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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몇몇 백갤럼들이 말하는 판타지 이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

ㅇㅇ(175.223) 2019.11.28 23:34:14
조회 572 추천 16 댓글 2
														

내가 아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산다. 마법사는 마술사를 경멸한다. 그리고 마법사는 마술사를 고용한다. 용도는 다양하다. 마법사 대신 죄를 뒤집어쓰거나, 마법사 대신 살인 마법에 맞거나, 마법사가 하기 싫은 뭐 이런저런 일을 하거나.

마술사는 자질구레한 주문서를 이용해서 마법을 다룬다. 

마술사를 위한 자질구레한 주문의 대표격으로 마탄이 있다. 극도로 단순한 주문이다. 마력의 덩어리가 나타나서 그대로 직선으로 나아간다. 

극도로 단순한 수단을 중심으로 세상을 재편하면, 세상도 극도로 단순해진다. 마탄으로 부술 수 있는 것, 아니면 부술 수 없는 것. 이 두 분류만이 남는다. 마술사들은 모두 이 관점으로 세계를 봤다.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마탄에 부서지는 쪽이다. 그건 나도, 아토스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아토스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 아토스는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했거나. 그 결과, 아토스는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다. 마탄을 얕잡아보는 대부분 마술사나…… 아니면 세상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내가 아토스와 처음 만난 날에도, 아토스는 이미 피범벅이 된 채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공동주택 복도에 꽉꽉 들이찬 피 냄새를 맡자마자, 나와 내 마술사 동료는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려 했다. 다만, 그대로 돌아가면 착수금을 뱉어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내 동료는 허벅지에 낀 주문 책을 손에 들고 펼쳤다. 

어떤 방에 아토스가 있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는, 어떤 방에서 마술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이미 문짝에 마탄 맞은 자국이 숭숭 뚫려서 그 사이로 찬란한 아침햇살이 새어 들어왔으니까.

나는 한 손에 주문서들을 철해놓은 주문 책을 들고 발소리를 죽여서 접근했다. 발을 뺄 수 없는, 어떻게 봐도 관계자인 시점, 하지만 결코 준비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다른 말로는 일 말아먹기 딱 좋은 때라고 한다.

나와 내 동료인 엘리스는 가만히 숨을 들이쉬었다. 바로 그 때 문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났고, 구멍 사이로 새어들던 빛이 막혔다. 그리고 그대로 문짝이 떨어지고, 한 남자가 그 위로 쓰러졌다.

동종업계 종사자였다. 사람 죽이고 돈 받는, 동류. 그의 어깨에서부터 배까지 길게 베인 상처가 나 있었다. 그 상처 틈으로 사람 속에 있는, 하지만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손에 주문서 두 장을 꽉 쥐고 있었다. 

하나는 익숙하기 그지 없는 마탄이고, 다른 하나는 방패였다.

방패는 이 일에 처음 뛰어드는 의뢰인들을 낚기 좋은 수단이다. 그들에게 첫 페이지에 철해 놓은 방패 주문서를 보여주면 그들은 마술사를 전문가 대우해 준다.

실제로 책을 보면서 가장 첫 페이지를 보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차치한다. 진상은, 이 주문서를 자랑하는 놈들 중 절반은 주문을 외우다 혀가 꼬이고, 나머지 절반은 주문서를 펼치기도 전에 죽는데도. 이 마술사처럼.

죽은 마술사 위로 짙은 그림자가 일었다. 그 자리에 영원히 누운 마술사를 죽인 사람의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의 주인이 아토스였다. 아침햇살 속에서 마술사들을 죽이고 걸어나온 여자가. 

이 사실이 아토스를 특별하게 해 주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소매가 긴 옷을 입었음에도 옷에 끼어 드러나는 근육, 날카롭게 떨어지는 턱선, 긴 생머리, 그리고,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예쁜 눈빛은 그 다음이었다. 아토스는 살아 있었다.

아토스가 쥔 칼 끝에서 피와, 이자액과 쓸개즙 따위가 섞인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그 핏방울들은 원래의 주인이던 남자 위에 작은 원형 궤적을 그리더니, 나에게 그 끝을 향했다.

“피를 닦을 시간조차 없군.”

나와 아토스는 눈을 마주쳤다. 말했듯이, 아토스는 눈이 예뻤다. 하지만 아토스가 내 눈에서 무엇을 봤을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탐색하고 있을 때, 엘리스가 말했다.

“아토스 씨. 우리는 극장주님의 대리인의 의뢰로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아토스는 그제야 혁대에서 기름 묻은 천을 꺼내 검을 닦고, 칼집에 집어넣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착수금을 내 지갑에 집어넣었다. 

그 착수금 덕에 방패를 하나 쓸 여유가 생겼다. 나는 주문 책에서 방패 주문서를 뽑아내 창문을 향해 날리고, 그 뒤에서 창을 둘러보았다. 창 밖은 비슷비슷한 흰색, 회색 벽돌과 적색 기와, 청동 장식물을 얹은 공동주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눈 앞으로 쇄도하는 마탄들도.

방패는 어쨌건, 마탄에 부서지지 않는 부류였다. 최소한 여섯 발까지는 버텼다.

나는 머리 같은 편한 표적을 내밀고 놈들 수를 세는 대신, 저 밖에도 우리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방패는, 모든 주문이 그렇듯이, 결코 맹신할 만한 주문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어떻게 집주인한테 안 들키고 빠져나갈지부터 생각해 보죠.”

엘리스는 가만히 떨어져나간 문짝을 가리켰다. 그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고, 그 위로 피를 흠뻑 뒤집어쓴 나무 판자를 아직도 문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그 문짝을 가리켰다.

“유감이지만, 우리는 돈 때문에 일해서요. 이거 물어주면 본전도 못 찾아요.”

나는 굳이 보지 않고도 온 방에 남아 있을 전투의 상흔이 짐작이 갔기에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토스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진심이군요.”

아토스의 말이었다. 우리가 진심이란 걸 안다는 건, 협력하겠다는 뜻이겠지.

나는 말을 꺼냈다.

“창문으로는 못 빠져나가. 밖에 쭉 깔렸거든.”

기껏 알아낸 사실도 혼자 감추고 있으면 쓸모가 없는 법이다. 협력자와는 공유해야 한다. 엘리스는 내 말을 듣고는 자기 주문 책에서 접착과 화염구 주문서를 꺼냈다.

“쭉이라는 건 과장이지?”

마탄을 쏜 놈이 한 명인지 한 중대인지 확인 못한 건 사실이었다. 나는 사실대로 답했다.

“과장이야.”

엘리스는 발로 문짝 위에 늘어진 시체를 툭툭 걷어차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이리 와서 이것 좀 도와줘.”

굳이 내가 도우러 갈 것도 없이, 아토스가 시체의 다리를 잡고 당기자 시체는 단번에 문 위에서 벗어났다. 그 사이 엘리스는 화염구 주문서에 접착 주문서가 내뿜는 투명한 액체를 발랐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거, 던져버려.”

배가 찢어져 내장을 질질 흘리는 시체를 던지는 건 유쾌한 짓이 아니었다. 그게 아는 얼굴이라면 더 유쾌하지 않겠지.

엘리스는 끈적끈적한 화염구 주문서를 문짝 뒤편에 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엘리스가 주문을 외웠다.

“플라바.”

주문서에서 풀려난 화염구는 곧바로 사방에서 얽어드는 접착 주문에 붙들렸다. 마법이 마법을 태우는 푸른색과 초록색이 뒤섞인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염구가 접착 주문을 다 태우는 데에는 10분 정도 걸릴 테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여느 화염구가 그렇듯이 멋들어지게 폭발할 것이다.

플라바. 맛, 또는 풍취. 악취미라고 느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주문이다. 

화염구란, 어쨌건 마술사가 지갑에서 목숨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 주는 주문니까. 가끔, 정말로 잘 풀리면 지갑에서 빠져나간 목숨만이 아니라 의뢰비까지 손에 쥐어 주기도 하고.

그래서 화염구는 숭배를 받는다. 배 속에 맥주를 들이붓고 밤이 자기 것마냥 즐기는 놈들은 서로 손에 넣은 화염구 주문서를 비교하고, 전문가마냥 이번 년도 어떤 마법사가 손수 만든 걸작 화염구, 유례 없으며 앞으로도 대항마가 없을 최고 위력의 화염구 따위를 자랑한다. 그리고 그 놈들 중 절반은, 일 년을 못 채우고 자기 화염구에 휘말려 죽는다.

나와 엘리스, 아토스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래층에서 계단을 올라타는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유쾌하지 못한 걸 보고,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걸 직감한 마술사들이다.

그리고, 화염구가 내는 폭음이 들렸다.

“마지막으로 집주인만 속여넘기면 되죠.”

엘리스가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래층에서 사람들 한 무리가 허겁지겁 뛰어올라왔다. 

선두에는, 아니나다를까 건물주이자 1층에 위치한 정육점 주인 양반이 서서 그을음과 시체로 뒤범벅된 자기 건물을 보고 절규했다.

그 주변을 아침의 소동을 구경하러 나온 다른 세입자들이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건물주는 씩씩거리면서 세입자 중 하나를 보고, 그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지막 단계까지, 제대로 끝냈다. 그가 허벅지에 찬 주문 책이 보였다. 마술사로군. 마탄, 방패, 화염구 같은 자질구레하고 추한 주문을 밑천 삼는. 나는 픽 웃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 자질구레하고 추한 것들을 정성스럽게 클립으로 박은 다음에 가죽 표지 사이에 넣고, 그 위에 녹슨 자물쇠하고 체인까지 걸어서 허리춤에 걸고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마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방패. 하고는 책갈피까지 끼워서 보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생각날 때마다 손가락으로 툭툭 치고 손으로 쓰다듬고 한다.

이런 내가 불쾌한가? 그렇다면 통쾌해하라. 이 이야기는 내가 엿먹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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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비중이 작다거나 하는 몇몇 문제로 몇 년째 나 혼자 보는 중


근데 디시 문서편집 죽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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