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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백붕이에게 미래의 딸이 찾아오는 이야기(10)

NopiGo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28 22:49:36
조회 337 추천 13 댓글 4
														

★10화 달성★

끈기라고는 1도 없는 작가인데 이렇게 10화까지 글을 쓴 건 역시 댓글들 덕분 ㅠ

원래는 2일 주기로 쓰려고 했는데 늦어버렸습니다... 흑흑

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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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근한 침대 위에 엄마와 나란히 함께 눕는다.


 엄마의 얼굴이 바로 옆에서 보였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이제야 나는 그 얼굴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었다.


 더 이상 저항 못하도록 등 뒤로 묶은 두 손과 두 발.


 소리를 지르면 조금 곤란하니까 물려둔 재갈.


 엄마는 그런 모습을 하고도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나는 엄마 쪽을 향해 슬쩍 손을 뻗어 엄마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엄마, 나도 처음에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꿈꿨어.”


 나는 윤아와 약속했었다.


 누구의 희생도 없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고 돌아오겠다고.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진정한 해피엔딩을 보고야 말겠다고.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또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더라고.”


 첫 번째 루프에서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엄마가 제대로 인연을 만들면 나라는 존재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분명 어딘가에는 나라는 존재와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나 행복한 엄마가 공존하는 미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자그마한 희망을 품었다.


 열 번째 루프에서는 종일 우느라 엄마를 만나는 것조차 실패했다.


 엄마가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난다는 제 1 조건조차 달성하지 못 하는 게 분했다.


 꿈을 꾸면 자꾸만 가연 씨가 생명을 잃는 모습이 나를 괴롭혔다.


 삼십 번째 루프에서는 자그맣게 계획을 수정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엄마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아.


 나를 희생해서 엄마를 구한다면 그건 또 나름대로 해피엔딩이잖아?


 하지만 여전히 해피엔딩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


 칠십 번째 루프에 도달하고 나서는 자해를 시작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을 정도로 나는 심하게 자해를 했다.


 몸에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런 잔혹한 결말을 보는 것보다 내 몸에 흐르는 피를 보는 게 차라리 행복했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도 내 몸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자해를 멈출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백 번째 루프에서는 조금 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혜연 씨를 죽이려고 했다.


 엄마의 불행의 근원이 된 사람.

 

 그 비극의 씨앗을 잘라버리기 위해 극단적인 결심을 했다.


 하지만 50번의 시도가 전부로 실패로 돌아가고 난 이후로 포기해버렸다.


 과거는 어떤 형식으로든 전혀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놈의 빌어먹을 과학 이론이 나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온몸의 수분이 말라간다고 느낄 정도로 엉엉 울었던 기억.


 버틸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몇 번이고 자해를 했던 기억.


 엄마와 매번 똑같은 대화를 하면서도 자그마한 희망을 품었던 기억.


 찢어질 듯 가슴이 아파 며칠 동안을 정신을 잃었던 기억.


 그런 단편적인 기억들이 엉망이 되어 머릿속에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 어떤 엔딩에도 나는 도달할 수 없었어.”


 이제는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눈물과 함께 감정이 메말라버려서 어떤 잔혹한 광경을 봐도 크게 놀라지 않게 되었다.


 “몇 백 번을 똑같은 장면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엔딩의 분기점조차 도달할 수 없었던 거야.”


 엄마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며 말했다.


 “엄마는 울면 안 돼.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데.”


 내 이야기가 슬퍼서 우는 걸까?


 아니면 나의 행동이 무서워서 우는 걸까?


 아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대로 누워있는 엄마의 위쪽으로 올라탔다.


 “엄마가 우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지.


 “웃어줘. 엄마.”


 감정이 메말라버린 나에게 제대로 된 웃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웃을 테니까.


 그러니까 엄마도 웃어줘.


 “앞으로는 기분 좋은 일 밖에는 없을 테니까.”


 나는 엄마에게 올라탄 채로 몸을 숙여 그대로 엄마와 몸을 밀착한다.


 가벼운 입맞춤.


 엄마는 여전히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었다.


 괜찮아, 엄마.


 이런 건 나도 처음이지만, 상냥하게 할 테니까.


 엄마의 잠옷 상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보드랍고 새하얀 살결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으..읍읍.......”


 엄마는 작게 신음소리를 흘리며 질끈 눈을 감았다.


 “아아, 엄마 정말 예뻐.”


 앞으로 몇 번이고 지금의 시간을 반복하겠지.


 앞으로 몇 번이고 엄마의 처음을 함께하겠지.

 

 내가 찾은 해피엔딩 안에서.


 이렇게 영원히.


 엄마, 엄마.


 지금은 처음이라 조금 미숙하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익숙해질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만 양해해줘.


 이 영원 속에서 우리 함께 행복해지자.


 평소보다는 조금 집착이 심할 지도 모르지만.


 “엄마, 나의 사랑하는 엄마.” 


 나는 최대한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나라도 사랑해줄 거지?”





 



 라고는 말해봤는데.


 엄마의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엄마의 얼굴이 새빨갛다.


 그리고 뭔가 몸을 가리고 싶은 것처럼 몸을 버둥대고 있다.


 그야 내가 반쯤 벗겨 놨으니까 부끄러울 법도 한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이런 표정이 아니었는데. 

 

 “집착하는 건 아주 그냥 빼다 박았네. 누가 모녀 아니랄까봐.”


 무지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는 입에 천을 물고 있어서 말을 못 한다.


 일단 내가 말한 것도 아니다.

 

 천천히, 엄청나게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익숙한 교복, 익숙한 코코아 빛깔 머리카락.


 “우리 백합 씨? 오랜만이네?”

 

 “아... 아아!? 뭐야 윤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윤아다.

 

 벌써 오랜 기간을 보지 못 했던 윤아가 여기 있다.


 윤아를 가장 먼저 보면서 든 감정은 역시 반가움이었........

 

 “뭘까? 지금 이 상황은? 여자 친구 약속은 약속도 아니라는 건가?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도망가고 싶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그... 그게 말이지........”


 “바람피우는 건가?”


 “아닙니다!”


 폴짝 뛰어올라 옆자리에 정좌.


 나는 한 쪽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런데 우리 아직 사귀는 거 아니지 않........”


 “내가 돌아와서 나한테 고백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


 “안 돌아오려고 했던 거지?”


 윤아의 눈빛이 따갑다.


 “이게 네가 보고 싶었던 해피엔딩이었던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변명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겠지.


 몇 백 번이나 시도했다고,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너무나도 외로웠다고, 이제는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그렇게 울면서 내가 겪었던 비극들을 풀어놓으면 분명 내 결정에 대한 합리화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합리화일 뿐이다.


 나는 윤아와 약속했다.


 반드시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고 돌아오겠다고.


 다시 돌아와 제대로 너에게 고백을 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다.


 영원히 이 시간을 반복하며 내가 만든 행복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으려고 했다.


 그래, 결정적으로 내가 만든 해피엔딩에는 윤아가 빠져있었다.


 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윤아의 감정이 빠져있었다.


 “미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사과 받으려고 온 거 아니야.”


 윤아는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팔목을 콱 움켜쥐었다.


 “손 이리 내.”


 “시... 싫어........”


 나는 윤아에게 저항하려고 했지만 윤아는 내 손을 가볍게 잡아당겨 그대로 내 옷소매를 걷어붙였다.


 들키고 싶지 않았던 자해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피부 위로 드러났다.


 윤아는 처음에는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역시.”


 윤아는 가볍게 상처 입은 나의 피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윤아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었고, 화를 주체하지 못 한 것처럼 숨을 거칠게 내뱉고 있었다.


 그런 윤아를 보면서 내가 할 말은 역시 미안하다는 한 마디였다.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윤아의 눈물을 보자 나도 계속 눈물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들을 알아주었다는 기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미래의 나를 알아봐주는 윤아를 만났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나는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태껏 흘려왔던 절망과 슬픔의 눈물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눈물.


 드러나지 않도록 참고 있었던 약한 자신이 흘리는 애틋한 울음이었다.

 

 “으... 으아앙......! 흑.... 흑.......”


 “괜찮아... 이제까지 정말 열심히 했잖아. 응. 응. 괜찮아.......”


 윤아는 눈물을 흘리는 나를 살며시 껴안았다.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손길이 무척이나 다정했다.


 “내가 왔어.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어린 아이처럼 윤아의 품에 안겨 한동안을 울고 있었다.


 윤아는 그런 나를 한참을 다독여주고선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유쾌하고, 신나는 일발역전 시간이야.”

 

 “일발.... 역전?”


 “그래, 이 언니만 믿으라고.”


 윤아는 그렇게 말하고선 당당하게 어깨를 피더니 고개를 살짝 돌리고선 소리쳤다.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멋진 목소리로.


 내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


 “어머님! 어머님 딸을 저에게 주십시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선 반쯤 벗겨진 채로 손과 발이 묶인 채 꿈틀꿈틀 도망가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아.”


 우리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미안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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