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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빼빼로 데이를 맞은 CIRCLE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1 00:31:42
조회 616 추천 16 댓글 5
														

※본격 빼빼로데이 특집


*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알람이 울렸다.


조금 더 자고싶은 마음이 없는것도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기에 눈을 비비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킨 다음 아직까지도 울리고있는 알람을 껐다. 성가신 소리가 사라져서 이제 좀 더 잘 수있겠다 싶어서 살짝 눈을 감고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았다...


이게 아니지.


고개를 뱅뱅 저었다. 잠들면 안된다, 적어도 오늘의 자신한테는 중요한 사명이 있었다. 곧장 몸을 일으켜서 욕탕에서 몸에 물을 끼얹는걸로 잠을 깨운 뒤 옷장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뭘 입을까, 고민끝에 며칠 전 산, 선배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준 옷을 꺼내서 입은 뒤 마지막으로 머리를 묶었다. 거울을 보니 평소 그대로 핏기없는 무표저한 자신이 서있었다. 어딘가 이상한가, 하고 한참을 뜯어봤지만 딱히 이상한 곳은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출근까지 조금 시간적 여유는 있었고 배는 고팠다. 뭔가를 먹을까? 아니, 긴장한 상태에서 뭘 먹으면 역효과일 뿐이다, 오늘은 공복으로 가야지 싶어서 핸드백을 들어올린 뒤 출근...하려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잊을 뻔 했다. 이걸 두고가면 오늘 일찍 일어나 이유도, 며칠에 걸쳐서 준비한 이벤트도 모두 허사가 된다. 


다시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에 전날 준비해놓은 빼빼로가 분홍색 리본에 감싼 채 얌전히 놓여져있었다. 


그랬다, 오늘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마음을 전하는 날이었다.


*


세간에는 많은 기념일이 있고, 많은 기념일의 수 만큼 좋아하는 사람한테 마음을 전하는 날 또한 굉장히 많았다.


물론 그렇게 많은 기념일이 있더라도 나같이 고백할 용기가 없는 심약한 사람한테는 있으나마나한 기념일이지만!


고등학교에서 선배랑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 10년.


같은 여자끼리임에도 불구하고 첫 만남때부터 짝사랑에 빠지고 나서 10년.


지금도 그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헤어졌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마음을 전하겠다고 마음먹으며 졸업하자마자 필사적으로 선배를 찾은 결과, 그녀가 일하는 라이브 하우스에 아르바이트 생으로 취직하는데까지는 무사히 성공했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랐다, 나이도 있고 용기도 있고 심지어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고백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1년 전의 일이였다.


놀랍게도 1년동안 고백은 커녕 진전조차 없었다.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작년의 빼빼로 데이, 새해, 선배의 생일...오만가지 기념일과 이벤트가 있었음에도 놀라우리만치 단 한 번의 고백도 할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11월 초에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곧 연말, 2달 뒤면 올해도 끝이었다. 남은 이벤트는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단 두 번 뿐, 만약 이번에 고백을 성공하면 올해는 연인으로써 선배랑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빼빼로 데이에 모든걸 걸겠다고 다짐했는데-


"바빠..."


한숨을 푹 내쉬면서 카운터에 머리를 묻었다. 그랬다, 오늘은 정말로 미친듯이 바빴다. 이유는 물론 알고있었다, 빼빼로 데이 특별 이벤트라고 적혀있는 저 원망스러운 현수막 때문이었다.


기왕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우리 라이브 하우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고등학생들이 대다수인데 이런 이벤트정도는 괜찮잖아!...라는 선배의 제안 때문이었다.


다만, 그 이벤트 내용이라는게 조금 기가막혔다. 손 안에 들린 선배가 준 전단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선배 특유의 귀여운 글씨체로 주의사항이 좌르륵 나열되어있었다.


1. 입장할 때 밴드 인원수에 맞춰서 빼빼로를 줍니다.


2. 그 자리에서 빼빼로를 주어서 커플이 성립하면 빼빼로 모양의 하트 안에서 커플끼리 같이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인쇄해서 드립니다!


3. 꼭 그 자리에서 뿐 아니라 라이브 하우스 이용 도중 언제든지 커플이 성립되셨다면 단 둘이서 슬쩍 오시기만 하면 OK! 쑥쓰러운 분들은 이쪽을 이용해주세요!


4. 이미 커플이신 분들도 인증만 하신다면 언제든지 사진을 찍어드릴게요!


빼빼로 데이라는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고 괜찮은 이벤트였지만-


살짝 고개를 들자 이벤트 내용을 전달받은 토야마 씨가 망설이지 않고 이치가야 씨한테 빼빼로를 주면서 고백과 함께 키스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좀 찍어달라는 선배의 말에 내가 몸을 일으켰다.


"...찍을게."


한 장 찍은 뒤 라이브 하우스가 끝난 뒤 찾으러 오라고 하자 다섯 명이서 왁자지껄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문제가 있다면 하나.


...선배, 저희 라이브 하우스 이용객은 여성이 100퍼센트인데요...?


물론 자기도 선배를 좋아하니까 할 소리는 아니긴 했다. 그리고 또 성과도 있었는지 알고지내는 밴드의 몇몇 사람들은 커플이 되어서 나가기도 했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라이브 하우스! 라는 입소문을 탄 결과 평소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손님이 많은건 좋은 일이었다, 좋은 일이었지만...


숨을 푹 내쉬고 품을 만지작거렸다. 그랬다,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불만이 있다면 바로 이것, 조금도 틈을 내지 못해서 선배한테 빼빼로와 함께 내 마음을 건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가하다고는 해도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아하하, 힘들어?"


바로 옆에서 마리나 선배가 웃으면서 물어봐주었기에 곧장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는...응, 선배는...?"


"아하하, 괜찮아! 힘들면 좀 쉬지그래? 마침 손님도 적당히 빠졌고. 단거 먹을래? 빼빼로가 왕창 남아있어!"


확실히 선배의 말대로 손님이 어느정도 줄어들어있었다. 시간을 슬쩍보니 점심시간, 그러고보니 아침도 먹지 않아서 배에서 살짝 꼬르륵 소리가 나서 거부하지 않고 선배가 건내주는 빼빼로를 얌전히 받기로 했다...


선배가 건내주는 빼빼로를, 받았다?


"응? 왜그래?"


마리나 선배의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손에 들린것과 선배를 번갈아보았다. 


선배한테 빼빼로를 받았다!


물론 큰 의미가 아닌건 알고있었고 선배 입장에서는 그냥 내가 배고플까봐 건내준거라는건 알고있었지만 그럼에도 미소는 멈추지 않고있었다. 물론 표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체질이라 선배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건 안먹고 집에 가져가서 고이고이 간직해야지...


"...고마워 선배. 근데 선배는 뭐 안먹어도 괜찮아?"


"나? 아하하. 그렇네. 나는..."


들키지 않게 슬쩍 품에 챙기면서 물어보자 그녀가 평소처럼 아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더니 나에게 손을 뻗고는 곧장 내가 품에 잘 챙겨온 빼빼로를 잡아올리더니


"이거 하나면 괜찮아!"


그런식으로 말했다.


몸이 굳는게 느껴졌다. 품에 잘 숨겼는데 어떻게 안걸까, 그보다 선배가 이걸 눈치채고 가져갔다는건 내 마음을 이미 알아차렸다는건가?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하자 선배가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글쎄? 어느쪽일까~"


생각이 읽힌 것 같아서 얼굴이 확 붉어지는 것 같았다. 정말로, 정말로 표정이 곁에 잘 드러나지 않는 체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살짝 새어나오는 미소는 숨길 수 없어서-


어느 쪽이든 올해도 선배한테 내 마음을 내가 고백하는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좀 있어?"


나한테 가져간 빼빼로를 품에 잘 넣은 선배가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은 채 그대로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선배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


오늘은 정말 최악인듯.


원래는 00시 되자마자 올릴려고 했는데 쓰던거 다 날라가서 다시 쓰느랴 좀 늦게 올림


해서 간만에 신입스태프 X 마리나 씨


원래는 보컬조 쓰려다가 할로윈에 이미 썻고, 드럼조 쓰기에는 다 날려서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크윽...


근데 이거 의외로 갓컾인데 여기서 잘 안보여서 슬픔.


스태프 씨는 분명 포니테일 + 쿨 + 표정 잘 안드러나는 귀여운 후배쨩일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써봤음 


재미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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