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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백합1

ㅇㅇ(220.74) 2019.11.27 01:49:43
조회 281 추천 1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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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익숙지 않고 피곤한 일이었다. 아직 몸에 익지 않은 교복의 소매 깃을 만지작대던 이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남색 교복은 어색했고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꽉 조였다. 고등학생이 되었다며 들뜬 것도 잠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너무 많았다. 인간관계도 그중 하나였다


쉬는 시간을 틈타 반 아이들은 제각기 둘러앉아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입학식을 한 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어떻게 벌써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쉽게 융화되고 친구를 사귀기란 역시 어렵다. 막연한 불안감은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차게 행동으로 옮길 만큼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리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 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갈색 생머리가 가슴께에 흔들리는 예쁘장한 아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누구더라,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꽤 오랜 시간 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나 보다. 상대편에서 먼저 작게 손을 흔들며 웃음을 지었다. 화들짝 놀라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 아이가 고개를 돌리자 머리카락에 가려있던 명찰이 드러났다. 윤희우. 이름이 윤 희우구나.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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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것 없이 무난한 나날을 거쳐 번호순대로 앉은 지 이 주가 지난 무렵, 담임이 자리를 바꾸겠다고 공지했다. 그나마 주변에 앉은 아이들과 덜 어색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상태였지만, 친구라기에는 부담스럽고 같은 반 여자애라기에는 미묘한 사이가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제비뽑기로 정한 자리는 창가 맨 뒷자리였다. 빳빳한 새 교과서로 가득한 짐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자 쏟아지는 햇빛이 눈을 찔렀다. 새하얗게 반사되는 햇살은 뜨겁고, 칠판은 잘 보이지 않고, 주변 소음에 묻혀 선생님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멀어졌다. 몽롱해지듯 세상과 유리되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다시 교과서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눈앞으로 노란색 막대사탕 하나가 내밀어졌다. 사탕을 내민 손을 따라가니 그곳에 네가 서 있었다. 갈색 머리칼이 가슴께에서 찰랑거렸다. 단정하게 차고 있는 명찰에는 그 이름이 쓰여 있었다. 윤희우, 너는 사탕을 내 교과서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아 저도 하나를 꺼내 물었다. 내게 건넨 것과 똑같은 노란색 사탕이었다. 얌전히 눈을 내리깐 옆모습에 부닥친 햇살이 가닥가닥 부서졌다.



먹을래?”



별로 특별하달 것도 없이 건넨 말이었다. 이쪽을 보는 눈동자와 속눈썹이 햇빛을 받아 투명한 갈색으로 빛났다. 작은 막대사탕을 거절하기가 더 애매해 조용히 사탕을 집어 들었다.



고마워.”



조심스레 껍질을 까 입에 물었다. 레몬 맛이다. 사탕을 먹는 것은 오랜만이다.


시다. 신맛 때문에 입안이 시큰거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일었다. 인상을 쓰려다가 의식적으로 표정을 고쳤다. 이렇게 신데 저 애는 아무렇지도 않나. 흘끔 쳐다본 희우는 무표정으로 책과 선생님을 번갈아 쳐다보며 필기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괜히 멋쩍어 교과서로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내리깔았다. 사탕이 녹아내리며 이와 슬근거렸다. 간간이 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멍하니 교실 한구석을 쳐다보고 있자니 사탕에서 은은하게 단맛이 퍼졌다. 나쁘지 않다. 평소에 싫기만 했던 레몬 사탕의 신맛도, 옆자리에 앉은 윤희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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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활달한 여자애, 그게 너의 인상이었다. 그렇게 특색 없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어디서나 눈에 띌 정도도 아니었다.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그게 당연해 보였다. 자연스레 나와는 다른 부류일 거라고 생각했고 먼저 다가가는 일도 없었다. 접점이 없으니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너는 가끔 스스럼없이 내게 말을 걸었고, 그럴 때면 나도 잔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대화가 가볍게 이어지다 쉽게 끊어진다. 수업이나 조례가 시작되고 너는 그에 집중한다. 그게 우리의 일상이었다. 우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사이. 나에게 너는 그저 짝이 된 괜찮은 애 정도였고 네가 본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매 쉬는 시간마다 네 곁에는 두 명의 친구가 다가왔고 네 자리는 웃음으로 가득 찼다. 즐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 끼기도 어색했고, 그들도 굳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당연히 점심도 따로 먹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었고 희우는 새롭게 친해진 친구들과 밥을 먹는다고 했다. 한 번은 급식실에서 희우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우연이었다. 친구와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고 크게 웃음을 터뜨리다가 불현듯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 네가 있었다. 조금 당황해서 손짓으로 인사를 건네자 너도 마주 인사해왔다. 순간 네 표정이 모호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를 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내 착각이었나 보지.



점심 맛있게 먹었어?”



그 날 이후로 희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 많아졌다. 전에는 수업이 시작된 후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까지의 애매한 시간에 주로 대화를 했었는데, 이제는 쉬는 시간이나 종례 이후에도 말을 걸었다. 그러니 희우에게 다가오는 친구들과도 말을 텄다. 각자 김 소현, 이 혜린이라고 했다. 같은 반 친구는 여러모로 필요했다. 친해져서 나쁠 것 없다. 그런 마음으로 웃으면서 응대했다.


이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대체로 시답잖은 것들이었다. 급식에 대한 불평, 각 과목 담당 선생님에 대한 얘기들, 수행평가, 교복,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 버스 정류장, 편의점, 학원, 집에서 겪었던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


한 번 바람이 불어오면 그대로 사라질 것 같은 가벼운 주제로 즐겁게 대화할 수 있도록 주도하는 것은 희우였다. 사소하고 가볍다. 한 번 웃어넘기고 몇 번 맞장구를 치면 대화거리가 동이 난다. 그러면 희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새로운 주제를 꺼낸다. 그 투명한 갈색 눈동자에 빛을 머금고, 이거 얘기한 적 있던가, 하는 여상한 말투로.


대화는 급류와 같다. 한 번 흐름을 타면 그 기세가 무서워 담아서는 안 될 것까지 입 밖으로 뱉어놓고 만다. 그것이 무서워 나는 늘 한 발 뒤로 빠진 것처럼 굴곤 했다. 적당히 맞장구치고 웃으면서, 또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가면서.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놓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대화 주제를 골라 내놓고,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막상 대단한 정보는 내놓지 않는다.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리저리 바통을 넘겨 가며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까닭 없이 유쾌하다. 다음 대화로 무엇을 할지 속으로 가늠한다. 먼저 화두를 던질 타이밍을 고민한다. 말을 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얼마나 호응을 이끌어 내는가, 이다.


누구에게?


이현은 그쯤에서 생각을 멈췄다. 깊게 생각하는 것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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