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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무도 안 써서 직접 써온 판타지 백합

ㅇㅇ(175.223) 2019.11.03 18:05:56
조회 3025 추천 36 댓글 8
														

그거 하기 전에 프롤로그 기니까 알아서 스킵하던지...


 데리아는 아침을 알리는 나팔 소리에 눈을 떴다. 비취의 성에서는 아침을 나팔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하녀들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경비병들은 단단히 잠긴 자물쇠를 풀고, 근위대는 모포를 고이 접는다. 데리아는 깃털 베개에 얼굴을 묻고 그 광경을 상상했다. 두 번째 소절이 끝나면 이 모든 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아궁이에는 빵 반죽이 올라가고, 열쇠는 경비병에게서 수문장에게로 올라간다. 근위대는 비취 성을 따라 달린다. 아침잠이 적은 자는 나팔 소리에 맞추어 군가를 부르곤 했다.

 데리아에게도 할 일이 있었다. 데리아가 화장대에 앉자 하녀들이 달라붙어 머리카락과 얼굴에 화장수를 바르고 몸 곳곳을 닦아냈다. 화장수에서는 옅은 라벤더 향이 났다. 그 사이 그들은 붉은 분에 기름을 섞은 후 붓에 묻혔다. 붉은 입술, 혈색 도는 뺨, 윤기 나는 머리카락, 반들반들한 피부. 모두 사람을 미치게 하는 강렬한 색이었다.

 그 사이 하녀들은 빵을 썰어 올리고 각종 허브들과 치즈를 얹었다. 열쇠는 수문장에게서 다시 경비대장으로, 다시 근위대 부장에게로 옮겨왔다. 나팔 연주가 끝나자 마침내 데리아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밤 사이에 문제는 없었나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근위대 부장은 공손히 문을 열었다. 화장을 마친 데리아의 얼굴에 아침햇살이 비치자, 은근한 윤기가 감돌았다. 데리아는 입꼬리에 미소를 걸었다.

 “고생했어요.”

 마지막으로, 데리아는 왕관을 손에 들었다. 미려하게 세공된 보석들이 왕관에 박힌 채 빛을 발했다.

 “여왕님의 은덕입니다.”

 데리아는 미소로 화답했다. 데리아는 아침에 일어나면 미소를 짓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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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리아는 자색 비취가 박힌 왕홀을 손에 쥐었다. 왕홀을 휘두르면 보고서와 관료들이 제멋대로 춤추었다. 그들은 언제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세금 계산서와 예산 집행서와 건설 계약서는 끝이 없었다. 하지만 데리아에게는 왕홀이 있었고, 입가에 걸 여유로운 미소가 있었다. 데리아는 그들을 자기가 원하는 순서대로 배치하고, 목적에 맞추어 처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 데리아에게 찾아온 건 행정관이 아니었다. 검은 로브를 입은 여자가 말을 몰아 왕궁으로 달려온 것이다. 손에는 사슬에 매인 자색 비취를 들고 있었다. 데리아의 앞까지 온 여자가 말하기 위해 숨을 들이쉬자 옷 아래로 감춘 근육들이 맥동하는 게 보였다. 여자는 입을 열었다.

 “저는 리시테아 공주 저하의 명을 받아 왔습니다.”

 “그 아이에게 그 비취를 들려 주었지. 아직 무사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군.”

 여자는 데리아의 말을 듣고서야 옅게 웃었다.

 “공주 저하께서 오늘 중으로 왕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데리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인내심 없는 경비병들은 데리아의 밝은 웃음을, 그 새빨간 입술을 보기 위해 눈길을 힐끔힐끔 던졌다. 데리아는 그들을 힐난하지 않았다. 그저, 말을 이었을 뿐이다.

 “그대의 노고가 크다. 리시테아의 수행원들에게 상여금을 지불하도록 하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럼 가도 좋다. 너의 말이 지쳤을 텐데, 말을 내어 줄까?”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검은 로브를 두른 여자는 짧게 절하고 일어서 나섰다. 데리아의 미소를 엿보던 경비병을 째려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이어 왕국기를 든 전령들이 마굿간으로 달려들었고, 온 국가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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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리아는 광장에서 리시테아를 맞기로 했다. 왕은 왕궁에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데리아는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를 숨길 필요도 없었다.

 위협은 없었다. 시민들은 이미 공주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여왕과 공주를 보고 싶어했다. 붉은 분과 라벤더 향 화장수는 포석이 깔리지 않은 거리에서는 일생 보기도 힘든 존재였다. 자색 비취의 왕홀도, 반짝이는 왕관도, 프릴과 레이스가 풍성한 근사한 예복도.

 데리아는 연단 위에 섰다. 근위대는 그 옆에, 그 옆으로 귀족들이 서고 시민들은 성문에서부터 데리아가 선 연단에 이르는 대로 곳곳에 섰다.

 마침내 검은 말을 탄 기사가 대로를 달렸다. 기사가 말을 멈추자 데리아를 닮은 갈색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리시테아 공주였다.

 데리아는 연단 앞으로 내려섰다. 나팔수가 나팔을 울리자 환호와 폭죽 소리가 울렸다. 리시테아는 말에서 내려 데리아의 앞에 섰다. 데리아는 잠시 침을 삼켰다. 어린 리시테아에게는 장하다는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다. 그 말을 해 줘야 할까? 아니면 돌아온 걸 축하해 줘야 할까? 발은 이미 연단을 내려가고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데리아는 리시테아와 눈을 마주쳤다. 데리아가 기억하는 리시테아보다 훨씬 깊은 눈이었다. 데리아는 그제야 할 말을 정했다. 하지만, 데리아는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데리아의 입에 리시테아의 입술이 얽혀들었다. 나팔 음이탈이 광장에도, 데리아의 머릿속에서도 일었다. 데리아는 얼굴을 뒤로 뺐지만, 허리에는 리시테아의 손이 감겨 있었다.

 리시테아의 입술에는 붉은 분이 묻어 있었다. 리시테아는 곧이어, 데리아의 목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리시테아?”

 “, 어머니.”

 리시테아의 손은 데리아의 드레스 옷깃을 잡아 서서히 잡아당겼다. 데리아의 새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리시테아는 쿡쿡 웃고는, 데리아의 목덜미에 입을 대고 말했다.

 “입맞춤은 오랜만이신가요?”

 “그런 뜻이......”

 리시테아는 단숨에 데리아의 드레스를 찢어냈다. 데리아의 하얀 살결이, 유려한 쇄골과 풍만한 가슴이 드러났다. 데리아가 두 손으로 몸을 감싸는 사이 리시테아는 말했다.

 “나팔수가 연주하는 걸 잊었군.”

 데리아는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데리아의 얼굴과, 드러난 양 젖가슴으로 시선이 날아들었다. 데리아는 다리에 힘을 주어 리시테아를 밀어내려 했다. 리시테아는 데리아를 잡은 팔을 풀었고, 그러자 데리아는 치맛단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공주님! 그만하십시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근위대 대장이 리시테아에게 외쳤다. 리시테아는 그를 흘긋 보고는, 단숨에 검을 뽑아 그 가슴에 박았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 데리아의 드레스를 붉게 물들였다.

 “리시테아!”

 데리아가 외치자 리시테아는 데리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데리아가 짓곤 했던 것보다 훨씬 냉혹한 미소였다. 근위대는 검을 뽑아 리시테아를 포위했다. 리시테아는 그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리시테아의 흥미는 데리아였다. 데리아의 치맛단을 무릎으로 누르며 데리아 위에 앉은 뒤, 데리아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건가요?”

 데리아는 어느덧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귀족과 시민들의 시선, 근위대장의 피, 눈 앞의 리시테아. 그 모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데리아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런 거는, 이상......”

 데리아는 말을 끝맸지 못했다. 리시테아가 데리아의 젖꼭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 곳에서부터, 찌르는 듯한 감각이 온 몸으로 퍼졌다.

 “좋은 표정이에요.”

 리시테아는 데리아에게 입을 맞추고, 다시 가슴에서부터 손을 옮겼다. 데리아는 리시테아가 손을 어디로 향하려 하는지 알았다.

 “, 하지 마, 리시테아, 부탁이야, 하지......”

 데리아는 손으로 가슴을 감추지도, 리시테아를 막지도 못했다. 그저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을 뿐이다. 그 사이 리시테아의 손은 원하던 곳으로 향했다.

 “, 흐끅! , 시테, , ...... ......”

 데리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리시테아는 데리아의 간청에도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데리아의 울음소리가 열 섞인 한숨과 섞이도록. 비취의 나라, 광장에 모인 이들이 모두 그 소리를 듣도록.

 마침내 데리아가 늘어져 버리자 리시테아는 데리아의 손에서 왕홀을, 머리로부터는 왕관을 들었다. 리시테아는 말했다.

 “어머니를 방에 모셔다 드리도록.”

 데리아는 리시테아가 근위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떻게 하녀들이 말을 듣도록 만들었는지도, 이 때, 데리아는 그저 온 몸에 리시테아의 손자국이 남은 채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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