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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백붕이에게 미래의 딸이 찾아오는 이야기(11)

NopiGo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4 23:01:29
조회 253 추천 11 댓글 3
														

올린 지 일주일이나 지나버렸네요.

원래 짧게 짧게 스피디한 연재 속도로 쓰는 재미로 썼었는데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ㅠ

빨리 엔딩 보고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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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말이야, 로망이란 걸 가지고 있었어.


 왜 드라마에서 보면 막 그러잖아.


 ‘내 딸은 줄 수 없네! 당장 돌아가게!’

 

 이러면서 물컵에 든 물을 팍 얼굴에 뿌린다든가


 아니면 굳이 그런 드라마틱한 전개가 아니더라도


 ‘내 딸을 책임질 각오는 되어있겠지?’


 같이 근엄한 표정으로 긴장한 표정의 신부 후보에게 질문을 던진다든가


 뭐 대충 그런 거 있잖아.


 하다못해 그냥 평범하게 딸과 그 배우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정도였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엄마.”


 “흐흑... 흑흑......”


 “미안해... 이제 그만 울어.......”


 설마 그런 부끄러운 모습으로 내 딸내미 배우자가 될 사람하고 첫만남을 가지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죄송합니다........”


 이름이 분명 윤아라고 했던가.


 나는 흐르는 눈물을 슥슥 소매로 닦고선 윤아에게 다가가 어깨를 콱 움켜잡았다.


 “잊어. 잊어버려. 네가 본 모든 것들은 이 세상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거야.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휙 돌려 백합이 쪽을 바라보았다.


 백합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열심히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증거 인멸 완료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그대로 털썩 침대에 주저앉았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백합이와 처음 만난 이후로 일어난 수많은 일들.


 지금의 내가 백합이와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들.


 백합이가 나에게 차가운 표정으로 말한 것들.


 백합이가 나에게 하려고 했던 일들.


 모든 것들에 하나하나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단순히 한 마디 말로 이 모든 걸 압축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의 미래는 파란만장하다는 거네.”


 백합이를 통해 들었던 충격적인 미래.


 나는 아직까지도 그 현실을 꿈처럼 멍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연이가 사고로 죽는다.


 나와 혜연이는 아이를 가지게 되고,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혜연이는 나를 떠나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전부 잃어버린 나는 그 아이에게 강렬한 집착을 하게 되고, 그 아이는 미쳐버린 나를 구하기 위해서 미래에서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고, 몇 백 번도 넘는 루프를 했지만 바뀌는 상황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어.”


 나는 명백하게 당황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미래의 사실은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써서 제대로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야 당황하겠지. 지금의 엄마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이니까.”


 백합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이어서 말했다.


 “이런 걸 물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엄마는 그 미래가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강하게 부정했다.


 “가연이가 죽는다니. 그런 건 싫어.”


 찾아올 미래가 너무나도 암울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리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알아버린 이상 나는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 거지 같은 미래를 바꾸기 위한 작은 노력을.


 “윤아 너는 분명 알고 있는 거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윤아에게 물었다.


 윤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정해진 미래는 바꿀 수 없어요. 그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죠.”


 “그렇지만... 일발역전이라고 말한 건 분명 방법이 있다는 거잖아.”


 백합이는 정말로 간절한 표정이었다.


 “길어질 거 같지만, 잠시 들어줄래?”


 윤아는 근처에서 안 쓰는 노트 한 장을 찢어오더니 자그맣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래’ 와 ‘과거’ 라고 쓰인 글씨.


 그리고 누가 봐도 백합이처럼 보이는 캐릭터 한 명.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윤아는 백합이 캐릭터를 펜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백합이가 미래에서 과거로 온 이상, 백합이라는 존재는 확정된 미래가 되어 이 세계에 존재하게 돼. 다르게 말하면, 과거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던 간에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 거지.”


 나는 작게 의문을 표하며 물었다.


 “그러면 여전히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아니야?”


 “방법은 분명히 있어요.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사실만 바뀌지 않는 거거든요.”


 윤아는 검지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원인이 어떻든 간에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결론만 성립하면 되는 거예요.”


 윤아의 설명은 이러했다.


 백합이가 과거 사실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바뀌지 않았던 이유는 백합이가 한 행동들이 전부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에 반(反)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가연이를 구한다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혜연이를 죽인다는 행동도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열쇠는 ‘백합이가 태어난다’는 것에 대한 원인.


 원인을 바꾸는 행동으로 우리는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 1 조건이여야 했던 건 ‘엄마의 행복’이 아니라.


 ‘백합이 자신의 미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혜연 씨와 백합이 엄마가 아이를 만든다는 ‘기정사실’을 만들고, 가연 씨를 구해서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죠.”


 윤아는 상쾌한 결론을 냈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전혀 상쾌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말할까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말을 꺼냈다.


 “혜연이는 사랑하지도 않는 나를 위해 백합이라는 아이를 만들어야 하는 거네.”


 그 결론은 나에게 있어선 정말로 찝찝한 결론이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혜연이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 같은 묘한 찝찝함.


 이 결론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런 것쯤은 괜찮아. 가연 씨가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백합이는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괜찮은 걸까?”


 “괜찮다니까. 이게 가장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미래야.”


 백합이의 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백합이는 명확하게 혜연이를 싫어하고 있어.


 백합이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미래의 혜연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혜연이를 싫어할 수 없다.


 그래도 혜연이는 내 소중한 친구 중 한 명이니까.


 “조금 더 나은 결론은 없을까.”


 “없어! 그런 게 있으면 진작에 가능했을 거야!”


 백합이의 큰 소리.


 윤아는 그런 백합이를 향해 놀란 눈동자를 지었다.


 “엄마는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엄마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나는 봐주지 않는 거야?”


 백합이는 간절했다.


 간절한 만큼 나에게 강렬하게 마음을 부딪치고 있었다.


 “미래의 그 사람은 우리를 버리고 떠났어. 엄마를 아프게 한 사람이라니까? 그런 사람이 조금 희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어. 죽는 것도 아니잖아. 단지 나라는 존재를 태어나게만 만드는 건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백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사람의 행복보다 엄마의 행복을 바라란 말이야. 그런 나쁜 사람 말고 엄마를 구하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한 나를 바라보란 말이야.”


 백합이가 나에게 부딪치는 감정은 너무나도 올바른 감정이었다.


 불평하는 마음도, 나를 이해 못 하겠다는 감정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백합이 너는 혜연이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잖아.”


 “그건.......”


 “혜연이가 어떤 감정으로 나를 떠났는지는 모르고 있잖아.”


 “그런 건 몰라도 돼!”


 “그런 게 정말 백합이가 그리고 싶었던 완벽한 해피엔딩이야?”


 아니야.


 그런 건 진짜 해피엔딩이 아니야.


 내가 아는 혜연이는 그렇게 나를 떠날 아이가 아니야.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혜연이는.......


 “미래의 일 같은 건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백합이에게 감정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혜연이를 악역으로 쓸쓸하게 남겨둔다는 선택지는 싫어.”


 백합이는 내 말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뭐야... 평소에는 내가 뭐라고 말하면 찍소리도 못 하고 당해줬던 주제에.”


 백합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왜 남의 이야기가 되면 그렇게 진지해지는 거야.”


 “내 이야기가 아니니까 더더욱 진지해져야 하는 거야.”


 “이제는 됐어. 나도 지칠 대로 지쳤거든.”


 백합이는 싱긋 웃으며 나에게 척척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 어라? 백합아?”


 백합이는 순식간에 나를 제압하고선 방구석 쪽으로 나를 몰았고, 나는 저항할 틈새도 없이 벽 한 쪽에 있는 기둥에 양 팔을 묶였다.


 “으... 으윽!”


 “엄마, 이 엔딩은 분명 해피엔딩일 거야.”


 “자... 잠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잠시 동안 가만히 있어줘. 엄마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게 끝나있을 테니까.”


 백합이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재빠르게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배... 백합아?”


 윤아는 방구석에 묶인 나를 슬쩍 쳐다보고선 당황하는 눈치였다.


 “우... 우으...! 잠시 후에 돌아올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 이거 풀어주고 가!”


 그렇지만 윤아는 내 목소리를 들은 채도 안 하고 그냥 나가버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 번호 가연 씨 전화번호 맞나요?”


 잠시 후 들리는 밝은 목소리.


 [네, 맞는데요?]


 “지금 미리 선배가 집 방구석에 저항 못하도록 묶여 있어요.”


 [네...? 무슨 소리에요? 그리고 누구세요?]


 “그리고 내일까지 아무도 집에 갈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 그게 무슨?]


 “지금이라면 미리 선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꿀꺽.......)]


 “이 정도 이야기하면 무슨 뜻인지 알겠죠?”


 [.........]


 잠시 후 전화가 끊겼다.


 뭐, 이러면 엄마 발도 묶을 수 있고, 가연 씨랑 인연도 생길 테니까 이 정도만 해두면 되겠지.


 가연 씨가 소심하게는 보여도 적극적일 때는 또 엄청 적극적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에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합아! 너... 진심으로 할 생각이야?”


 “난 언제나 진심이었어.”


 “난 네 결정에 따르겠지만....... 정말로 괜찮겠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윤아.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응. 괜찮아.”


 드디어 해피엔딩이 보이기 시작했는걸.


 나는 틀리지 않았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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