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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험기간에 올리는 여왕님 소설 -10

ㅇㅇ(119.200) 2019.12.04 23:23:27
조회 1159 추천 1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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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안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데리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멍하니 보고 있었고, 마르타는 거기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테나로부터 데리아를 지키지 못했다. 아니, 원래는 자신을 노리던 걸, 데리아가 지켜 주었다. 그리고 데리아의 손끝이 테나에게 들어가는 걸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이, 데리아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 마르타는 그 질문에 답하는 대신, 무녀복에 붙은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그 침묵을 깨고 데리아가 말했다.

 

마르타.”

 

, 데리아.”

 

마르타는 나를 가지고 싶나요?”

 

마르타는 멍하니 고개를 떨구었다. 데리아를, 데리아의 미소를, 몸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고 말 것이다.

 

. 틀림없이요.”

 

……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아무래도……”

 

마르타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

 

이상한 거죠. 알고 있어요.”

 

-

 

데리아와 마르타가 마차에서 내리자, 테나의 부하들이 마차에서 커다란 궤짝을 내려놓았다. 무녀들은 재빨리 두 사람 앞으로 모여들었다.

 

칼레온에서 오신 무녀님?”

 

, !”

 

무녀는 화급히 대답하고 데리아에게 다가섰다. 데리아는 궤짝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시키고, 무녀는 그 안에 든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여왕님.”

 

해야 할 일인 걸요. 어서 칼레온으로 돌아가 그 곳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데리아는 화사하게 웃었다. 테나로부터 그 궤짝을 얻어내기 위해 해야 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마르타는 무녀들로 시선을 옮겼다. 그들은 데리아의 미소를 보고,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무녀가 데리아의 앞으로 나섰다.

 

여왕님. 루단 지역 무녀 카를렌입니다. 부디, 루단에 와 주시길 청합니다.”

 

카를렌이 고개를 숙이자, 다른 무녀들이 데리아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마르타는 그들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데리아 여왕님은 한 분 뿐이에요. 순서를 정하시죠.”

 

하지만 그럼 순서가 밀리게 되면……”

 

무녀가 불만스럽게 말하자 데리아는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권고서를 쓸 테니, 여러분은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와주세요. 그 때는 틀림없이 그 곳으로 가겠습니다.”

 

데리아가 그렇게 말하자 각 지역에서 온 무녀들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마르타는 데리아의 얼굴을 보고는, 무녀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여왕님은 긴 여행 때문에 피로하세요.”

 

-

 

데리아는 장서관에서 벗어나 케언 신전의 공회장에 들어섰다. 공회장에는 비취의 나라 곳곳에서 온 무녀들이 데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리아는 책상에 들러붙어 각종 자료들에 코를 박고 손을 움직였다. 그 친필 서한을 받은 무녀들은 데리아에게 고개를 숙이고 원래의 사원으로 돌아갔다.

 

케언 신의 교단은 데리아와 마르타의 관계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만큼, 사태의 중심에서 벗어난 마르타에게도 무관심했다. 그리고 그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쪽이 오히려 위험했다. 어쩔 수 없지 마르타는 자기 책상에 앉아 그 모습을 흘긋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지만.

 

데리아는 책상 위에 족보와 낡은 세례자 명부, 헌금과 헌물 목록을 올려 두고 편지를 몇 번이고 고쳐 썼다. 그러다가 자신을 보는 마르타와 눈을 마주치면, 가볍게 미소지어 줬다. 하지만 데리아 옆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는 무녀들은 데리아의 미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 미소에 화답하는 사람은 마르타뿐이었다. 데리아가 원래 업무로 되돌아가자 마르타도 원래의 업무로 되돌아갔다. 업무라고 할까, 마르타는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이 잘 될 때, 과거에서 문제를 찾아내려 하는 사람은 적다. 오래된 자료를 뒤지는 데 시간을 낭비하느라 지금 눈 앞에 있는 맛있는 이득들을 놓칠 순 없으니까. 마르타의 전대, 또 그 전대, 그리고 또 그 전대는 그런 문제를 겪지 않았고, 그 결과 마르타의 책상 위에는 낡아빠진 자료들이 뭉텅이로 쌓여 있었다.

 

어떤 건 낡은 기도문, 또 어떤 건 헌물 목록, 헌금 영수증, 비밀스러운 편지, 하지만 모조리 낡아빠진 물건들이었다. 마르타는 양피지란 게 단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답답하게 할 수 있는 성질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마르타는 양피지들을 그 형식에 따라서 쌓았다. 헌물 목록은 그대로 박물관에 보내면 나름대로 가치를 할 법 했다. 광부들에게 먹일 빵, 맥주 따위가 몇 년에 한 번씩 뭉텅이로 목록에 올라왔으니까. 때로는 당대의 왕이 무녀에게 개인적으로 보내는 선물을 헌물 명목으로 올려둔 것만 같은 것도 있었다. 비취가 박힌 머리핀, 흑단 홀 같은 것들, 마르타는 그 목록을 마구 넘겨서 한 곳에 던져넣었다. 그러다 목록 한 구석에 눈을 박았다.

 

목록 한 구석에는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성검.

 

마르타는 그 한 단어를 빤히 보았다.

 

마르타?”

 

간단한 축성이라면 마르타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검이 녹슬지도 않고, 무디어지지 않도록 쇠하지 않는 축복을 거는 것도 충분한 제물과 시간이 있다면 가능했다. 마르타는 깃펜을 들어 그 위에 의식 과정을 끄적이다가 데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르타?”

 

, .”

 

데리아는 이미 마르타의 곁에서 마르타를 부르고 있었다. 주변은 어느덧 무녀들이 빠져나가고 텅 비어 있었다.

 

……”

 

점심시간이에요.”

 

몰랐어요.”

 

마르타는 간소한 예복을 입은 데리아의 몸을 빤히 보았다. 귀족들이란 모두, 본질의 어느 부분은 기사였다. 교양 훈련과 체력 단련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기사 서임을 받고 나서야 정식적으로 작위를 인계받을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영지민들을 위해 갑옷과 무기를 걸치고 전장에 나서는 건 틀림없는 의무의 한 부분이었다.

 

데리아의 몸에도 그 훈련과 의무의 흔적이 있었다. 엉덩이는 허리와 허벅지 근육으로 단단하게 균형잡혀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냈고, 배를 훑어내리면 부드러운 지방질 아래로 복근이 잡혀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 어깨……

 

마르타는 그렇게 시선을 올리다가 데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마르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시죠, 마르타?”

 

아뇨, 미안해요.”

 

미안하다뇨. 마르타, 내가 화내고 있나요?”

 

마르타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데리아는 마르타에게 미소를 지어 줬다. 마르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데리아에게 입을 맞추었다.

 

마르타는 테나로부터 데리아를 지키지도 못했고, 여기저기에서 온 무녀들보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데리아의 몸을, 아니, 데리아의 사랑을 탐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인간이 될 것일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마르타는 멍하니 데리아를 보았다. 데리아의 입술은 부드럽고, 옅은 우유 향이 났다. 그런 사소한 감상에 빠져 있을 때, 데리아가 마르타에게 키스해 왔다. 부드러운 것, 따뜻한 것, 살짝 우유 향이 나고 또 어느 정도는 박하 향이 나는 것. 그것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이 다음은……”

 

마르타는 이기적이기로 했다.

 

지금 하고 싶어요.”

 

마르타는 간소한 예복을 벗기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녀들이 자기 업무를 보던 공회장 책상 위로, 데리아는 부드럽게 누웠다. 온 곳에서 잉크와 종이 냄새가 났다. 단 한 군데, 데리아의 몸만 빼고.

 

마르타는 데리아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기분 좋은 압박감이 양 뺨과 이마로 전해져 왔다.

 

마르타, 미안하지만 이러면……”

 

데리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르타는 혀를 내어 데리아의 가슴골을 핥았다. 가슴 사이에서는 데리아의 체향이 깊이 배어들어 있었다. 데리아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 데리아.”

 

내가…… 손가락을 못 쓰는데.”

 

손가락은, 테나가 강요한 일이었다. 데리아의 손짓은 곁눈질로 보아도 서투르고, 탐욕스러운 열의도 없었다. 그런 건, 당신이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말할 수만 있다면.

 

마르타는 데리아의 가슴을 입술로 깨물었다. 데리아의, 달아오른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마르타는 데리아의 가슴 위로 솟은 곳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물었다.

 

손가락, 쓰고 싶으신가요?”

 

……”

 

왜인지, 물어도 될까요?”

 

나도, 마르타를 가지고 싶으니까.”

 

바보.”

 

마르타는 데리아의 젖꼭지를 다시 한 번 입술로 깨물고, 가슴에서 얼굴을 들어올렸다. 데리아는 마르타의 얼굴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르타도, 귀여울 땐 귀엽네요.”

 

…… 귀여운 게 아니에요. 달아오른 거죠.”

 

마르타는 최선을 다해 대답하고,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허벅지 사이로 뜨겁고, 습한 기운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데리아는, 말한 대로, 손가락을 마르타의 허벅지 사이로 움직였다.

 

후앗……”

 

그 손길은 젖은 마르타의 양 꽃잎을 들춰내고, 마르타의 안쪽으로 움직여왔다. 그 끝,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손길이 마르타의 안쪽을 향해 밀고들어왔다.

 

데리아의 표정은 진지했다. 데리아는 언제나 그랬다. 비록 서투르고 굳은 손짓이지만. 진심이었다. 언제나처럼.

 

으흣……”

 

, ……”

 

데리아는 마르타의 틈새에서 애액이 떨어지자 당황한 눈길로 마르타를 올려다 보았다.

 

…… 방금……”

 

…… 기분 좋았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때, 무녀들이 공회장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르타는 재빨리 데리아에게 옷을 입혀 주었다. 그리고 데리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머지는, 방에서 하죠.”

 

.”

 

공부...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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