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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 1앱에서 작성

관동지방(111.239) 2019.10.29 03:27:35
조회 380 추천 17 댓글 6
														


[미안]
2년을 넘게 쓰면서 손에 익은 스마트폰 화면을 빠르고 짧게 두드렸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사용중인 앱을 전부 종료시켰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앉아있던 쇼파의 한 쪽으로 가볍게 던졌다. 쇼파의 움푹한 부분에서 멈춘 스마트폰의 화면이 빛나면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조금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시선을 정면의 tv로 돌렸다.

"바람 기질이 또 시작 됐구나"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 화면이 빛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아차..' 최대한 자연스럽게 몸을 뒤로 돌리면서 한 손으로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을 집었다.
"왔어? 해외여행 갔다 왔다더니 얼굴이 확 폈네. 어디 갔었댔지?"
"영국하고 파리. 말 돌릴 생각은 마. 이번에는 누구야?"
갓 배식받은 식판을 들고 있던 정수연은 내 옆을 지나 앞자리에 식판을 내려놓고는 그대로 앉았다.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가볍게 건드렸다.
세상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기.."
"네?"
대답을 하며,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자 최근들어 서류를 전달하러 자주 들리는 영업 2과에서 가끔식 마주쳤던 얼굴이 있었다. 분명.. '이 대리' 라고 했던가.
"어머, 이 대리님 이시죠? 영업 2과에"
"아, 네. 기억 해 주셨네요."
평균 나이대 40중후반 아저씨들의 소굴인 영업 2과였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이 대리는 분명 30대 중후반 정도일텐데, 순한 인상에 피부가 좋아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어려보였다.
"그럼요~ 식사는 끝내신거세요?1ㅂ000"
"네.. 그..식사 중에 죄송해요. 묻고 싶은게 있어서."
"저번 안건에 관한 거라면 메일로 보내드릴까요? 내부 메신저에 제 이름 치시면...아, 제 이름은"
"아, 아뇨. 저.. 다름이 아니라"
명함을 꺼내려고 옆자리에 둔 가방읃 집으려고 하자, 이 대리가 손을 저으며 막았다. 업무에 관한게 아니라면 무슨 용건일까, 생각을 하면서 살짝 옆을 보니 정수연이 무표정하게 밥을 먹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시선을 이 대리에게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이 대리를 보자. 지금까지 이 대리와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돌리곤 일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또 '그거'였구나.
최대한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가방에서 명함을 꺼냈다.
"연락처가 적힌 명함이에요. 괜찮으시면 이쪽으로 연락 주시겠어요?"

"너 그거 병이야."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와 복도를 걷는 중, 등 뒤에서 정수연이 말했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 어느정도 익숙 해 졌다고 생각 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는 멀쩡해."
고개를 돌리지 않고,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높고 화창했다. 어느덧, 가을이다. 아직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가을 바람에 맞춰 가볍게 가지를 흔들고 잇었다.


-

"수연 선배. 유럽 여행 어떠셨어요? 너무 부러워요~"
"정수연, 기념 선물은 없어?"
"주말껴서 6박 으로 다녀오신거였죠? 5일 다 유급 쓰신 거에요?"
예상대로 출근 하자마자, 후배들과 동기들이 몰려들었다. 질문에 적당히 대답을 하면서, 준비 해 온 기념 선물을 꺼냈다. 영국에서는 티백을 몇 종류, 파리에서는 수제 과자를  몇 박스 사 왔다. 맡고 있던 안건이 끝난 직후라고는 해도 5일이나 되는 휴가로 팀에 민폐를 끼쳤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처사였다.
"일주일 동안 별 일 없었지?"
기념 선물에 정신이 팔린 후배들과 동기들을 보면서 물었다.
"네. 리턴된 건도 얼마 없었고, 다 저희 선에서 해결 가능한 부분이었어서 문제 없었어요."
"일 말고 다른 소동은 있었지만요."
"아, 화요일에 그거?"
"그건 대박이었지"
소동?
"그러고보니 수연 선배. 홍보부에 선은채, 라는 분 이랑 친하셨죠?"
"선..걔가 왜?"
 일주일 동안, 생각만 해도 숨이 멎을 것 같았던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려고 하자, 다시 또 숨이 막혔다. 나는 또 다시 의미 없는 짓을 하고 말았던 것일까.
"그 선은채 라고 하시는 분, ,애인 같은 사람이 회사 로비에서 난리를 피웠거든요."
전 애인..? 그건 말도 안 된다.
"'은채야,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줘' 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난리를... 막장 드라마 보는 것 같았다니까요."
"근데 더 더욱 대박인건"
"그 소동을 일으킨 사람이 여자 였다는 거에요."

한바탕 수다를 떨고, 선배와 상사에게 따로 포장한 기념 선물을 건내며 인사를 드리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후배들에게 들었던 얘기는 '진상'을 따로 밝힐 필요도 없이 나는 바로 모든 걸 이해 했다.
딱히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슬프지도 않았다.
"바람 기질이 또 시작 됐구나"
라고 생각도 잠시. 빛나고 있는 녀석의 스마트폰 화면에 적혀진 발신자 이름이 [.] 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울컥해서 비아냥 거리고 말았다.
이럴려고 다녀 온 여행이 아니었는데.

선은채는 부서는 달랐지만, 입사 동기로 같이 교육을 받으면서 친해졌다. 외모도 호감형 이었지만, 무엇보다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 했다.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 처럼, 서로가 너무나 잘 맞았고, 그래서 함께 하는게 부담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위화감을 느꼈다.
나는 선은채 밖에 없었지만, 선은채는 아니었다. 선은채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람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선은채는 나와 맞는게 아니라, 나에게 맞춰 주고 있었던 것 이었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랬다.

"은채야, 제발!"
1층 관리실에 소포를 받으러 내려왔다가, 로비가 웅성거리길래 봤더니 후배에게 들은 그 소동의 주인공이 있었다. 저번 주에도 같은 일이 있었던지라 경비원들이 재빠르게 소동의 주인공을 제압하고 있었다. 로비 밖으로 끌려가다시피 나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모여든 인파 속에서 선은채가 보였다.
"선은채"
"..정수연"
선은채의 옆으로 다가가자, 선은채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내 쪽을 바라봤다. 소동의 주인공이 사라지니, 모여있던 사람들도 점차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방금 소동피우던 사람, 아는 사람이야?"
"응. 알게된지 얼마 안 된 사람인데, 당황스럽네."
내 질문에 선은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혹시, 애인?"
"뭐? 아냐. 애인이 생겼으면 너한테 바로 얘기했겠지."
상대가 동성이라는건 딱히 신경도 안 쓰이는 모양이었다. 선은채는 항상 그럤다.
"그래? 아무튼 회사까지 와서 소동이라니..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생 좀 하겠어"
"그러게, 정말 귀찮게 됐어"
선은채는 드물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나의 숨을 조여왔다.
"...나도 귀찮다고 생각했어?"
한 달 전, 선은채에게 받은 답문을 떠올리며 물었다.




-
자다 깨버려서 심심해서 썼는데 졸리니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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