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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스미의 단명을 막기 위한 모임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2 0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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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창고에 포핀파티의 멤버들이 모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다른 날과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우리 집 창고에 모이는 이유는 연습을 위해서였지만 여기 모인 지금은 아무도 악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데다가 카스미는 아예 자리에조차 없었다.


나 역시 대충 문자로 카스미에 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게 있다고 전해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반쯤 장난이라고는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그런 내 상상을 가볍게 박살내기라도 하듯 그들의 표정은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는 카스미의 여동생마저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지 않은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뭔가 그래도 마실게 필요하다는 핑계로 그 압박감 넘치는 분이기에서 빠져나와서 음료수를 내 몫까지 다섯 잔 따르는 와중에도 머리속은 카스미 걱정만 가득이었다. 


도대체 무슨 진지한 이야기를 하길래 그러는걸까.


심지어 여동생마저도 저런 표정을 짓는거면 진짜로 심각한 이야기인걸까?


분위기로 보건데 설마 카스미 녀석, 시한부 판정을...


고개를 저었다. 이런 때에 아무리 불안한 쪽으로 망상이 증폭한다고는 해도 방금거는 너무 막 나가는 상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카스미다. 시한부나 죽는다는 이야기와는 가장 거리가 먼 활기차고 밝은 아이였다. 오늘 낮에 학교에서 봤을 때 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손을 흔들어주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뭘까...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음료수를 쟁반에 담아서 곧장 창고로 내려가자 어느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건지 책상 위에 여러 종이가 널부러져 있었다.


"아리사, 왔어?"


평소랑은 다르게 착 가라앉은 사아야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우울감마저 느껴졌다. 아, 응...내가 말끝을 흐리면서 음료수를 모두의 앞에 나눠준 다음 비어있는 리미의 옆자리에 앉자 그것이 신호였는지 카스미의 여동생이 곧장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 언니...우리 언니 어떻게 해요..."


갑작스러운 울음에 깜짝 놀라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곧장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나만 당황한걸까? 눈물을 닦아주는 사이에 사아야도 리미도, 심지어는 오타에 마저도 살짝 눈물을 훔쳤다.


"카스미랑 관련된 이야기가 그렇게 심각한거야?"


내가 누구한테라고 할 것도 없이 급하게 묻자 그러고보니까 아리사는 이야기를 아직 안들었구나, 하더니 사아야가 손을 들었다.


"내가 말할께...그러니까 아리사."


내 이름을 나즈막히 부르더니 살짝 눈물을 훔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카스미, 졸업하면 죽을지도 몰라."


곧장 폭탄을 터트렸다.


5초 정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내 그 사실을 뇌에서 받아들이자마자, 내 입에서도 네 사람과 비슷한, 비명과도 같은 절규가 울려퍼졌다.


*


장난치는걸까?


처음에 든 생각은 그거였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아야다, 거기다가 카스미의 여동생 마저도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장난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로 카스미 녀석 시한부를 선고받은걸까? 아까 자신이 한 최악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서 나타난걸까?


"...진짜?"


무수한 말이 머리속에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지만 결국 나오는 말은 그 한마디밖에 없었다. 진짜, 오타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내들었다.


"아리사, 천재는 단명한다는 말 알아?"


"알고있긴 하다만..."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다면서 오타에가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그것을 양 손으로 받았다...아니, 자세히 보니 종이가 아니였다. 카스미의 사진이였다. 2학년 올라오고 난 봄에 찍은듯 휘날리는 벚꽃에 둘러쌓인 카스미의 모습은 진짜로 세상 무엇보다도 예뻐서...


"이거 가져도 돼?"


"응...응? 아리사?"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금방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오타에가 승낙도 해줬겠다, 망설이지 않고 곧장 사진을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품 안에 넣었다. 에헤헤, 신난다. 예쁜 카스미 사진 얻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고개를 뱅뱅 저었다. 그래, 이럴 때가 아니였다. 지금 중요한건 카스미의 시한부 인생. 졸업하면 죽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내가 어서 설명을 요구해달라는 표정을 짓자 리미가 옆에서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카스미 짱은 천재니까...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대로 계속 밴드를 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거지."


타에가 말을 꺼내고, 리미가 운을 때고, 사아야가 끝을 맺은 대화였지만 전혀 머리속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카스미가 천재인건 맞았다. 그런데 그게 이대로 밴드를 하면 죽는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자기들의 이야기가 너무 빨랐다면서 사과를 했다. 사실 이야기하는 것 조차 괴로워보여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보이니 이야기가 짤막하게 이어지는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건 아니였다. 아마 입에 담는것도 괴로운 심정이겠지.


그나마 제일 침착해보이는 사아야가 다시 설명해주겠다면서 위에서부터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천재는 단명한다, 그리고 카스미는 천재다.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천재적인 작곡가 카스미는 겉은 활기차보여도 속은 남들보다 수 배는 여리다...


그런 카스미가 계속 음악을 하다가 어쩌다가 벽에 막히기라도 한다면?


무수한 천재들이 그랬던 것 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이라고 장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얌마."


이야기를 다 들은 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슨 진지한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기대한 내가 바보같았다. 오타에는 그렇다 치고 리미나 사아야, 심지어는 여동생마저도 이런 이야기를 믿다니...


하지만 네 사람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기에 방금 전 이야기를 천천히 곱씹어보자 사실 그렇게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수 배는 여리다는것은 곧, 한 번 실수로 좌절이라도 하게 된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은 즉슨 사아야의 말대로 카스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생각하니 등이 오싹해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허황된 말로 취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장난 아니잖냐..."


"응, 그래서 지금 카스미가 어떻게 밴드를 그만두게 할 지 생각하고 있어."


"그만두게 한다니, 얌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스미는 우리를, 포핀파티를 굉장히 소중하게 여겼다. 아무리 카스미의 목숨이 달려있다고는 해도 밴드를 해체하자고 하면 죽는 것 보다도 우리랑 헤어지는게 더 싫다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외칠 아이였다. 


그런 아이한테 해체라.


"이미 좋은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건, 새언니밖에 못하는 일이에요."


내 걱정을 이미 읽은걸까, 카스미의 여동생이 그렇게 말하더니 내 양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방금 전과는 다르게 눈빛에 비장함 마저 맴돌았다.


살짝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


이상이 정확히 반년 전에 있던 일이였다.


그리고 그 말들이 전부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반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음, 장하다 나.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어지지 못하는 나랑 카스미가 답답한 나머지 셋이서 짜고 연기를 했단다. 심지어 우리 셋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카스미의 여동생 마저도 포섭해서 끌여들였다고. 의외로 내가 순진하게 너무 잘 믿어서 되려 자기들이 당황했다고 했다.


모든 진실을 알게된 나는 화가 나다못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소리 하려고 했었지만 카스미의 뱃속의 아이가 걱정이 되었기에 결국 소리지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갓다. 물론 나중에 따로 불러내서 한소리 하기는 했지만.


그랬다. 그들이 나에게 내놓은 해결책, 우리들의 사이도 멀어지지 않고 밴드도 해산하며, 동시에 카스미의 수명도 연장시키는 방법-


임신이었다.


카스미가 내 아이를 임신하면 자연스럽게 밴드활동을 못해서 해산하지 않겠냐는 것 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여자끼리 가능하냐는 내 말에 준비한듯이 리미가 츠루마키 가에서 개발한 여자끼리도 임신이 가능한 약이라고 나한테 내밀어줬던 것 부터가 수상했다. 어떻게 알고 그런걸 준비한걸까? 그 때 부터 이미 계획된거란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리미랑 친한 오쿠사와 씨의 아내의 츠루마키 씨한테 조금 받았다고 했다. 응, 역시 인맥이 최고야.


하지만 그 때는 사랑하는 카스미를 살리기위해서 여념이 없었다. 곧장 그것을 받아들고, 카스미에게 다가가서 평소의 부끄러운 성격은 전부 내다버리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까지 외친 다음 곧장 첫날밤-


츠루마키 가에서 만든 약의 성능은 대단했다. 첫날밤이 곧 우리 연인으로써의 마지막 첫날밤이 되었고, 다음날부터는 곧장 신혼으로서의 첫날밤이 되었으니.


그렇게 됨으로써 포핀파티는 자연스럽게 해산...물론 사이가 멀어진건 아니라서 다른 친구들도 종종 임신중인 카스미를 도와주러 왔지만.


"아리사아~"


생각에 잠겨있자니 옆에서 사랑스러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곧장 미소를 띈 채 고개를 돌리자 한 눈에 보기에도 부른 배를 카스미가 매만지면서 의자에 앉은 채 손을 흔들어주었다.


"에헤헤, 사랑해애~"


"몸조리나 잘해...나도."


뒷말은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기는 햇지만 카스미는 전부 들은듯 활짝 미소를 짓더니 곧장 내 품에 달려들려는 것을 내가 아기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말린 뒤, 내가 다다가서 그녀를 꼭 껴안아주었다.


물론 처음에는 장난이었고 조금 심한 거짓말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국 결과는 좋으니까 다행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스미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그녀가 망설이지 않고 양 팔을 벌려서 내 목에 둘렀다.


*


간만에 정신줄놓고 저승회로


카스미가 단명한데! -> 왜? -> 천재는 단명하니까! -> 그럼 음악을 그만두게 하자! -> 아리사가 카스미를 임신시키켜서 그만두게 하는건 어때?


의 저승 5연타.


재미는 평소 이상으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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