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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카스미가 나쁜 거야! (카스아리)앱에서 작성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5 02:19:53
조회 848 추천 26 댓글 12
														

" 자, Circle의 여러분? 그럼 마지막 노래 들어주세요! '키즈나 뮤직'! "

 사아야의 경쾌한 드럼 소리와 함께 별 모양 스티커가 붙여진 내 키보드에서 '키즈나 뮤직' 의 전주가 흘러나온다. 스테이지의 뜨거운 열기, 관객 분들의 함성소리가 피부로 느껴진다. 으와, 덥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가락은 멋대로 키보드 위를 걸어다닌다. 이 노래의 전주는 어느새 이렇게 딴 생각을 하면서도 연주할 수 있게 됐구나, 하는 시답잖은 생각을 이어가면서 맨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카스미한테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긴다. 카스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앰프를 타고 박력 있게 서클 전체를 울리고, 내 마음까지 쿵쿵 울리고... 으, 카스미 녀석 정말 무대 위에선 평소랑 다른 사람이라니까! 랜덤 스타를 잡으면 카스미 안의 멋짐 스위치가 켜지는 걸까? 그런 스위치가 정말 있는 거라면 평소에도 좀 눌려 있었음 좋겠다. 그래도 평소의 활기차고 귀여운 카스미도 그것 나름대로... 아니,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래!

내가 그렇게 나만의 이치가야 월드에 빠져있던 사이, 어느새 노래도 마지막 후렴구만 남았다. 아, 어쨌든 이번 라이브도 대성공-! 카스미 녀석, 끝나고도 한참동안 키라키라니 도키도키니 하면서 들떠 있겠네. 너무나 익숙해진 마지막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에도 내 시선은 계속 카스미에게 꽂혀 있다. 

카스미, 땀 엄청 많이 흘렸네. 끝나고 나한테 안겨 오는거 아니야? 후후, 그럼 또 한 마디 해줘야지. 젖은 목덜미가 붉은 조명을 받아 조금 자극적으로 보이기도... 아니, 아니! 오늘 나 왜 이래! 이상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려는 순간, 카스미가 느닷없이 피겨 선수처럼 180도 휙 돌더니..

" 키즈나 뮤직-! "

눈이 마주치고, 내게로 손을 내밀면서 윙크를 한번. 땀에 젖어서 살짝 흘러내린 머리칼,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듯 물기 어린 보라색 눈동자, 이게 포피파의 인연이야 인연! 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랜덤 스타를 튕기며 내게 웃음짓는 카스미. 아, 잘생겼어.. 멋있어.. 귀여워.. 토야마 카스미 사랑해! 사진 찍어서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하고 싶어! 안는 베게처럼 꼭 껴안고 싶어! 아니, 나 진짜 뭐래!? 그것보다 계속 쳐다보고 있던거 들킨 건 아니겠지..? 순식간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진다. 으...

" 여, 여러분 오늘도 키라키라 도키도키, 정말 즐거웠어요! 지금까지 포핀 파티였어요! "

카스미가 조금 당황한 듯 갑자기 마무리용 키라도키 멘트를 한다. 에, 에엥? 아직 몇 소절 남았는데, 노래 마지막까지 안 해?? 그나저나 이 분위기 뭐야..? 모든 관객들이 나만 보고 있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나만 보고 있어! 나, 나 아무것도 안했어요! 당황해서 말도 못하고 손사래를 치며 주위를 둘러보니까 포피파 멤버들도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안돼서 어리둥절하는 사이, 카스미가 내 손을 확 잡아채고 서클 무대 뒤편으로 뛰어간다. 

" 야, 얌마 카스미! 아프다고! 이거 좀 놓고.. "

" 아리사!! 무,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키보드 소리가 멈춰서, 혹시 아리사 몸 상태가 안 좋은 건가 하고, 나 진짜로 걱정돼서... "

갑자기 와락 안겨 오더니, 거의 울먹이면서 얘기하는 카스미의 말이 내 머리를 세게 치는 것 같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아?

아아아-!!! 나 바보야!? 나, 키보드에서 계속 손 떼고 있었어!!! 

*


[쵸마마쵸마마마]: 이치가야 씨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던 걸까요..? 마지막에 연주도 멈추고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다가, 토야마 씨가 급하게 무대 뒤로 데리고 들어가던데...

[하나조노랜드토끼1호]: 혹시 둘이 싸운거 아니에요? 무대 뒤에서 막 비명소리도 들리던데...

[카스아리결혼해]: 둘이 싸울 리가 없는데 와 무슨 억측이야 진짜? 

[걸파피코2기좀]: 그걸 님이 어떻게 알아요? 본인들만 알지.

여느때 같으면 포피파 팬들의 라이브 후기라던지, 카스미의 멋있는 사진이 주르륵 올라와야 할 카페 채팅방은 그 사건으로 벌써 며칠 동안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핸드폰을 침대에 던지듯 올려 놓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연습 때조차 카스미를 의식하게 되어 버렸다. 연주하는 내내 무의식적으로 카스미에게 가려는 시선을 억지로 돌려야 한다거나, 가끔 실수로 카스미랑 눈이라도 마주치거나 하면 바로 얼굴이 빨개지고, 심하면 그때처럼 연주하는 것조차 잊어버리니까...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빨간 코끼리를 절대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누구든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어 버린다는 심리학 실험같이, 나도 분명히 그날 이후로 뭐 그런 종류의 토야마 카스미 최면이라도 걸린 걸 거야...

벌컥-

" 아리사아~ "

" 카, 카스미!? 노크라도 하고 들어오라고!! 아니, 현관 초인종 소리도 안 났는데...? "

" 에에~ 우리 사이에 무슨 노크야? 문은 아리사네 할머니가 열어주셨... 아, 아얏!! 잘못했어!! 항복!! 기권!! 아리삿!! "

참 태연하게도 말하면서 내 방 침대에 다이빙하듯 눕는 별 모양 머리를 잡아 뜯듯이 들어올렸다. 한차례 실랑이가 끝나고, 침대에 걸터앉는 카스미. 나도 그 옆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앉는데 성공했다. 으, 이젠 이런 것도 신경쓰여...

" 아리사, 내가 뭘 말하려는지 알고 있지? "

" 아, 알아... 내가 어떻게든 할 거니까. "

" 나, 아리사의 증상의 원인이 뭘지 고민해봤어. 후후, 그래서 드디어 알아냈어. 아리사가 다시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

" 아아~ 그래? 일단 들어는 줄게. 기대는 안 해. "

" 너무해!! 자, 들어봐. 아리사는 포피파 최고의 부끄럼쟁이잖아? 아리사가 나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어느새 나를 떠올리면 부끄러워지게 되었다는... "

" 무머뭐뭐, 뭐!? 너,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얏!! "

" 그치만 아리사, 지금도 나랑 눈 못 마주치고 있는걸~ "

카스미가 능글맞은 도끼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카스미와 눈을 맞추려고 하다가 또 얼굴만 빨개지고 말 것 같아, 꼼지락거리기 시작한 내 손가락으로 급하게 시선을 옮겼다. 쵸마맛, 바, 바보 아니야!? 카스미를 딱히 조, 좋아하는 게 아니야! 아니 그러니까, 정말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우, 저 바보!

" 그래서 오타에가 추천한 아리사의 부끄럼증 치료법, 이름하야 '충격 요법'-! "

" 추, 충격...? "

" 왜, 뱀이 너무너무 무서운 사람한테 갑자기 뱀 여러마리를 한꺼번에 보여줘서 의외로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거 있잖아. 아리사한테도 그렇게 토야마 카스미를 적응시키는 거지! "

오타에 녀석, 분명 재밌어 보인다고 카스미에게 이상한 걸 가르쳐 놓은게 틀림 없어. 사아야나 리미도 말리지도 않고, 이 녀석들, 분명 날 놀려 먹으려는 악의로 가득 차 있어!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일수도 없고...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이건 포핀 파티를 위해서야! 절대 사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니까... 응, 응!

" 그, 그래! 뭐든 극복해 주겠어! "

" 좋아~ 자, 토야마 카스미 적응 훈련 1단계, 시~작!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스미가 내 어깨에 양 손을 올리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 아리사, 내 눈 피하면 안 돼? "

" 아, 알고 있어... "

아, 카스미 눈 이렇게 오래 보는 거 오랜만이야. 눈이 마주치자 카스매의 눈매가 예쁘게 휘어진다. 진짜 눈웃음 최고... 생각해보면 카스미는 늘 이렇게 웃었는데, 그날 이후로 왠지 더 예뻐 보여...

" 음... 예상보다 잘하네? 그럼 바로 4단계로 넘어갑니다. "

" 에에!? "

뭐라고 항의해보기도 전에 내 등을 감싸 안더니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린다. 카스미의 숨결이 머리에 닿는게 느껴지는 거리에서, 서로 껴안은 거나 다름없는 채로... 으, 방 안이 덥게 느껴져...

" 에헤헤, 아리사 빌려온 남의 집 고양이 같아서 귀여워. 안았을 때 이렇게 얌전한 아리사는 처음이네. "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하며 나를 품에 더 꼬옥 안고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카스미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히듯 눌린다. 아, 아아아아아아... 정신 차려야 해... 노래, 우리 포피파의 노래를 생각하자! 내 마음은 초코코로네, 한 입 베어 물면 흘러 넘쳐버려. 카스미의 가슴도 초코코로네. 그러니까 한 입만...?

" 카, 카스, 미. "

" 응, 아리사? "

" 그, 너무 가까워, 서... "

" 더, 덥네. 아리사네 방.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스미가 딴 소리를 하며 스웨터의 가슴께를 살짝 들춘다. 그 사이로 살짝 보이는, 열기 때문인지 조금 붉어진 카스미의 고운 피부. 머릿속 사고회로의 퓨즈가 툭, 하고 끊어진다. 그러니까 이건, 그거지? 카스미도, 내가 딱히 싫지 않다는 거지? 그러니까 나도 조금만 더 부끄럼은 내려 놓고, 용기를 내 봐도...

카스미의 뒷목을 끌어안고 있다가, 가슴 근처로 손을 옮기려는 순간-

" 아아아아-!! 치료 조, 종료-!! 이치가야 아리사 씨 정말 훌륭합니다!! 이 카스미의 충격 요법을 견뎌냈다는 건, 앞으로 포피파의 키라키라 도키도키 키보드 연주자로서 전도유망한 인재라는 뜻! 역시 내가 멤버 하나는 잘 골랐지! 자, 잘됐다 아리사! 부끄럼증 완치! 와아-!! "

" 너, 너너너너너 뭐라는 거야!? 그, 그렇게까지 해놓고... "

" 나, 난 아무것도 안했어! 아리사가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 아하하... 자, 아리사?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푹 자고 내일 학교에서 만나자? 그, 그럼 안녀- 으왓!! "

붉어진 얼굴을 하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는 카스미를 완력으로 끌어당겨 다시 침대에 눕히고, 문 쪽으로 달려가서 문을 잠갔다. 찰칵-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지고, 10초 정도 정적. 아니, 너 미쳤어? 뒷감당 어쩌려고!? 하고 마음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평소의 상식인 이치가야 아리사 보다도, 그 금속음이 내 머리에 더 큰 소리로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제 더는 못 참아, 라고.

" 아, 아리사!? 나랑 얘기를 먼저.. 읍, "

그대로 시끄러운 카스미의 입술을 막아 버린다. 처음 해보는 서투른 키스가 이어지고, 숨이 가빠질 때쯤 입술을 뗀다. 타액이 나와 카스미의 입을 거미줄처럼 잇는다.

" 하, 아, 리삿, 후아, 하... "

호흡이 힘들었는지 달뜬 숨을 내뱉는 카스미가 너무 사랑스럽다. 그런 카스미를 눈에 담고 있자니 부끄러움이 한 차례 늦게 몰려온다. 얼굴에 느껴지는 열기에 머리가 멍해진다.

" 카스미가, 나쁜 거니까. "

" 으, 응...? "

"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게, 너무너무 멋있고 다정한 카스미가 나쁜 거니까. "

나 지금 엄청 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내뱉었구나. 부끄럼증, 정말 충격 요법인가 하는 걸로 치유 된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엔 카스미를 내 품에 안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아직 오후 10시. 다행히도, 밤은 길다.

*

카스아리를 썰이 아니라 소설로 쓰는건 어렵구나... 썰이면 ~가 보고싶다 라고 끝맺으면 되는 일인데, 지금 너무 피곤해서 대충 마무리했다 흑흑 묘사도 그렇구 이런 결과물이라 미안해요... 나는 그렇고 그런 씬은 못 쓰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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