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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먹을 것을 빼앗긴 개는 늑대로 돌아간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59.10) 2019.11.16 22:59:39
조회 863 추천 21 댓글 3
														





사내는 불이 꺼진 집 안에 홀로 있었다. 집 안 곳곳에는 두 명의 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었지만 그 어느 사진에도 사내의 모습은 찍혀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실의 소파에 앉은 채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그는 사실 이 집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의 똘마니인 그에게 주어진 일은 이 집 주인이 오면 한 가지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게 다소의 충격을 곁들이는 것을 허가받았고, 그가 깜짝 상자 안의 피에로 인형처럼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번 일이 처음으로 혼자 맡은 일인 그는 앞으로의 전개를 수없이 시뮬레이트했다. 타깃이 문을 열면 총을 뽑아 들고 기다린다. 그리고 무방비한 상태로 거실에 들어오는 상대를 위협하고는 겁에 질린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게 한다.

긴장도 되지만 동시에 기대도 되는 일이었다. 사진으로 본 그녀는 심지가 강해 보이는 미녀였는데, 갑자기 겨눠진 총 앞에서 그 예쁜 얼굴이 일그러질 것을 상상한 사내는 오싹해지는 느낌에 미소를 지었다.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에 사내의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품속에서 권총을 꺼낸 그는 영화 속의 3류 악당처럼 자세를 잡은 채 여자가 거실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거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발소리마저 없어 침묵만이 어둠 속에 가득했다. 상황이 이상해진 것을 느낀 사내가 몸을 일으켜 세운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몸을 잡고는 다리를 걸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저항하지 못한 그는 그대로 거실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고통 속에서 사내는 집에 입구가 꼭 하나라는 법은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습격자는 사내가 넘어지면서 놓친 권총을 주워들고는 주저 없이 그의 다리에 한 발을 쐈다.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흘러 나왔다.

“방금 건 제 질문에 헛소리로 답했을 때의 몫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남은 기회는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사내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 채로 히카와 사요는 물었다.

“하자와 씨는 어디에 있죠?”

“지옥에나 가라, 이 미친...!”

탕!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자 미처 말을 마치지 못한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틀린 대답이야.”

사요는 총을 갈무리하고는 피가 흘러나오는 사내의 몸을 거칠게 뒤졌다. 지갑과 스마트폰 등 도움이 될 만한 물건 몇 개를 건진 사요는 그것들을 코트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일이 일단락되자 자연스럽게 한숨이 사요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녀의 평화로운 생활은 잘 유지되고 있었다.  격렬했던 어젯밤의 피로로 아침에 못 일어나고 있는 연인에게 키스를 남기고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 이름 모를 남자의 피에 더럽혀지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하자와 씨, 무언가 말했었지.’

키스를 남길 때 그녀의 연인인 하자와 츠구미가 잠이 덜 깬 상태로 중얼거린 그 말을 사요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그녀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는데 그 내용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조여들게 했다.

짧은 반성의 시간 후, 사요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네요.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생겨서요. 일단 시체처리 한 팀이 필요합니다. 아뇨, 돌아온 건 아니에요. 그저....”

사요는 거실에 장식된 액자 속의 사진을 봤다. 달빛이 비추는 사진 속에선 사요와 츠구미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돌려받을 것이 있어서요.”

———————————————————

단 한 명이었다. 단 한 명의 여자에 의해 팔코니의 조직은 문자 그대로 분쇄되고 있었다.

조직원이 집에서 습격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금을 위해 조직원들이 몰던 차는 대낮의 도로에서 RPG의 공격을 받아 불탔고, 위장 사무소들은 갑자기 날아온 대구경 기관총의 총격에 벌집이 되었다.

그 모든 학살의 현장에는 그녀가 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가공할만한 폭력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조직원에게 그녀는 매번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하자와 씨는 어디에 있죠?”

그리고 아직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던 조직원은 없었다.

결국 팔코니는 소수의 조직원만을 데리고 안전가옥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집 안에 틀어박힌 그에게 매일같이 비보가 날아온 끝에 팔코니는 사실상 그의 조직이 와해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방금 걸려온 전화는 그를 더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팔코니 씨는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런 꼴이 된 거야?”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팔코니의 혈압이 올랐다.

“몰라. 이 여자는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난 그저 일을 맡기려 했을 뿐인데.”

은퇴한 히트맨에게 위협적인 상대방 조직을 공격하는 일을 맡기려 한 게 결국엔 자기 조직이 전멸하는 결과를 가져오다니, 마치 한 편의 그리스 비극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상대방 조직의 보스는 지금 전화로 그를 농락하고 있는 츠루마키 코코로였다. 당장 죽여도 시원찮을 상대였지만 팔코니는 더 매달릴 곳이 없었기에 전화를 끊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들은 얘기하고는 좀 다르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된 걸 어쩌겠어. 혹시 알아? 미소라도 짓고 있으면 행운의 사자가 찾아갈지.”

“내게 필요한 건 행운의 사자가 아니라 잘 훈련된 인력과 중화기야. 어떻게 좀....”

“미안, 아무리 나라도 관짝에 든 시체의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어! 그럼 이만!”

“뭐?! 잠, 잠깐만!”

코코로의 전화가 끊기자마자 안전가옥의 현관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1•2•1의 노크 방식은 밖으로 순찰 나간 조직원의 암호와 같았지만 팔코니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바로 문을 열지 말고 확인해!”

막 문을 열어주려던 조직원은 팔코니의 외침을 듣고 외시경에 눈을 갖다 댔다. 그리고 시원한 총성과 함께 그의 머리는 수박처럼 터져나갔다. 그 참사에 안전가옥 내의 모든 조직원의 시선이 현관문으로 쏠렸을 때, 문에 난 구멍을 통해 검은색 덩어리가 날아들어 왔다.

그리고 굉음, 섬광.

사요는 섬광탄이 터진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 전 조직원의 머리를 날려버린 산탄총으로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제거했다. 문을 박차고 들어선 사요의 눈에 무력화된 상태로 바닥에 누워있는 팔코니의 조직원들이 보였다. 이어지는 사요의 정확한 사격에 조직원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한 명씩 나가떨어졌다.

몇 번의 총성 끝에 안전가옥 내에는 산탄총의 탄피가 바닥을 굴러가는 소리를 빼고는 침묵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상황이 정리됐다고 생각한 사요가 총을 내린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사요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해치웠나?”

구석에 숨어있던 팔코니가 묻자 그가 만약을 대비해 고용한 보디가드는 엄폐물에서 벗어나 사요의 상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요가 쓰러졌던 자리에는 산탄총이 떨어져 있을 뿐 그녀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뇨, 방탄조끼 같은걸 입었나 봅니다.”

“그럼 빨리 끝장내버려!”

고용주의 말에 보디가드는 자동소총을 든 채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걷던 그는 순간 시야 구석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재빨리 그쪽으로 총구를 돌린 보디가드였지만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사요는 한 손으로는 자동소총을 붙잡아 총구를 천장으로 향하게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방아쇠를 눌렀다. 자동소총이 불을 뿜으며 쏟아낸 뜨거운 탄피들이 보디가드의 얼굴로 쏟아지자 그는 반사적으로 총을 놓치고 말았다.

사요는 빼앗은 자동소총을 보디가드에게 겨누고 쏘려 했지만 이미 모든 총알을 소진한 총은 침묵했고, 그녀가 당황한 사이에 보디가드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권총을 본 사요는 들고 있던 자동소총을 보디가드에게 던져 그를 잠시 멈칫하게 한 뒤 빠르게 앞으로 뛰어 들어갔다. 보디가드는 서둘러 방아쇠를 당겼지만 사요 쪽이 먼저 손을 뻗어 권총의 방향을 아래로 돌렸기에 발사된 총알은 사요의 몸이 아닌 보디가드의 발등을 궤뚫어버렸다.

발에 구멍이 생기는 고통에 보디가드의 사고가 느려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요는 권총의 슬라이드 부분을 잡아 그대로 뽑아낸 다음 그것을 보디가드의 눈에 쑤셔 박았다. 눈알이 부서지는 고통에 보디가드는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너무 아픈 나머지 바닥을 짐승처럼 네발로 기던 보디가드의 손에 곧 누군가의 신발이 느껴졌다. 힘들게 고개를 든 그의 남은 한쪽 눈에 들어온 것은 사요가 산탄총을 주워들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총성과 함께 머리를 잃은 몸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격한 싸움의 흔적으로 사요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밖에서 들리는 엔진 시동소리에 사요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안전가옥 밖으로 나온 사요는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를 보았다. 그냥 도망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겠지만, 팔코니는 이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 있었다.

사요는 들고 있던 산탄총으로 운전석의 팔코니를 노리고 쐈지만 전면 유리에 흠집만 날 뿐이었다.

‘방탄유리!’

그래도 사요는 숙련된 솜씨로 개머리판에 꽂아두었던 예비 탄약을 장전해가며 사격을 계속했다. 그러자 총탄의 흔적이 전면 유리를 하얗게 뒤덮으며 팔코니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사요가 근처까지 다가온 차를 아슬아슬하게 몸을 날려 피하자, 잠시 후 뒤에서 충돌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린 사요는 근처의 나무 밑동을 들이받고는 연기를 뿜고 있는 차를 발견하였다.

사요가 차에 다가가 운전석 쪽 문을 열자 피투성이가 된 팔코니가 에어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의 팔이 향하는 방향에 떨어져 있던 권총을 주워든 사요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계속했던 질문을 다시 한번 했다.

“하자와 씨는 어디에 있죠?”

그 물음에 팔코니는 정말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도대체 누군데?”

“...틀린 대답이야.”

총성과 함께 팔코니 조직 마지막 생존자의 숨이 끊어졌다.

———————————————————

밤길에 집으로 향하는 사요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그리고 또 죽였지만 결국 츠구미는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요는 자신의 상황이 지금 걷고 있는 이 어둠 속의 길과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나아갈 순 있지만 목적지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길.

이대로 계속 걸어도 되는 걸까?

순간, 사요의 눈에 작은 빛이 보였다.

사요는 곧 그 빛이 불이 환하게 켜진 자기 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달려가 집으로 들어간 사요는 부엌에서 장 봐온 것들을 정리하던 츠구미를 발견했다.

“아, 사요 씨! 대체 어딜 갔었던 거에요?”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사요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자 그녀를 보던 츠구미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설마 사요 씨, 제가 말한 거 까먹고 있던 거에요? 예전 밴드 멤버들이랑 3박 4일로 놀고 온다고 했잖아요.”

사요가 기억을 떠올려보니 며칠 전에 그런 말을 들은 것도 같았다. 아마 그날 아침에 츠구미가 말한 그것도 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아, 아뇨. 잊어먹지 않았어요.”

“그럼 사요 씨는 대체 뭘 하다 이제서야 그 꼴로 들어오는 건데요?”

츠구미가 볼을 부풀리고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묻자 사요는 그제야 자기 꼴이 말이 아닌 것을 알아챘다.

“이건 말이죠...다람쥐를 찾다가...”

“...사요 씨.”

“네, 읍...!”

변명을 늘어놓던 사요의 입이 다가온 츠구미의 입술에 막혔다. 짧지 않은 달콤한 시간이 지난 후, 입술을 뗀 츠구미가 얼굴을 붉힌 채로 말했다.

“계속 그렇게 나오시면 오늘 밤은 같이 안 잘 거예요!”

“아니, 그건...죄송합니다. 까맣게 잊어먹었네요.”

횡포(?)를 못 이기고 사요가 잘못을 시인하자 츠구미는 방긋 웃고는 사요의 팔을 끌고 침실로 향했다.

“하자와 씨?”

“저도 요 며칠 동안 외로웠으니까...”

츠구미는 사요를 침대 위에 앉히고는 그대로 그 위로 타고 올라갔다.

“이자까지 쳐서 갚아주셔야 해요?”

자기 위에 올라탄 상태로 옷을 벗는 츠구미를 보며 사요는 생각했다.

팔코니 조직원 여러분.

정말 미안.

진짜로.

/////////////////////////////////////////////////////////

사요는 총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한번 들려주고 싶었어. 그래서 성인이 된 사요츠구가 총기가 합법화된 모 나라에서 사는 설정이야.

원래는 히나사요 콤비가 츠구미를 납치해 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을 존 윅 식으로 풀어내는 장편 기획이었는데, 아이디어가 더 안 나오고 앞으로 쓸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축약 버전으로 내보내게 됐네.

(그래서 끝에 급 개그화)

아무튼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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