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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망고 주스와 핸드폰 훔쳐 보기 (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5 02:12:07
조회 994 추천 38 댓글 21
														

" 아리사, 나 주스 마시고 싶어... "



" 무슨 한밤중에 주스 타령이야. "



" 주스도 그냥 주스가 아니야. 요 앞 편의점에서 파는 당도 99% 망고주스가 마시고 싶어. "



카스미가 뜬금없는 소리롤 하면서 핸드폰을 만지는 내 위에 십자가 모양으로 몸을 눕힌다.



" 켁... 무거워!! 무겁다고!! "



" 아리사가 나랑 주스 사러 같이 가 준다고 하면 비켜 줄게. "



" 이익...! 귀찮아서 절대 안 가!! 애초에 너 말이야, 지금 12시인 건 알아? 주스고 나발이고 얼른 집에 가던가, 우리 집에서 잘 거면 너네 어머니한테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화라도 드리던가! "



귀찮게 달라붙어 오는 카스미를 밀쳐내면서 한 소리 하자, 입에 바람을 잔뜩 불어 넣고서는 누가 봐도 삐친 표정을 짓는다.



" 애초에 내가 달달한 게 먹고 싶어진 것도 아리사 때문인데 말이야. 책임져 주지도 않고... "



" 그건 또 무슨 말이래. "



" 그러니까... 입덧? 후후. 아, 알았어알았어!! 농담농담!! 베게 던지지 마!! "



카스미 녀석, 내가 마구잡이로 던지는 베게나 인형 따위를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결국 제풀에 지쳐 침대 위에 쓰러진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게, 정말 얄미워...



" 허억... 하아.... 하.... 그렇게 마시고 싶으면 얼른 사와... 안 자고 기다려 줄 테니까... "



" 아리사 집순이... 끝까지 같이 가준단 말은 안 하는구나? 얼른 다녀올 테니까 아리사, 먼저 잠들면 안 돼? 나 진짜 삐친다 그럼? "



" 알았으니까 얼른 갔다 오기나 해! 쫑알쫑알 말 할 시간에 달려갔으면 지금쯤 망고주스 마시고 있겠다! "



" 아리사는 꼭 우리 엄마처럼 말해... 다녀올게~ "



신나서 달려 나가는 카스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 본다. 한참을 엎드려 있다가 편한 자세로 바꾸려는 순간, 다리에 무언가 툭 하고 걸린다.



" 카스미 녀석... 핸드폰도 놔두고 갔네. "



살짝 호기심이 동한다. 카스미 핸드폰, 안엔 뭐가 있을까? 홀드 버튼을 누르자, 저번에 라이브가 끝나고 찍은 단체 사진이 잠금화면으로 뜬다. 혹시 상단바에 무슨 알림이 떠 있나 궁금해서 슬쩍 손으로 밀어보니, 그대로 열리고 만다...



핸드폰에 아무런 잠금도 해놓지 않은 게 정말이지 카스미답다. 애초에, 카스미같은 애가 숨길 게 뭐 있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카카오톡 아이콘으로 옮기려다 멈칫, 한다.



' 이거... 보면 안 되는거 아니야? 아무리 카스미랑 친하다고 해도 그렇지, 남의 핸드폰을 뒤적이는 건 예의가 아니고... '



' 그래도 궁금하단 말이야...?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거야! 카스미는 이제 막 출발했어. 10분... 아무리 촉박하게 잡아도 5분은 넉넉히 있어. 그 정도면 구경할 거 다 구경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엔 충분하잖아...? '



약 10초간 이어진 내적 갈등에선 결국 악마 아리사가 승리하고 말았다. 그렇게,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카스미의 카카오톡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제일 위엔 나랑 아까 만나자고 했던 연락, 그 아래로 아스카, 포피파 멤버들, 카스미네 엄마... '



스크롤을 주욱 내려보자 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 키타자와 씨, 아야 선배, 리사 씨, 린코 선배... 잠깐, 란 쨩에 유키나 선배까지!? '



내리면 내릴수록 한도 끝도 없는 여자들이 주루룩 나온다. 문득 생각나서 내 채팅방을 켠다.



' 카스미. 포피파 멤버들. 포피파 단톡. 학생회 단톡. 리사 씨. 그리고 2주 전을 마지막으로 대화가 끊긴 란 쨩. 끝. '



그러고 보니 난 아싸고 토야마 카스미는 인싸였지... 밴드를 하다 보면 문득 내가 히키코모리 출신이었던 걸 잊게 된다. 



그나저나 얘는 무슨 여자가 이렇게 많담!? 너무한 거 아니야 진짜? 난 맨날 카스미랑만 얘기하는데... 가끔씩 얘 답장이 왜 늦어지나 했더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랑 연락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난 그냥 one of them 일 뿐인 거냐고! 나는 그냥 카스미의 하룻밤 유희를 위한, 널려 있는 말상대중 하나일 뿐이냐고!



그런 불쌍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문득 얼굴이 빨개져서 카스미의 카카오톡 앱을 위로 슬라이스해서 닫아버린다. 이치가야 아리사, 네가 카스미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뭘 하나하나 간섭하고 질투하고 있는 거야... 카스미가 진짜 내 여자친구라고 해도 허락 없이 핸드폰을 훔쳐보는 건 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그만 하려다가, 또 재밌어보이는 아이콘에서 시선이 멈춘다.



[갤러리]



' 큭큭, 이게 진짜 재밌는 거거든~ 메신저 훔쳐보는 건 솔직히 조금 음흉했고... 카스미 녀석, 혼자서 찍은 셀카라도 가득 들어있는 거 아니야? 찾으면 엄청 놀려 줘야지~ '



키득키득 웃으며 갤러리 아이콘을 누른다. 역시나 잠금은 없다. 



' 엥, 별거 없네... 포피파 애들 사진, 저번 라이브 사진, 랜덤 스타, 아스카, 옷쨩... 뭐야, 그렇게 재미있는 것도 없잖아... 조금 김새네. '



이리저리 스크롤을 죽죽 올려보면서 사진을 둘러 보다가,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다.



' 가만... 왜 내 사진은 없어!? 리미, 사아야, 오타에, 다 있고... 심지어 옷쨩 사진엔 스티커까지 붙여서 보정해 놨으면서 왜 내 사진은 한 장도 없어!? '



조금 마음이 불편해진다. 카스미한테 미움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살며시 불안해진다. 혹시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내가 단독으로 나온 사진은 한 장도 없다.



' 얘... 날 싫어하나...? 아니, 카스미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근데 왜 내 사진만... 혹시 내가 기분 나쁘게 한 적이 있었나...? 그래서 다 지운 건가...? '



학년 수석의 머리를 총동원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측을 이어가도 카스미의 마음은 알 길이 없다. 문득 불안해져서, 가슴께를 꽉 하고 손으로 붙잡는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주스 사는 거 따라가 줄 걸... 카스미한테 소리도 괜히 질렀어... 으, 이런 거 보는 게 아니었어! 아니, 그래도 카스미가 정말 날 싫어한다면... '



눈 밑이 찡해지고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뛰는 느낌이 들었다. 카스미에게 미움 받는 게 이렇게 무서운 느낌일 줄 몰랐다. 그렇게 살갑게 웃어주고, 장난치던 모습이 사실은 다 연기...? 아니면 내가 둔감해서, 카스미가 날 싫어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나...



흐려지는 눈 앞을 억지로 소매로 비벼서 닦는다. 카스미가 돌아오면, 어떤 식으로 카스미를 대해야 하는 걸까..? 



갤러리를 종료하려는 순간, 잠금이 걸린 사진첩이 하나 보였다. 사진첩의 이름 란에는 아무것도 없이, 속이 꽉찬 하트 이모티콘 하나만 덩그러니 쓰여 있었다.



' 왜 이것만 잠금이... 카스미 생일? 0714, 아니고. 그럼 뭐지...? 포피파 창립일...? 아니고. 0258? 0000? 1111? 이런 쉬운 것도 아니고... '



곧 카스미가 돌아올 시간... 1만 가지나 되는 경우의 수를 모두 시험해 보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대충 아무 숫자나 눌러 보기 시작하다가, 자포자기로 누른 마지막 숫자는 1027, 내 생일.



숫자를 입력하자마자 사진첩이 확 하고 열린다.



" 쵸맛!! 이, 이게 뭐야...? "



거기 있는 건, 몇백 장은 훌쩍 넘는 내 사진들. 아예 대놓고 정면에서 찍은 사진부터, 키보드 연주하는 나.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 저번에 카스미랑 디저트 카페에 갔을 때의 나. 같이 하교할 때의 나. 자고 있는 나... 나 몰래 찍은 것 같은 내 사진도 여러 장.



얼굴이 화끈거려서 홀드 버튼을 눌러 핸드폰의 화면을 끈다. 이게, 이게 다 뭐야...? 내 사진이 이렇게나...? 이 상황에 우습게도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온다. 날 싫어하는 건 아니었구나.. 다행이야... 그런데 뭘 저렇게 많이, 굳이 잠금까지 걸어서 따로 숨겨놓은 거야..? 



공회전하는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보려고 애쓰던 때,



" 아리사~! 자고 있는 거 아니지! "



깜짝 놀라서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 다리 부근에 던진 뒤에 엎드려 자는 척을 한다. 왜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너무 당황해서, 그냥 그것 밖엔 생각이 나지 않았다.



" (뭐야, 설마 자는 거야...? 아리사, 진짜 너무해!!) "



잔뜩 삐쳐서는, 잠든 내가 일어날 까봐 소근소근 투정부리는 게 순간 너무 귀여워서, 두근거리는 내 심장과 상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다. 나에게 다가오는 카스미의 기척이 느껴질 수록 괜스레 심장이 두근, 두근... 카스미가 침대에 조심스레 걸터앉더니, 내 다리 언저리에서 무언가 집어 든다.



' 아차..! 갤러리 종료했어야 하는데!!! 지금, 지금 열면 그 사진첩 화면이 그대로...! '



" (아리사, 깨어나면 놀리게 자는 얼굴 사진 찍어 둬야... 어...?) "



미친듯이 뛰는 심장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울 것만 같다. 어떡해어떡해어떡해!! 카스미 핸드폰 몰래 본 거, 완전 들켰어!! 자는 척, 무조건 자는 척해야 해... 그리고 내일 학교에서 카스미가 뭘 말하든, 절대 모르쇠로 구는 거야... 그럼 바보 카스미도 자기가 켜 놓고 간 줄 알 거야...! 제발... 제발 속아줘 카스미...! 부탁이야...!



그 불편한 정적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 아리사. "



카스미가 내 귀에 대고 속삭여 온다.



" 봤어? "



움찔, 하려는 걸 참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소름이 돋는다.



" 아리사. "



" ...... "



" 귀 엄청 빨개져 있어. "



" 흐읏...!? 으, 에...? "



깜짝 놀라서 귀에 손을 가져다 댄다. 불덩이처럼 뜨거워... 무심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카스미의 얼굴.



" 카카카카카카스미!? 미안해!! 그러니까, 보려고 본 게 아니라, 카스미 핸드폰이 그냥 열리길래 말이야? 그그그러니까, 갤러리에 재밌는 사진이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우연하게? 정말 우연하게 비밀번호를 맞춰 버렸는데 말이야...? "



우주를 수놓는 별처럼 반짝이던 카스미의 두 눈이 지금은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일 것만 같다. 표정만 봐서는 화가 난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



" 그래서, 아리사는 다 본 거구나? "



" ....네. "



" ...미안해, 아리사. "



" 응!! 기분 나쁘지!! 진짜 그럴만 해!! 나라도 친구가 내 핸드폰 멋대로 뒤적거렸으면 화 냈을거야!! 진짜, 진심으로, 정말정말 미안해 카스미...! 제발 용서해주세요... 어...? "



" 아리사 사진, 그렇게 따로 몇 백장이나 저장해 두는거 역시 기분 나쁘지...? "



" 어... 에...? 그니까...? "



" 미안해.. 여러가지 모습의 아리사를 보는 게 너무 좋아서, 몇 장씩 꾸준히 모으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나 많아져서 아예 따로 모아 놓고 보고 싶었어... 우, 으.. 이런거 해서 미안해...  



카스미의 예쁜 보라색 눈동자가 순식간에 물기를 가득 머금는다.



" 그렇게 모아 놓고 보니까 누구한테 갤러리를 보여주기도 부끄러워져서... 아리사 생일로 잠금 걸어 놨는데, 이, 이것도 기분 나쁘지...? 미, 미안해... 흐윽... 흑... "



" 아니아니아니!!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 오히려 내 사진 많이 갖고 있어줘서 진짜 기뻤어! 아무리 뒤져봐도 갤러리에 내 사진이 없어서, 나 싫어하는 게 아닌가 하고 멋대로 착각해서 나도 혼자 울었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아, 카카오톡에 나 말고도 다른 여자애 연락이 엄청 많아서, 나랑 연락하는 게 별로 재미없나 하고 혼자서 우울해졌으니까!! 그리고 또...? "



당황해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내다가. 문득 얼음 상태가 된다. 어느새 카스미는 얼굴에 짓궂은 미소를 가득 띄우고 있다.



" 카스미... 너 우는 거 아니었...냐...? "



" 아리사야말로, 정말 혼자 울었어? "



그 말과 함께 나를 넘어뜨리듯이 침대에 쓰러뜨리고, 아직 촉촉한 내 눈가를 손가락으로 닦아낸다.



" 아리사, 내가 아리사를 어떻게 싫어해? 이렇게 귀여운데... 아, 진짜 아리사 너무 좋아-! "



그러더니 내 가슴에 얼굴을 푸욱 묻고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비벼 댄다. 



" 간지러워!! 너 언제 그렇게 거짓 눈물 스킬이 는 거야!? 토야마 카스미 너 그렇게 능글맞은 애였어!? "



" 나도 아리사가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지 몰랐지 뭐야~ "



" 그, 그러는 너도 나 몰래 내 사진 몇백 장이나 찍어 놨잖아!! "



" 그럼 우리 둘 다 서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네. 그치? "



" 너, 너너너너... 우, 아으우... 으... "



심장을 연이어 때리는 카스미의 말에 정신을 못 차리고,  트윈테일까지 화끈거리는 느낌... 으, 토야마 카스미 진짜 뭐냐구!!



" 아리사, 얼굴이 너무 빨개. 좀 시원해지게 망고 주스 마실래? 내가 한 입 마신 건데... 후후. "



" 안 마셔!!!! 따지고 보면 다, 다 그 망고 주스 때문이야!! 돌아가!! 지금이라도 너네 집으로 돌아가!! 오늘 너랑 절대 같이 못 자!!! "



*



망고주스 먹다 회로 돌아서 한 시간동안 쪘다... ㅋㅌ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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