽은거야?


도피하던 현실을 마주보았다, 고개를 들자 눈이 어느덧 어둠에 적응되어서 거울이 보였다, 나를 봐. 이렇게 커졌어, 키도 2CM이 커졌고. 목소리도 조금 더 성숙해졌어, 이제 어느정도 쓴것도 먹을 수 있어, 약을 하도 많이 먹었거든. 지끈거리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1년전 읽음 표시가 뜨는 라인에 재촉하듯 더 메세지를 남겼다.


- 있잖아. 내가 곧.


- 네가 있는곳으로 떠날게.


그 바로 위의 메세지는, 네 집으로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1년 전의 메세지. 그 이후로 답이 없던 이야기. 휴대폰을 침대에 던져두었다. 다시 거울을 본다, 교복을 입고있는 내가 보인다, 그 옆에는 미소짓는 네가 보인다. 


다시 거울을 바라본다. 상복을 입고있는 나와, 네 영정사진을 들고있는 네가 보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울을 손으로 쳐서 부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더 나았다. 팔을 타고 흐르는 피가 알싸한 아픔을 알려주었지만. 이미 익숙한 고통이다, 수없이 꽂히는 링겔에 비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와 헤어지는 미래를 부수는 대가라면,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 피가 묻은 손으로 만져서 그런지, 액정이 조금 더러워졌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1번을 꾹 눌러서 너와의 통화로 들어간다.


- 통화기가 꺼져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 기다려.


짧게 외치고는 너와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을 쥐어본다, 그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별을 바라보면 네가 생각나. 언제나 저 별들중 하나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휴대폰이 울린다. 사요에게서, 아코에게서, 린코에게서 전화가 온다, 네 전화는 없구나. 아니. 너는 삶의 마지막에 누군가와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나조차도 너와 이야기 하지 못했는데, 그때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결국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네게 전하러 가는구나. 가만히 생각하면서 신발을 벗고 난간으로 올라간다.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네가 없이는 길었고, 내가 성숙해지기는 너무 짧은 시간, 그 사진을 꼭 안고,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달하려고 앞으로 걸어나간다.


네가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위에 서있는 네가 보인다. 천천히 걸어나가던 자신의 발은 뛰어가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거의 점프하듯이 허무의 공간으로 발을 내딛었다. 너를 안았다. 


- 내가 늦어서, 미안해.


- 1년간, 기다리고 있었어.


- 네가 없었던 1년은, 내게서는 악몽이였으니까.


-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야, 현실이라는 악몽에서, 너와 함께하는 행복한 꿈으로.


자유낙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발을 내딛은 사람은 당연히 떨어진다, 머리부터 부딪힌 자신은 네 사진을 꼭 안고, 의식을 잃었다, 그 잃어가는 의식의 마지막에는, 네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 쭉, 너를 보고싶었어. 리사.


- 먼저 떠나서 미안해, 유키나.


머릿속에서 네 목소리를 기억해 자신이 바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환상이여도 상관 없었다, 내 마지막은 너와 함께하고 싶었고, 그게 이루어졌으니까.



이마이 리사가 죽은 정확히 1년 뒤, 미나토 유키나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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