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에 이 녀석..  이렇게 보니까 꽤나 멋있잖아?!'

아리사가 보고 있는 것은 라스의 공연 팜플렛. 정확히는 지난 공연의 팜플렛이었다. 그리고 여기는 타에의 방.

"밥 먹을 시간이야"
"아까 먹었잖냐?!? 배 터질거같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당근이랑 양상추. 뭘로 할까?"
"토끼 밥이었냐!!!!"

아리사가 성을 내든 말든 타에의 얼굴빛은 밝기만 하다. 쓸데없는 헛소리만 하지 않는다면 참 아름다운 미인... 아리사는 잠시 입을 다문 오타에를 상상하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타에는 그런 아리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구경할래?"
"너네 집 토끼 밥 먹는건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실제든 이젠 그만보고싶다고..이 짜샤."
"그럼 기다려~"
"어? 으..으응..잘다녀와"

웬일로 우기지 않고 순순히 나가는 타에를 보며 아리사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굴을 붉혔다. 이젠 헛소리를 하지 않는 쪽이 더 당황스러운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아리사는 고개를 돌려 다시 팜플렛을 보았다.

'레이야. 였지. 와카나 레이.'

팜플렛에는 이것저것 공연 설명과 단체샷, 개인샷 등이 여럿 실려 있었지만 아리사의 눈을 잡아끄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오른쪽 구석에 실린 작은 사진. 타에와 레이야가 멋있는 포즈로 함께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찍은 사진이 자꾸만 아리사의 눈에 밟혔다.

물론 아리사는 타에가 음악 앞에서 진지해질 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몇 번 직접 보기도 했다. 하지만 포핀파의 발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가끔 진지해지는 오타에와, 라스의 어른스러운 분위기 속에서의 진지한 오타에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이 사진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미소짓는 오타에는 딴 사람 같았다.

"뭐냐 이 기분..."

아리사는 가슴에 찌릿한 통증을 느끼며 사진 속 타에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흰 피부, 검고 긴 생머리, 어른스러운 옷차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 애가 점토로 토끼 똥이나 만들고, 헛소리를 밥먹듯 한다는 것을 믿지 않을 터였다.

"왜 서운한거냐고"

아리사는 혼잣말이지만 자신이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래, 아리사는 진짜로 서운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서운해서 오타에가 돌아와서 헛소리를 한번이라도 한다면 마구 화내고 혼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리사"
"무뭐뮈뭐뭐뭣 깜짝놀랐잖냐?!!"

아리사가 기겁을 하든말든 타에는 마이페이스다.

"그 사진 보고있는거야?"
"그래 뭐..네녀석 쫌 멋있던데"

타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거, '토끼~~~~'  하고 찍은거야"
"뭐냐 그게 아하하핫... 오타에답잖냐"


아리사는 가슴 속에서 뭔가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마구 웃었다. 치즈도 아니고 토끼~라니 참 오타에다운 사진구호다.

오타에는 역시 오타에야.

타에도 따라 웃었다.


오늘만큼은 태클, 조금 자제해야겠다.

오 분도 가지 않을 다짐을 하면서, 아리사는 너무 웃어서 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