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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일반] 아리사에게 질투하는 카스미앱에서 작성

카스아링

2019.11.07 13:51:03

조회 827 추천 29 댓글 13

아리사가 학교도 다니고 포피파에 학생회 활동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된 건 정말 기쁘지만 한편으로 아리사의 제일 소중한 사람이 점점 자기가 아니게 될까봐 불안한 거야.

물론 착한 카스미는 자기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이 그런 이기적인 사랑인줄도 모르고, 아리사가 자기 말고 다른 애들이랑 즐겁게 얘기하면 언젠가부터 괜히 이유를 모르게 가슴이 쿡쿡 아려오고 불편해서 그냥 그 자리를 피해버리게 되는 거지.

아리사는 아리사대로 요즘 우울해보이고 부쩍 자기를 피하는 듯한 카스미가 걱정인 거야. 은근슬쩍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어물쩡 웃으면서 말을 돌려 버리고, 연습 때도 평소답지 않게 기타 파트를 놓치거나 하는 카스미가 뭔가 말 못할 고민이 있구나 하는 사실만 알지 그 고민의 대상이 자기란 건 감도 못 잡고 있어.

그래서 카스미랑 얘기라도 해봐야겠다, 하는 마음에 아리사는 둘이서만 학교 끝나고 상점가에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라도 가기로 약속을 잡아. 카스미는 문자를 받자마자 엄청 기뻐해.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인싸 라이프를 즐기느라 바빠진 아리사가 먼저 자기에게 어딜 가자고 한 건 오랜만인거야. 첫 데이트라도 되는 것처럼 두근두근 기대돼서 그날 밤에 잠도 못 자고 침대를 뒹구는 거지.

그런데 그 날 하필 급한 학생회 업무가 생겨서, 아리사가 오후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야. 카스미의 마음을 모르는 아리사는 뭐 이번 주말에라도 기회가 있겠지, 이따 밤에 연습할 때 야마부키 베이커리에 들러서 맛있는 빵이리도 사다 주면 기분 풀리려나? 하면서 별 대수롭지 않게 문자 하나만 보내고 학생회 업무에 열중이야.

[ 카스미, 오늘 학생회 업무가 생겨서 디저트 카페는 못 갈 것 같아. 미안! 이따 연습은 나올 테니까. ]

학교 교문 앞에서 아리사를 기다리던 카스미한텐 완전 날벼락같은 소식이야. 아리사, 너무해... 그렇다고 누군가를 나무랄 정도로 모질지 못한 카스미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해버린 아리사한테 화를 낼 생각도 못하고 가슴 속에서 뭉글뭉글 올라오는 서러움을 혼자 꾹꾹 참아. 그러면서 아리사의 매정한 문자만 계속 쳐다보고, 그러다 핸드폰 액정에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그렇게 교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거야.

서류 정리 및 학생회 회의가 다 끝나고, 벌써 하늘이 진한 청록빛으로 바뀌었울 정도로 시간이 늦어졌어. 이러다 연습에 늦겠다 하고 걸음을 서두르는 아리사의 눈에 교문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별 모양 머리가 보이는 거야.

" 카스미!? 너 이 시간까지 여기서 뭐 해!? "

" 아, 아리사..! "

" 너 내 문자 못 봤어? 학생회 일 때문에 카페는 다음에 가자고 내가 한참 전에 문자 보냈는데! 그러니까 내가 연락 온 건 그때그때 확인하라고 맨날 말하잖냐! 하여간... "

" 아리사...... "

계속 기다리고 있다가 아리사의 얼굴이라도 보면 아리사가 살갑게 맞아줄 줄 알았는데, 그럼 이 답답한 기분도 조금은 가실 줄 알았는데. 자기 마음도 모르고 만나자마자 잔소리부터 하는 아리사가 너무 야속해. 다시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아서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려.

". 뭐, 뭐야 그 반응은? 나도 오늘 이럴 줄 모르고 약속 잡아버려서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갑자기 생긴 학생회 일인데 내가 빠지고 싶다고 해서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문자를 제때 확인 못한 너도 잘못이 있는 거라고! "

" ...... "

" 카스미 너, 최근에 좀 이상해. 오늘 둘이서만 만나자고 한 것도 사실 그거 물어보려고 한 거였는데, 뭐 고민이라도 있나 해서. 밴드 연습도 집중 못해, 문자도 확인 못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

"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해!! "

" ...! "

처음으로 아리사한테 화를 내 버린 카스미는 아리사보다도 자기가 더 놀라. 어떡해, 아리사한테 화 내 버렸어... 내 잘못인데, 아리사는 그냥 바빴을 뿐인데. 아리사가 나한테 실망하면 어쩌지? 이제 나 같은건 필요 없다고, 그냥 가 버리면 어쩌지...? 싫어, 무서워, 그런 건 싫어... 얼른 사과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와...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어...

" 미, 미안. 아리사 미안해... 내가... 내가 잘못했... 흐, 윽, "

" 카스미... "

어느새 울기 시작한 카스미를 달래 주려는 아리사의 손을 카스미가 반사적으로 뿌리쳐 버려. 어렴풋이 깨닫게 된 거야. 나는 지금 아리사에게 질투하고 있는 거라고. 나는 아리사가 나만 바라봐주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아이라고. 내가 이 이상 같이 있으면, 아리사에게 상처만 주게 될 거야. 앞으로 아리사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행복해지는데 방해만 될 거야.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눈을 비벼서 닦고는,

" 미안해, 아리사. 나 같은 애랑 친하게 지내는 거, 이제 그만 둬도 좋아. "

" 뭐...? 아니, 카스미!! 잠깐만!! 얘기를 좀... "

그러고는 그대로 달음박질쳐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는 교문 앞엔 아리사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어느새 해가 완전히 진 밤하늘에는 달도, 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구름만 깔려 있지...

다시 화해하는 부분은 다음 사람이 써 오도록 하세요... 불쌍한 카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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