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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백붕이에게 미래의 딸이 찾아오는 이야기(12)

NopiGo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6 23:39:47
조회 189 추천 12 댓글 2
														

본편 스토리는 드디어 완결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이런 전개도 급하고 필력도 엉망인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에필로그 한 편.

그것까지만 참고 읽어주세요. ㅋㅋ


---------------------------------------------------------------------------------------------


모든 계획이 완성되었다.


나는 이제 그 계획을 실현하기만 하면 된다.


당당하게 혜연 씨에게 찾아가서 엄마와 아이를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내가 태어난다는 미래가 확정되었으니 이제 가연 씨를 구한다는 새로운 과거를 만든다.

엄마는 가연 씨와 행복하게 인연이 된 삶을 만끽한다.


나도 존재하고, 행복한 인연을 만든 엄마도 존재한다.


배드엔딩이라고 부를 요소는 하나도 없어.


그래, 그걸로 된 거야.


이제부터 혜연 씨에게 찾아가서 부탁, 아니 강요하면 되는 거야.


나와 엄마를 버리고 간 속죄를 이렇게 하라고 말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자꾸만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 게 정말 백합이가 그리고 싶었던 완벽한 해피엔딩이야?’


저 멀리 색이 약간 바랜 연구복 차림의 혜연 씨가 눈에 들어온다.


피곤해 보이는 표정. 약간 떡져있는 머리.


혜연 씨가 길게 기지개를 켠다.


망설이지 마.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이번 루프는 전과는 달라.


내 옆에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


옆을 슬쩍 바라보자 윤아는 긴장된 표정으로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래, 이제 시작하는 거야.


나는 당당하게 혜연 씨의 앞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혜연 씨, 맞죠?”


“응, 맞는데? 꼬마 아가씨들이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걸까?”


말하는 거야.


엄마와 아이를 만들어달라고.


잔혹한 미래의 결말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해달라고.


하지만 먼저 입을 연 건 혜연 씨였다.


“아, 역시 아이를 만들어달라고 하려고 찾아온 거지?”


어라?


혜연 씨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나는 아직 아무 말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혜연 씨를 바라보았다.

“역시 그렇지? 두 사람 왠지 모르게 그런 사이일 거라고 생각했어. 두 사람, 연인 맞지?”


“아...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어떻게 아셨어요?”


윤아가 놀라며 말한다.


야, 뭐가 어떻게 알긴 어떻게 알아.


“두 사람의 아이를 만들고 싶은 거지?”


“맞아요! 진짜로, 정말로.”


“맞긴 뭐가 맞아!!!!”


이거 진지한 파트라고!


아직 우리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여러 모로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윤아는 이미 어딘가 홀린 듯한 눈으로 혜연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알고 찾아온 거 아니었어? 내가 하고 있는 연구.”


“연구?”


혜연 씨는 그렇게 말하며 영어로 가득 차 있는 A4 용지 몇 장을 내게 내밀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기록한 논문인 모양이었다.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연구거든. 여자 아이와 여자 아이 사이에서도 아이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연구.”


뭐라고?


혜연 씨가 그런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몇 백 번이고 루프를 했지만 그런 소리는 한 번도......

그리고 나는 작게 깨닫고 말았다.


나는 혜연 씨, 나의 또 다른 엄마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백합이 너는 혜연이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잖아.’


어쩔 수 없다고.


나를 버리고 간 사람까지 깊게 이해할 만큼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야.


나는 작게 얼굴을 찌푸렸다.


“뭐, 내 아이가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내 후배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말이야.”


혜연 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내 후배의 표정이 정말로 슬퍼보였거든.”


후배라는 건 역시 가연 씨겠지.


애절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서도 억지로 웃음을 짓는 가연 씨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사랑 같은 건 잘 모르지만.......”


혜연 씨의 말을 들으며 자꾸만 심장이 아파왔다.


“그런 표정을 짓는 아끼는 후배의 소원이라면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지잖아?”


내가 모르는 혜연 씨를 아는 게 너무나도 두려웠다.


나는 그런 혜연 씨를 지워버리려 다급하게 말했다.


“만약 그 아끼는 후배가 죽는다고 한다면 어떨 거 같아요?”


“뭐라고?”


“이 이야기를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 간다면 가연 씨는 반드시 죽어요.”


나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내가 겪었던 일들을.


엄마를 구하려다가 사고로 죽는 가연 씨.


그런 엄마를 위로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만다는 사실.


하지만 혜연 씨는 엄마와 나를 태어나게 만들고선 멀리 떠난다는 이야기.


그런 충격적인, 말도 안 되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혜연 씨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너는 미래에서 온 내 딸이라는 거네?”


“네.”


“예쁜 거보니 나를 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장난치지 마세요. 전 진지해요.”


혜연 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실험의 일환으로 내가 미리와 아이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


“저... 정말인가요?”


“하지만, 아직 네가 간파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

“무슨 소리인가요?”


윤아는 나보다 더 놀란 눈치였다.


“네 말대로라면 미래에서 온 존재는 확정된 존재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실에 의해서 죽을 수 없다는 거지?”


“네. 맞아요.”


“그래서 그렇게 수없이 많은 자해를 했는데도 백합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고.”


“네.”


“백합이가 반드시 태어나는 미래로 결론이 이어지기 때문에 나와 미리도 마찬가지로 죽지 않고 보호된다는 거고.”


“그렇죠.”


혜연 씨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하더니 말을 꺼냈다.


“그렇다는 건 가연이만 구하면 해피엔딩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실제로 그렇잖아요.”


“아니, 조금 달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서로의 유전자를 모아서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연구야.”


혜연 씨는 그 이후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반대로 말하면 유전자만 있으면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야.”


“그게 무슨 소리죠?”


“죽은 사람의 DNA 샘플을 이용하면 아이는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야.”


그렇다는 건......


“나와 미리가 죽었는데도 백합이 네가 태어나는 미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그... 그건......”


“그래도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야?”


“.....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계획을 포기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서 얻어낸 찬스인데.


실행하기도 전에 그만둘 수는 없다.


“혜연 씨의 약속을 받았으니까 이제는 다음 계획을 실행할 뿐이에요.”


“나는 엄마라고는 안 불러주는구나?”


“.......”


“뭐, 됐어. 미래의 내가 한 짓도 있으니까. 싫어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혜연 씨는 씁쓸하게 말했다.


“도와줄게. 네가 그리는 행복한 미래를 볼 수 있도록.”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전하는 인사.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건 어딘가 미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혜연 씨의 스마트폰이 큰 진동 소리를 내며 울렸다.


“어라? 가연이한테 온 문자네?”


[귀여운 선배를 획득했습니다.]


“라고 하네.”


혜연 씨는 스마트폰을 우리 쪽으로 향해 살짝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지금부터 혼인 신고 하러 혜연 선배에게 향하겠습니다.]


“잘 된 모양이네. 계획.”


“다행이네요. 뭐, 계획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건 언제?”


“내일, 비가 오는 날.”


“내일 강수 확률 90%. 오케이 접수. 그럼 오늘은... 새로운 커플 탄생을 위한 축배나 들어볼까?”


“저희 미성년자인데요.”


윤아의 한 마디.


“탄산음료 마시면 되지.”


“엄마 술 약하니까 많이 마시게 하지는 마세요.”


“알고 있어. 내가 미리랑 얼마나 오래 지냈는데.”


내가 더 오래 지냈거든요?


라고 말하려다가 어린애 같아 보일까봐 그만뒀다.


그래,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계획의 연장선.


나는 자그맣게 희망을 빌었다.


아아, 이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행운의 여신이 그렇게 나에게 쉽게 손을 흔들어줄 리가 없다는 걸.





“선배애애애애애!”


멀리서 가연 씨가 손을 흔든다.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 팔짱을 끼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시선을 회피하고 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 나중에 꼭 물어봐야지.


“너희들 미리한테 무슨 짓 한 거야.”


“노코멘트입니다.”


혜연 씨의 장난스런 물음에 장난스럽게 받아친다.


신호등이 곧이어 파랗게 색깔을 바꾼다.


신이 나서 어린 아이처럼 방방 뛰는 가연 씨.


그런 가연 씨에게 질질 끌려 다니며 얼굴을 붉히는 엄마.


행복하기만 한 그런 광경에 나는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라?”


묘한 느낌이야.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 그런 느낌.


주위를 둘러보자 먼 거리에서 파란 트럭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야.


사고는 분명 내일 일어나는 거 아니었어?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나는 혜연 씨에게 먼저 찾아감으로서 과거의 자그마한 사실을 바꿨다.


그렇기에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이 그대로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미리야! 가연아! 위험해!”


다급하게 소리를 치며 혜연 씨가 먼저 앞으로 달려나간다.


나는 그런 혜연 씨를 놓쳐버리고 말았고.


점점 파란 트럭은 악몽을 향해 가까이 달려가고 있었다.


혜연 씨가 한 말이 오버랩 된다.


‘나와 미리가 죽었는데도 백합이 네가 태어나는 미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새로운 가능성.


이 지긋지긋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시작되려는 그 순간.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생각해.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을 타파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수를.


생각하라고.


생각하란 말이야.


..........


파란 트럭의 굉음이 한가득 도로를 덮는 그 순간.


나는 목에 걸려있던 주황빛 에메랄드가 박힌 펜던트의 줄을 끊어내 있는 힘껏 파란 트럭을 향해 던졌다.


미래에서 온 존재가 확정된 사실로서 과거의 존재에게 의해서 죽지 않고 보호된다면.


분명..... 윤아에게 받은 이 펜던트도.......!


제발.


제발 부탁이야.


이제는 더 이상 엄마의 슬픈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는 것처럼.


주황빛 에메랄드가 박힌 펜던트가 날아간다.


파란 트럭이 강한 타이어 소리를 내며 방향을 꺾는다.


엄마의 품 안에 정확하게 도착한 펜던트.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꺾어 아무에게도 부딪히지 않고 방향을 전환한 파란 트럭.


세상은 시간을 흘리는 걸 잊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모든 상황이 끝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으... 으윽......”


“배... 백합아! 괜찮아?”


“너무 안심했더니 다리가 풀려버렸어........”


“다행이다.... 다행이야........”


윤아와 나는 한참 동안을 서로 끌어안고서 눈물을 흘렸고.


마찬가지로 엄마와 혜연 씨, 그리고 가연 씨도 한참 동안을 눈물을 흘리며 우연하게 피해간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정말로 우연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모든 사건은 막을 내렸다.


엄마와 혜연 씨는 실험의 일환으로서 아이를 만들기로 했고.


더불어 가연 씨의 강력한 주장으로 가연 씨도 엄마와 아이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엄마는 혜연 씨와 정말로 아이를 만들어도 괜찮겠냐고 몇 번이고 물었지만, 혜연 씨는 오히려 능청스럽게 ‘미리 네가 날 좋아하니까 그걸로 됐어.’라고 받아넘겼다.


가연 씨에게는 더 이상 사고의 위협이 찾아오는 일이 없었고.


엄마는 여전히 백합에 빠져 헤롱헤롱 하다가 가연 씨에게 엄청 혼났고.


혜연 씨는 여전히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있는 모양이었다.


해피엔딩으로 모든 사건은 막을 내렸다.


나에게는 미래로 돌아가는 일만이 마지막 과제로서 남겨졌다.


“성공했네.”


“응. 성공했어. 이 지긋지긋한 루프도 이제는 끝이네.”


“고생했어. 정말로.”


“응. 고마워.”


윤아와 나는 미래로 돌아가기 전 잠시 대화를 나누며 놀이터의 한 구석에 앉았다.


“모든 일이 끝나면 나한테 고백하기로 했지?”


“으... 으윽......”


윤아가 능청스럽게 묻는다.


“언제 해줄 거야?”


“조... 조금 나중에 하면 안 될까.”


“미래로 돌아가면 해줄 거야?”


“응.”


“후후. 기대하고 있을게.”


해가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


자, 돌아가자.


우리들이 이루어 낸 완벽한 해피엔딩의 에필로그를 보러.


이제는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우리들의 미래를 확인하러.


나는 윤아와 가볍게 깍지를 껴 손을 잡는다.


저 멀리 빛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들의 빛나는 미래를 기약하며.


간지러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큭큭대며 웃음을 터뜨린다.


자그마한 시간 여행 기계.


우리는 서로의 손을 기계 위에 올리고.


함께 미래의 행복을 향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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