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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쪽 좀 봐 줘, 카스미! (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9 03:14:41
조회 1195 추천 33 댓글 15
														

아침 등굣길, 늘 카스미를 기다리던 골목길에서 초조하게 발을 탁탁 굴렀다. 등교 시간까지 앞으로 15분 남짓.. 한동안 빠릿빠릿하게 잘 다닌다 싶었더니, 그러면 그렇지. 한숨을 푹 내쉬고 카스미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잰걸음으로 카스미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대문이 벌컥 하고 열린다. 나온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카스미의 참한 여동생, 아스카. 나를 보자마자 살가운 웃음으로 인사하는 게 기특하다. 얘기를 길게 나누는 건 자신 없지만... 잠깐 마주치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 아, 이치가야 씨! 안녕하세요?"



" 아... 안녕. 언니는 늦잠 잤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휴. 이미 지각이네... 제발 빨리 나오라고 전해 줄래? "



내 말을 들은 아스카가 고개를 갸웃 하며 나를 쳐다봤다.



" 네? 언니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미 학교에 갔는데요? "



" 에엥!? 카스미가? 왜? 어째서? "



" 모르겠어요.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나 일찍 일어났어?' 라고 물어 봐도, 묵묵부답으로 그럼 다녀올게~ 하면서 학교로 출발해서... "



카스미 녀석, 웬일로 그렇게 일찍...? 아니, 맨날 나랑 같이 등교했으면서! 일찍 나가면 일찍 나간다고 문자라도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얼른 핸드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니, 등교시간까지 5분. 망했다....




*




" 어디 아파, 아리사? 아픈 토끼같이 축 늘어져 있네. "



어떻게든 1교시 수업을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오느라 녹초가 돼서 엎드려 있는 내 책상 앞에서 오타에가 내 트윈테일을 토끼 귀처럼 쫑긋 세우며 가지고 논다.



" 오타에, 내 머리 갖고 놀지 마. "



" 아리사, 이거 모터에 달아서 엄청 빨리 돌리면 날 수 있는 거 아니야? 헬리콥터처럼. "



어느새 잘 정돈해 놓은 내 머리를 빙빙 돌리고 있다. 이익, 열 받게.... 내가 계속 대꾸해 봐야 씨알도 안 먹힐 걸 알기 때문에 이럴 땐 해결사가 필요하다.



" 도라에몽같은 소리 하네!! 사아야!! 얼른 와서 얘 좀 데리고 가!! "



" 네, 네~ 오타에, 아리사 피곤하다니까 우리 저 쪽 가서 놀자. 어제 인스타에서 찾은 아기 토끼 키우는 계정 볼래? "



" 아, 보여줘. 그런 계정도 있구나? "



한숨을 내쉬며 옆 자리를 흘깃 쳐다보니, 카스미가 보였다. 나랑 똑같은 자세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내 반대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진짜 학교에 일찍 오긴 왔나 보네..?



" 어이, 카스미. "



" ...! "



" 카아스으미이. "



" ....... "



" 얌마!! 방금 움찔 하는 거 다 봤거든! 자는 척 하지 말고 얼른 대답 안 하냐! "



" 아, 아리사! 왜...? 아하하... "



이제야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다.



" 내내 엎드려 잘 거면 학교엔 뭐하러 일찍 왔대? "



" 아... 그게, 그냥 오늘 따라 아침에 눈이 일찍 떠 져서,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 "



" 너 때문에 니네 집까지 너 데리러 갔다가 헛걸음 하고, 학교까지 아침부터 전력질주 했거든? 지각해서 선생님한테 한 소리 듣고. "



" 헉, 데리러 왔었어!? 에헤헤, 미안... 미리 연락하는 걸 깜빡해서. "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엎드린 채로 대강 대답하는 카스미가 괜히 괘씸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엎드린 카스미의 어깨를 세게 주물렀다. 어깨에 내 손이 닿자마자 화들짝 놀라서는 책상 쪽으로 얼굴을 묻는다.



" 아야!! 아팟!! 아리사 미안! 진짜 잠깐만! 나 어깨 뭉쳤단 말이야!! "



" 아~ 그러셔? 시원하시겠네~ 내 얼굴도 안 보고 사과하면 이 쪽에서 잘도 받아 주겠다! 머리 망가지게 학교에 아침부터 비니는 왜 쓰고 오는 거야? "



카스미 녀석, 자기 말로는 매일 아침 스프레이로 세팅한다는 머리 스타일이 아깝게 갑자기 빨간 비니를 쓰고 왔다. 비니 위로 툭 튀어나온 뿔이 귀여워서 살짝 만져보고 싶기도 하다. 답답하게 푹 눌러 쓴 비니를 벗기려고 하자마자, 갑자기 완강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 왜, 왜 이래 아리사!! "



" 아니, 비니는 벗으라고. 이제 곧 수업시간이잖냐. 선생님 들어오셔도 비니 쓰고 있을 셈이야!? "



" 싫어!! 아리사, 만지지 마! 오타에! 리미링! 사-야! 얘들아 도와줘!! 아리사가 강제로 벗기려고 해! "



" 모자 벗기는 거잖아, 이 바보야! "



" 이치가야, 토야마? 사랑싸움 그만하고 앉아라. 1교시 시작한다. "



어느새 들어온 선생님의 한 마디 때문에 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큭큭댄다. 토야마 카스미 정말!!




*



그 후로도 카스미의 별난 행동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별로 먹을 기분이 아니라면서 포피파 애들이랑 점심도 먹지 않았다. 거기다가, 매 쉬는 시간마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보건실에 계속 누워있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결국 6교시쯤 되어서는 참다 못한 보건 선생님이 카스미의 목덜미를 끌고 반에 직접 찾아 오셨다.



" 이치가야, 네 여자친구 좀 반에 잡아 둘 수 없냐? 36.5도인데도 열이 나서 쉬어야겠다고 보건실에 어찌나 뻔질나게 드나들어서 옆에서 재잘대는지, 멀쩡하던 내가 두통약을 먹어야겠다! "



" 아니 쌤!! 누가 제 여친이에요!! 아 정말!! "



뭐 그런 느낌으로 이동 수업 시간에나, 쉬는 시간에나 카스미와 얘기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 뭔가 이상해... 평소 같으면, 내가 자고 있어도 강아지처럼 끈질기게 달라 붙었을 앤데 말이야. 얘 진짜 어디가 아픈가..? 보건쌤 말 들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



이쯤되면, 바보라도 카스미가 나를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걸 알 정도이다. 아니, 어째서..? 내가 뭐 카스미 마음을 상하게 할 일이라도 했었나? 괜히 불안한 마음에 카스미랑 대화한 채팅방 대화 기록을 뒤져 본다. 내가 이런 쪽에 둔한 건지,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느낌이 드는 대화는 보이지 않는다. 카스미는 저래 봬도 감성이 꽤 풍부하니까,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 받았는지도...



" 아리사, 오늘 내내 기운 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무슨 일 있어? "



" 응? 아, 사아야. "



" 안 봐도 알겠다. 카스미 태도가 쌀쌀맞아서 그러는 거지? "



" 아니야!! 그, 그런 거 신경 안 써! 그냥 갑자기 저러니까,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그런다! "



사아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실실 웃는다. 아, 저건 나 놀릴 때 나오는 표정인데...



" 아리사, 내가 카스미가 다시 너한테 달라붙어 오게 하는 법 알려 줄까? "



" 별로 관심 없어. 어차피 내일 되면 다시 평소대로 돌아올 건데, 뭐. "



" 아하~? 알았어. 그럼 난 오타에랑 놀러 가야지~ "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냉큼 도망가려는 사아야의 옷자락을 나도 모르게 잡아 버렸다.



" 아유 진짜 이 얄밉부키 사아야... "



" 후후. 그럼 카스미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리사한테, 비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소곤소곤... "



*



하굣길, 카스미는 무슨 범죄라도 저지른 것 마냥 뿔이 튀어 나오게 비니를 푹 눌러 쓰고는, 잠깐 동안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경계하더니 학교 정문을 나섰다. 평소 같으면 늘 같이 하교했을 텐데, 무슨 안경점에 가야 한다느니 하는 핑계를 대면서 나를 또 따돌렸다. 안경은 무슨 안경, 그럴 듯한 핑계를 대야지... 나도 카스미의 뒤를 몰래 따라 붙는다.



원래 걸음이 빠른 카스미와는 다르게, 전형적인 집순이 체력인 내가 카스미를 미행하는 것은 의외로 힘든 일이었다. 집 앞까지 겨우 따라 붙어서, 집 문을 여느라 정신이 팔린 카스미의 뒤에서...!



" 얍!!! "



" 으왓!!! "



사아야의 비법대로, 카스미의 빨간 비니를 휙 잡아당겨 벗긴다. 내 목소리를 들은 카스미의 귀가 비니 색깔보다 더 빨개진다.



" 아, 아리, 샤!? 어어떻게 여기까지 따라 온 거야?? "



놀라서 혀까지 씹고, 아직도 이 쪽을 봐주지 않는 카스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한다.



" 카스미, 너 말이야. 오늘 나 왜 피한 거야? "



" 으응..? 아니야! 내가 아리사를 왜 피해?? 그, 그냥... "



" 뭘 피한 적이 없다는 거야! 지금도 눈도 안 마주쳐 주면서. 너, 내가 싫어진 거야...? 얼굴도 보기 싫을 정도로...? "



" 절대절대 아니야! 아리사를 내가 어떻게 싫어 하겠어? 난 진짜 맨날맨날 아리사 생각만...하는...아, 아하하... "



갑자기 부끄러운 소리를 하기 시작한 걸 알았는지, 다시 귀가 빨개지는 카스미를 보고 있으니까 나까지 화끈거리는 느낌이다.



" 으... 그럼 나 보고 말해. 네 얼굴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버릴 지경이니까. "



" 그건 절대 안돼. "



" 왜 안되는데? "



" 아무튼 안돼. "



" 그럼 평생 내 얼굴 안 보고 살 거냐!! 나 앞으로 오쿠사와 씨처럼 인형탈 쓰고 키보드 치라는 거냐고! "



" 아~! 얼른 아스카 저녁밥 차려 줘야 하는데! 아리사, 그럼 나 들어가 볼게? 내일, 아니 2주 뒤에 보자! 나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키라키라 도키도키한 걸 찾으면 다시 학교에 돌아 올게! "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이 쪽 보라고!! "



현관 문을 열고 집으로 도망가려는 카스미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대로 카스미와 몸을 겹친 채 현관 앞에 넘어진다.



" 아야야... 어이 카스미, 괜찮.... 응....? "



내 아래 깔려서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서 내 시선을 피하는 카스미가 오늘 따라 몇 배는 귀여워 보인다. 왜 그런가 했더니, 평소보다 꽤 짧아진 앞머리가 이마 앞으로 귀엽게 튀어나와 있었다.



" 카스미, 너 머리 잘랐..? 으왓!? "



카스미가 갑자기 나를 와락 안는다. 부드러운 카스미의 몸이 이곳저곳에 밀착되고, 카스미의 숨결이 목 근처를 간지럽힌다,



" 쵸마맛!! 뭐 하는 거야! "



" 앞머리 빤히 쳐다보지 마! 아리사 변태! "



" 퉤메!! 이거 놓으라고! 지금 니가 더 변태 같으니까!! "



" 절대절대절대 싫어! 놔주면 아리사 또 내 앞머리 쳐다볼 거잖아! "



" 아, 귀엽기만 한데 왜 호들갑이야 바보야!! "



잠시 몇 초의 정적이 이어진 뒤, 카스미가 내 허리에 꽉 두른 팔에 스윽 힘을 뺀다. 현관에 보일러라도 때는 건지, 카스미네 집이 꽤 덥다.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짧게 자른 앞머리를 매만지는 카스미, 귀여워...



" 어제 유튜브에서 앞머리 예쁘게 자르는 법을 보고 혼자 따라해 보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사-야한테도 앞머리 찍어서 보내주니까, 그 정도면 미용실에 가도 어떻게 못 해주고 그냥 다시 자라길 기다려야 한다고... 흑... "



" 괜찮으니까 그냥 평소처럼 밝게 다니라고 바보야... 비니를 왜 쓰고 있나 했더니만. "



비니 위로 뿔이 튀어나온 카스미도 귀엽지만.



" 에헤헤... 아리사가 그렇게 말 해주니까, 그럼 내일부턴 평소처럼 다닐게. 오늘 하루 피해서 미안해. 부끄러워서... "



" 아, 그래. 내일 등교 시간 꼭 지켜서 나와라? "



" 네에~ "


나를 배웅하며 현관 문을 닫으려는 카스미를 빤히 쳐다보다,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 잠깐만 카스미. "



" 응? "



" 사아야한테는 셀카까지 찍어서 상담하고, 왜 나한테는 오늘 하루 내내 부끄러워서 얼굴도 안 보여 준 거야? 너, 솔직히 말해. 나한테 쌓인 거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 "



" ......아리사 바보!! 그런 거 물어보지 마!! "



쾅!!



얼굴이 다시 랜덤 스타 색이 되어서는, 냅다 소리 지르며 대문을 쾅 닫아버린다.



" 너, 또 거짓말했지! 그냥 지금 얼굴 보고 말 하라니까! "



카스미네 집 초인종을 게임기 버튼 누르듯 다다다다 연타해 대도, 카스미는 다시 나오지 않는다.



" 아.... 저기... 이치가야 씨...? "



" 에...? 아, 아스카!? 아니, 내가 뭐 이상한 짓 하려던 게 아니고, 이건...! "



" 아하하... 언니가 보고 싶으시면 제가 부를게요. "



" 아니 됐어!! 그럼 저녁 맛있게 먹으렴! "



그대로 뒤돌아서 유성당 쪽으로 달음박질친다. 카스미 녀석, 내일은 꼭 왜 그랬는지 물어봐 주겠어! 그나저나 앞머리 귀여운데, 다시 자라기 전에 사진 찍어 놓을까..?



*



빨강 비니 쓴 카스미 4성 일러스트 보고 돌린 회로... 오랜만에 부끄럼쟁이 카스미랑 살짝 둔감한 아리사! 제목은 대충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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