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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난장판 선도부 백합 보고싶다

pp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08 21:53:28
조회 413 추천 11 댓글 3
														

이곳은 국내 정상급 대학에 매년 학생들을 보내는 유서깊은 명문 L여고. 하지만 동성애가 완전히 허용된 후, 교내 불건전 교제 문제 때문에 학부모들의 항의가 들어오게 되자, 4년전, 학교에선 1,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선도부를 발족. 선도부의 주요 업무는 불건전 교제를 감시하는 것. 그 이후로 불건전 교제 문제로 인한 항의는 없어졌으나 과연 이것은 진정한 평화일까? 현재 5기 선도부가 모집된 상황에서 과연 선도부엔 초창기의 학생 선도의 신념만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인가!


딱!


"아야!"


"또 진지한 표정으로 뭘 꾸미고 있는 거냐?"


"수상한 생각 안 했어."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한겨울의 딱밤에 정신을 차렸다. 나와 한겨울은 선도부실에서 곧 시작될 첫 회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18명이 모여있는 걸 보면 선도부장 선배 빼곤 다 온 것 같았다. 정확히 회의 시작 시간이 되자 부실 문이 열렸다.


드르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앞을 봤더니 티벳여우 얼굴이 프린트된 종이를 얼굴에 쓴 학생이 들어왔다.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이지......


"교내 불건전 교제는 선도부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는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는가 5기 선도부들이여?"


퍽!


"악!"


"장난치지 말고 인사나 해요, 회장."


"쳇."


뒤늦게 따라 들어온 학생이 들고 있던 서류철로 이상한 학생의 머리를 가볍게 쳤고, 그제서야 회장이라고 불린 그 학생은 종이를 벗었다.


"너가 좀 늦는다길래 먼저 와서 잠시 긴장 풀어주려고 한 건데. 아무튼 반가워요. 5기 선도부 학생들. 2학년들은 알겠지만 3학년 전교회장 유경희입니다."


"전 선도부장 2학년 조우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도부에 처음 지원한 학생들은 회장이 왜 회의에 오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설명해드릴게요. 교내행사 때는 선도부 활동이 더 빡세져서 교내행사 기획과 연관이 있는 학생회장도 평소 선도부 회의에 참여하여 학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전달합니다. 오늘은 첫 회의라 제가 공지할 내용은 없지만요."


"선도부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담임쌤께 다들 들으셨을 테지만 자세한 내용은 선도부 부칙을 확인하시면 되니 지금 나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나눠드리는 이 파일은 전교생 학번과 이름이 적힌 체크리스트입니다."


선도부장은 파일을 다 나눠준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부칙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규칙은 지금 알려드리겠습니다. 1학년은 같은 반 2학년 선도부원과 함께 점심, 저녁, 계발활동 시간과 교내행사 때 교내 순찰을 합니다. 대신 선도부원들은 식사시간에 제일 먼저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부칙 관련 질문 있는 학생 있습니까?"


선도부장의 말이 끝났지만 1학년들은 다들 부칙을 읽어보느라 말이 없었다. 나도 빠르게 부칙을 읽어보고, 다시 읽어보는 중이었다.


"자, 그럼 한 명씩 일어서서 학년, 반, 이름, 간단한 지원 이유를 말해볼까요?"


"아니, 학년, 반, 이름은 제가 그냥 칠판에 써도 되는데......"


"아,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 자기소개 간단하게 하면서 친해지는 거지. 솔직하게 봉사시간 때문에 지원했다고 해도 되니까 2학년 1반 학생부터 순서대로 괜찮죠?"


회장의 말에 차례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아까 소개했지만 2학년 1반 선도부장 조우리입니다. 1학년 때도 선도부를 해서 그대로 지원했습니다."


"2학년 2반 정은비입니다. 봉사시간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2학년 3반 이주연입니다. 저도 봉사시간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2학년 4반 이호연....."


당당하게 봉사시간 때문이라고 말하다니 대단한 선배님들이네. 역시 선도부도 5기쯤되면 엄격, 근엄함이 계속 이어지기 힘든건가.


".....1학년 8반 김도은입니다. 재밌어 보여서 지원했습니다."


각 반에서 2명까지 지원 가능한데 역시 일이 많아서 그런가 봉사시간을 준다고 해도 각 반에 한명씩 밖에 지원하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내 차례니 소개를 해야겠지.


"1학년 9반 김선우입니다. 저...... 선도부를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1학년 9반 한겨울입니다. 봉사시간 때문에 지원했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할 생각 없으면서! 한겨울의 마지막 말에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어느새 한겨울은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으, 역시 얼굴이 무기인 사람들이란...... 물론 나도 사실 봉사시간과 다른 목적 때문에 지원한 거지만.


"하하하, 다들 봉사시간 때문에 신청한 줄 알았는데 재밌는 이유를 말한 친구도 있네."


"누구든 회장보단 진지할 걸요. 아무튼 이걸로 첫 회의는 끝. 다음주부터 바로 선도부 일 시작이니까 잊지마시고, 선도부원 연락처는 나눠준 파일 맨 뒷장에 있습니다. 그럼 해산."


그렇게 첫 회의가 끝나고 다들 흩어졌다. 교실로 돌아가 야자 시작 전에 부칙을 한번 더 읽어보고 있는데 한겨울이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꼼꼼히 보냐?"


"부칙에 헛점이 없는지 보는 중."


"발견하면 건의해서 개선하려고?"


"내가 이용하면 모를까 굳이? 그나저나 2학년 같은 반 선배와 같이 순찰이면 우린 2학년 9반 선배와 순찰 돌겠네."


"이름이 강희지였나?"


"실제로 보니 이 학교 최고 미녀라는 소문은 과장이 아니었어."


매끄러운 흑장발에 쳐지지도, 올라가지도 않은 부드러운 눈매, 뚜렷한 이목구비까지 확실히 미인이셨다.


"너 그런 얼굴이 취향이야?"


"취향을 떠나서 아름다운 건 사실이잖아?"


"뭐?"


생각보다 크게 놀란 목소리에 한겨울을 쳐다보니 충격받은 듯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 선도부에 들어가자마자 짝사랑하다가 쫓겨날까봐 걱정되나 본데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 그냥 그 선배가 미녀인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그런 이유로 반한다면 난 이미 너한테 몇십번은 반했겠지."


"그러냐."


걱정하는 것 같아서 안심시키려고 했는데 왠지 한겨울의 마지막 대답은 맥이 빠진 듯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기대한 건 얻었냐?"


"흐흐, 물론. 선도부 부칙 파일 맨 뒷장에 있는 학교 전체 구조도와 전교생 학번, 이름이 있는 체크리스트라니, 흐흐흐."


"겨우 이런 거 때문에 선도부에 들어가다니 역시 넌 종잡을 수 없다니까."


"뭐, 그 외에도 순찰 시간에 학교 어디를 돌아다녀도 수상하게 여길 사람이 없다는 건 좋은 거지."


"하, 졌다, 졌어."


학교는 사회로 나가기 전에 학생들이 체험하는 인간관계의 장! 밖이 지옥이라면 학교는 전쟁터! 그리고 정보력은 무기가 된다!


"중딩 때 김선우는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그때야 대충 무난하게 지내서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존재감이 없었지만 지금은 내신도 신경쓰고 해야한다고. 이런 명문 고등학교라면 전교 20등 안에 드는 학생이 점심 시간에 갑자기 별관에서 나타나거나 하면 이목이 쏠릴 수도 있잖아. 위험요소는 최대한 줄여야지."


"그래, 정말 너답다."


계속 부칙을 읽어보던 중 야자 시작 종소리가 들려서 보던 걸 그만두고, 자습을 시작했다. 다음주 순찰 때는 일단 얌전히 선배 따라다니면서 학교 지리나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신관 기숙사에서는)----


"오, 왔네. 5기 선도부들 어떤 것 같냐?"


야자가 끝난 뒤 기숙사로 돌아온 조우리를 이호연이 반겼다. 2학년은 같은 반 내에서 랜덤으로 룸메이트가 배정되는 1학년과 다르게 반과 상관없이 룸메신청을 할 수 있어서 조우리, 이호연, 강희지는 같은 기숙사 호실을 쓰고 있었다.


"뭐, 봉사시간 때문에 신청했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다들 무슨 생각인지 아직 모르지."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이호, 너만 하겠니."


"으~ 휘지, 난 이번 1학년 선도부에 잘생긴 애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이 더 생긴 건 맞지만 안 그랬어도 선도부 이어서 하려고 했거든?"


호연은 억울하다는 듯이 희지를 쳐다봤지만 희지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래서 소문의 존잘 1학년을 본 너의 소감은 어때, 조우리?"


"확실히 잘생기긴 했더군. 뭐, 다른 학생이 좀 더 재밌어 보였지만 말이지."


"오, 누구?"


"신경꺼라, 이호연. 순진한 1학년 낚으려고 생각하지 말고."


"쳇, 여친 사귈 생각은 없다니까 안 믿네. 그럴 거면 올해 선도부 지원했을 때 부장 권한으로 반대했으면 됐잖아."


"넌 차라리 선도부에 넣고 내가 감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분명 부칙을 나눠주자마자 빠르게 읽고, 뭔가 생각하더니 다시 주요사항을 체크하고, 학교 전체 구조도를 보고 있었지, 그 김선우라는 학생. 대충 읽느라 빠르게 넘긴 걸 수도 있지만 두번째는 몇몇 페이지만 정확히 찾아서 다시 읽은 걸 보면 그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처음 속독할 때 내용은 다 훑어보고, 신경 쓰이는 항목만 다시 확인한 거겠지. 그렇게 열심히 부칙을 읽었으면서 정작 자기소개 때는 우물쭈물하면서 소심하게 말하다니. 과연 무슨 꿍꿍이로 선도부에 들어온 걸까. 재밌겠군.'


우리는 선도부 회의 때 봤던 선우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렇게 5기 선도부원들은 다들 제각각의 속셈을 가지고 기숙사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


동성애가 당연한 세계관에 속 시커먼 선도부들로 구성된 난장판 백합이 보고싶다

근데 내가 여고생이 아닌지라 여고의 암투를 소재로 이어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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