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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집순이 아리사와 밖에서 놀고 싶은 카스미 (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6 02:16:32
조회 700 추천 27 댓글 9
														

" 아리사아~ 나가서 놀자~ "



" 네가 무슨 동네 초딩이냐고... 맨날 나가서 뛰어 놀자고 하게. "



" 그러지 말고... 나 심심해-! "



" 쵸맛, 정신 사납게 그만 굴러! 이부자리 다 망가지잖아! "



꿀 같은 주말, 토요일 오후. 내 옆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떼를 쓰는 카스미의 등짝을 세게 한 대 후려친다. 



" 아읏! 으아... 으아아앗!! "



쿠당탕!!



내 손찌검이 꽤나 따가웠는지, 이리저리 구르면서 몸부림치다가 아예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조금 세게 때린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카스미의 잘못이니까! 시선을 다시 게임기 화면으로 옮긴다.



후후, 이 녀석이 드디어 최종 진화를 하는구나...! 정말, 레벨 올리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진화하면 엄청 강해진다고 하니까, 이제 고생 끝이네!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헤실헤실 웃으면서 내 포켓몬의 감동적인 진화의 순간을 두 눈에 똑똑히 담으려고 할 때..



" 에잇! "



전원 버튼을 누른 카스미 때문에 화면은 순식간에 암전되고, 얼빠져 보이는 내 표정만이 비친다.



" 야!! 나 저장도 안했는데 그렇게 꺼 버리면 어떡해!! "



" 게임은 혼자 있을 때도 할 수 있잖아! 아리사, 벌써 30분 째 게임만 하고 있단 말이야! 혼자서 핸드폰 보는 것도 이제 질렸어. "



어, 정말 벌써 30분이나... 확실히 여자친구를 집에 불러 놓고 게임만 한 건 조금 심했나..?



" 아, 미안.... 아니, 그러니까 말했잖아! 우리 집에 와도 그다지 할 거 없을텐데 괜찮겠냐고. 그래도 심심하다면서 기어코 우리 집에 놀러 온 건 너잖냐... "



" 나는 아리사를 밖으로 끌고 나가서 같이 놀 계획이었다구... 이렇게 애인을 옆에 두고 매정하게 게임만 계속 할 줄은 몰랐지! "



" 아~ 그러셔? 절대 안 나갈거거든요~ 일주일만에 돌아오는 달콤한 주말인데, 집에서 느긋하게 쉴 거야. "



이불을 몸에 둘둘 말아서 방어력을 몇 배나 올린 폼 체인지를 하고, 카스미에게 혀를 살짝 내민다. 약이 올라서는 볼을 귀엽게 부풀린 카스미를 보니 쿡쿡 웃음이 새어나온다. 지금까지 내 주말 일정은 항상 너한테 끌려다니는 아웃도어 데이트였지만, 오늘 만큼은 네 뜻대로 안 될거라고, 카스미! 



" 으으... 아리사 정말! 그럼 적어도 안에서 재밌게 놀아줘.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은 없는 거야..? "



" 오호... 그건 좋아. "



장롱을 한참이나 뒤적거려서 다른 게임기를 꺼낸다. 같이 놀 생각에 눈을 빛내는 카스미가 귀엽지만, 이 이치가야 아리사님에게 게임으로 도전하다니... 후후, 10년은 일러!



*



" 아~리~사아~!!!! "



카스미의 캐릭터가 바닥에 힘없이 주저 앉는다. 통산 10전 10승, 나의 완벽한 승리다.



" 불공평해! 아리사 캐릭터만 막 날아다니고, 엄청 강해보이는 레이져빔도 쏘고! 내 캐릭터는 아무것도 못하고 맞기만 하고... 이거 사기지! 아리사, 나 놀리려고 일부러 약한 캐릭터를 줬어! "



" 누굴 사기꾼 취급해! 제대로 버튼만 입력하면 너도 쓸 수 있는 기술이야. 아까 다 알려줬는데, 뭐가 불공평하대 자꾸? "



" 난 이거 오늘 처음 해본단 말이야... 조금 봐주면서 해줄 수도 있잖아. 아리사 치사해. "



확실히, 이 대전 게임은 히키코모리 시절에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몇 시간씩 했던 게임이다. 그럼 나도 잘 못해서 사 놓고 몇 번 하지도 않은 레이싱 게임으로 바꿀까...



*



" 우으... 싫어... 아, 아읏, 아... 아리사!! 나 떨어질 것 같아... 무서워... 길이 너무 좁아, 어떡해!! "



구불구불한 절벽길에 한 끝 차이로 바퀴를 걸친 채 비틀대며 달리는 카스미의 자동차. 버튼만 누르면 조작이 되는 걸, 굳이 몸까지 자동차를 따라 이리저리 비틀어 가면서 자동차를 살려 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거의 바닥에 누울 듯 허리를 굽힌 카스미가 불쌍하게도, 카스미의 자동차는 결국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고...



" 아우으... 아... 못 하겠어!! "



8명 중 8등. 엉엉 울고 있는 카스미의 캐릭터를 보는 게 속상했는지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그만 게임 화면에서 등을 돌려버리고 만다. 위로 차원에서 두 뿔이 추욱 처진 카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마음의 소리가 살짝 새어 나왔다.



" 카스미 너, 게임은 진짜 못하네... "



그러자 카스미의 얼굴은 완전 울상이 된다.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까지 살짝 맺혀 있다. 괜히 말했나...?



" 너무 어려워... 아리사가 조금 봐 주면서 같이 해주면 안돼..? "



" 게임인데 어떻게 봐 달라는 거야... 일부러 져 주는 건 하나도 재미 없다고. 차라리 안하고 말지. "



" 으... 아리사 바보! 집순이! 게임 중독! 히키코모리! 초코코로네! 나보다 게임이랑 분재를 더 좋아해! "



" 아, 아니거든! 누가 게임 중독이래!! 같이 게임 하자고 한 건 너잖아! "



카스미가 이번에도 멋대로 내 게임기의 전원을 꺼버린다. 그러고는 또 끈질기게 달라붙어 온다.



" 아리사아~ 역시 밖에 나가자~ 지금 창 밖 좀 봐봐. 바람도 기분 좋게 시원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야! 같이 상점가 데이트라도 하거나,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구... 어쩌면 아는 사람들도 우연히 만나게 될 수도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이거야 말로 키라키라 도키도키... "



" 안 나가!! 어차피 집에 있기로 했는데, 날씨 같은 건 상관 없어. 밖에 나가봤자 피곤해져서, 또 집에 오면 그만큼 더 뒹굴거려야 하고... 맛있는 건 배달 앱으로 시켜 먹으면 되고. 그리고, 휴일에 어중간하게 친한 사람을 만나는게 제일 무섭다고! 완전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대화거리를 억지로 머리에서 쥐어 짜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



왠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카스미의 시선이 따가워서 눈을 피하게 된다. 아, 방금은 조금 많이 아싸 같았다... 실제로 아싸지만. 다시 이불로 몸을 둘둘 말아서 방어 모드에 들어간다. 카스미 녀석, 눈빛을 보니까 당장 날 끌고 나갈 것 같아... 



" 그럼 내기하자, 아리사. "



" 내기? "



" 앞으로 5분 동안 아리사가 침대에서 안 나가고 버티면 아리사가 이긴 걸로. 반대로 침대에서 나가게 되면 내가 이긴 걸로. 어느 쪽이든 이긴 사람이 원하는 데서 노는 거다? "



" 너, 힘으로 잡아 당기려고 그러잖아! "



" 힘으로 잡아당기는 건 금지. "



그런 거라면 뭐... 카스미가 어떤 말을 해도, 5분 동안은 절대 안 나갈 자신이 있으니까!



" 그래, 좋아. 두 말하기 없기? "



" 당연하지! 그럼 지금부터, 시~작! "



카스미가 핸드폰을 잘 보이게 세워 놓고, 스톱 워치의 시작 버튼을 누른다. 째깍째깍, 디지털 숫자는 5분을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한다. 5분이면 너무 쉬운 거 아니야? 큭큭. 나 같았으면 30분으로 하자고 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게임기를 켠다.



" 읏...!? "



" 아리사, 절대 움직이면 안돼? 못 참고 나가면 지는 거다? "



어느새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는, 귓가에 바싹 붙어서 속삭인다. 



" 그, 그래... 알고 있어... "



" 햐읏!? "



다시 게임에 집중하려고 하기 무섭게, 카스미의 혀가 귀에 살짝 닿는다.



" 야! 너, 너... 지금 혀, 닿았... "



" 아리사, 딴 데 보다가 아리사 캐릭터 꼴등 하겠다. "



정말 내 캐릭터가 탄 자동차가, 어느새 낭떠러지에 떨어지기 직전... 얼른 버튼을 눌러 방향을 바꾸지만, 신경은 온통 등 뒤에서 나를 꼭 끌어안은 카스미에게 쏠려 있다.



카스미가 내 귀를 살짝 입에 넣는다. 혀로 귀 언저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짓궂게 살짝 깨물기도 한다. 조금 달뜬 카스미의 숨결이 그대로 목덜미에 느껴진다.



" 아리사는, 뒤에서 안으면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나서, 정말 귀여운 강아지같아... 나, 아리사의 향이 너무 좋아. "



" 그, 그런거 몰라.. 부끄러우니까 맡지 마.. 흐읏, "



이번엔 내 목덜미에 얼굴을 뭍고 강아지처럼 킁킁댄다. 나 오늘 계속 집에서 뒹굴어서, 혹시 이상한 냄새 나면 어떡하지..?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떻게든 식히고 싶지만, 이미 카스미에게 뒤에서 완전히 안겨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다. 



" 카, 카슷, 카스미...! 너 정말, 대낮부터... "



" 어차피 아리사는 오늘 밖에 안 나갈 거라면서~? "



뒤를 돌아보자, 카스미가 얄밉게 혀를 내밀며 조금 늘어난 내 티셔츠 안쪽으로 손을 넣는다. 갑자기 느껴지는 카스미의 손이 꽤 차가워서 몸을 움츠리게 된다. 



" 아, 흐읏... 읍... 흐읍... "



게임기는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새어나오는 소리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내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오는 

카스미의 손이 너무 기분 좋아서, 가슴께가 찌릿하고 저려 온다. 기분 좋은 전류가 온 몸을 타고 흐른다.



" 아리사. "



조금은 원망스러운 눈길로 카스미를 쳐다보자, 예쁜 눈웃음을 지으면서 내 귓가에 속삭인다.



" 할머니, 저녁 때까지 안 들어오셔. "



그러면서 내 손목을 잡고 살짝 힘을 주어서, 내 입가에서 떼어낸다.



" 그러니까, 일부러 소리 참지 않아도 돼. "



그리고 다시 한 쪽 손을 집어 넣어서, 유륜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힌다. 내 가슴을 손으로 살짝 쥐어 보기도 하고, 부드럽게 주무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다른 쪽 손으로는 내 얼굴을 살짝 돌려서, 살며시 입을 맞춘다.



오기 전에 사탕이라도 먹고 왔는지, 카스미의 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맛이 났다. 츄웁 츕 하는 질척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그러면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카스미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는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어느새 스톱 워치가 5분 초과를 알렸다. 우리 둘의 달뜬 숨소리와, 스톱 워치의 시끄러운 알람음만이 귓가에 웅웅 맴돌았다. 카스미가 나를 그대로 안은 채로 몸을 살짝 기울여서, 스톱 워치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 5분 지났으니, 아리사가 이겼네. 아쉽다... 후후. "



" ...... "



" 그럼 아리사. "



생글생글 웃으면서, 마치 착한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 아리사가 이겼으니까, "




" 오늘 하루는,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재밌게 놀자? "




그 말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면서 다시 내 짓궂은 애인과 입을 맞춘다.




*




아 이거... 분명 망상 시작할 땐 아리사의 아싸미가 넘치는 훈훈한 시트콤같이 끝내려고 했는데... 정신 차렸더니 회로가 이런 방식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새벽엔 글 쓰는 게 아닌가 봐ㅋㅋㅋㅋ (잘려서 컴퓨터로 다시 올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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