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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다이루비 - 보내지 못 할 편지 앱에서 작성

ㅇㅇ(52.231) 2019.11.22 14:23:34
조회 383 추천 15 댓글 8
														

기억 나지 않는 갓 태어났을 때의 당신. 그때 저는 당신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


 치켜 올라가 날카롭게 보이는 눈매, 곧게 뻗은 검은 직모, 꽤 키가 큰 편이며, 원칙과 질서를 중요시하고 타협하지 않는 저와 달리 강아지 처럼 보이는 쳐진 눈매, 곱슬끼가 도는 분홍빛 머리카락, 소동물같이 아담한 체구, 소심한 성격을 가진 당신은,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저의 동생이라고 생각할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 집안은 우치우라 지역의 경제와 생활을 대대로 지탱해온 뼈대있는 집안입니다. 이런 집안의 일원들에게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시기어린 질투의 시선을 보내며 조금의 틈만 보인다면 달려들어 헐뜯는 사람도 대다수입니다. 그런 자들에게 정반대의 외모와 유약한 성격을 가진 저의 당신은 자신들의 입에 오르내릴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저는 그런자들로부터 동생을 지키기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유지의 후계자라는 무게를 견디기 위해 보내는 시간들은 저와 당신이 함께 있을 시간을 삼켜버렸고, 자연스레 어린 당신은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의 눈과 귀를 막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안타까움에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당신의 곁을 맴돌았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쿠로사와의 상징인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자신의 손으로 잘라버렸습니다. 아버지는 크게 분노하셨습니다. 화가 잔뜩 담긴 낮은 목소리로, 네가 저지른 짓의 의미를 아느냐고, 너는 쿠로사와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이 집에 있을 수 없다. 어린 당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말들을 내뱉으셨습니다.

그리고 손을 올려 당신을 내리쳤습니다. 저는 당황하며 당신을 감싸안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엔 어머니가 서계셨습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아버지의 말씀에 거역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 날은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당신의 반항을 본 날이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방으로 돌아와 거칠게 잘린 당신의 머리칼을 매만졌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대위에 올려진 빗을 들어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조심스레 당신의 머리칼을 빗으로 정리하지만, 평소와 달리 어깨죽지에서 끊겨버리는 빗질은 이것이 현실임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몸에 힘이 빠지고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멈춘 빗질에 당신은 자신의 머리 끝을 매만지다 뒤돌아 저를 마주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껴안으며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떨리는 제 몸과 달리 차분한 당신의 몸과 숨소리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저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어린채로 있었으면 했는데.


 그 날 이후, 저는 예전보다 잦게 어떤것이든 예쁜 장신구같은 선물이 들어오면 당신에게 양보하고, 맛있는 것을 받으면 당신에게 먼저 주고싶어 안달이 났지만, 오히려 당신은 제가 걱정이라며 제가 주는 것을 거절하였습니다.

어린나이에 큰 아픔을 겪은 당신보다 제가 더 힘든 일은 없는 것인데 누구 동생인지 정말로 마음씨가 착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요령껏 티나지 않게 당신을 챙기었고 이는 마음의 평화를 주었습니다. 당신을 지키지 못한것에 대한 죄책감을 이런 물질적인 것으로 덜어버리려 하는 것이 비겁한 일이라는 건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하지 않는다면...

+++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아쿠아에 들어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누가봐도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짓고있습니다. 아쿠아에게 저는 평생, 아니 억겁의 시간동안 갚아도 다 갚지 못할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저 또한 행복합니다. 비록 당신이 자신의 동급생을 바라보는 눈에 가득 애정의 열을 품었더라도, 당신이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응원 할 것입니다. 


 그래도, 처음엔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새로 생긴 친구에게 보내는 친밀감의 표시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시간이 흘러가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면서 당신의 저런 표정은 본 적이 없다고, 사랑에 빠진, 소녀같은, 수줍은 미소와 열띈 눈동자를.

그 이후엔 질투였습니다. 감히 저 타천사가 내 동생을! 괜스레 틱틱대며 시비도 걸고, 귤을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귤맛 아이스를 건네고, 당신의 옆에 앉지 못하게 먼저 자리를 선점하고,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때마다 툴툴대고 흘겨보긴 하여도 저를 미워하지 않고, 제가 힘든 내색하지 않았음에도 홀연 나타나 비타민을 건네주며 일을 도와주고, 가끔 왁자지껄한 아쿠아의 모습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질 때 나의 옆에 아무말 없이 있어주는, 그런 모습에-  

 루비, 저는 당신에게 제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모두 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루비, 저는 우리 둘이 같은 피를 이어받았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어렸을 적, 닮지 않음을 내세우며 당신을 괴롭혔던 그네들이 지금 우리 둘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뜨거워지는 곳을 본다면 더 이상 의심따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루비, 나의 동생, 저는 저 지옥 끝 악마의 손길에 이끌려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지게 될까요? 

+++

다이루비는 모순적이에요. 다이아가 어른스러워보이지만 사실 다이아와 루비는 한 살차이거든요.

사요히나랑 다이루비중에 고민하다 다이루비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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