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카스아리) 아침식사앱에서 작성

무명(nona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01 20:50:05
조회 602 추천 18 댓글 14
														

"......"


계란말이의 냄새가 났다.


예전부터 자주 먹었던 음식의 냄새,


어느샌가 먹을 수 없게 된 음식의 냄새,


그리고 또 어느샌가 다시 먹게 된 음식의 냄새가,


"하... 할머니......"


어렸을 적의 나를 깨워버렸다.


"어...? 깬 거야?"


그러나 들리는 목소리는,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젊다 못해 어리다고까지 느껴져서, 어렸을 적의 내가 어리둥절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아리사~! 좋은 아침!"


계란말이의 냄새를 차단하듯이 나를 덮쳐오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으로부터 느껴지는 향기에, 그것이 낯선 어렸을 적의 내가 내면으로 도망치고 그것이 익숙한 지금의 내가 눈을 떴다.


"아아...... 카스미냐... 뭐, 잘 잔 건 아니지만... 좋은 아침... 아, 졸려."

"어어어!? 아리사~ 아침은 먹자아~! 어제 저녁에 약속했잖아아~!!"


아...... 그리고보니 어제 저녁에는 바빠서 내일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었나...


"두 끼나 굶으면 안 좋다구우... 자도 먹고서 다시 자자? 응?"


애교를 부리기라도 하듯이 가볍고 귀여워지는 목소리에, 나는 '어쩔 수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뭐어, 어쩔 수 없네. 그래도 먹고 나서는 오후까지 푹 잘 거라고."

"와아♡ 아리사가 일어났다~!"

"뭐?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피식 웃으며 올려다본 시계는,


오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야 인마, 카스미."

"응~?"

"이 시간에 날 깨운 거야...?"


내 말에 카스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아리사가 먼저 눈을 떠줬으면서~?"

"난 잘 거야."

"으에엥!? 아리사아~ 제바알~ 제발 같이 먹어주라? 응? 응? 정말 안 돼?"


딱 잘라 말하니까 여유가 사라졌구만. 귀엽긴 하지만,


"시끄러! 난 3시까지 일하다가 잤다고! 적어도 4시간.... 아니, 3시간은 자게 해줘야 되는 거 아냐!?"

"우우...... 그렇지만... 그렇지마안......"


말을 똑바로 잇지 못하며 떠는 카스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


"우와아악!! 울지 마! 울지 말라고!"

"미안해... 미안해애......"

"너가 왜 미안한데! 내가 전부 잘못한 거잖아! 내가 전부 잘못한 거니까 제발 울지 마!"


카스미의 눈물은, 어쩐지 다른 누구의 눈물보다도... 아니, 내 눈물보다도 내 가슴을 조여오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눈물마저 주인처럼 착해빠져서 누군가의 마음을 찢어버리려 하지는 않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내 마음이 스스로 벌을 내리듯이 죄책감이 내 가슴을 망가뜨리는 듯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그치만 아리사가 피곤한데, 나 때문에..."

"계약위반! 또 계약위반이라고!"

"흐으...... 또 어겨서 미안해......"

"아냐!!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잘못한 거야!! 널 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렇게 네게 약속하고서 결혼한 건데, 이렇게 벌써 몇 번이나 울렸잖아! 무슨 벌이든 받을 테니까... 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러니까... 제발 울지 마..."

"응... 사랑해, 아리사."

"우읏... 그런 부끄러운 얘기는,"

"아까 말했지? 무슨 벌이든 받겠다고. 벌이야. 오늘만큼은 내가 사랑해라고 하면 아리사도 사랑한다고 말해줘."


윽...... 이렇게 빠르게 벌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말했던 걸 곧바로 철회할 수도 없었기에, 이미 빨갛지만 더욱 빨개질 얼굴을 손으로 감추며 말했다.


"사, 사랑...해......"

"응? 잘 안 들리는데...?"

"시, 시끄러! 난 ㅁ, 마마말했어! 그... 사랑...한다고..."

"너무 작잖아아~ 응? 좀 더 크게 말해주라, 응? 아니면... 혹시......"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카스미의 얼굴에, 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게 작은 거야...?"

"바보냐!! 그 마음의 크기만큼의 목소리를 내려면 내 성대가 부서질 거라고! 그러니까...... 그... 사랑해."

"아리사아...... 우으...... 역시 나도 사랑해!!"

"으갸악!! 좀 떨어져봐! 일어나지도 못한다고!!"

"아리사... 벌은...?"

"윽......"

"말해주라~♡"


치사하게... 그런 표정과 목소리로......


"사랑해! 사랑한다고!! 오늘 하루랬지!? 내일부턴 이런 일 없을 줄 알아!"

"그래도 나도 아리사에게 사랑해라고 할 거고, 아리사도 나를 사랑해 줄 거니까, 괜찮아! 아, 맞다, 이 말을 하면서도 나는 '사랑해'라고 두 번이나 말했어! 아, 이거 포함하면 세 번이야!"

"윽... 치사하게 굴기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악하게 웃지만 그것마저 귀여운 카스미에게 분한 마음과 그럼에도 진심인 사랑을 담아 세 번을 소리쳐준 뒤,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아침부터 소리를 몇 번이나 지르는 거냐고..."

"에헤헤...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나를 사랑해주는 아리사와 살아서 정말 행복하다구우~?"

"알았으니까 일어나봐. 아침 먹자며."

"싫어~ 안 일어날래~ 아리사랑 눕고 나니까 나까지 누워있고 싶어졌어~"


...귀엽게 굴기는.


"으잇차."


나보다 키가 조금 큰 주제에 가벼운 카스미를 냅둔 채 억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우앙..."

"안 나오면 나 혼자 먹는다?"

"아리사~ 같이 가!"


카스미가 차린 식탁을 보면, 이른 시간의 아침식사인데도 정성이 가득했다. 할머니께 배웠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상의 풍경과 닮았고, 그러면서도 조금 더 기운이 넘친다는 게 드러날 정도로 더 넓고 다채로운 밥상이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ㄷ,"

"잠까안! 오랜만에 같이 먹는 아침이니까 특별 애피타이저!"

"뭐? 애피타이저?"

"서프라이즈니까 눈 감아봐!"


서프라이즈...?


대체 뭘까.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이었나?


생일은 둘 다 아니고.


카스미와 만난 지 3,333일은 저번에 지났고, 아직 3,400일까지는 조금 남았지.


사귄 지 2,500일을 기념했던 건 그리 오래 지난 일도 아니고.


결혼한 지 1,234일을 기념한 건 2,500일보다도 최근의 일이었고.


그리고... 할머니 기일도... 아니고......


"하아, 대체 무슨 서프라이즈인데?"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으니, 금방 부드러운 무언가가 입술에 닿았다.


"......"


......최고네.


"자, 이제 밥 먹자!"

"어, 먹자."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



입가에 카스미의 따스함이 가득하니까.



그래, 그 따스함을... 얼어붙어있던 나의 시간을 녹여준 그 따스함을, 그렇게나 따듯한 너를, 나는...


"사랑해, 카스미."

"...!? 으, 응! 나도... 사랑해! 아리사!"










원래 회로 돌리던 게 있어서 그걸로 쓰려다가 평범한 아침식사가 되어버려서 이대로 올리기로 했어!

그게 원래 무슨 회로였냐면 '해커 아리사와 주부 카스미의 카스아리'를 보고 싶다는 거였는데, 내가 해킹을 1도 모르다보니 글이 안 써지더라구... 앞으로도 못 쓸 거 같으니, 누가 써주면 고맙게 볼게!










"그건 그렇고... 서프라이즈라며.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었어?"


내 질문에 카스미는 웃으며 말했다.


"처음으로 아침 동안 아리사가 사랑해라는 말을 나보다 더 많이 한 날!"


......너다운 말이네.


가, 가끔은... 그, 진짜 가끔이지만... 그런 말을 하며 웃는 네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그런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곤 해.


"아, 맞다! 아리사♡ 벌칙...?"
"으윽...... 카스미이!!"


여, 역시 취소야!! 아까 생각한 건 절대 말 안 해!










세계 최고의 해커 아리사와 내조해주는 주부 카스미의 카스아리 보고 싶다.

좋은 일을 해서 유명해진 다음에, 해커로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도 좋은 일을 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부자는 한 세대를 살아남지만, 위인은 한 시대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제 소중한 친구가 말해줬어요. 그 뜻을... 조금 따르려던 거에요."

라고 해놓고는, 사실 카스미가 '나쁜 일은 하지 말구 착한 일 하자'는 한 마디에 범죄 한 번 안 저지르고 착하게 살았다고는 말 못하는 아리사가 보고 싶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8

고정닉 6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25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35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5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95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56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36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99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5 27
1464340 일반 달달한 마히카노 [2]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9 8 2
1464339 🎥리뷰 미안하지만 나는 백합이 아니야(백합아냐) 후기 지나가던고양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9 6 0
1464338 일반 빻더락인가 그거 어디서봄 [2] 백나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9 19 0
1464337 일반 헤번레는 라노벨인만큼 피로감도 있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4 32 0
1464336 일반 어느 방향으로 가든 해피엔딩이 요즘은 좋아 [3] ㅇㅇ(121.148) 23:13 42 0
1464335 일반 이번 분기 백갤은 전설이다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 97 3
1464334 일반 아베뮤지카애니 미리예상함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 17 0
1464333 일반 빻더락 재밌는데? [2] ㅇㅇ(121.132) 23:09 48 0
1464332 일반 이콘 백붕이같아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 62 1
1464331 일반 토모아논도 아논소요처럼 야한 거 잔뜩 나와야한다고 생각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 41 0
1464330 일반 아니 어째서 내 유튜브 추천 영상에 이런 노래가 [14]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 79 0
1464329 일반 다들 월요일 고생 많았어 잘쟈~ [14] 마후카나데나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 42 0
1464328 일반 담분기는 사슴아이가 제일 인기많으려나 [5] 비고정닉네임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 84 0
1464327 일반 오래기달렸다 [7]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 57 0
1464326 일반 늙고 병들고 지친 [17]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 116 0
1464325 일반 해파리 소설이랑 코믹스를 사든지 해야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 74 1
1464324 일반 이새키분명고양이아니야 [4]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 64 0
1464323 일반 생각해보니 얘네도 종트라 주목받지 못했어 [2] ㅇㅇ(125.177) 23:01 76 1
1464322 일반 정실갓컾 [8]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0 61 0
1464321 일반 아니 미친 레이디 블랙 [4] kgban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9 58 0
1464320 일반 마리미떼되게재밋게봣는데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8 26 0
1464319 일반 내년 1분기도 기대됨 ㄹㅇ [4] ㅇㅇ(211.206) 22:58 89 0
1464318 일반 이번회는 꼭 복습해야지 [2]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7 47 0
1464317 일반 니나 때리는 모모카 [2] Embr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7 60 0
1464316 일반 나네삐 고구마에 숨이턱턱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6 14 0
1464315 일반 2025년 1월 두렵다 ㅜㅜ [10] 눈치99단무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6 102 0
1464314 일반 아베무지카가 망한 후 [1]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4 73 0
1464313 일반 소피요란 순애애낌 붐 와라 [3]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2 41 0
1464311 일반 시즈루쨩 요카한테 어떻게 사과할까 [8]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0 90 0
1464310 일반 최근 씹덕질이 너무 즐거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0 73 1
1464309 일반 "잇챠잇챠! 내 손가락으로 임신해라! 요루!"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50 137 6
1464308 일반 충전하는 루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7 49 0
1464307 💡창작 마히루를 추억하며 눈밭에 잠드는 카노의 이야기 [3] HiKe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7 126 12
1464306 일반 종트와 해파리가 13화였다면 [3] qzpwxo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7 99 0
1464305 일반 해파리는 처음부터 봤어야됐네 [4]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6 101 0
1464304 일반 오늘 니코동 접속 안 되던 거 해킹때문이었네 [3] μ’s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5 53 0
1464303 일반 헤번레 지워버릴까 매일 고민하는데 시키야나기 보고 참는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5 49 0
1464302 일반 아오 누워서 갤질하다 바로 숨 넘어갈뻔 했네 [16]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5 109 0
1464301 일반 다음주 막화니까 시즈요카 몬가 보여주겠지? [1] ㅇㅇ(125.177) 22:43 36 0
1464300 일반 이럼 카노만 쓰레기같잖아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3 123 1
1464299 일반 근데 백갤 이번분기 진짜 개흥갤아님? [6]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0 158 2
1464298 일반 모모카가 니나한테 얻어맞았다고 술자리에서 루파한테 다털어놓으면 어케됨? [6] 그렌라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0 8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