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버스로 돌연변이 히나사요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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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버스로 모카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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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으,으응?"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어, 음. 있지. 있는데..."
"그럼 왜 계~속 뒤돌아 있는 거야~?"
그 말 그대로, 모카가 옥상에 올라온 후로 란은 쭉 모카에게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그것이 모카를 마주보기 전 어떻게든 표정관리를 하고 싶은 란의 필사적인 노력이라는 사실을 모카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등을 돌린 채로도 빤히 보이는 란의 새빨간 귀가 귀여우니 모카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그건 말야. 그,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나 할까..."
"오~ 꽤 부끄러운 이야기인 것 같군요~ 모카 짱 기대중~"
"기대하지 마!"
모카의 놀림에 란의 귀가 더욱 빨개진다.
란의 심장도 더욱 고동이 빨라진다.
어쩌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보다 지금 너무 긴장되서 모카 얼굴도 볼 수가 없어.
'으으~ 그래도 모카를 옥상까지 오게 해놓고 계속 뒤돌아서 개무시할 수는 없잖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뭔가 말해야 하는데.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모카에게 등을 돌리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지금, 여기서 고백을 하겠다는 다짐이 오히려 란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란의 등을 바라보며 대체 얼굴이 어떻길래 저렇게 온 힘을 다해 숨기는 걸까~하고 궁금해하던 모카의 머리속에.
불현듯, 마치 섬광처럼, 그 날 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라, 지금 자신의 눈에 비쳐오는 란의 등에 겹쳐진다.
불길 속에 홀로 서 있던 친구의, 더없이 슬프고 외로운 뒷모습이.
"..."
모카는 마치 홀린 듯이 그 등을 향해 다가가-살포시 끌어안았다.
"-으히익?!"
갑자기 등에 느껴지는 온기와 포근한 감촉에 란이 이상한 신음을 낸다.
"모, 모모모모모카???"
원래부터 빠르게 뛰고 있던 란의 심장이 이제 밖으로 튀어나올 듯 격렬히 고동친다.
그에 비해서, 최근 며칠 동안 란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쿵쿵거리던 모카의 심장이 어째서인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저, 저기? 모카? 그그 미안한데 조금 떨어져줄수있으히이-익! 목에 얼굴 파묻지 마!"
"우웅~ 하지만 란이 등을 돌리고 있으면 너~무 쓸쓸해 보여서~이렇게 꼬~옥 안아주고 싶다구~"
"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일단 좀 놔줘! ...모카?"
이러다 진짜 심장마비라도 걸릴 것만 같은 란이 필사적으로 외치지만.
"모카? 저기-"
"...잠깐만 이렇게 있게 해줘~"
모카의 조용한 부탁.
그 안에 담긴 알듯 말듯한 흐릿한 감정.
그 희미한 감정을 란은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건 아니고~"
"별 거 아니라는 건 뭔가 있긴 하나 보네."
"오오~ 엄청난 추리인걸~ 수련을 계속한다면 천재 미소녀 모카짱에 버금가는 초 천재가 될 수도 있겠어~"
"오냐. 그래그래."
빠르게 뛰던 심장박동이 많이 가라앉은 란이 자신의 허리에 둘러져 있는 모카의 팔을 쓰다듬는다.
농담을 해서 이야기를 돌리려고 했던 모카가 란의 그 행동에 용기를 얻는다.
"그냥, 이렇게 란을 안아주고 싶었거든~ 그 날 이후로, 쭉."
그 날이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 란은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모든 것이 시작된 날.
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자, 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날.
"그 날, 란의 등을 봤거든. 저~멀리서. 그 등이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보여서. 아니, 그 이후로도, 란의 등을 볼 때마다 어딘가 슬퍼 보였어."
"..."
"그래서... 그 등을 지켜 주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란이 쓸쓸하지 않게, 내가 등 뒤에 있어주자고."
그 다짐이. 작지만 한없이 무거운 약속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게 갑자기 생각났달까~ 지금은 그렇게 외로워 보이진 않지만 말이지~"
"......응, 모카 덕분이야."
"오~?"
모카의 팔을 쓰다듬던 란의 손이 살짝 힘을 준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모카가 란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고 뒤로 물러난다.
이윽고 란이 심호흡을 하고 뒤를 돌아본다.
얼굴과 귀는 여전히 머리의 브릿지만큼이나 붉지만-모카의 입장에선 귀여우니 더 좋다-진지한 두 눈은 똑바로 모카를 바라보고 있다.
언제나 달리고만 있던 내 등 뒤에서.
언제나 자신을 따라와 주던 소중한 친구에게.
란은 이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고마워. 모카."
"엥~ 갑자기~?"
"엑, 아, 뭐 그렇긴 한데... 저번엔 못 들었을 테니까."
"저번?"
"아, 그. 너 혼수상태일 때. 그땐 솔직히 널 마주보고 이야기하긴 너무 부끄러워서 그런 것도 있었어서.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랄까. 흠흠."
괜히 헛기침을 하곤, 모카의 눈을 마주보며.
"고마워. 모카. 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
미소지으며, 다정하게 말한다.
저물어가는 노을을 등지고 쑥스러운 듯 웃는 란의 그 모습은, 모카가 평생 봐 왔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워서.
모카는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흐응~ 그렇게 칭찬해도 아무 것도 안 나와요~"
"하하...뭐, 괜찮아. 모카는 이미 내게 많은 걸 주었는걸. 내가 평생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헤, 헤에~"
얼빠진 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숙여 표정을 숨긴다.
아아, 어떡하지. 너무 기쁘다.
란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이리도 소중히 생각해준다니.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접 이렇게 란의 목소리로 들으니 모카는 가슴이 행복으로 가득찰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실 고민 많이 했어. 내가 언제까지나 네게 기대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올곧게 모카를 향하고 있던 란의 시선이 내려간다.
목소리도 그에 맞춰 가라앉는다.
"모카도 이제 모카만의 생활을 하고, 모카만의 친구들을 만들어서, 너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요즘 날 계속 피해다니는 걸까."
모카의 숨이 멈춘다.
아냐. 그게 아냐. 그래서 란을 피한 게 아닌데.
"사실, 정말 모카가 그걸 원한다면, 난 응원해주고 싶어. 모카, 사실은 정말 상냥하고 좋은 아이니까. 그리고 날 오랫동안 지켜줄 정도로 강한 아이니까."
그건.
아냐. 틀려.
"...난 강하지 않아. 란."
떨리는 목소리로 모카가 말한다.
"다들 내가 강하다고 생각해. 란도, 토모에도, 히마리도, 츠구도. 다 내가 강해서 란을 지킨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아냐. 난 평범한 소녀일 뿐이야. 그저, 란을 위해, 널 지키기 위해. 강해질 수 있었던 거야. 그 뿐이야."
란의 뒷모습을 지키겠다는 그 다짐이. 작은 불씨와도 같은 그 마음이 점점 커다란 화염이 되어, 모카를 한없이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까 난 강하지 않아. 란 없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야. 란이 내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난, 난-"
그 다음 말은 모카의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따스한 온기. 자신의 허리에 둘러진 두 팔.
자신이 란의 품에 안겨 있다는 걸 모카는 깨닫는다.
"라, 란?"
"그렇게 말하지 마. 화낼거야."
딱딱하고 무거운 목소리.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엄하기까지 한 목소리다.
하지만, 란이 자신을 위해서 화내주고 있다는 걸 모카는 알아차린다.
"모카는 강해. 누구보다도 강해. 넌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강해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멋진 사람이야."
천천히, 란이 모카의 머리를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만에 하나 우리가 떨어진다 해도, 모카의 옆에 내가 없더라도...모카는 여전히 내가 아는 상냥한 모카일 거야. 날 믿어."
평소의 란과 다르게,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들을 솔직하게 하나하나 털어놓는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은 거야. 다른 사람들도 이런 멋진 모카를 알아줬으면 좋겠으니까. 더는 모카를 독점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걸 알기에. 모카는 더욱 기뻐지면서, 동시에 더욱 슬퍼진다.
모카는 란이 자신을 떠나는 걸 그렇게나 두려워했는데.
란은 어째서,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
서러운 마음이 눈물이 되어, 감긴 모카의 두 눈꺼풀 사이로 흘러나와 란의 가슴으로 떨어지기 직전.
"...하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모카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부끄러운 듯이 말하는 란의 말을 듣고 모카의 눈이 뜨인다.
"아니, 그, 그러니까. 모카도 날 그렇게 원해주는구나. 랄까. 그게 좋아서...이러면 안된다는 건 알지만..."
...모카'도'?
그 말은...
"나도 사실은... 모카가... 내 곁에만 있어줬으면 좋겠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란은 말했다.
아까전까지 젖어있던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모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곁에만 있어줬으면 좋겠어.'
이 말은, 그러니까. 그, 그런 뜻은 아니겠지.
아냐, 하지만.
아니야. 역시 아니야. 설마...
"......하, 하하.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돼~ 사람들이 오해, 한다구~?"
어떻게든 평정심을 가장하며 모카가 가볍게 말한다.
그래. 이건 그냥 말실수일 거야. 내가 너무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는 거야.
란에게 고백하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호들갑 떠는 거야.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되뇌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대해버리고 마니까-
"...아니야."
하지만, 모카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란은 자신의 말에 쐐기를 박아버린다.
"오해, 아니야."
모카의 숨이 멈춘다.
"물론, 모카를 독점하겠다거나 그런 건 아냐. 모카를 응원하고 싶다는 말도 진심이야. 그래도, 모카가 내 곁에만 있어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긴장으로 모카의 머리를 쓰다듬던 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모카랑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어."
천천히 모카의 머리에서 손을 때고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하고, 모카의 눈을 바라보며-
"모카."
"나랑 사귀어 줄래?"
모카의 사고가 정지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머리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충격으로 벌어진 입에선 얼빠진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둔해진 모카의 머리에 유일하게 떠오른 감정.
행복.
행복하다.
행복해서, 너무 기뻐서.
모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린다.
"...어? 모, 모카. 울어?"
제자리에 굳어 눈물만 뚝뚝 흘리는 모카의 모습에, 란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 그, 혹시. 혹시 싫었던 거면-읍?"
황급히 말을 잇던 란의 입술에 모카가 달려들어 입을 맞춘다.
부드럽고 따듯한, 처음 느껴보는 타인의 입술.
그 감촉에 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진다.
"어, 어, 어어어어??"
"히히~ 란, 얼굴 완전 빨개~"
"읏! 모, 모카도 빨갛잖아!"
"헤헤~그런가아~에헤헤~"
빨개진 볼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모카는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 실없이 웃으며 란의 품에 안긴다.
"...모카? 저기, 방금 그, 그 키스는."
"응~ 대답, 이려나~?"
란이 숨을 들이켠다.
"그, 그 말은..."
"초 미소녀 모카 짱과 사귀게 되었으니 감사히 여기라구~"
"모카..."
모카가, 사귀어 주겠다고 했다.
내 마음에 응해줬다.
그 사실을 머릿속에서 받아들임과 동시에 란의 마음도 행복으로 가득찬다.
기쁨에 겨워 미소지으며 품에 안겨있는 모카를 세게 끌어안는다.
"좋아해. 모카."
"...나도, 좋아해. 란."
"응, 기뻐."
"...좋아해. 좋아해. 란. 정말 좋아해..."
"응. 고마워."
"좋아, 해. 흑, 흐윽. 좋아해...."
억누르고, 참아 왔던 마음의 둑이 터진 것처럼. 모카는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란에게 고백했다.
란은 그런 모카를 품에 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대답해 주었다.
붉은 노을이 지고 밤하늘에 별이 수놓을 때까지. 두 소녀는 그렇게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 저건 뭐야?"
시간이 흐르고, 모카가 조금 진정한 후. 옥상에서 내려가려던 모카가 바닥에 놓인 무언가를 발견한다.
"아, 저거...깜빡했네."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란이 바닥에 놓인 그 물체-꽃다발을 집어든다.
"원래 고백하면서 주려고 했는데...뭐 어때."
이제 와서 새삼 부끄러운지, 란의 볼이 붉어지며 시선이 슬쩍 모카를 피한다.
"그, 너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해서. 여기."
자신에게 건네진, 난초꽃 한 다발을 본 모카의 입술이 저절로 미소를 그린다.
"...응."
"좋아해."
아아아ㅏ앙낭앙ㅇㅇㅇ아ㅏ ㅡㄷ드디어 고백이다아아아ㅏ앙아ㅏㅇㅇ아아ㅏㅇ아ㅏㅏ
내가 이 장면 쓰려고 거의 1년 동안 똥글을 써왔다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뻥이고 사실 너무 기분좋음ㅎㅎㅎㅎㅎ아 너무좋아
사실 후일담 한 편도 쓰고 완결내려고 했는데 그건 그냥 나중에 외전으로 써올게. 한 12월쯤...수능 끝나면...
나름 내 지금까지 백생을 함께한 글인지라 끝내려니 기분이 묘하네. 처음에 히나사요 센티넬버스 쓸 때만 해도 뱅드림도 리즈토리도 야가키미도 '그 귤'도 하나도 모르는 백합뉴비였는데 지금은 고닉까지 파고 갤질을 하고 있네... 솔직히 쓰면서 이딴 똥글을 누가 보나 나라도 안보겠네 싶어서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실제로 거의 때려치고 한 달 동안 안올린 적도 많았고) 그때마다 완결은 내야지 싶어서 다시 돌아옴. 그리고 완결을 냈습니다! 와!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작년 11월부터 거의 1년동안 꾸준글 수준으로 올라온 똥글에 댓글 달아주고 매번 개추 달아준 백붕이들 정말 진짜 너무 고마워. 올리고 나서 댓글 하나 둘 달린 거 보는 게 정말 큰 힘이 된 거 같아.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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