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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엘리트 비밀 요원 아리사가 업어 키운 카스미 (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30 01:44:08
조회 927 추천 33 댓글 7
														

" C 구역, 진입합니다. "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무전기에 상황을 보고한 아리사는 문 앞에서 잠깐 경계 태세를 취하고, 소리로 대충 내부 상태를 파악해. 아이 울음 소리가 문틈 사이로 조금 새어 나와. 우는 애를 달랠 여유도 없는 상황이거나, 아니면 이미... 눈을 잠깐 감은 아리사는 이내 눈 깜짝할 사이에 잠긴 선실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가.



" 으아아앙~ 엄마... 아빠... "



선실에는 바닥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고 있는 대여섯 살 남짓의 여자아이가 있어.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손에는 섬뜩하리만치 까만 권총을 쥐고 있는 아리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아이를 잠깐 바라 봐. 아리사의 예상대로, 아이 주변에는 부모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쓰러져 있어. 혈흔이나 상처의 모양으로 봐선 아마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자결한 것이겠지. 울고 있는 아이 쪽으로 시선을 옮겨 보니, 꼭 쥔 아이의 주먹 사이로 쪽지가 살짝 삐져나와 있어.



" ....쉿. "



" 히윽... 히끅... 흐윽... "



생판 모르는, 그것도 온 몸에 피를 잔뜩 묻힌 여자가 조용히 하라는 데도 고분고분 말을 듣는 아이가 아리사는 조금 신기해. 



" 손에 든 거, 언니한테 줘 봐. "



역시 무서운지, 아리사의 얼굴을 잠깐 보려고 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려. 손을 내민 아리사를 애써 외면하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주먹을 더 꽉 쥐어. 



" ...괜찮으니까, 얼른. "



치직... 치직... 삐리릭.



갑자기 무전기가 작동해. 꽤 난감한 상황이야.



" 이치가야. 구역 내 생존자는? "



" 으으.. 흑... 흐윽... "



역시 애는 애인지 꾹 참았던 다시 울음이 터지려는 것 같아. 아리사는 얼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손으로 아이의 볼을 살짝 어루만지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피가 아이의 하얀 볼에 검붉은 핏자국을 남겨. 아리사는 코까지 올려 썼던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제대로 웃지도 못하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려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 애들 다루는 법은 잘 몰라도, 얼굴을 보여주고 웃으면 좀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을 살며시 내밀어. 올망졸망한 보라색 눈망울이 다시 아리사를 살짝 올려다 봐.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살며시 아리사의 손에 조막만한 주먹을 올려 놓고는 그제서야 쪽지를 건네줘.



[ 아이의 이름은 토야마 카스미 입니다. 아이에겐 죄가 없으니, 제발 안전한 곳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만 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



어찌나 꼭 쥐고 있었는지 아이의 땀으로 너덜너덜해진 쪽지를 다 읽은 아리사는 주머니에 쪽지를 집어 넣고는 한숨을 푹 쉬어.



" 이치가야. 회신이 없군. 혹시 구역 내 생존자가 있나? 지금 교전 중인가? "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이를 가볍게 안아 올린 아리사는 그제서야 무전기에 대고 대답을 해.



" ...아닙니다. 상처가 벌어져서 잠시. C 구역 생존자.... 없습니다. 계획된 위치로 1시간 내로 귀환하겠습니다. "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선실 바깥으로 빠져나가. 아무도 모르게 비상용 구명보트를 띄우고 아이와 함께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질 계획인 거지. 보트에 탈 때까지도 입을 꾹 닫고 있는 아이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어느새 곤히 잠들어 있지 뭐야. 아리사는 차가운 밤바람이 닿지 않게 아이를 품에 안고, 물살이 이끄는 대로 근처 육지를 향해서 비밀스러운 탈출을 시작해...



*



그로부터 10년 쯤 후.



" 아휴, 아리사! 또 방 안에서 담배 피웠죠? 제가 담배 끊으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정말! "



소파에 걸터 앉아서 오랜만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아리사를 누군가 흔들어서 깨워. 아리사의 눈앞에는 귀여운 트윈테일을 한 보라색 눈의 아가씨가 못마땅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서 있어. 



"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에서 사고 쳤다고 연락이 오는 어디 사는 누구씨 덕분에, 끊고 싶어도 담배를 끊을 수가 없네. "



" 으... 걔네가 잘못한 거에요! 제 머리스타일이 애 같다고, 촌스럽다고 놀렸단 말이에요. 아리사가 매일 아침 묶어주는 머리인데! "



" 그렇다고 애들을 떡이 되도록 팰 것까진 없잖냐. 내가 너 쌈박질이나 하고 다니라고 직접 주먹 쓰는 법 가르친 줄 알아? 주먹 좀 쓰니까 아주 못 이길 사람이 없을 것 같지? 지가 무슨 특수 요원인 줄 알아요. 한번만 더 친구들이랑 싸웠다는 연락 오면 아주 혼날 줄 알아. "



" 하흐헤허요, 히허 하후헤효.... " ( 잘못했어요. 이거 놔주세요... )



카스미의 말랑한 볼을 양쪽으로 쭈욱 늘리면서 잡아당기자, 이상한 발음으로 변명을 하는 카스미가 귀여워서 피식 하고 웃어. 어느새 건방지게 키는 나보다 커졌어도, 아직 애라니까?



" 아야... 아리사, 저 학교 다니기 싫어요. 하나도 반짝두근거리지 않는단 말이에요. 애들도 재미 없고, 쌤들이 가르쳐 주는 것도 재미 없어요. 아리사가 옛날처럼 집에서 나 가르쳐주면 안 돼요? 아리사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에요... "



" 얌마, 그럼 나는 온종일 너 뒷바라지만 하라는 거야? 내가 20대에 할 짓 못할 짓 다 하면서 돈 벌어 가지고 번듯한 학교 보내 놨더니, 아주 배가 불러 가지고 학교 가기 싫단 소리나 하고... 이래서 애들 키워봐야 소용 없다는 거구만~ "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탁자 위의 리모콘을 집어 드는 아리사가 영 못마땅한지, 카스미가 갑자기 아리사에게 와락 안겨와.



" 쵸마맛!! 이게 18살이나 먹어 가지고... 숨 막히니까 올라타지 마! " 



" 아리사, 저는 학교 같은 거 다닐 필요 없어요. 저는 꼭 아리사가 일하던 특무과에 들어가야 한단 말이에요. 이제 아리사는 위험하다고 안 가르쳐 주지만, 대신 사-야 이모랑 오타에 이모한테서 열심히 하고 있다구요. 무술 단증도 따고, 암호도 외우고, 사격도 열심히 하고... 오타에 이모가 이번 달 안에 헬기 조종하는 법도 가르쳐준다고 했어요. 저번에 사-야 이모꺼 헬기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갔을 때 진짜 재밌었는데... "



어쩐지 요즘 집에도 잘 안 들어오더니, 또래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줄 알았었는데 이것들이 쓸데없는 짓을... 아리사는 눈살을 찌푸려. 사아야와 타에랑은 한 때 정부 산하의 첩보 단체, 특무과 내에서도 어떤 임무라도 맡아 처리하는 엘리트 특수 부대, 암호명 '포핀 파티' 의 멤버로서 활동한 사이야. 지금은 다들 은퇴하고 백수 신세지만!



" 안 돼. 학교도 얌전히 못 다니는 애가 뭘 한다고... "



" 아리사. "



카스미의 눈 속에서 진지함이 엿보여. 무슨 얘기를 하려는 지 짐작이 가서, 아리사는 침을 꿀꺽 하고 삼켜.



" 제 부모님이 왜 그렇게 돌아가셔야만 했는지, 저는 꼭 알아야겠어요. "



" ...네 부모님은!! "



갑자기 언성을 높이고, 카스미의 어깨를 확 붙잡는 아리사 때문에 카스미는 깜짝 놀라. 



" 네가 평범하게, 안전한 곳에서 살아가길 원하셨어! 설령 네가 특무과에 들어가서, 그날의 작전을 누가 지시했는지 알아낸다고 해도 너 혼자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



" ...아리사. 미안해요... 너무 세게 잡지 말아요. 어깨 아파... "



금세 시무룩해진 카스미의 얼굴을 쳐다보니까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 하고 올라오는 기분이야. 아리사는 카스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듯 말해.



" 제발... 그냥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면 안되겠냐..? 우리 둘이서 지금껏 잘 해 왔잖아... 나는 그 세계에서, 온갖 더러운 짓은 다 도맡아 한 사람이야. 그런 곳에 한 번 발을 들이는 순간 다시 나오고 싶어도 네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어. 어딘가에서 소리도 없이 죽어버리지 않고, 내일이 밝아오는 것을 보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나는 카스미 너를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소중한 사람이 죽어버리는 걸, 더는 보기 힘들단 말이야.... "



카스미는 아리사를 상냥하게 제 품에서 떼어 놓고, 눈가에 맺힌 눈물자국을 손으로 닦아줘. 너무 어리광을 부렸나 싶어서, 아리사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 아리사. 알았어요. 학교는 꼭 졸업할게요. 그래도, 언젠가 꼭 알고 싶어요. 대신 약속할게요. 꼭 멀쩡하게 살아서 아리사한테 돌아오겠다고. 위험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게요. "



" 네가 하고 싶단 거 언제 내가 제대로 말린 적이나 있었냐... 진짜 엄마 실격이네. 애 키우는 거 어렵다 어려워. "



아리사가 고개를 젓자. 카스미가 쿡쿡 웃으면서 아리사의 턱을 살짝 들어올려. 카스미의 예상 못한 행동에 아리사는 살짝 놀라. 잠깐 아리사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소파에 아리사를 넘어 뜨려. 



" 쵸마맛...! 너 지금 뭐하... 하읍, "



바둥거리는 아리사의 손을 잡고, 그대로 아리사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쳐. 혀를 거칠게 얽어 오는 카스미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어. 이렇게 누군가랑 진하게 키스 해 본 적이 있었나? 타액이 교환되는 질척한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차. 카스미의 눈을 쳐다보는 것조차 부끄러워서 아리사는 눈을 꼭 감아버려. 제가 만족할 때까지 아리사를 탐하고 나서야 카스미는 아리사를 놓아 줘. 



" 프, 하아... 하... 후아... "



" 아리사, 신기해요. 담배 피는데도 아리사한테서 달콤한 맛이 나요... 사-야 이모가 미리 알려준 거랑은 다르다. 에헤헤... "



" 너, 너너너너 지금 뭐하..... 아, 진짜 내가 미쳤지.... 지금 너랑, 아우.... 너 이런거 누구한테 배웠... 하, "



" 아하하... 이제 애 아니죠? 아리사가 안 키워줘도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



뻔뻔하게도 그렇게 말하면서,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카스미가 아까랑은 전혀 다르게 보여. 입술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카스미의 감촉, 카스미의 맛. 



" 그러면 아리사도 엄마 하지 말고, 내 여자친구 하면 되겠다. "



" 무뭐머뭐라고!? 야!! 너 내가 너 몇 살 때부터 키웠는지 알아!? 이게, 이게 진짜.... "



" 아리사, 얼굴 빨개져서 그런 소리 해 봐야 하나도 설득력 없거든요~? 그럼 사-야 이모네 가야 할 시간이라서, 이따 밤에 올게요!! "



카스미가 냅다 현관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방이 더운가, 후끈한 열기를 못 이기고 아리사는 두르고 있던 담요를 집어 던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내가, 내가 진짜 미쳤지.... 지금 카스미랑, 키스를... 뭉글뭉글 피어나는 카스미 생각을 지워 버리려고, 창가에 둔 분재의 가지를 치면서도 아리사는 계속 카스미 생각이야.



' ...자기도 얼굴 빨개져 놓고는. '




*




내가 좋아하는 미션 임파서블같은 첩보요원 배경 카스아리. 나이 설정은 대충 과거 카스미(8) 아리사(24) / 현재 카스미(18) 아리사 (34) 정도...? 솔직히 이런 설정 좋아하기만 하지 잘 모르니까 설정 허술한 거 불편하더라도 재미없는 개그라고 생각하고 봐 주세요... 흑흑 나이 차이 나는 카스아리도 보고 싶어서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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